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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와 조세

[정의로운 경제] 거대양당, 부동산 기득권 옹호 경쟁

기울어진 부동산 계급전쟁, 3.7% 과잉대표와 96.3%의 과소대표
  • 입력 2021.04.21 10:00      조회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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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은 올려주고, 세금은 깎아주고

4.7 보궐선거가 끝나자 거대 양당이 나름대로 민심의 향배를 분석한 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첫 반응이 놀랍게도 ‘부동산 규제완화’다. 여당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선거 패인의 큰 요인 가운데 하나로 보면서, 지난해 종부세 강화 방향으로 법 개정을 한 것이 감표요인이라고 보는 것 같다. 종부세 과세 대상자가 3.7%로 너무 많으니 1% 수준으로 줄이자면서, 그러자면 공시가격 9억원 이상에 부과되던 종부세 최소기준을 12억으로 올리자고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했다.

이뿐이 아니다. 아예 과세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자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지난 19일 국민의힘 소속 5개 광역지방단체장들이 올해 공시가격을 지난해 공시가격으로 동결해야 한다는 주문을 한 것이 가장 최근 사례의 하나다. 정부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평균 19.08% 인상했는데, 이는 사실 작년에 주택가격이 워낙 폭등했던 것을 단순히 반영했을 뿐이고, 그걸 제외하면 실제로 공시가격을 시장가격에 더 접근시킨 것은 겨우 1.2%뿐이다. 그래서 여전히 현재 과세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은 시가의 70.2%에 불과하다.


그림1. 문재인 정부와 이전정부 부동산가격 변동 비교(출처 : 심상정 의원실)
 

한편, 엄청나게 올라간 집값을 끌어내릴 생각은 없이, 최고 거품수준으로 올라간 집값에 맞춰서 대출을 완화해주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서울 아파트 기준으로 지난 4년 동안 무려 62.3%의 폭등을 방치 또는 조장했다. 박근혜 정부의 거의 3배에 달하는 가격상승이다. 이 때문에 집 없는 서민, 특히 2030세대가 주택을 소유한다는 것을 아예 불가능 수준으로 만들어버렸다.

사실 2017년 1월에만 해도 서울의 중간소득 가구가 중간규모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연소득의 10.5배를 더하면 되었다. 물론 이것도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그런데 2020년 12월이 되면 무려 16.8년으로 늘어난다(국민은행 주택통계). 이제 청년들의 경우 가지고 있는 자산만으로는 도저히 집을 사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뻔해지자, 정부여당의 한 당대표 후보가 집값의 90%까지 대출을 해주자는 믿을 수 없이 무책임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후 엄청난 빚 감당을 어찌할 수 있는지, 그리고 부동산 거품이 꺼져서 집값이 10% 이상 추락하면 순식간에 깡통주택이 될 수 있는데 이는 어찌할지에 대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국민의 3.7%에 올인하는 거대 양당

이 대목에서 대부분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간단한 산수를 확인해봐야 한다. 우선 집 가진 사람들의 집값이 오르면, 과세표준도 올라가고, 그에 따라 세금도 오르는 것은 아주 당연하고 특별히 이상할 것도 없다. 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1년 동안 서울 아파트가격은 평균 13% 올랐다. 그러면 당연히 공시지가도 두자리 수가 올라야 하는 것이고, 그만큼 세금 낼 사람들도 오를 것이고, 세금도 많아지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종부세 대상이 되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시가 13억원 이상) 공동주택이 전체의 3.7%로 늘었다고 한다. 그래봐야 ‘종부세 낼 필요가 없는’ 가구가 95%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종부세 자체도 지난해 법 개정으로 상위구간이 다소 올랐다고 하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한 것은 아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시가 약 13억 원에 해당되는 주택을 소유한 사람에게 1년에 4만 원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또한 “종합부동산세를 1년에 100만 원 이상 납부하려면 공시가격 기준 11.5억 원, 시세 기준 16.4억 원의 주택을 소유해야 한다. 게다가 현재 1주택자의 경우 주택의 보유기간과 보유자의 연령에 따라 종합부동산세는 최대 80%까지 감면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그들이 주택가격 폭등으로 인해 얻은 이익에 비해 과연 턱없이 부담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처럼 종부세 대상자 3.7%는 부동산 폭등으로 얻은 막대한 이익에 비해 높다고 할 수 없는 세금을 내야 하는데 비해서, 종부세를 낼 필요가 없는 96.3% 시민들 중 집 없는 서민이나 2030청년들은 치솟은 집값 때문에 내 집 마련은 아예 포기하고 전세와 월세 주거부담에 좌절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96.7%의 시민들은 세 부담이 늘어나서 집권여당에게 반대하는 투표를 한 것이 아니라, 집값을 잡지 못하고 투기를 방치해서 응징의 투표를 한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여당이든 야당이든 선거 후에 한결같이 종부세 낼 필요 없는 96.3%는 외면한 채, 종부세 대상자 3.7%를 위해 세금 깎아주기 경쟁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터무니 없는 현실을 두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19일 대정부 질의를 통해, “종부세 대상은 전국 3.7% 52만 5천명, 서울 16% 41만 3천명이다. 3.7% 국민을 대변하는데는 여야 없이 앞다퉈 나서는데, 청년 무주택자 대변하는 목소리는 없다”고 개탄하고 있다.

부동산 계급전쟁에서 ‘종부세 낼 필요없는’ 시민의 편에는 누가 서는가?

자산가치가 올랐으면 적어도 그에 비례해서 세금이라도 내는 것이 최소한의 정치공동체 성원들이 해야 할 의무이다. 민주주의가 작동한다는 것은 적어도 3.7%만이 아니라 96.3%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고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현재 집권여당과 제1야당은 한목소리로 집값 오른 혜택을 누리면서도 비례적으로 세금은 못내겠다고 우기는 일부 부동산 기득권층의 불만에 호응해 나서고 있는 중이다. 이런걸 ‘기득권 동맹’이라는 말 외에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그 사이 ‘종부세 낼 필요가 없는’ 96.3% 시민들, 그 안의 무주택 세입자들, 2030 청년들, 비수도권 시민들은 어이없는 탄식과 분노를 쌓아가고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정치라면 왜 부동산 가격이 이렇게 터무니없이 올랐는지를 냉철하게 짚고, 어떻게 부동산 가격을 소득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떨어뜨릴지를 고민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익 이상의 훨씬 더 무거운 세금을 매김으로써,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을 반길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종부세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야 옳다. 그것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 정상화를 주장하는 취지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 현실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계급전쟁은 자산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이해관계 속에서 전형적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일 것이다. 4.7 보궐선거 이후 이 전쟁은 부동산 기득권을 위한 정치, 종부세 대상자 3.7%를 위한 정치에 올인한 거대 양당으로부터 시작된 것 같다. 그렇다면 전쟁의 다른 한 쪽의 당사자들, 종부세 낼 필요가 없는 96.3%를 대변해서 싸워줄 정치는 누가 자임할 것인가? 누가 터무니없이 기울어진 부동산 계급전쟁에서 갖지 못한 이들 곁을 지킬 것인가?

* 이 글은 '레디앙'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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