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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서평25] 실리콘 밸리가 미래를 디자인해도 될까?
내가 공부했던 IT관련 책중에서 가장 독특했던 책은 <기이한 동네 실리콘 밸리> 쯤으로 번역되어야 할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라는 책이다. 1987년생 애나 위너(Anna Wiener)가 대략 2012~2018년 사이 샌프란시스코의 테크기업에서 일하면서 관찰한 실리콘 밸리 인사이더들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시민들과의 이질성 등을 일기 형식으로 담은 책이다.
(1)
우리는 미국 실리콘 밸리가 만들어가는 미래를 매우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그들이 만드는 혁신을 숭배하고, 그들의 스타일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닮을려고 한다. 보수뿐 아니라 진보까지도. 특히 진보는 실리콘 밸리 혁신적 사업가들을, 월가의 탐욕스런 금융인들과 비교해서 매우 우호적으로 본다.
과연 그런가? 저자는 전혀 그렇지 않음을 자신의 경험에 기초해 다각도로 반박한다. 실리콘 밸리의 성차별은 심각하다. 실리콘 밸리의 능력주의 숭배는 심각하다. 실리콘 밸리의 20대 벼락부자가 된 벤처기업가들은 자신들이 세상의 규범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20대 여성으로서 2010년대를 실리콘 밸리에서 일했던 저자는 실리콘 밸리가 혁신적 동력으로 인류의 미래를 만들고 있다는 것은 착각이라면서 이렇게 말한다.
"사실 착각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온 세상에 그들에게 홀려 있었다. 나긋나긋한 미국 소도시들 출신의 야심차고 거침없으며 오만한 젊은 남자들을 맹목적으로 신뢰했던 것이 나만의 문제인줄 알았는데, 실은 전혀 아니었다. 한참 전부터 그것은 전 세계적인 증상이 되어 있었다."
(2)
저자는 다양하게 실리콘밸리의 풍경들을 짚어낸다. 실리콘 밸리의 사업가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로 수렴했다. 어떤 댓가를 치르든 성장할 것. 모든걸 제치고 일단 몸집을 불릴것. 파괴하고 지배할 것."
"벤처계 사람들은 시장개방과 탈규제와 끊임없는 혁신에 열광했지만 자본주의를 세련되게 옹호하지는 못했다. 그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의 구조적 위선을 지적했다. 스마트폰을 쓰면서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아주 떳떳하다듯이."
"다들 똑똑하고 착하고 야심찼지만, 세상에 많고 많은게 그런 사람들이었다. 참신하다는 느낌이 잦아들었고, 업계에 만연한 이상주의가 점점 수상쩍어 보였다. 테크 산업의 대부분은 진보와 무관했다. 그냥 비즈니스일 뿐이었다."
(3)
그런데 2010년대를 통해 성장한 미국식 파워엘리트들이 지배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저자는 기대를 가진 표현을 쓰지만, 정 반대의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의 상위 10% 청년세대가 한국사회를 주무르는 세상은 어떨까? 잘 상상이 가질 않는다.
"머지 않아 그들은 차세대 파워엘리트가 될 것이다. 나는 세대교체가 일어나 그들이 경제와 정치권력을 거머쥐었을때 그들 자신뿐 아니라 모두를 위해 지금보다 더 낫고 포용적인 세상을 건설하기를 바랐다."
1990년대말의 IT버블은 굉장한 과잉의 시기로 기억되는데, 어쩌면 2010년대부터 시작된 두 번째 IT버블은 그걸 훨씬 뛰어넘는 과잉을 만드는 것 같다. 한국도 지금 창업이 부족하다고, 유니콘 기업이 부족하다고, 벤처붐을 만들겠다고 정치인들이 정신없이 소리치지만, 뭔가 상황판단을 완전히 잘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저자는 맺음글에서 이렇게 예언아닌 예언을 한다.
"파티는 끝이 났다고, 테크업계는 끝물에 다다랐으며 심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내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경험한 것들은 타락 이전 시대의 최후였고, 우리 시대의 마지막 골드러시였으며, 지속 불가능한 과잉의 시기였다."
***
* 지아 톨렌티노이 <트릭미러>는 읽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400쪽이나 되었음에도 좀 수월했다. 확실히 나의 세대들과는 완전히 다른 2030여성들의 글이 조금씩 친숙해지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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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국 실리콘 밸리가 만들어가는 미래를 매우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그들이 만드는 혁신을 숭배하고, 그들의 스타일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닮을려고 한다. 보수뿐 아니라 진보까지도. 특히 진보는 실리콘 밸리 혁신적 사업가들을, 월가의 탐욕스런 금융인들과 비교해서 매우 우호적으로 본다.
과연 그런가? 저자는 전혀 그렇지 않음을 자신의 경험에 기초해 다각도로 반박한다. 실리콘 밸리의 성차별은 심각하다. 실리콘 밸리의 능력주의 숭배는 심각하다. 실리콘 밸리의 20대 벼락부자가 된 벤처기업가들은 자신들이 세상의 규범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20대 여성으로서 2010년대를 실리콘 밸리에서 일했던 저자는 실리콘 밸리가 혁신적 동력으로 인류의 미래를 만들고 있다는 것은 착각이라면서 이렇게 말한다.
"사실 착각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온 세상에 그들에게 홀려 있었다. 나긋나긋한 미국 소도시들 출신의 야심차고 거침없으며 오만한 젊은 남자들을 맹목적으로 신뢰했던 것이 나만의 문제인줄 알았는데, 실은 전혀 아니었다. 한참 전부터 그것은 전 세계적인 증상이 되어 있었다."
(2)
저자는 다양하게 실리콘밸리의 풍경들을 짚어낸다. 실리콘 밸리의 사업가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로 수렴했다. 어떤 댓가를 치르든 성장할 것. 모든걸 제치고 일단 몸집을 불릴것. 파괴하고 지배할 것."
"벤처계 사람들은 시장개방과 탈규제와 끊임없는 혁신에 열광했지만 자본주의를 세련되게 옹호하지는 못했다. 그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의 구조적 위선을 지적했다. 스마트폰을 쓰면서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아주 떳떳하다듯이."
"다들 똑똑하고 착하고 야심찼지만, 세상에 많고 많은게 그런 사람들이었다. 참신하다는 느낌이 잦아들었고, 업계에 만연한 이상주의가 점점 수상쩍어 보였다. 테크 산업의 대부분은 진보와 무관했다. 그냥 비즈니스일 뿐이었다."
(3)
그런데 2010년대를 통해 성장한 미국식 파워엘리트들이 지배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저자는 기대를 가진 표현을 쓰지만, 정 반대의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의 상위 10% 청년세대가 한국사회를 주무르는 세상은 어떨까? 잘 상상이 가질 않는다.
"머지 않아 그들은 차세대 파워엘리트가 될 것이다. 나는 세대교체가 일어나 그들이 경제와 정치권력을 거머쥐었을때 그들 자신뿐 아니라 모두를 위해 지금보다 더 낫고 포용적인 세상을 건설하기를 바랐다."
1990년대말의 IT버블은 굉장한 과잉의 시기로 기억되는데, 어쩌면 2010년대부터 시작된 두 번째 IT버블은 그걸 훨씬 뛰어넘는 과잉을 만드는 것 같다. 한국도 지금 창업이 부족하다고, 유니콘 기업이 부족하다고, 벤처붐을 만들겠다고 정치인들이 정신없이 소리치지만, 뭔가 상황판단을 완전히 잘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저자는 맺음글에서 이렇게 예언아닌 예언을 한다.
"파티는 끝이 났다고, 테크업계는 끝물에 다다랐으며 심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내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경험한 것들은 타락 이전 시대의 최후였고, 우리 시대의 마지막 골드러시였으며, 지속 불가능한 과잉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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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아 톨렌티노이 <트릭미러>는 읽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400쪽이나 되었음에도 좀 수월했다. 확실히 나의 세대들과는 완전히 다른 2030여성들의 글이 조금씩 친숙해지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