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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정치

<자본과 이데올로기 노트> 네번째: 불평등 체제의 대분기는 프랑스 혁명기가 아니라, 20세기 초반이다?

  • 입력 2020.06.02 08:46      조회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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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모든 경제사는,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이 일어난 18세기말을 전후로 , 이전의 전근대적인 사회와 이후의 근대적인 사회로 구분하는 걸로 나는 배웠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사회는 대략 1800년대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200여년 동안 ‘자본주의 사회'라는 궤도안에서 움직여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케티는 좀 다른 흐름을 제시하는 것 같다. 일단 불평등체제라는 측면에서 그는 주로 정치체제와 재산권체제 또는 소유권체제(Property Regime)를 중시하는데, 전근대사회(피케티 식으로 보면 삼원사회)의 사제계급과 귀족계급에서 자본주의(피케티 식으로 보면 소유자사회)로 넘어오면서 소유자계급으로 전환이 이뤄지는 과정은 의외로(?) 단절적인 측면도 있지만 대단히 연속적인 측면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피케티 주장이다.

(1)
즉, 전근대 사회에서 상위 5~10%정도를 차지하는 사제와 귀족계급이 사회적 부의 약 절반정도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시민혁명과 산업혁명 이후에 '소유의 광범한 재분배'가 일어나기는 커녕 이들 사제와 귀족들 자산들이 거의 동일한 개인들에게 사실상 이동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는 서구 국민국가내부에서뿐 아니란다. 노예해방과정에서 노예주들에게 해방의 댓가로 배상(영국 노예해방 사례)을 해주면서, 식민지국가들의 해방과정(아이티의 사례)에서 부채를 물리면서, '부의 재분배'가 아니라, 다양한 차원에서 철저히 '소유권의 끈질긴 보호'과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을 전후하면서 부의 재분배와 평등화가 일어나기는 커녕, "최종적으로 선택된 길은 1800년과 1914년 사이에 극도로 불평등한 소유자 사회의 전개로 이어졌다"는 것이 피케티만의 독특한 결론이다.

(2)
결국 피케티는 시민혁명과 산업혁명 이후 '자유로운 개인들 - 자본주의 경쟁 - 방임형 국가'라는 19세기를 관통하는 기존 레토릭을 모두 버리고, 개인에 기초한 지독한 소유자사회(Ownership Society)의 구축과 극단적 불평등으로 질주한 시대였다는 자기만의 불평등 역사를 서술한다.

오히려, 불평등과 소유의 역사라는 점에서 피케티에게 가장 인상적인 분기점은, 18세기말 프랑스 혁명기가 아니라, 20세기초 양차대전(1914~1945) 기간이라는 것이 피케티의 강조점이다.

1910년대부터 '정치적 결정'에 따라 채택된, "해외자산 몰수, 국유화, 임대료와 부동산 가격 통제, 인플레이션에 의한 국채 비중 감소, 민간자산에 대한 특별 과세 또는 무조건 폐지로 이루어진 정치적 결정들의 공통점은 사적 소유의 사회적 장악력을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1914년에서 1950년 사이에, 사회정치적 투쟁과 군사적 사건들의 영향을 받아 소유에 대한 관점 전체가 즉각 변화"하면서 2차 대전 후에 1970년대까지 역사상 유래없는 불평등 체제의 약화, 사적 소유권 개념의 약화, 식민지 독립과 국가간 불평등의 약화 등이 수반되었다는 것이다.

(3)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 대목이 그다지 논리적으로 명확히 체계화되지는 않는데, 19세기말까지의 극단적인 불평등 심화로 인한 사회적 불만 압력의 심화, 전쟁으로 인한 자산 파괴, 러시아 혁명의 영향으로 인한 사적 소유권 개념의 약화, 식민지해방운동의 압력 등이 다양하게 작용했으리라는 것이 피케티의 설명이다.

이 대목에서 피케티는 최고세율 90%까지 올라가는 강력한 누진세의 역할을 특별히 특별히 강조한다. 그리고 누진세에 기초한 국가의 강력한 재분배 기능에 주목한다. 그는 전근대 국가나 심지어 동양의 봉건국가도 GDP의 겨우 1%정도를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정말 '약한국가'였고, 19세의 유럽 국가들도 겨우 10%에 불과했지만, 20세기에 들어오면서 국가의 세금이 GDP의 30~50%까지 늘어나면서 불평등 체제를 약화시키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랬던 것이, 1970년대 후반이후 대처와 레이건등의 신소유주의(Neo-Proprietarianism), 또는 하이퍼자본주의 등장에 의해서 다시금 소유권 신성화 이데올로기가 극단으로 치닫는 시대가 도래해서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대목은 나중에 다시 얘기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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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피케티의 불평등역사에서 가장 눈부신 변곡점은 18세기말 프랑스 혁명이 아니라, 20세기 초였다는 것이다. 피케티의 이런 주장의 타당성을 시시콜콜 따지기에 앞서, 일단 충분히 음미해볼 가치가 있어 요약만 해두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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