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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서평27] 우리가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 시장경제는 얼마나 인정해주는가?

  • 입력 2021.08.01 18:16      조회 1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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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이라는 분과의 학문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전체를 이해하는데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인정하는 경제학자는 의외로 적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제학적 접근법, 특히 시장의 가격균형원리로  사회를 설명하는 것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윤리학까지를 포함하는 다양한 접근에 개방되어있는 사람들을 접하는 것이 좀 특별하게 느껴진다.

올해 읽었던 경제학자의 책 가운데 가장 특별한 것을 선택한다면, 샤피크(Minouche Shafik)의 <우리사 서로에게 빚지고 있는 것들: 새로운 사회계약(What We Owe Each Other: A New Social Contract>와 함께, 지금 소개하려는 마크 카니(Mark Carney)의 <가치(들):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세상 만들기(Value(s):Building a Better World for ALL>이다.

(1)
이 방대한 책을 모두 소개하기는 쉽지 않다.  그의 글에 대한 내 압축 소감은,  "착한 주류 경제학자이자 실용적인 정책결정자로서 가볼 수 있는 가장 가장자리까지 가서, 세상의 리더들과 기업들, 국가들에게 미래지향적인 정책권고를 한 책"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민간투자시장에서 일하다가 뒤늦게 캐나다와 영국 두 나라 중앙은행총재를 역임하고, 지금은 유엔 기후와 금융 특임대사를 맡고 있는 정말 독특한 경력을 지닌 마크 카니에 대해 내가 아는 지식은 많지 않아서, 그냥 이 책의 소개만 좀 추가해보면,

(2)
이 책은 마추카토의 <모든것의 가치>이라는 책 이후 다시한번 <가치론의 역사>에 대해 리뷰를 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신앙이 인생을 안내할 수는 있지만 정책은 눈멀게 한다."면서, 시장 지상주의처럼 신앙수준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정책적으로 어떤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는지를 경고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한마디로 본인은 시장지상주의에 비판적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한발 더 나간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연대성이나 공정성, 사회적 책임성등을 내팽게치고 '시장의 판단이 옳다'고 믿고 무지막지하게 부채를 늘리고 금융거품을 키우다가 결국은 신용상품들의 가격폭락과 금융위기를 초래했다고 평가한다.

여기서 그는 '시장의 가격'으로 세상의 가치를 평가하는것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면서 수많은 '사회의 가치들'이 온전히 평가받고 뒷받침되어야 시장경제와 시장의 가격도 제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이게 그가 그의 책 이름을 Value-시장가격과 Values-사회적 가치들을 절묘히 혼용해서 표기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 대목에서 그는 잠시 전문분야인 화폐얘기를 좀더 파고 들어가는데, 암호화폐,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까지 다룬다. 이 대목도 흥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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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를 토대로 우리사회가 직면한 세 가지 위기, 금융위기/코로나위기/기후위기를 차례로 진단한다. 여기에서의 결론도 이 세 위기야 말로 일견 시장 지상주의에 매달리면서 자초한 측면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세 위기는 연대성, 공정성, 책임성, 지속가능성, 역동성 등  '사회적 가치들'을 제대로 끌어안고 가지 않으면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 두 번째 부분이 경제학을 넘어서 사회학과 기후 환경까지를 넘나들면서 본인이 '사회문제를 제대로 통찰하기 위해서' 애를  쓰는데 특히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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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그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리더가 해야 할 일/ 기업이 해야 할 일/ 그리고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차례로 짚어나간다.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설명하는데, 꽤 배울대목들이 많기는 하지만, 동의하기 어려운 대목도 많다.

특히 그가 기업과 투자의 역할을 길게 설명한 대목은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 나는 그의 ESG경영이나 임팩트 투자 등이 아주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제한된 해법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는 그의 직업적인 특성 탓인지,  기업의 선의에 지나치게 우호적이며 금융에 대해서도 과도하게 관대하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문제해결에 노력하여,  금융 시스템이 이제 시스템 리스크나 위험대비가 된 "보다 단순하고 보다 안전하며 보다 공정한 금융시스템'이 되었다고 확인한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에서 금융이 안정적으로 대처한 것이라고 예를 든다. 그러나 이건 과도한 해석이 아닐까? 금융은 지난 10년간 자산거품을 다시 일으킨 요인과 얽혀있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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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해법에서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매우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전체적 기조는 '사회적 가치들'을 경제활동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에 대한 일관된 고민으로 이어져 있다. 그래서 읽다가 계속 멈추고 생각을 해보게 하는 그런 유형의 책이다.

이 책의 결론 화두는 '겸손(Humility)'이다. "우리가 겸손하다면, 모든 사회의 가치들에 가격을 매기고 최적화까지 시키는 그런 방법을 명시한, 세상 전체의 지도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겸손하다면,  논쟁하고 다른 관점들을 감안하며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서만 해법이 찾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감한다.

(5)
사회가 '시장감정(market sentiment)'에 지배되지 않고 '도덕감정(moral sentiment)'의 복원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이 책은 정책담당자들이 한번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영어판으로 600쪽쯤 되니, 우리말로 옮기면 거의 800쪽에 가까울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누군가 꼭 번역해주셨으면 좋겠다. 매우 가치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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