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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고유가 대응, ‘유류세와 전기요금 인하’를 넘어

기후정의·조세정의 실현으로
  • 입력 2022.09.14 15:16      조회 1150
    • 이헌석 녹색정의위원회 위원장, 기후정의일자리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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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 고유가 대응, 유류세와 전기요금 인하를 넘어-이헌석.pdf
고유가 대응, ‘유류세와 전기요금 인하’를 넘어
기후정의·조세정의 실현으로

 
이헌석 정의당 기후정의행동추진위 위원장

- 탈핵, 에너지, 기후변화 운동을 20여 년간 했다.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탈핵신문 운영위원장 등을 맡았으며, 에너지 현안이 있는 지역주민과의 연대를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2019년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과 2021년 녹색정의위원장을 맡았으며, 정의로운 녹색 전환을 어떻게 이룰지를 고민하고 있다.

 


1. 매번 반복되는 유류세·전기요금 인하 논쟁

  지난 10여 년간 필자는 여름철이면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여름철 전기요금 폭등,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와 같은 토론회에 발제자 혹은 토론자로 초대받았다. 지난 10여 년간 국제 에너지 가격은 매년 등락을 반복했고, 그때마다 단기적인 대책과 해결책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10여 년간 비슷한 토론회가 계속되었다는 건 결국 달라진 것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림 1] 두바이산 국제유가 추이(2006~2022, US$/bbl)(주: 한국석유공사, http://petronet.co.kr (2022년 8월 20일 확인))


  
  2008년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140$를 넘어갈 정도로 급등하였다. 각국의 원유확보 경쟁과 투기수요가 겹쳐 나타난 이 일은 당시로서는 큰 충격이었다. 그해 3월부터 유류세를 10% 인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8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 경제는 에너지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양극화와 일자리 부족,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대로 주저앉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를 돌파하고 선진화의 문턱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더욱 창의적인 발상과 대담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는 문명의 변화를 보고 있습니다. 세계는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을 거쳐 환경혁명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나무와 석탄과 석유의 시대를 지나 새로운 에너지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에게 이 같은 변화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입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저력을 발휘해 왔습니다. 1차 석유파동은 해외 건설 진출과 산업고도화의 계기로 삼았습니다. 2차 석유파동은 안정 속의 성장과 대외 개방의 촉매로 만들었습니다. 최근의 고유가 사태도 우리 경제체질을 바꾸고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대한민국 건국 60년을 맞는 오늘, 저는 '저탄소 녹색성장(Low Carbon, Green Growth)'을 새로운 비전의 축으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2008815,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 중에서. 강조는 필자)


  지금이야 기후위기와 온실가스 감축이 더 중요한 화두지만,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저탄소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유가 시대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잡아 새로운 성장을 만든 것이 더 중요했다. 이것이 녹색성장의 주요 핵심 개념이기도 했다. 다행히 2008년의 고유가 사태는 몇 달 지속하지 않고 끝났다.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등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에 따른 교훈을 얻지 못했다. 박정희 정부 시절, 1, 2차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재생에너지나 에너지효율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석유 대체에너지'(주: 당시의 영향으로 아직도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를 대체에너지(alternative energy)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다. 석유를 대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대체에너지는 핵발전을 포함해서 석탄 액화가스 등 비재생에너지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를 찾기 위한 노력이 지속된 것을 생각한다면 2008년은 고유가 사태의 교훈이 그리 크지 않았다. 다른 나라들은 탈석탄과 에너지 전환을 추진했으나, 이명박 정부 집권 기간 우리나라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대거 승인되었고, 온실가스 배출량 또한 계속 증가했다. ‘저탄소’와 ‘녹색’을 외쳤던 정부의 성과치고는 너무 아이러니한 결과였다.
  2011년부터 국제유가는 다시 상승했다. 2008년과 차이가 있다면, 몇 달 동안의 단기적인 고유가 상태가 아니라 2014년까지 배럴 당 110달러를 왔다 갔다 하며 장기간 고유가 상태가 지속되었다는 점이다. 

[그림 2] 용도별 전기 판매단가 추이(2007~2021, 원/kWh) 한국전력공사(2022)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전기요금이었다. 석탄과 천연가스 등 연료비가 인상된 것은 물론이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천문학적인 안전 비용과 핵폐기물 처리비용이 증가하면서 핵발전 비용까지 증가했다. 2010년대 초반 1kWh당 30원대 후반이던 핵발전의 정산단가(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 단가)는 2010년대 중반에 50원을 넘어 60원대까지 급증했다. 이렇다 보니 전기요금 인상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매년 단계적인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그동안 우리나라 전기요금체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교차보조-주택용 요금을 높이고, 산업용 요금을 낮춰 주택용 전기요금이 산업용을 보조하는 형태’를 없앴다. 또 2016년 이후 전기요금 인하 요인이 생길 때마다 주택용 전기요금을 인하하여 주택용과 산업용 전기요금을 비슷하게 맞추는 방식으로 전기요금 체계를 바꾸었다. 


2. ‘값싼 전기요금’ vs ‘감내할 수 있는 전기요금’

  이와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이 연료비에 미치지 못해 ‘콩값보다 두부값이 싼 상태’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전기요금은 한전이 원가를 계산하여 정부의 승인을 받는 형태이다. 바꿔말하면 정부가 승인하지 않으면 전기요금을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전기요금을 ‘전기세’라고 부르는 것은 이처럼 정부가 직접 통제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우리가 납부하는 것은 세금이 아니라, 전기를 쓴 만큼 내는 ‘요금’이다. 그리고 그 요금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면 누군가 그 비용을 납부해야 한다. 공기업 한전이 전기를 공급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요금 동결은 한전의 적자 – 즉 공기업의 부실로 나타난다.
  최근 고유가 상태가 대표적인 예이다. 국제유가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2015년~2016년 매년 10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두었던 한국전력이 2018년과 2019년 적자로 돌아섰고, 2021년 5조 8,601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4조 3,033억 원 적자를 기록했으며, 연말까지 적자 금액은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 3] 한전의 영업이익과 국제유가 추이(연결기준/억 원, US$/bbl)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 ‘연료비 연동제’이다. 즉 연료비 등락을 전기요금과 연동시켜 과도한 흑자나 적자를 방지하자는 제도이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도입이 검토되었던 이 제도는 결국 2021년에야 시행되었지만, 연동되는 연료비의 비중이 ± 5원/kWh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그나마 정부의 판단에 따라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한전은 연료비 인상에 따라 각각 1kWh당 33.8원과 33.6원의 요금 인상 요인이 있다고 밝혔으나, 정부는 1분기에는 변동연료비를 반영하지 않았고, 2분기에만 5원/kWh를 반영했다. 지속적인 연료비 인상에 따라 1년 치 연료비 가격을 뜻하는 기준 연료비가 일부 반영되었지만, 이것이 한전의 적자를 낮추는 데는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혹자들은 공기업 한전이 낮은 전기요금을 책정했기 때문에 우리 모든 국민이 혜택을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낮은 전기요금은 ‘사회 공공성’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민간기업이 부당이익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적용되는 주장이다.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이 책정되어 공기업이 계속 부실화된다면 이것이 어찌 사회공공성에 기여하겠는가? 더 큰 문제는 낮은 전기요금의 혜택을 누가 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집단은 기업, 그중에서도 대기업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은 1위 삼성전자(18.4 TWh), 2위 SK하이닉스(9.2 TWh), 3위 현대제철(7.0 TWh) 순서이다. 상위 1~3위 기업의 전력소비량(34.6 TWh)은 같은 해 울산광역시 전체 전력 소비(33.6TWh)보다 많은 양이다. 인구 110만 명이 넘고 각종 산업시설이 즐비한 울산광역시 전체 전력 소비량보다 상위 3개 기업의 전력 소비량이 더 많은 것이다. 용도별로 전체 전력 판매량의 54.6%가 산업용 전력이다. 주택용은 14.9%에 불과하다.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라면 이들 대기업에 값싼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수출경쟁력이나 원가 절감을 위해 전기요금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사회공공성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대기업의 이윤이 사회 공공성을 위해 쓰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주택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올해 1,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월평균 307kWh(이 전력량이 전체 가구의 평균값이다)를 사용하는 가구의 전기요금은 1분기 1,525원, 2분기 2,120원 올라 현재 약 3,655원 증가한 상황이다. 누군가에게는 매우 큰 돈일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커피 1잔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감내할 수 있으며 깨끗한 에너지(Affordable and Clean Energy)’란 개념이 유엔의 지속가능한 목표 등을 통해 제기된 지도 한참 지났다. 무조건 싼 에너지를 찾다 보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 저감장치 없는 석탄발전이나 안전설비를 뺀 핵발전이 더 경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환경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고, 이를 적절한 선에서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나라에서 이는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다. 민영화된 전력시장에서 설비 투자는 항상 늦춰져 재난에 취약해지고, 거대 자본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요금을 급격히 올리고 반면 에너지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늦게 내린다. 이는 주로 전력시장에 대한 규제 정책이 취약한 제3세계나 거대 자본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선진국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공기업 한전이 전력을 독점 공급하는 나라이다. 발전 부문은 한전 독점이 깨져서 전체 전력 생산의 1/4 정도를 민간기업이 생산하고 있지만, 판매시장은 아직도 한전이 독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급격한 전력가격인상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장치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공기업은 어느 정도의 적자 혹은 흑자를 봐야 할 것인지 우리는 심각하게 논의하지 않았다. 전기요금이 올라갈 때마다 나오는 한전 임직원의 임금 삭감이나 한전 자산 매각 요구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전기요금 동결의 특혜를 대기업이 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을 공기업이 치루는 이와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대만의 전기요금 인상 사례는 살펴볼 만하다. 우리와 같이 공기업인 대만전력이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대만은 지난 7월, 대기업 등 대규모 전력 사업자의 전기요금을 15% 인상했다. 반면 1,000kWh 미만 주거용 전기와 상가용 전기는 인상하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업, 식품, 영화관, 요식업, 체육관 등 업종 또한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았다. 무조건 전기요금이 낮으면 좋다는 것이 아니라, 올라간 연료비와 전기요금을 누가 납부할 것인가라는 문제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논의는 우리 사회 전체는 물론이고 진보진영 내부에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3. 결국, 가진 사람을 위한 정책, 유류세 인하

  이와 같은 것은 유류세 인하를 둘러싼 효과 논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2018년 정부는 국제유가가 상승하자 11월부터 유류세를 15% 인하했다. 당시 유류세 인하 효과를 분석한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에 따른 소득 1분위 가구는 연평균 1.5만 원 정도의 세금 부담이 완화되었지만, 소득 10분위 가구는 15.8만 원의 세금 완화 효과가 있었다. 이를 소득 대비 비율로 보아도 1분위 0.08%와 10분위 0.22%의 격차는 크다. 즉 소득이 높을수록 유류세 인하의 효과를 많이 본다는 뜻이다.
  유류세 인하에 사용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수송용 유류 – 휘발유와 경유에 해당하는 세금이다. 즉 자동차가 없는 사람은 원천적으로 유류세 인하의 효과를 볼 수 없다. 또 더 큰 차량을 갖고 있는 이들의 경우에는 유류를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당연히 혜택을 많이 볼 수밖에 없다. 

[표 1]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세금 부담완화 수준(2018년 기준) (국회예산정책처 2019)



  저소득층에서 많이 사용하는 보일러 등유나 농어업용 유류는 면세 대상이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또 수송용 유류의 경우에는 화물차 유가보조금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 제도는 2001년 만들어진 것으로 유류세 인상분과의 차액만큼을 지원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유류세가 인하되더라도 유가보조금이 줄어들어 전체적인 금액에 변화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유류세 인하는 자동차를 타는 이들을 위해 특화된 세제 혜택이며, 그 혜택을 고소득자들이 많이 보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고유가 시대가 올 때마다 보수정치권은 ‘서민경제’ 운운하며 유류세 인하 경쟁을 벌였다. 국제유가가 계속 상승하여 법률로 정한 탄력세율 범위 37%까지 유류세를 인하하자, 보수 양당은 그 범위를 50%로 늘리는 법안을 지난 8월 통과시키기도 했다. 같은 시기 독일에서는 6월에서 8월까지 3개월 동안 매달 9유로(약 1만2천 원)만 내면 지하철, 버스, 트램과 2등석 철도 등 모든 대중교통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했다. 일명 ‘9유로 티켓’ 정책이다. 고유가 시대에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고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정책으로 시행된 것이다.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대중교통 요금이 비싸다. 베를린의 월간 이용권이 63유로(약 8만4천 원)임을 고려할 때 9유로 티켓은 획기적인 제도이다. 이 제도 시행으로 9월 한 달간 2,100만 장의 티켓이 팔리고, 철도 이용객 수가 10~15%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6개 도시 중 23개 도시에서 차량 정체 수준이 낮아졌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독일 정부가 9유로 정책으로 대중교통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이 약 25억 유로(약 3조 4천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앞서 유류세 인하 조치로 전년도 대비 올해 상반기 줄어든 교통·에너지·환경세수가 약 2.9조 원이다. 작년 11월부터 유류세 감세가 시작되어 올해 연말까지 인하 예정이고, 교통·에너지·환경세에 비례해서 부과되는 다른 세수도 있어서 우리나라의 유류세 감세 총액은 유럽의 9유로 티켓 비용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차별적인 감세로 인해 결국 고소득자에게 이익을 주는 정책이 아니라,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해 교통정책을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기후위기와 고유가 상황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4. 법인세 인하 계획과 횡재세 적용 문제

  고유가 상태가 지속되고 이에 따라 정유사와 전력사 등 에너지 기업의 초과이윤을 에너지빈곤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영국은 올해 6월부터 2025년까지 에너지 기업의 초과이윤세를 기존 40%에서 65%로 늘렸다. 이를 통해 연간 약 50억 파운드(약 8조 원)의 재원이 마련될 것으로 영국 정부는 예측하고 있다. 스페인은 금리 인상과 고물가로 큰 수익을 거둔 은행과 전력 기업에 2년간 횡재세를 걷기로 했다. 이에 따라 매년 약 20억 유로(약 2조 7천억 원)의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외에도 미국, 아르헨티나 등이 에너지 기업의 초과이윤을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횡재세를 직접 언급하며, “모든 나라가 석유회사의 초과 이익에 세금을 매겨 그 재원으로 가장 취약한 사람을 돕는 데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과도한 기업의 이윤에 대한 규제는 이제 보편적인 정책이 되고 있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강조는 필자)
제18조(석유의 수입ㆍ판매 부과금) ①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석유 수급과 석유가격의 안정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자로부터 부과금을 징수할 수 있다. 다만, 제17조에 따른 석유비축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석유를 수입하는 등 부과금을 징수하지 아니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부과금을 부과하지 아니한다.

1. 석유를 수입하거나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석유정제업자ㆍ석유수출입업자 또는 석유판매업자
2. 국제 석유가격의 현저한 등락으로 인하여 지나치게 많은 이윤을 얻게 되는 석유정제업자 또는 석유수출입업자
 


  우리나라의 경우, 석유사업법에 국제 석유가격의 현저한 등락으로 인해 지나치게 많은 이윤을 거둔 석유 정제업자나 석유수출입업자에게 부과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률이 만들어진 이후로 제대로 사용되지 못한 이 조항은 우리나라의 ‘횡재세’ 조항이다. 물론 석유기업 이외의 에너지 기업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나 제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해 생긴 초과이윤을 환수할 제도는 이미 있다. 문제는 이를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의지 문제이다.
  석유 사업자들은 코로나19 당시 적자를 입었다는 사실을 들면서 최근 흑자는 일시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석유 업계의 가격 담합이나 국제유가 인하를 뒤늦게 반영하는 등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모든 석유를 수입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어느 정도 수익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 속에서 초과이윤을 환수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것은 윤석열 정부가 대기업의 법인세율을 인하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7월, 기재부는 2022년 세법 개정안을 통해 과세표준 3천억 원 이상 대기업의 법인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는 안을 제출했다. 에너지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의 법인세를 낮추는 것은 결국 많은 양의 초과이윤을 유지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수 양당은 모두 대기업에 혜택을 주는 각종 정책에 너무나 관대하다. 국제경쟁력 강화와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수식어는 여기에 항상 따라온다. 코로나19로 점차 심화하고 있는 불평등을 해소할 방안을 어떻게 찾을지를 고민하는 가운데 대기업의 초과이윤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는 대기업의 법인세율 인하에 맞서 싸우는 일과 에너지·전력 기업에 대한 제도 시행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5. 사회적 약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에너지 가격정책 필요
 
  기후위기 대응,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뒤엉켜 진행되고 있는 2020년대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혼란의 시대, 가장 낮은 곳의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당한다는 것이다. 조만간 겨울이 다가온다.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동결로 가스 가격 폭등이 이어지고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겨울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추운 겨울, 올라간 에너지 가격으로 인한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 
  이럴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사회적 약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에너지 가격정책이다.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난방비 지급,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 다양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이루지 않는다면, 올겨울은 더욱 가혹한 겨울이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연료비 쿠폰(바우처)을 더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웃풍이 심해서 난방이 소용없는 집, 당장 먹을거리와 생활비가 없는데 쿠폰만 있는 상태, 사회적 안전망에서 소외되어 자포자기에 빠진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대응이 아니라 종합적인 접근법이다.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가격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화석연료는 특정 국가에 편중되어 있을뿐더러 최근 러시아 사태에서 보이듯 이를 무기화하려는 경향이 강한 에너지원이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나라마다 편중된 정도가 크지 않다.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늘어난 화석연료 가격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전력 가격은 오히려 계속 내려가고 있다는 것은 재생에너지가 얼마나 안정적인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기후위기 시대, 기후위기가 단순히 환경문제에 국한되지 않는 것처럼 우리가 거대한 녹색 전환을 이뤄야 할 이유 역시 단순히 지구온난화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후위기와 불평등 문제는 하나의 문제로 얽혀져 있고, 이를 해결해 가는 과정은 결국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참고문헌]

국회예산정책처, 『에너지세제 현황과 쟁점별 효과분석』, 2019
한국석유공사, http://petronet.co.kr 
한국전력공사(2022), 『한국전력통계(2021년)』
UNCTAD(2022), 『Global impact of war in Ukraine: Energy cri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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