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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서평3]일자리를 불안하게 만든건 자동화가 아니었다

  • 입력 2022.01.27 21:56      조회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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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랫폼 노동#일자리보장제#일자리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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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질문에 대한 진짜 답변은 뭘까? "자동화가 일자리를 없애고 있는가? 아니면 경제성장 부진이 일자리를 못만들고 있는가?" 

우리는 그동안 상당한 과정이 섞인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가 왔다면서,  자동화/기술혁신/생산성 향상이  일자리를 줄이고 그결과 고용불안이 가속화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생산성 향상은 1950~1970년대보다 훨씬 높았는데도 불구하고 당시는 일자리가 엄청 빠르게 늘어나고 안정되었다. 어찌된 일일까?

그것은 당시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으로 산출/경제성장이 더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보다 생산성은 높지 않은 수준의 증가만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이미 세계적 과잉생산규모로 인해 산출이 빠르게 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턱이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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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질문해 볼 것은, 자동화가 일자리를 실제로 없애는가? 이 질문은 어느정도 답이 나와 있다. 일자리 문제는 "대량실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불완전 고용'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오히려 앞으로 실업률은 느리게나마 다시 하락할 공산이 크다. 지금 세상은 이렇단다.

"날로 뜨거워지는 우리의 행성에서는 거리에 나온 노점상과 인력거꾼의 머리위로 초소형 드론들이 날아다닌다. 부자들은 기후를 통제할 수 있는 별도의 공동체를 만들어 보호받으며 사는 반면, 나머지 인구는 허드렛일을 하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며 온종일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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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스토리를 짧고 간결하게 풀어나간 책이 출간 되었다. 경제사학자이자 <뉴레프트 리뷰>지 기고자 아론 베나나브(Aaron Benanav)가 쓴 책 <자동화와 노동의 미래(Automation and the Future of Work)>가 번역된 것이다. 



그는 이렇게 주장한다. "자동화 이론가들은 흔히 자동화가 지난 10년간 가속화 되었다고 섣불리 단정하고서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전망하곤 한다. 하지만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가운데 그만한 투자에 나설 기업은 없다"

그의 결론은 앞서 말한 것처럼 다음과 같다. 일자리부족의 "진짜 원인은 제조업 성장 동력이 위축되는 가운데 새로운 대안을 찾지 못하면서 경제 부진에 빠진데 있으며, 이에 따른 불황은 팬데믹 이후 더욱 심해질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일자리가 안만들어진 것은 자동화로 인한 생산성 증가쪽 보다는, 이미 과잉생산력을 갖춘 상황에서 추가적인 수요가 없어 생산규모가 느리게 늘어났기 때문(즉 경제성장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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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한 설명보다 다음의 몇개 인용문을 읽어보기 바란다.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어디까지나 전 세계의 생산능력 과잉이며 이로 인해 경쟁자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세계시장에서는 어떤 분야도 산출량을 빠르게 늘리지 못한다."

"실직자나 노동시장 신규 참여자들은 불완전 고용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분야에 뛰어들어 닥치는대로 일해야 하는 처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일부 서비스 업종에서 고용이 꾸준히 늘어났는데, 이는 법과 제도의 용인하에 노동자의 불안정한 지위를 이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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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의 진단은 내게는 어느 정도 참신한 것이다. 그러면 그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여기서 그는 자동화 결과로 가장 많이 얘기되는 대안인 기본소득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왜인가? 기본소득은 공동체성을 회복시키지 못하고 "모든 사람이 외톨이가 되도록 고안된 경제체제에도 쉽게 녹아들 수 있는" 단점이 있단다. 또한 "기본소득을 주창하는 이들은 생산을 장악한 자본의 힘을 무슨 수로 줄일 것인가 하는 문제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저자는 단정하다(꼭 그렇지는 않다는게 내 생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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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의 대안은 무엇일까? 이 대목에서 그는 엄청난 상상의 도약을 시도한다. "필요노동을 모두 함께 짊어지며 누구나 자유의 영역에서 즐거움을 누리는 세상"을 그리는 것이다. 

그는 "남녀 모두가 민주적으로 참여한 결사체들이 협동생산으로 시장 원리를 대체하고, 자본주의하에서 발전한 과학기술을 활용해 공동의 필요노동을 줄임으로써 개인 자유의 영역을 확대하는 세상"을 꿈꾼다.

여기서 "사회적 삶을 재조직하여 필요노동의 비중을 줄인다는 것은 노동 자체를 없앤다기보다 노동이든 여가든 관계없이 원하는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지금도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은 노동을 다 함께 분담해야 하며, 이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시간을 원하는 일에 사용할 권리와 능력을 갖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럼 이 엄청난 비전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그에게는 아직 원칙적으로 '사회운동'이라는 답 밖에는 아직 없다. 이처럼 실망스런 수준의 실행방안밖에 없는데도 낭만적인 이상을 꿈꾸고 있는 그가 당황스럽기도하면서, 그렇다고 어이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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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책의 여러 이야기중에서 특히 남는 구절이 있어서 인용하고 매듭짓겠다.

"사람들을 노동으로 이끄는 유인책은 '일하지 않는자 먹지도 말라'는 식의 위협이 아니라 함께 힘을 모으자는 초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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