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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경제] 플랫폼독점에 전면전 선포한 미국의 교훈

플랫폼기업 독점규제가 이제 대세다
  • 입력 2021.06.23 09:00      조회 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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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화재, 의문시 되는 플랫폼기업의 혁신

이천 쿠팡 물류센터 대형화재 사건 이후 감춰진 플랫폼기업 쿠팡의 감춰진 이면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의 화재경보기는 이미 이전부터 오작동하는 사례가 많았고, 그동안 화재 대피 훈련도 극히 일부 노동자들만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물류센터 안으로 직원들의 휴대폰 반입조차 금지되어 있어서 화재를 목격하고도 직접 119에 신고할 수가 없었단다. 심지어 보안 요원에게 황급히 뛰어가 화재가 났다고 신고했지만 이조차도 묵살되어 초기 대응에 실패했고, 그 결과 참사를 키웠다는 것이다.

올해 2월 뉴욕증시에 상장까지 하면서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이미지를 한껏 과시했던 쿠팡이, 혁신은 고사하고 수백년 동안 기업들이 시행착오를 거쳐 확립했던 기본적인 안전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 결과 경기 광주소방서 고 김동식 구조대장이 순직하기까지 했는데 쿠팡 기업은 아직 이렇다 할 적극적 책임이나 수습책이 없는 상태다. 분노한 시민들은 쿠팡 불매운동에 나서기 시작했고 쿠팡 물류센터의 추가적인 문제점들도 추가로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민 등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기업들의 잘못된 경영행태나 법규위반 사례가 간혹 사회적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는 주로 플랫폼 노동의 불안정하고 열악한 현실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막상 플랫폼 기업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는 매우 적었다. 플랫폼 기업의 등장은 미래의 혁신을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에 산업과 사회에 이로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잘못 규제의 잣대를 들이댈 경우 혁신을 망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플랫폼기업들이 언제나 혁신적인 것도 언제나 규제의 예외지대에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제 플랫폼 노동의 불안정한 현실을 넘어 이를 만들고 재생산해온 플랫폼 기업들 자체에 대해서도 제대로 문제점을 따져야 할 시점이다.

‘플랫폼독점 종식법(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이 제안되다.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에서는 플랫폼 노동을 넘어 플랫폼기업의 과도한 팽창과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 남용, 독점에 대한 본격적인 공적 견제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지난 6월 11일, 미국 하원에서는 민주 공화 양당이 독점규제 관련 5개 법안을 한꺼번에 공동 발의하는 이례적인 풍경이 연출되었다. 이 중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던 것은 ‘플랫폼독점 종식법’이었다.

도대체 플랫폼 독점 종식법은 어떤 법인가? 한마디로 말해서 순매출 6천억 이상, 월별 사용자 5천만명 이상 등의 규모를 가진 거대 플랫폼기업들의 불공정 행위 가능성을 사전적으로 규제하는 법이다. 마켓플레이스와 가격비교 사이트처럼 여러 기업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거대플랫폼 기업의 경우, 그 플랫폼을 소유하면서 동시에 해당 플랫폼에 올라가는 개별적인 제품을 제공하는 기업을 같이 소유하게 되면 이른바 ‘이해관계의 충돌’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보자. 네이버는, 다양한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상품 정보를 검색·비교할 수 있는 온라인비교쇼핑 플랫폼 ‘네이버쇼핑’을 가지고 있다. 네이버쇼핑에서 특정 상품을 검색하면 11번가, G마켓, 옥션, 인터파크 등 다양한 온라인 오픈마켓이 제공하는 제품가격이 검색되고 비교된다. 소비자가 그 가운데서 알맞은 것을 선택하면 해당 사이트에 가서 필요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네이버가 이렇게 비교쇼핑 플랫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라고 하는 오픈마켓과 심지어 ‘네이버 페이’라고 하는 결제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이해충돌관계, 또는 ‘이중적 지위(플랫폼 사업자이자 동시에 해당 플랫폼을 이용해서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자의 지위)’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 경우에 자연스럽게 자신이 소유한 플랫폼을 활용해서 또한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에 특혜를 주려는 유인이 생기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가 자사에 유리하게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변경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자사우대(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우대)’를 하는 등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했다고 판단하고 네이버에게 26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네이버는 자신의 동영상검색 플랫폼에서도 똑같이 판도라TV, 아프리카TV 등 경쟁사의 동영상보다 자신이 별도로 소유한 네이버TV에게 유리하게 조작하여 검색 상위에 노출시키도록 했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게 적발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이해관계 충돌상태에 놓이는 것은 용인한 채, 구체적인 불공정행위에 대해 사후적으로 과징금 부과를 하는 정도에 끝났지만, 미국의 플랫폼독점종식법안은 아예 이런 이해관계충돌에 놓이는 상황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해충돌이 생기게 되면 충돌되는 사업부분을 분리해내는 기업분할이나 계열분리를 명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될 수 있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이 초긴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플랫폼 기업 독점규제가 이제 대세다.

미국이 반독점 의지를 보인 것은 이것뿐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아마존 반독점의 역설’로 명성이 높고 플랫폼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 전문가로 잘 알려진 리나 칸(Lina Khan) 교수를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으로 지명했다. 지명 자체가 워낙 파격적이서 많은 이들은 의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공화당 의원이 무려 21명이 찬성함으로서 69대 28로 인준이 통과되었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바이든 대통령은 리나 칸을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이 아니라 아예 위원장에 선임함으로써 역사상 최연소 위원장이 되었다. 이로써 혁신적인 플랫폼 기업의 천국이라고 할 미국에서 역대 가장 강력한 반독점 규제 합의가 의회에서 이뤄지고 있고, 행정부는 이를 실행하기 위한 강력한 리더까지 갖게 된 셈이다.

사실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 5월 G7정상회의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주로는 플랫폼 기업들)의 조세회피를 규제할 목적으로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를 도입하자는데 공감대를 이뤘고,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본사의 위치에 상관없이 판매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데도 의견을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주로 기존 플랫폼 기업들이 대상이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 역시 네이버 카카오 등의 거대 플랫폼기업들이 이미 재벌기업 반열에 들어와 있고, 시가총액 역시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다음으로 3, 4위를 다투면서 한국경제의 지배적 힘으로 등장했지만, 막상 제대로 된 플랫폼 독점 규제, 세금회피 규제, 노동권 위반 규제는 없다. 그러다 보니 노동권 침해등을 비롯해서 불공정 행위 등이 빈발하는 것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행정부는 물론 국회에서도 제대로 된 규제 의지는 없다. 한국 역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제와 온라인 시장에서 공정한 질서 확립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 이 글은 '레디앙'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