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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보다정의

8-2. ‘사회적 소유’ 논의에 관한 소개와 제언

  • 입력 2023.06.16 16:22      조회 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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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_사회적 소유 논의에 관한 소개와 제언 박창규.pdf


박창규  정의정책연구소 부소장

- 민주노동당 정책부장을 거쳐 조승수·노회찬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으며, 노회찬재단 사업기획실장을 역임했다. 최근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사회적경제를 중심으로 지역순환경제를 구축하는 방안에 대한 이론과 국내·외 실천사례를 연구하고 있다. 




1. 시작하며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동네 친구가 여의도의 한 건물을 가리키며 “저 건물 우리 아빠가 지은 거래”라고 이야기하길래 “우와 니네 아빠 대단하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생각건대, 그 친구의 아버지는 건설노동자였고, 당연히 그 건물은 그 친구의 아버지 소유가 아니었으며, 그 친구 아버지의 말씀 속엔 노동의 자부심과 함께 ‘노동의 소외’가 담겨져 있다. 이처럼 소유 문제를 둘러싼 논의의 쟁점은 다차원적이고 복합적이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소유’ 개념은 그것이 단순하게 ‘무엇이 누구의 것이다.’라는 식으로 법률적 권리만을 구획하는 개념이 아니다. ‘소유’ 개념은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나 홀로 개인이 사는 세상에서 ‘소유’ 개념은 의미가 없다. 즉, ‘소유’ 개념은 사회적 관계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역사적으로 ‘소유’ 형태는 시기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는 역사적 특수성을 가진다. 즉, 역사적으로 영원한 소유형태는 없다. 오직 역사적 소유형태들의 추상적 공통점은 ‘소유’ 형태가 ‘사회적 개인’의 ‘사회적 노동’을 내포(內包)하고 있으며, 사회 제도로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관계는 자본과 노동이 맺는 생산관계이다. 따라서 자본주의에서 핵심적, 지배적 ‘소유’ 형태는 자본과 노동이 맺는 생산관계에 포함된 생산수단의 ‘소유’ 형태에 관한 문제들이다. 즉, 자본주의 생산관계에서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와 그것으로부터 연원하는 자본에 의한 생산수단과 노동자에 대한 통제권, 그리고 생산물의 전유권, 노동의 소외 문제가 자본주의 ‘소유’ 형태와 관련한 정치경제학적 논의의 대상이 된다.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분석한 마르크스는 “노동자는 자본가의 통제하에서 노동하며, 생산물은 그것을 직접 생산한 노동자의 소유물이 아니라 자본가의 소유물이다.”
(주: 칼 마르크스, 2019a, 『자본Ⅰ-상』, 황선길 옮김, 라움. p.272.)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이 생산수단이다.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자신의 생산활동 재료로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수단이 그 자신의 수명을 소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를 효소로 소비하며, 이러한 과정은 오로지 스스로 가치를 증식하는 가치로서의 자본의 운동일 뿐이다.”(주: 칼 마르크스, 2019a, p.452.)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소유’ 형태에 관한 분석은 자본주의의 역사적 전개 과정을 관통하는 것이다. 부르주아지(시민계급)는 프랑스대혁명을 통해 중세 봉건제로부터 자유를 쟁취했는데, 그 과정에서 “1789년 8월 프랑스 국민의회는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을 발표했으며”, “소유권에 대해서는 17조에 특별조항을 두었는데, 소유권은 ‘정당한 침해’란 있을 수 없는 누구도 탈취할 수 없는 ‘불가침의 거룩한 권리’로 규정했다.”
(주: 자라바겐크네히트, 2018, 『풍요의 조건』, 장수환 옮김, 제르미날, p.301.) 그리고 이후 노동계급은 계속 이 선언으로부터 배신을 당해왔다. 산업혁명 이후의 19세기 자본주의에서 이 ‘거룩한 소유권’의 행사는 노동계급과 그 가족들의 비참한 노동 현실을 낳았다. 20세기 중반에도 이 ‘거룩한 소유권’에 기초한 미국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1) 미국의 고도성장과 대규모 이윤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경제적 착취 2) 소수인종 집단과 여성에 대한 풍토병적인 차별대우 3) 공해 및 자원고갈에 대한 통제 불능 4) 천박한 상업주의와 사회적 소외를 필연적으로 초래시킨다.”(주: E. K. 헌트, 1979, 『소유의 역사』, 최완규 옮김, 중원문화. pp. 228-229.)고 비판받았다. 21세기 한국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외치는 현실도 이 ‘거룩한 소유권’을 행사한 결과이고, 근로기준법이 규정하고 있는 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해석할 때 미래의 경영 전망까지 포함하는 법원의 판단도 이 ‘거룩한 소유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주: 2016년 7월 고(故) 노회찬 의원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해 다음의 5가지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로 인정되지 않도록 개정안에서 규정했다. 1. 단순한 인건비 절감이나 노무관리의 편의 등을 위한 구조조정 내지 업무형태의 변경 2. 신기술의 도입 등 기술적 이유 3. 장래의 경영 위기에 대한 대처 4. 일시적인 경영 악화 5. 업종의 전환.)
  이러한 역사적 현실을 배경으로 자본주의의 생산수단 사적 소유에 대한 비판과 대안 논의들도 이어져 왔다. 2002년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의 소유경영이 지배적인 지위를 가지는 생산수단의 사회화가 ‘민주적 사회주의론’의 핵심내용”이라고 했던 주장도 그 맥락에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자본주의의 생산수단 ‘사적 소유’ 문제에 관한 분석과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역사적 실천으로서 ‘기능사회주의론’과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 운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러한 실천적 논의를 토대로 자본주의의 생산수단 사적 소유에 대한 대안적 개념으로서 ‘사회적 소유권’에 대한 보다 더 풍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언을 하고자 한다.


2. 자본주의의 생산수단 사적 소유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분석

   1) 자본주의의 본원적 축적, 토지에 대한 사적 소유 행태로서 ‘인클로우저’

  “한 땅에 울타리를 치고 ‘이것은 내 것이야.’라고 말할 생각을 해낸 동류의 인간들에게 ‘여러분, 저 사기꾼의 말을 듣지 마시오. 만일 과일은 우리 모두의 것이고, 땅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님을 망각하면 당신들은 파멸이오.’라고 고함을 친 사람이 있었다면 그는 인류에게 얼마나 많은 범죄와 전쟁과 살상과 불안과 공포를 면하게 해주었을 것인가?”
(주: 장 자크 루소, 2015, 『인간 불평등 기원론』, 김중현 옮김, 브랜드 펭귄클래식 코리아. p.78.)

  18세기 계몽주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봉건영주들의 토지에 대한 사적 소유 행태인 ‘인클로우저’에 대해 이렇게 탄식했다. 16세기에 ‘인클로우저’에 대해 존 헤일스라는 사람은 “사십 명이 살던 곳에 이제 한 사람과 양떼만 있다. 양떼가 시골로부터 농민들을 몰아냈다.”라고 썼다.(주: 로버트 L. 하일브로너, 2005, 『세속의 철학자들』, 장상환 옮김, 이마고. p.39.) 이렇게 ‘인클로우저’는 농민들을 거지로 만들면서 자본주의 태동을 알렸다. 이후 ‘인클로우저’는 “18세기 중엽에 절정에 이르고, 19세기 중엽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끔찍한 역사적 행로가 끝났다.”(주: 로버트 L. 하일브로너, 2005, p.40.) 하지만 그것은 본격적인 자본주의 생산관계 형성 이전에 생겨난 일들이었다. 

   2) 자본주의 생산관계로서 새로운 공장제도와 노동자들의 비참한 노동현실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에 전개된 산업혁명은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새로운 형태로서 공장제도를 낳았고, 노동자들은 비인격적인 존재가 되었다. E. K. 헌터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새로운 공장제도는 노동자들의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완전히 파괴하고 속수무책인 상태로 그들을 악몽의 세계 속으로 내몰았다. 그들은 수공업제도에서 가질 수 있었던 노동신분으로서의 자부심이나 가까운 인간관계를 상실하게 되었다. 새로운 제도 하에서 그들이 고용주와 맺을 수 있는 유일한 관계란 비인격적인 시장 혹은 <현금거래>를 통한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생산수단에로의 접근이 불가능했고 따라서 그들은 자신의 생계를 시장의 현황에 전적으로 의존시킬 수밖에 없는 노동력판매자로 전락했다.”
(주: E. K. 헌트, 1979, 『소유의 역사』, 최완규 옮김, 중원문화. pp. 89-90.)

  이 시기 노동의 현실은 비참했다. “하루 16시간의 노동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아침 6시에 무거운 걸음을 이끌고 공장에 와서 밤 10시가 되어서야 터벅터벅 집으로 향했다.”
(주: 로버트 L. 하일브로너, 2005, p.139.)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19세기 중반의 노동 현실을 담은 다음의 언론 보도를 인용했다. 

  “9~10세의 아이들이 새벽 2시, 3시, 4시에 더러운 침대에서 끌려 나와 그저 입에 풀칠하기 위해 밤 10시, 11시, 12시까지 일을 해야만 했다. 그러는 동안 그들의 팔다리는 말라비틀어지고 몸은 왜소해지며, 그들의 표정은 무감각해지고 인간성은 완전히 돌같이 무감각하게 경직되어서 쳐다보기만 해도 소름끼칠 정도이다. … 남성의 노동시간을 18시간으로 제한하라고 청원하기 위해 대중 집회를 열고 있는 도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 우리는 버지니아와 캐롤라이나의 농장소유자를 비난한다. 그러나 … 그곳의 흑인 시장이 자본가의 이익을 위해 베일과 칼라를 제조하면서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는 인간학살보다 더 잔혹하겠는가?”
(주: 칼 마르크스, 2019a, 『자본Ⅰ-상』, 황선길 옮김, 라움. p.355.)

   3) 마르크스가 분석한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 문제, 그리고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의 ‘확대재생산’과 ‘자본의 축적’
  19세기 중반의 산업혁명을 목격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생산방식을 분석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생산수단에 대한 노동자의 사적 소유는 소규모 경영의 토대이며, 소규모 경영은 사회적 생산의 발전과 노동자 자신의 자유로운 개성의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 이 생산방식의 파괴, 즉 각기 따로 분산되어 있던 생산수단이 사회적으로 집적된 생산수단으로 변하고, 이에 따라 다수의 매우 작은 소유가 소수의 거대한 소유로 변하며, 따라서 대다수 인민대중으로부터 토지와 생활수단 그리고 노동도구가 수탈되는, 이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인민대중의 수탈은 자본의 전사(前史)를 이룬다. … 자신의 노동으로 획득된 사적 소유, 말하자면 개별화되고 독립된 노동개체(노동자)와 그 노동조건들의 결합에 토대를 둔 사적 소유는 형식적으로 자유로운 노동인 타인노동의 착취에 토대를 둔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에 의해 축출된다.”
(주: 칼 마르크스, 2019b, 『자본Ⅰ-하』, 황선길 옮김, 라움. pp. 559-560.)

  마르크스가 분석한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에 의한 ‘자신의 노동으로 획득된 사적 소유’의 축출은 ‘자본의 축적’으로 나아간다. 즉,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토대로 한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에 의해 노동력을 상품으로 구매함으로써 타인노동의 착취를 통해 잉여가치가 생성된다. 그리고 “잉여가치가 다시 자본이 되는 것을 우리는 ‘자본의 축적’이라고 부른다.”
(주: 칼 마르크스, 2019b. p.305.)
 좀 더 설명하면,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에 의해 생산된 “잉여가치는 처음부터 총생산물 가운데 일정한 부분의 가치로서 존재한다. 이 총생산물이 판매되어 화폐로 바뀌면, … 자본가치와 잉여가치 모두는 화폐액이며, 그것들의 자본으로의 회귀는 이루어진다. 자본가는 화폐로 변한 자본가치와 잉여가치를 상품 구매에 투자한다.”
(주: 칼 마르크스, 2019b. p.306.) 생산수단의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로부터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의 ‘확대재생산’과 ‘자본의 축적’이 이루어진다. 


3. 자본주의의 생산수단 사적 소유에 대한 사회적 성찰과 사회적 소유권 확장 운동의 진전

   1) 낡은 형태 내부에서 새로운 형태의 출현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는 자기 노동에 기초한 사적 소유, 즉 사유재산에 대한 제1의 부정이다. 자본주의적 생산은 본질상 그 진행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부정하게 된다. 부정의 부정이다. 이 부정은 사적 소유를 다시 만들어내지는 않지만, 자본주의 시대의 성과인 협업과 토지의 공유 그리고 노동 자체에 의해 생산된 생산수단의 공유를 토대로 하는 개인소유를 만들어낸다.”
(주: 칼 마르크스, 2019b, p.562.)고 전망했다. 그리고 그 ‘부정의 부정’ 과정을 “자본주의적 소유가 사회적 소유로 변하는”(주: 상동.)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르크스의 당시 인식에서 “자본주의 시대의 성과인 협업과 토지의 공유 그리고 노동 자체에 의해 생산된 생산수단의 공유”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마르크스는 “주식회사에서는 기능은 자본 소유와 분리되어 있고 그리하여 노동도 생산수단과 잉여노동의 소유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자본주의적 생산의 최고의 발전이 낳은 이러한 결과는 자본을 생산자들의 소유―그러나 이제는 개별생산자들의 사적 소유로서가 아니라 결합된 생산자들(associated producers)의 소유 또는 직접적 사회소유―로 재전환시키기 위한 필연적 통과점이다.”(주: 칼 마르크스, 1989, 『자본론 Ⅲ(상)』, 김수행 역, 비봉출판사. p.537.)라고 설명한다. 마르크스의 주식회사에 대한 이와 같은 분석에 대해 장하준은 “마르크스가 주식회사를 칭송한 데에는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로 가는 길목에서 꼭 거쳐야 할 점(necessary point of transition)이라는 그의 이데올로기적인 믿음도 크게 작용하였다. 기업 경영이 자본의 소유와 분리될 수 있는 주식회사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가 없어도 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는 사회주의적 사회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식회사에 대한 맑스의 긍정적 시각은, 당시 많은 친자본주의적 시장주의 경제학자들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주식회사 제도는 경영자의 방만한 경영을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했던 것과는 크게 대조되는 태도로, 시대를 앞서 나간 것이라 하겠다.”(주: 장하준, 2012, “제도경제학-사람은 시장만으로 살 수 없다”, 『경제학, 더 넓은 지평을 향하여』, 이슈투데이. p.79.)고 평가했다.
  또한, 마르크스는 “노동자들 자신에 의해 운영되는 협동조합공장은, … 낡은 형태 내부에서 새로운 형태가 출현하는 최초의 실례이다. 여기서는 자본과 노동 사이의 대립이 철폐되고 있다. … 협동조합 공장들은 물질적 생산력과 그것에 대응하는 사회적 생산형태의 일정한 발전단계에서 어떻게 새로운 생산양식이 낡은 생산양식으로부터 자연적으로 발전하고 형성되는가를 보여준다. … 자본주의적 주식회사는 협동조합 공장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으로부터 연합된 생산양식으로의 이행형태로 간주되어야 한다.”
(주: 칼 마르크스, 1989, p.541.)고 주장했다. 또한, 마르크스는 1864년 ‘국제노동자협회 창립선언문’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협동조합 공장에 대해 말한다. … 이러한 위대한 사회 실험의 가치는 아무리 높게 평가되어도 지나치지 않다. … 노동수단이 노동자 그 자신에 대한 지배와 착취의 수단으로서 독점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임금노동은 노예노동, 농노노동과 같이 자발적인 손, 준비된 정신, 즐거운 마음으로 자기 일을 부지런히 하는 연합한 노동(associated labour) 앞에서 사라질 운명인 일시적이고 열등한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주: Jossa, B. 2014, Producer Cooperatives as a New Mode Production, Routledge. p.17 에서 재인용)

  물론 마르크스는 이후 ‘임시일반평의회 대의원에게 보낸 지시. 각종 문제들’에서 “사회적 생산을 자유롭고 협동조합적 노동의 하나의 거대한 조화로운 시스템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사회적 변화들, 사회의 전반적 조건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사회의 조직된 힘, 즉 국가권력을 자본가와 지주로부터 생산자들 자신에게로 이전시키지 않고서는 결코 실현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본주의적 생산의 대안으로서 마르크스의 협동조합적 생산에 대한 인식은 변함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르크스는 만년인 1876년에 요한 모스트의 초안을 대폭 수정한 『자본과 노동』에서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본래 인류 역사 중 하나의 과도형태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그것은 자기 자신의 메커니즘에 의해 더 고도한 생산양식으로, 협동조합적 생산양식으로, 사회주의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주: 요한 모스트·칼 마르크스, 2014, 『자본과 노동-마르크스의 숨겨진 자본론 입문』, 정연소 옮김, 한울. p.149.)고 쓰기도 했다. 
  또한, 마르크스가 소유 문제에서 도달한 ‘생산수단의 공유를 토대로 하는 개인소유’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일본의 마르크스 이론가인 오타니 데이노스케는 “마르크스가 말한 ‘소유’는 노동하는 개인과 노동조건들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개념”이며 “생산과정이라는 ‘심층’에서 ‘소유 개념’은 노동하는 개인들이 노동조건들을 자기의 것으로 관계를 맺는가 아니면 타인의 것으로 관계를 맺는지 나타낼 뿐이다.
(주: 김수행, 2012, 『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사회』, 한울. p.105.)고 설명한다. 즉, 마르크스의 ‘생산수단의 공유를 토대로 하는 개인소유’는 주식회사와 협동조합 공장을 토대로 사회적 개인들이 자기 것으로써의 노동조건과 관계 맺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소유’에 기반 한 ‘사회적 노동’은 마르크스에 따르면 “그들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생산수단을 사용해 노동하면서 자신들의 엄청나게 많은 개별 노동력을 의도적으로 사회적 노동력으로 소비한다.”(주: 칼 마르크스, 2019a, 『자본Ⅰ-상』, 황선길 옮김, 라움. p.125.)
  
   2) ‘기능사회주의’
  마르크스에 의한 자본주의의 생산수단 사적 소유와 그것의 변화 전망에 대한 분석 이후 ‘생산수단의 공유를 토대로 하는 개인소유’에 관한 이론적 논쟁
(주: 하야시 나오미치(林直道)와 타구치 후쿠지(田口富久治)의 논쟁은 『사적유물론과 소유이론』(林直道 지음, 김현수 옮김, 아침)에 소개되어 있으며, 오타니 데이노스케(大谷禎之介)의 관련 논의는 『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사회』(김수행, 2012)에 소개되어 있음.)도 있었고, 다른 차원에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전개과정에서 자본주의의 생산수단 사적 소유의 대안에 관한 정치적 실천 논의도 있었다. 그러한 논의들 중 ‘기능사회주의론’과 ‘협동조합 사회론’이 있다. 먼저 ‘기능사회주의론’에 대해 살펴본다. 

     가. R. H. 토니의 산업사회 사유재산제도 비판과 대안적 논의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활동했던 영국의 사상가 토니는 “산업사회의 사유재산제도는 통합 아닌 분열의 원칙이다. … 대부분의 재산소유자들에게 재산소유권은 ‘노동의 수단이 아닌, 이익의 획득과 권력의 행사를 위한 도구’이며 이익이 사회적 기여와 혹은 권력이 책임과 연결된다는 보장은 거기에 없다.”
(주: 고세훈, 2019. 『R. H. 토니-삶, 사상, 기독교』, 아카넷. p.169.)고 자본주의의 생산수단 사적 소유를 비판했다. 그리고 그는 “문제는 사적 소유권 자체가 아니라 노동에서 분리된 사적 소유권, 곧 어떤 종류의 그리고 어떤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재산인가이다.” (주: 상동. p.184.)라고 부연한다. 
  토니는 자신의 저서인 『탈취사회』에서 “한 사회가 부의 취득을 사회적 의무의 이행과 결부시키고, 보상을 서비스에 따라 배분하되 서비스를 수행치 않은 자에게는 거부하며, 사람의 소유가 아니라 그의 잠재력, 창조력, 성취를 중시한다면, 우린 그런 사회를 기능사회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주: 『탈취사회』, 고세훈, 2019. p.175에서 재인용.) “기능은 사회적 목적 사상을 구현, 표출하는 활동으로서 정의될 수 있으며 … 그 핵심은 행위자가 단지 사적 이익이나 개인적 만족 때문이 아니라 어떤 상위의 권위에 대한 책임 때문에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을 인지한다는 점이다.”(주: 『탈취사회』, 고세훈, 2019. p.177에서 재인용.)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는 “경제를 다양한 소유형태들이, 각자가 기능적 목표를 이행하는 한, 피차 공존하며 유지되는 일종의 실험장”(주: 고세훈, 2019, p.168.)이라고 생각했다. 
  토니의 “주된 관심은 재산의 기능이었고, 재산소유권의 성격 변화를 주목했다.”
(주: 고세훈, 2019, p.185.) 그는 “근본문제는 소유의 규모가 아니라 소유의 종류 … 즉 노동에 사용되는 재산이냐, 노동 없이 소득을 벌어들이는 재산이냐의 문제이다.”(주: 『탈취사회』, 고세훈, 2019, p.185에서 재인용.)라고 주장했고, “재산소유자의 경영통제로부터의 해방, 재산소유권의 성격 변화를 위한 조치는 국가에 의한 입법 등 외부로부터 와야 한다. 핵심은 이윤과 통제 권리로서의 자본의 사유재산권을 철폐하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는 재산권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해체하고 세분화해서 그 권리들을 재배분하는 일이다.”(주: 고세훈, 2019, pp. 192-193.) 토니는 “소유권이란 하나의 권리가 아니라 권리의 다발이기 때문에 … 자본소유주가 대리인을 통해 산업을 통제하는 일을 종식시키는 가장 합리적인 방식은 자본에 대해 고정된 봉급 그리고 고정된 이자를 받되, 모든 잉여이윤은 기금화하여 사용자와 노동자를 대표하는 중앙기관으로 하여금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토니의 이러한 주장은 스웨덴 사민주의의 임노동자 기금 모델의 배경인 1920년대 중반 닐스 칼레비의 개혁사상과 그로부터 연원해 1960년대 후반에 전개된 기능사회주의 논의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나. 스웨덴 기능사회주의의 정치적, 이론적 배경과 닐스 칼레비의 논의
 
  (주 : 아래 내용은 별도의 주석이 없는 한 신정완, 2000, 『임노동자기금 논쟁과 스웨덴 사회민주주의』, 여강.에서 발췌한 것임.)

  스웨덴 사민당은 1920년 5월에 최초로 집권에 성공한 후 6월에 사회화위원회를 발족한다. 하지만 대공황이 발생한 직후인 1932년 전당대회에서 사민당 당 서기국은 대공황 문제와의 관련 하에 사회화문제에 대한 원칙적 선언을 채택할 것을 제안했으나 구체적인 사회화 조치의 결정을 회피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당 서기국의 일원이었던 비그포르스는 ‘사회화’와 ‘계획경제’가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국영철도를 가졌다고 해서, 공황이 찾아올 경우에도 철도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생산적 자원을 사회의 수중에 두려 할 경우에, 사회화라 불리는 것에 대한 평행노선으로서 계획경제에 대한 사상을 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믿는다.”라고 주장했다. 
  1935년 1월 스웨덴 사민당의 사회화위원회는 해산되었다. 사회화위원회의 1936년 첫 번째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화에 대한 사회화위원회의 입장은 시장경제의 틀 내에서 국영기업, 협동조합 등 다양한 유형의 사회화된 기업들이 활동하고, 또 부분적 경제계획을 통해 시장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지는 형태의 경제체제를 추천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편, 당시 스웨덴 사민당의 이념 노선에 영향을 미친 사람은 닐스 칼레비다. 그는 1910년대 후반에서 1920년대 중반에 걸쳐 활동한 스웨덴 사민당의 활동가로서, 스웨덴 사민주의가 총체적 사회화 노선을 부정하고 개혁주의 노선을 정착시키는 데 역할을 담당한 인물이다. 그는 소유권 개념을 재해석함을 통해 당시 사민당 내부 이념논쟁의 핵심 사안이었던 사회화 문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칼레비는, 소유권을 소유물들에 대한 다양한 처분권들의 집합으로 봤으며, 따라서 소유권 전체를 단번에 사회화하는 대신, 소유권을 구성하는 권리요소들을 조금씩 부분적으로 사회화해 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봤다. 그는 “소유권이란 국가가 입법을 통해 설정해 놓은 대상에 대한 처분형식일 뿐이다. 소유권이란 개인에게 연원하되, 그에 대해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소유권은 (국가를 통해) 오직 사회에 의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며, 국가는 소유권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소유권을 다시 만들어낼 뿐이다.”라고 규정한다. 이렇게 소유권을 대상에 대한 개인의 의사결정권으로 파악한다면, 의사결정의 범위나 방향에 제한을 가하는 모든 입법 조치는 바로 그만큼 소유권의 이전을 의미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생산수단과 노동력의 사용에 대한 자본가의 의사결정권을 제한하는 입법 조치들도 그만큼 소유권의 실질적 이전을 의미하게 된다. 그러나 칼레비가 소유권의 형식적 귀속문제를 완전히 경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적으로 소유된 재산이 공중(公衆)의 이익을 더 잘 지켜준다. 다만 누가 형식적으로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문제의 핵심인양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칼레비는 사회주의운동이 지향하는 것은 소유 일반의 폐지나 사적 소유의 폐지가 아니라, 오직 부르주아적 소유의 폐지라고 주장한다. 칼레비는 부르주아적 소유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부르주아적 소유란, 영원한 자연권의 신성하고 불가침적인 소유이자, 그 관리와 사용에 있어 개인의 자의(恣意)에 배타적으로 의존해 있으며, 인간의 자연권이라 선언되며 자유주의 학설들에서 그러한 식으로 받아들여지는 소유다. 즉, 사회적으로 적절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영역의 외부에 있으며, 그 형태에 대한 규제와 관련하여 원리적으로 사회의 능력 위에 서 있으며, 전적인 사회 부정으로 나아갈 정도로 ‘사적’이며, 사회로부터의 모든 참여를 배제하는 소유다.”     
 
  그리고 칼레비는 사회주의 운동의 궁극적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적 소유권’에 대한 요구는 논란의 여지 없이, 사회민주주의가 가진 무기 중에서도 근본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이것은 운동의 목적이 아니다. 이것은 일정 조건과 상황 하에서 적절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수단일 따름이다. … 사회적 소유 및 생산에 대한 구체적 제안은, 그것이 목적을 달성하는데 어떠한 작용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려에 기초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이상적 목적은 사회가 보유하는 재부(財富)에 대한 만인의 공동의 참여다.”

  칼레비는 이러한 관점에서 “사회민주주의의 노력의 목적은 노동계급이 사회에 완전히 공동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했으며, ‘사회적 필요를 위한 생산’ 개념에 대해 “이 용어가 의미하는 바는 특정 계급의 이익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이 생산의 방향과 형태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한편, 당대에 스웨덴 사민당의 또 다른 이론가인 비그포르스는 칼레비의 개혁주의에 대해 종합적인 구상에 기초하여 여타 영역에서의 개혁조치들과 함께 추진되어, 사회구조에 상당한 변화를 야기하는 개혁조치에 한정하여, 자본주의 틀을 벗어나는 성격을 띤 개혁이라고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사적 소유자의 입장에서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자신의 재산의 실질적 가치가 복원될 기회를 기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소유권의 형식적 귀속문제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비그포르스는 칼레비가 ‘생산의 측면’에 소홀했다고 비판하며 사회개혁은 자본주의적 생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리하면, 기능사회주의론은 마르크스가 분석한 자본주의의 생산수단 사적 소유가 낳는 사회적 모순과 그 귀결로서 ‘생산수단의 공유를 토대로 하는 개인소유’ 사회, 즉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에 이르는 국가적 차원의 정치적 실천의 한 역사적 실험이다. 이러한 기능사회주의의 실천 양상은 국가의 자본주의 발전 정도, 민주주의 성숙 정도 등 제반 여건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국적 차원의 정치적 세력관계에 의해 목표의 점진적 달성 속도도 정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낡은 사회주의 혁명론과 차별화되고 특히, 다양한 차원의 사회경제적 기능을 개방적으로 목표 설정할 수 있으며 민주적 제도장치를 통해서 실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 정합적이다.

   3)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 운동
  협동조합운동은 초기 유토피아 사회주의 이념을 토대로 태동했다. 1789년 프랑스대혁명의 연장에 있던 프랑스에서 기독교사회주의의 원류로 평가되는 앙리 드 생시몽은 ‘산업자 조직론’을 주장했으며, 또 다른 프랑스의 초기 사회주의자였던 샤를르 푸리에는 일정한 구역의 공동생활 조직으로서 생산과 소비의 통일에 기초한 협동체인 팔랑주(Phalange)를 통한 이상사회를 구상했다. 영국의 로버트 오언이 꿈꾼 이상적 사회주의 사회는 협동공동체의 건설이었다. 
  즉, 협동조합은 자본주의가 잉태시키고 낳은 사회경제 운동체이다. 초기 유토피아 사회주의 사상으로부터 연원한 협동조합운동은 비참한 처지에 놓여 있던 노동자들의 삶을 자조적인 협동조합적 실천, 즉 생산공동체(어소시에이션) 결성 및 생산의 조직화, 생산수단의 공유, 이익의 평등한 분배 등을 통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협동조합은 독일 사민당의 역사에서 대체로 ‘경제민주주의’의 주요한 관심 영역이었다. 독일 자본주의 초기에 독일 사민주의 정당은 자본주의적 임노동 관계의 극복 대안으로서 협동조합을 지향했다. 1869년 8월 창당한 ‘독일사회민주노동자당’은 아이제나하 강령에서 “현재의 생산양식(임금체제)을 해소하고 협동조합적 노동을 통해 모든 노동자의 완전한 노동계약을 추구한다.”
(주: 전종덕·김정로, 2018, 『독일 사회민주당 강령집』, 백산서당. p.17.)고 선언했다. 1875년 창당한 ‘독일사회주의노동자당’은 고타 강령에서 “노동의 해방은 … 노동의 성과를 전체에 유익하게 적용하고 정의롭게 분배하는 전체 노동에 대한 협동조합적 규칙으로 그것을 전화시키는 것이다.”, “독일사회주의노동자당은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노동 인민의 민주적 통제 하에서 국가의 도움을 받는 사회주의적 생산협동조합의 수립을 요구한다.”(주: 전종덕·김정로, 2018. pp. 20-21.)고 선언했다. 한편, 독일노동조합총동맹(ADGB:Allgemei-ner Deutsche Gewerkschaftsbund)은 1928년 출간한 『경제민주주의: 그 본질, 방법 및 목적』을 통해 “협동조합, 특히 소비협동조합은 ‘민주적 공동경제로 가는 유일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수단’으로 평가된다.”며 “소비협동조합은 자신이 확인하고 조직한 필요를 충족하는 ‘필요충족경제’를 나타낸다. 소비협동조합은 소비자 대중을 조직하여 독점의 외부에서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 … 소비협동조합들이 자체생산을 할 수 있을 때 … 그 수요가 안정적인 품목의 경우에는 소비재의 자체생산, 그 다음에는 그 소비재의 원료가 되는 가공품 및 원재료 생산단계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경제를 조직화할 수 있다.”(주: 류동민·이명헌, 2017, 경제민주주의: 기원과 역사적 맥락, 『민족문화연구』, 75호. p.185.)고 주장했다. 
  하지만 “협동조합운동이 성장하고 협동조합이라는 형태가 각 산업의 구체적 시장 현실에 점점 적응해가면서, 협동공동체와 협동조합 공화국을 건설한다는 초기의 구상은 협동조합운동의 주류에서 주변부로 밀려났다.”
(주: 존 레스타키스, 2017, 『협동조합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번역협동조합 옮김, 착한책가게. p.86.) 그리고 협동조합운동은 1980년대를 맞이하면서 ‘이념적 위기’에 대해 스스로 성찰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 1980년에 A.F. 레이들로는 『서기 2000년의 협동조합』 보고서를 통해 ‘신뢰성의 위기’와 ‘경영의 위기’를 극복한 협동조합이 “(1980년 당시) ‘이념적 위기’에 직면했는데 그것은 ‘협동조합의 참된 목적은 무엇인가’, 그리고 ‘협동조합이 차별적인 사업체로서 명백히 독자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라는 끈질긴 의구심에서 비롯된 것이다.”(주: 알렉산더 레이들로, 2000, 『서기 2000년의 협동조합: 1980년 모스코바 ICA총회 보고서』, 김동희 역,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pp. 5-6.)고 진단했다. 
  이러한 맥락의 성찰을 통해 생겨난 것이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이탈리아의 협동조합운동은 1970년대 이래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면서 1980년대의 사회운동을 거쳐 1991년 법 제정을 통해 ‘사회적 협동조합’을 탄생시켰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1970년대의 이러한 사회변화에 협동조합의 방식으로 대응하고자 등장한 것이다.”
(주: 이상봉, 2016, “이탈리아 사회적 협동조합의 이론적?실천적 의미”, 『로컬리티 인문학』, 제16호. p.265.) 이러한 이탈리아의 사회적 협동조합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응해 “협동조합이 취한 대안적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과 사회운동의 양면성을 가진 협동조합이 사회운동으로서의 측면을 강화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주: 상동. p.289.)
 
  2000년대 들어서 협동조합을 포함하는 사회적경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가져온 사회적·경제적·생태적 문제점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유럽이나 미국 내 급진적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경제의 대안적 발전모델을 새로운 사회적경제 혹은 지역에 기반한 사회적경제(place based social economy)에서 찾는 시도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주: 정건화, 2012, “민주주의, 지역 그리고 사회적 경제”, 『동향과 전망』, 제86호. p.32.) 그리고 캐나다 퀘벡의 사회적 경제를 사회혁신의 관점에서 분석한 마리 부샤드(Marie J. Bouchard)에 따르면 “사회적 경제가 … ‘생산, 소비, 분배, 지역경제(고용)’에 관한 ‘대안적 실천을 실험하는 새로운 실험의 장’”(주: 정건화, 2016, “한국경제와 사회적 경제”,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불화와 공존』, 돌베개. p.430.)으로 진화하고 있다. 
  캐나다 사회적경제 운동을 이끈 낸시 님탐은 캐나다 퀘벡주의 사회적경제에 대해 “사회적 경제는 다섯 가지 원칙과 구조적 요소를 공유하는 활동과 조직의 총체”라며 사회적경제 기업은 “▲금전적 이익만을 위해 노력하는 대신 조합원 또는 지역사회 전체에 봉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기업도 아니고 공공기관도 아니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참여를 포함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확립한다. ▲수익과 잉여의 배분에서 자본보다 사람과 노동을 우선 한다. ▲참여, 권한 부여, 개인 및 집단 책임의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주: Neamtan, N. 2004, The Political Imperative: Civil Society and the Politics of Empowerment, Making Waves, Spring 04, vol. 15. p.27.)고 설명한다. 정건화는 “사회적경제는 시장경제에서 파생된 문제, 시장 시스템이 무시하거나 불충분하게 다뤄왔거나 시장원리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사회구성원들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사람(people)과 노동(work)을 중심으로 해결하는 경제조직들의 네트워크이자 경제순환 시스템이고, 수익성과 함께 사회적 연대를 추구하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이 핵심적인 구성주체이다.”(주: 정건화, 2012, “민주주의, 지역 그리고 사회적 경제”. 『동향과 전망』, 제86호. p.28.)라고 정의했다. 
  정리하면, 자본주의가 잉태하고 태동시킨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는 자본주의의 생산수단 사적 소유가 야기한 사회경제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오래된 사회운동이자 경제활동이다. 또한,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 운동은 기본적으로 노동자, 소비자 등 조합원들과 지역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민주적 의사결정, 사회적 가치의 창출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라는 점 때문에 현대의 자본주의 체제에서도 그 존재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 정합적 사회 운동체이다.



4. 마치며

  자본주의의 생산수단 사적 소유에 대한 비판적 실천과 대안 논의는 장기적이고 점진적 실천 구상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것을 대안적 실천 논의에서 생략하거나 무대응의 대응으로 그것을 대해서는 안 되는 문제이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들 앞에는 두 가지의 논의 과제가 있다. 하나는 자본주의의 생산수단 사적 소유를 넘어서는 대안적 소유의 구체적 구상은 무엇인지에 관해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대안적 소유 구상을 자본주의 내에서 누가,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에 관해 논의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에릭 올린 라이트는 우리에게 논의의 기본 토대를 제공한다. 그는 소유권에 대해 “좁은 의미에서 소유권은 ‘재산 이전 권리’와 ‘잉여에 대한 권리’”
(주: 에릭 올린 라이트, 2012, 『리얼 유토피아』, 권화현 옮김, 들녘. p.172.)이며,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권’은 소득을 발생시키는 재산이 ‘사회’의 모든 사람들에게 공동으로 소유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은 이 생산수단의 사용으로 발생되는 순소득에 대한 집합적 권리, 그리고 이 소득을 발생시키는 재산을 처분할 집합적 권리를 가진다.”(주: 에릭 올린 라이트, 2012, p.173.)  또, 그는 “사회적 소유권의 ‘깊이’는 특정한 생산수단이 사회적 통제 아래 효과적으로 놓일 수 있는 정도를 지칭”하며, “사회적 소유권의 ‘넓이’는 사회적 소유권을 특징으로 하는 경제활동의 범위를 지칭한다.”, “사회적 소유권의 ‘포괄성’은 ‘상호의존적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라는 개념 아래 포함되는 사람들의 범위를 지칭한다. 이것은 아주 제한적으로는 특정한 생산수단을 직접 사용하는 사람들로 이해될 수 있다. 훨씬 더 넓게는 이 생산수단의 사용에 의해 삶이 영향을 받는 ‘이해당사자들’로 이해될 수 있다.”(주: 상동. p.174.) 그리고 “복잡한 사회는 국가 없이는 기능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 따라서 실행 가능하고 지속가능한 형태의 대규모 사회조직은 항상 사회적 상호작용과 ‘권력의 세 영역들’ 에릭 올린 라이트는 ‘권력의 세 영역들’로 국가, 경제, 시민사회를 설명했다.(주: 상동, p.175.)  사이의 일정한 상호 관계를 수반한다.”(주: 상동. p.183.)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사회적 소유권’의 ‘깊이’, ‘넓이’, ‘포괄성’ 개념을 토대로 국민국가 안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협력과 공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자본주의의 생산수단 사적 소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사회적 실천 논의를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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