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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디지털 플랫폼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대안 모델의 모색
공공플랫폼과 플랫폼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 입력 2023.06.16 16:24 조회 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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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파리 10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을 거쳐 현재 경기연구원에 재직하고 있으며 플랫폼 경제를 비롯한 경제 및 산업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1. 문제 제기
급속한 기술발전에 기반한 디지털 플랫폼(이하 플랫폼)은 사회 전체의 혁신과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플랫폼은 생산적 관점에서는 생산도구를 소유하거나 직접적인 생산활동이 없이 경제주체를 연결하며, 기술적 관점에서는 경제주체 간 상호 연결을 매개하는 하나의 시스템이고, 생태계 관점에서는 생태계의 주체들인 구매자와 판매자 등이 만나는 기반이다(김은경 외, 2020a). 플랫폼은 특정 서비스의 제공자들과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이용하기 위한 사이버 공간이다.
플랫폼에 기반한 플랫폼 경제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지만, 자본주의적 시장 중심의 플랫폼 경제는 플랫폼 독점자본을 강화하고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확대하며 중산층의 붕괴를 초래하면서 사회적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부정적 효과를 초래하고 있다(김은경 외, 2022).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s)를 통해 경쟁력이 강한 지배적인 플랫폼 기업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주: 네트워크 효과란 한 사람의 수요 행위가 다른 사람의 수요 행위에 영향을 주는 효과이다. 시장지배력이 큰 플랫폼일수록 유용성이 더 높아 더 많은 이용자의 참여를 유도하여 독점력을 더욱 강화한다. 구글로 상징되는 글로벌 플랫폼 대기업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플랫폼은 데이터의 집합체로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데이터의 추출 및 분석이다.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이용자들이 창출하는 수많은 데이터를 축적하여 보유하고 분석하여 전통적 기업들의 사업 영역 및 범위, 물리적 지역 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거대 플랫폼 기업이 자신들이 수집한 대량의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을 합병하면 플랫폼 경제의 혁신성은 사라질 수 있다. 데이터의 독점적 이용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개인정보를 침해하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소비자 편익을 줄일 수 있다. 플랫폼이 자연독점이라면 하나의 대안으로 공공사업처럼 규제를 하는 것도 대안이다(Hanna and Lawrence, 2020). 하지만 현실적으로 독점적인 플랫폼 대기업에 대한 규제만으로 플랫폼 경제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수는 없다. 더욱이 플랫폼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고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
시장 기반의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플랫폼 기업의 문제를 극복하면서 기술발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사회경제 모델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플랫폼의 기술혁신을 활용하여 공공행정을 개혁하고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며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도 있다. 단순한 데이터 관리 정책을 넘는 새로운 대안 모델의 모색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은 자본주의적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대한 대안 모델로서 공공플랫폼(public sector platform 또는 public platform)과 플랫폼 협동조합(platform cooperatives)을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 대안 모델 1 - 공공플랫폼 (주: 본 절의 논의는 김은경, 2021, “대안 플랫폼의 하나로서 공공플랫폼의 가능성과 사례”(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 정의정책연구소)에 기초하였다.)
1) 공공플랫폼의 정의
공공플랫폼은 공공이 일반 시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익 목적의 플랫폼으로 정의될 수 있다. 공공이 플랫폼을 활용하여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개방형 공공데이터 플랫폼을 통한 데이터 제공 및 플랫폼 개발 서비스 제공과 플랫폼 기반 공공서비스 제공 등이 있다.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공기관이 생산하거나 관리하는 개방형 공공데이터를 영리든 비영리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공공이 제공하는 조세, 정보, 사회복지 등 각종 서비스도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공플랫폼의 우선순위는 어떤 서비스를 목표로 하든 시민들의 효용 극대화가 될 것이다.
Lawrence and Laybourn-Langton(2018)은 디지털 기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면 데이터와 디지털 인프라를 집단적 재화로 관리할 것을 제안한다. 다차원적인 디지털 커먼웰스(digital common wealth)는 플랫폼 독점자본이 아니라 사회적 번영을 위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공공은 디지털 기반시설을 만들고 데이터를 개방하여 데이터의 분석 권한을 민주화하면서, 플랫폼의 소유 구조와 거버넌스를 바꾸면 형평성이 있고 혁신적이며 민주적인 성과를 촉진하는 비즈니스들을 지원할 수 있다. 공공정책은 데이터를 공공재로 이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의 생산과 유통을 관리하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공플랫폼은 기술혁신의 산물인 플랫폼을 공익을 위해 활용하여 시민의 이익과 효용을 증대할 수 있다. 민간 플랫폼과의 경쟁이 아니라 민간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공공플랫폼이 구축되고 운영된다면 이는 사회 전반의 효용을 높이면서 기술혁신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2) 공공플랫폼의 의의
공공플랫폼은 무엇보다도 플랫폼 참여자들을 단순한 소비자에서 적극적인 시민으로 전환하여 사회적 변화와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공공플랫폼은 소비자들에게 현재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문제들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시민들 간의 교환을 촉진하여 집단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제공하며 금전적 동기 없이 소비자가 시민으로서 자발적으로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공공플랫폼은 민주주의적 해결책을 위한 공간이 된다. Hautamäki and Oksanen(2018)에 따르면 혁신, 협업 및 생태계 구축을 위한 공통 인프라의 제공은 수많은 공공부문 개발 프로젝트 및 프로세스에서 권고되고 있다. 또한, 공공플랫폼은 공공서비스의 제공을 디지털화하여 더 투명하고 고품질의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된다. 사실 공공부문은 서비스 제공의 목적이 다를 뿐 세계에서 가장 큰 서비스 제공업체이다. 플랫폼은 더 나은 디지털 서비스를 향한 전환을 위한 수단으로, 공공서비스의 가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공공플랫폼은 투명하고 개방적인 운영을 통해 거래비용과 자원을 절약하고, 시민과 다른 이해관계자 간의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을 직접 통제하거나 규제할 수 있어 서비스의 공정성과 평등도 강화한다.
공공플랫폼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 제공자 및 고객의 행동과 관련되어 일관된 규칙 기반 행정을 만들 수 있다(Hofmann et al., 2019). 투명한 플랫폼에 기반한 행정체계는 관료들의 자의적 행동을 통제하고 규칙을 존중하게 만들며, 플랫폼이 생산한 빅데이터는 부적절한 행정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수 있는 인프라가 될 것이다. 공공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공공서비스의 문제도 상대적으로 쉽게 드러나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고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시민들의 효용을 높일 수 있다. 공공플랫폼은 영리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 보안, 기밀성을 더 잘 유지할 수 있고, 공공플랫폼의 디지털 기록을 개방형 데이터로 공개하면 공공의 책임성도 높일 수 있다.
3) 추진 전략
공공플랫폼은 공공 소유의 서비스플랫폼으로 정부가 제공하는 모든 디지털 서비스를 위한 단일 플랫폼으로 구축될 수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 전반에 걸친 데이터의 표준화 및 상호 운용성, 그리고 더 많은 디지털 서비스를 유지하고 제공할 책임이 있다. 주요 공공기관 간의 데이터 기반구조를 조정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공공플랫폼들을 연계하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공공플랫폼에서 수집된 공공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의 수준에 맞추어 개방성과 접근성을 보장하여 공공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
공공플랫폼은 디지털 커먼즈의 관점에서 국가 및 지역 차원의 데이터 수집, 개방형 데이터 정책, 데이터 신뢰 구축, 국가 차원의 데이터 주권 등의 데이터 정책을 일관성 있게 민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중앙정부는 중앙집중적 서비스가 필요한 부문에서 디지털 공공플랫폼을 구축하고 지방정부는 분권화된 서비스와 관련된 공공서비스 플랫폼을 지역적 특성에 맞게 추진해야 한다. 특히 중앙정부는 중앙정부의 공공플랫폼과 지방정부의 공공플랫폼을 연결하여 국가 내에서 디지털 공공서비스의 형평성을 보장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의사결정 앱부터 혁신 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지역 기반의 디지털 커먼웰스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공플랫폼의 성패는 사실 데이터에 달려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공공데이터 은행 및 개방형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통한 데이터 환경을 혁신해야 한다. 이러한 프로세스에서 첫 번째 단계는 디지털 시민 계정을 만들고 유지 관리하는 것이다. 이 계정을 통해 각 시민은 조세, 의료, 자산 등 주요 개인 데이터를 관리하면서 데이터에 대한 비공개적이고 안전한 통제를 보장받으며 특정 전문기관이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보안 및 익명화된 모든 개인 데이터의 집계는 데이터 저장소에 대한 개방형 접근을 통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공공 소스로 제공될 수 있다. 특히 공공은 플랫폼 대기업들이 거의 독점적으로 수집하는 이용자 데이터와 개인 데이터(의료 기록, 고용 기록, 생년월일 등) 및 기업 내에서 생성된 산업 데이터(재무 정보, 산업 생산)와 기타 인프라 데이터 등을 통합하여 관리해야 한다. 이는 인구 및 공공부문 데이터 등과 함께 무작위로 생성되면서 개인이 직접 자각하지 못하는 데이터들까지 포함해야 한다. 기업은 엄격한 조건하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데이터를 이용해야 하며, 데이터 이용으로 생성된 수익은 공공 재정에 포함되어 공공플랫폼의 유지와 업데이트를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정보를 취합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공권력은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정부, 시민사회, 기업 등이 참여하는 다양한 거버넌스를 통해 권력의 재분배 및 분권화를 추진하여 공공플랫폼에 기반한 정부의 권력 남용 및 국민감시 시스템에 대한 민주주의적 견제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공공플랫폼이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면서도 민주주의의 확대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공공플랫폼의 관리를 위한 시민 참여 기반 거버넌스가 구축되어야 한다. 시민, 시민단체, 기업, 공공 및 전문가 등이 참여하여 공공플랫폼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과 감시 기능을 가지는 거버넌스를 만들고 이의 기능과 역할을 법적으로 규정하며 회의 내용 및 의사결정이 시민들에게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공공플랫폼에서 회의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일반 시민이 실시간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등 일종의 ‘민주광장’으로서의 거버넌스를 만들고 운영해야 한다.
시민들은 디지털 공공플랫폼에서 각종 민원 사무 및 서비스를 제공받고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공공플랫폼은 기업에게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민간기업은 공공데이터 활용을 통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공공플랫폼은 행정적, 정치적 효과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매개로 경제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하여 사회경제적인 선순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공공플랫폼은 다양한 부문에서 추진될 수 있다. 민주주의의 확대 및 정부 투명성을 위한 공공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고 플랫폼 경제 지원을 위해 서비스별 또는 지역별로 구축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공공플랫폼 지원을 위한 액셀러레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플랫폼 개발 킷(Kit)을 제공하여 기존의 공공 홈페이지를 공공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것을 지원할 수 있다. 또한, 플랫폼 형태의 사회적 경제 기업이나 협동조합의 활성화를 위해 공공플랫폼을 구축할 수도 있다.
어떤 분야에서 공공플랫폼을 구축할지는 시민들의 수요와 효용을 고려하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플랫폼이 민주주의적 원칙을 내재하는 것이며, 공공플랫폼이 공공권력의 행정 집행과 권한 강화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와 의견을 반영하고 실현하는 민주주의적인 사이버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공플랫폼은 단순히 기술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수단이다. 광범위한 대중적 참여가 없으면 공공플랫폼은 실패한다. 공공플랫폼에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혁신적인 창업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공공플랫폼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디지털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시민 모두의 디지털 기술(skill)을 높일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
3. 대안 모델 2 - 플랫폼 협동조합
1) 플랫폼 협동조합의 정의
플랫폼 협동조합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제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디자인된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에 의존하는 사람들과 참여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집합적으로 소유되고 관리되는 플랫폼이다(Sutton, 2016). 플랫폼 협동조합은 노동, 시간, 숙련, 자산 등의 기여를 통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포함한다. 공유경제로 불리는 플랫폼 기업은 자본주의적 원리를 추구하는 반면 플랫폼 협동조합은 서비스의 이용자 및 플랫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소유권과 경영권을 부여한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단순히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참여를 위한 플랫폼이 아니며, 디지털 채널을 사용하고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동조합을 넘어서는 개념이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기술을 이용하는 노동자에게 권력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기술만으로 규정되지 않고 소비자 차원을 동시에 고려한다(Borkin, 2019).
플랫폼 기업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평가와 함께 플랫폼 협동조합은 소수의 이윤만을 보장하여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탄생하였다(김은경, 2020b). 플랫폼 협동조합 운동이라는 표현은 2015년 11월 뉴욕에서 트레버 숄츠(Trebor Scholz) 교수와 네이튼 슈나이더(Nathan Schneider) 교수가 제안하여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Como, et al, 2016). 플랫폼 협동조합은 디지털 경제 시대의 사회운동으로 온라인 플랫폼의 구성 주체들인 개발자, 서비스 공급 및 이용 주체 등이 다양한 형태의 결합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의 공동 소유 및 이용, 공정한 수익 배분 등을 실행한다(Scholz and Schneider, 2016). 플랫폼 협동조합 운동은 플랫폼 경제에 더 공정한 조건을 도입하는 것이며 특히 노동기준, 투명성, 디지털 커먼즈(commons)의 조성 등을 강조하면서 디지털 자산의 공유화 운동도 포함한다. 플랫폼 협동조합 운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디지털 자산의 공유화를 주장해온 오픈 소스 운동, 오픈 라이선스 운동도 광의의 플랫폼 협동조합 운동으로 간주한다(Kaplan, 2017).
대부분의 성공적인 플랫폼 협동조합 모델은 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협동조합의 원칙과 가치에 기반한 운영 원리를 유지한다. 수평적 의사결정 및 탈집중화된 조직 구조로 오픈 소스 기반 네트워크 플랫폼을 활용해 의사결정 구조는 ‘보스 없는’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협동조합으로 운영된다. 민주적 참여 및 이윤의 평등주의적 분배를 위해 플랫폼 내부의 의사소통과 결정 과정은 민주적이며 특정 조합원의 배타적 이익 독점을 막기 위한 분배 방식을 구조화한다. 오픈 소스 기반 디지털 플랫폼 운영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개방형 오픈 소스 코드로 개발되고 깃허브 등 공용으로 공개한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개방형 협동조합 네트워크로 지역활동가 그룹, 관련 협동조합들, 지역 재단 및 투자 기관, 지자체 등이 플랫폼 협동조합의 설립을 지원하고 협업을 제공하며 중간매개의 역할을 한다.
2) 플랫폼 협동조합의 의의
플랫폼 협동조합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유형의 협동조합 모델로 협동조합과 마찬가지로 회원들의 민주적이고 경제적인 참여를 보장한다(김은경, 2020b). 플랫폼 협동조합에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은 자신의 필요, 능력과 기대를 보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설계하고 구축한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노동자 소유주에게 생활임금 또는 적절한 수익, 혜택, 플랫폼 설계에 대한 통제, 민주적 관리 등을 제공하며, 구성원들은 플랫폼 협동조합의 운영에 대해 민주적인 통제 권한을 행사한다. 디지털 경제의 상호 연결적 속성으로 인해 플랫폼 협동조합은 회원들과 다양한 조합들 사이의 협력을 촉진한다. 플랫폼 협동조합의 옹호자들은 플랫폼을 디지털 도구를 넘어 거버넌스 참여 및 개선을 위한 하나의 민주주의적 수단으로 간주한다. 플랫폼 협동조합에서 디지털 플랫폼은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면서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권력을 부여한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플랫폼’ 적 특성으로 인해 협동조합과 다른 특성을 실현하면서 디지털 경제의 공정성 강화에 기여한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거래 및 보유 비용 절감, 회원에 대한 초과 수입 이전, 소유·투명성·통제 등을 통한 노동 보호, 데이터 보호 및 데이터 민주주의에 기여한다(김은경, 2020b). 플랫폼 협동조합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촉진하고 이윤 중심의 단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경제모델이고 지역 기반 플랫폼 협동조합은 지역의 공동체 의식을 강화할 수 있다.
플랫폼 경제의 확대로 인해 플랫폼 노동의 양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플랫폼 협동조합은 플랫폼에 익숙한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이 조직하기에 적합하며 이들의 사회안전망 역할도 할 수 있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단기적으로는 플랫폼 노동의 법적, 제도적 해결책 마련과 노동조건의 개선에 기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공정한 노동문화를 만들기 위한 대안 모델의 하나이다.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이 소유하는 플랫폼 협동조합은 취약한 근로조건의 노동자들이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직업적 이익을 실현하는 하나의 대안이다(김은경, 2020b). 노동자들이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플랫폼 협동조합은 노동자 소유에 기초한 협동조합 모델을 기본 축으로 하면서 동시에 플랫폼 기술에 기반한 조합을 운영할 수 있다. 노동자 소유에 기반한 플랫폼 협동조합은 광범위한 회원의 참여가 가능하며, 플랫폼을 이용하여 자신의 일거리를 조직하는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은 기술적 특성에 이미 익숙하므로 스스로 운영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은 플랫폼 협동조합을 통해 공정하고 적정한 근로조건을 만들 수 있고 자본의 이해관계가 없어지면서 이용자들에게 더 낮은 가격에 더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플랫폼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민주적 거버넌스를 통해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은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실현한다. 플랫폼 협동조합에서 노동자는 온라인 플랫폼의 기술적 특성, 프로세스, 알고리즘, 데이터와 일자리 구조 등을 파악하여 공정하고 투명한 플랫폼 관리가 가능하다. 플랫폼 종사자들의 노동자 권리 인정 등 노동기본권 보장을 추구하면서 노동자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플랫폼 협동조합을 구성하는 것은 자본주의적 노사관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모델로 발전할 수도 있다.
3) 추진 전략
플랫폼 협동조합은 플랫폼 경제 시대의 혁신적인 사회경제 모델로 공정한 경제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는 주요한 대안적 모델이다. 지방분권 및 지역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협동조합 자체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므로 플랫폼 협동조합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민주주의의 확립에 기여한다. 특히 플랫폼 협동조합은 지역주민들이 플랫폼 경제의 발전을 수용하면서도 독과점적인 플랫폼 기업의 지역 약탈적 경제활동에 대응하는 대안의 하나이다.
플랫폼 경제 시대의 새로운 사회경제적 모델이자 진정한 협동조합으로 플랫폼 협동조합이 활성화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협동조합 생태계가 필요하다. 플랫폼 협동조합의 형식적 설립을 통한 양적인 확대가 아니라, 진정한 협동조합으로서 플랫폼 협동조합이 협동조합적 원리에 따라 설립되고 운영되어 성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플랫폼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하기 위해 기존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노동자, 소비자, 생산자, 기술자,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플랫폼 전문가와 기술자, 적정 규모의 자본, 대안적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 있는 협동조합 운동가 등이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며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가정신과 공적 의식을 모두 가진 협동조합 활동가와 사회적 금융 생태계가 플랫폼 협동조합의 인큐베이터 및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플랫폼 협동조합은 수요별 특성에 기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 플랫폼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에 대한 공정한 고용기회 제공 및 1인 활동 관련 지원 서비스 제공을 주요 목적으로 할 수 있다. 저숙련 노동자 플랫폼 협동조합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 보호와 사회안전망 배제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 저숙련 플랫폼 노동자 지원 사회적 협동조합은 공제사업을 통한 대안적 사회안전망 제공, 대규모 영리 플랫폼 사업자 감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지역 플랫폼 협동조합은 공동체적 성격이 상대적으로 강하면서 지역발전이 지체된 지역을 위한 새로운 공동체 모델로 지역공동체를 강화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
특히 기존 협동조합이 플랫폼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이라는 산업적 관점에서 플랫폼 개발 및 운영 지원도 필요하다. 디지털 플랫폼은 협동조합이 단독으로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플랫폼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전문적 지원이 필요하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전문인력에 의하여 디지털 플랫폼이 우선 만들어진 이후에 플랫폼을 활용한 협동조합이 설립되는 절차로 진행할 수 있다. 별도의 플랫폼 협동조합 지원센터를 설립하거나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플랫폼 협동조합의 설립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의 개발 지원사업 추진도 가능하다. 특히 플랫폼 개발 지원사업은 단순히 개별 협동조합에 대한 재정지원으로 추진되기보다 오픈 소스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누구나가 접근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추진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의 인식 확대를 통한 플랫폼 협동조합의 설립 활성화를 위해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플랫폼 협동조합의 필요성 및 의의, 설립 및 운영과 관리 등에 대한 총체적인 관점의 교육이 필수적이다. 청년들의 플랫폼 협동조합 창업지원도 필요하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창의적 아이디어와 ICT 기반 기술 능력이 있어야 하므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스타트업 정책에 부합한다. 청년 혁신 기술창업 분야에 플랫폼 협동조합 분야를 포함하여 청년 창업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혁신적인 사회경제 모델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을 높여야 한다. 지역 자원을 활용한 청년들의 플랫폼 협동조합 설립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플랫폼 협동조합 설립 작업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여 플랫폼 협동조합을 비롯한 혁신적인 사회경제 모델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 플랫폼 협동조합의 설립을 활성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4. 결론
플랫폼 경제가 발전할수록 공공플랫폼이나 플랫폼 협동조합뿐만 아니라 플랫폼 기반의 경제모델이 확산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소수의 대규모 플랫폼과 빅테크 기업은 디지털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 걸쳐 독점력을 구축하고 있다. 반독점 정책은 강력한 도구이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고 일반적으로 공공 당국은 더 큰 경쟁을 촉진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실 플랫폼은 사회경제적으로 유용한 역할을 하고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플랫폼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민주적으로 관리되는 공공플랫폼이 필요하다. 민주주의적이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자조와 독립성의 정신을 가지는 플랫폼 협동조합의 구축도 고려해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 공공플랫폼을 구축하고 플랫폼 협동조합을 활성화할 수 있는지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지방분권의 시대에 지역 기반 디지털 경제의 발전을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디지털 기술의 발전 및 영향과 함께 디지털 경제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면서 플랫폼 기반 사회경제 모델에 대한 지원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참고문헌]
- 김은경 외, 2022, 『공정한 플랫폼 경제생태계를 위한 규제 방안 연구』, 경기연구원.
- 김은경, 2021, “대안 플랫폼의 하나로서 공공플랫폼의 가능성과 사례”,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 정의정책연구소.
- 김은경 외, 2020a, 『함께하는 4차 산업혁명 정책 연구』, 경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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