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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대안적 소유제도를 생각한다
- 입력 2023.06.16 16:22 조회 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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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진 변호사
- 민주노동당 정책부장, 법제실장, 정의당 연구소장을 역임하였고, 부유세, 주택소유제한 제도, 최고임금법 관련 정책 수립에 관여하였다.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세금과 토지, 부동산 제도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으며 청소년용으로 『토지제도 이야기』라는 저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1. 서론 – 소유권 남용의 시대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이 시대의 특징 중의 하나가 소유권 남용이다. 한국은 이미 2018년도에 1인당 국내총생산이 3만 달러가 되었음에도 같은 해 서울 중심가에 소재한, 스프링클러도 설치되지 않은 고시원에서 화재가 나서 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였다. 사망자 대부분이 창문이 없는 방에서 살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창문이 없는 방에서 살던 사람들이 불에 타 죽은 것이다. 창문이 없는 방이 월 28만 원, 창문이 있는 방이 월 32만 원, 월 4만 원이 삶과 죽음을 갈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서울시에서 고시원에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유자가 이를 거부하였다는 것이다.
서울 시내 주요관광지로 주말에는 발 디딜 틈조차 없다는 지역에 가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주말임에도 사람이 많지 않았고 목이 좋은 자리에도 빈 점포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는데 건물주가 임대료를 과하게 올려 생긴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때문인 듯했다. 다른 지역의 한 세입자는 새 건물주가 임대료를 4배로 올리자(월 300만 원에서 1,200만 원으로) 오랜 분쟁 과정에서 건물 명도를 실력으로 막다가 손가락이 끊기는 중상을 입고, 자신을 약 올리는 건물주를 쇠망치로 가격하여 살인미수죄로 기소되었다. 살인미수죄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최종적으로 상해죄로 2년의 유죄확정판결을 받았다.
2022년경부터 큰 사회문제가 되었던 이른바 깡통주택을 통한 전세사기 또한 마찬가지이다. 몇몇 사례를 보면 부동산 폭등 국면에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와 결탁하여 시세가 잘 형성되어 있지 않은 빌라나 단독 주택에 대해서 주택임대차보호법 상 최우선변제권이 적용되지 않도록 과다한 시세감정을 한 후 이를 기초로 과다한 보증금을 수령하면 해당 주택이 근저당권 실행 등으로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전세권자는 전혀 변제를 받지 못하게 된다. 해당 주택을 매입할 때 거의 재산 출연을 하지 않은 명목상의 소유자가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여 전세권자의 전세금을 강탈하는, 소유권을 남용한 사기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례는 모두 소유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극단적으로 남용하여 타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거나 공동체를 파괴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인 거위 주인에 관한 우화처럼 거위를 죽여버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나 소유자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세입자를 사망에 이르도록 방조하거나 전세사기처럼 소유권을 극단적으로 남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태는 사실 모두 소유권을 남용하여 생긴 일이다. 위 사례에서 보면 명목상의 권리에 불과한 소유권에서 비롯되는 권리남용 및 사기행위가 전세권자를 포함한 공동체 전체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으며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밖에 할 수 없다.
현재의 소유제도는 수정자본주의 시기 일부 수정이 있었지만, 과거의 절대적인 소유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소유제도 자체가 사회발전에 기여하기는커녕 사회발전의 질곡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과연 현재와 같이 남용되는 소유제도가 불평등과 기후 변화의 시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대안적 소유제도를 모색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현재의 절대적 소유제도가 어디서 유래하였는지를 살피고, 대안적 소유모델을 고민해야 할 때다. 대안적 소유모델은 소유권과 이에 준하는 여러 권리들이 공존할 수 있어야 하며 지속 가능한 형태의 공동체적 소유가 유지,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2. 절대적 소유권과 영구적 부채 :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두 기둥
절대적 소유권과 영구적 부채는 동전의 양면으로 자본주의 사회를 지지하는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절대적 소유권 때문에 실제로 보호받아야 할 이용자들은 축출된다. 영구적 부채로 인하여 인간들은 영혼까지 지배받아 자본주의적 질서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현재 한국의 부채 제도는 채무자가 죽거나 파산하지 않는 한 영원히 부채를 존속시키는 제도이다. 심지어 채무자가 죽어도 원칙적으로 부채가 상속되도록 하고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여러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어 부주의한 상속인이 있을 경우 부모의 부채가 그대로 상속되기까지 한다.
2013년도의 일이다. 필자는 서초동에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소액법정에 재판이 있어 가게 되었는데 우연히 먼저 진행되는 사건을 보게 되었다. 먼저 진행되는 사건은 대부분 원고가 금융기관 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채권을 양수받은 “XX유동화전문회사”인 대여금 재판이었는데 재판장이 갑자기 원고 대리인에게 반문한다. “그러니까 최초에 돈을 빌려준 날이 197X년이라는 말이지요?” 당시 채무액은 얼마되지 않았지만, 무려 40년이 지나 이자만 해도 원금의 10배가 넘는 듯했다. 그러자 법정의 방청객들의 탄식 소리, 욕설 소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방청객 대부분 이런저런 이유로 부채를 진 사람으로 재판의 피고로 출석한 사람들로 채권자의 행태에 분노를 느낀 모양이었다. 이런 행태는 지금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채권자 중 금융기관들은 무한히 채권을 연장시킨다.
민법에 소멸시효 조항이 있지만, 재판을 한 경우에는 소멸시효제도는 무용지물이다. 2018년도 대법원 판결에서 4인의 대법관은 의미심장한 소수의견을 내었다.(주 :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 현행 민법에는 1년의 단기소멸시효가 규정되어 있는 부채가 있는데 예를 들면 음식점 외상값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외상값조차 재판을 하면 영원히 연장시킬 수 있다는 것은 소멸시효제도를 규정한 민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것이다. 재판을 하면 소멸시효가 10년으로 연장된다는 것은 1번만 적용되는 것이지 이를 영구히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것이다.
성매매조차 부채를 매개로 금융화하였다. 더는 과거와 같은 강제력이 없어도 성매매 여성을 비롯한 관련자를 지배하고 부채라는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 부채를 매개로 사실상 인신이 거래된다.(주 : “....여성들의 부채규모는 어디까지나 한 여성이 다음 업소로 이동할 때, 업주가 여성과 함께 차용증을 넘기면서 채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어야 한다. 결국 차용증 금액이 너무 커져서 이동할 업소가 없어진다면, 여성은 교환 가능한 상품으로서 가치를 갖지 못하게 된다. 또한, 이렇게 회수된 채무 원금은 과거 업소에 들어오게 될 다음 아가씨의 선불금으로 지출되기 때문에 여성들 간의 부채 균형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김주희,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 현실문화, 2020, p.93) 강제력 하나도 없이 부채는 성매매 산업을 작동시키는 유용한 도구이다. 법이 그 부채를 무효화시키기도 하지만 그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런데, 이것이 비단 성매매 분야만의 일일까? 모든 사람이 이런저런 이유로 지는 부채들은 사람의 정신과 영혼을 지배하면서 자본주의 경제를 유지, 강화시키는 조건이 된다. 정부 정책의 상당 부분이 사람들이 빚을 지게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런 이유이다. 심지어 그 빚을 자력으로 갚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람들에게조차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하기까지 한다. 일해서 갚을 수 없는 거액의 담보대출로 집을 사면 사실 그 개인은 명목상의 소유자일 뿐이다.
죽거나 파산하지 않으면 영원히 지속되는 부채와 소유자의 외피를 쓰기만 하면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권리라는 두 제도를 통해 자본주의적 질서는 강제력을 쓰지 않아도 거의 모든 사람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 해방의 물질적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절대적 소유권과 영구적 부채를 타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일단 이 글에서는 절대적 소유제도의 대안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3. 소유권의 역사
1) 소유권의 상대성 : 생산의무 있는 권리
소유권은 보통 어떤 물건을 사용, 수익, 처분할 수 있는 권리라고 표현된다.(주 : 한국 민법 제211조) 소유권은 다른 모든 권리처럼 상대적 권리에 불과하다. 특히 개인이 소지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닌 토지의 경우에는 더더욱 상대적인 권리이다. 소유권이 상대적이라는 것은 소유자가 실제 부담하는 중요한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당연한 것이다. 의무를 부담하는 권리가 절대적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많은 문헌들은 근대 자본주의하에서는 절대적 소유권이 인정되다가 수정자본주의 시기를 거쳐 수정되었다는 식으로 기술을 한다.(주 : 대표적으로 토지공개념에 관해서 설명한 헌법재판소 88헌가13 결정이 그러하다. “……. 계약자유의 미명 아래 "있는 자, 가진 자"로부터 착취당하여 결국에는 빈부의 격차가 현격해지고, 사회계층간의 분화와 대립갈등이 첨예화하는 사태에 이르게 됨에 따라 대폭 수정되기에 이르렀으니, 모든 사람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생존권을 보장해 주기 위하여서는 토지소유권은 이제 더 이상 절대적인 것일 수가 없었고 공공의 이익 내지 공공복리의 증진을 위하여 의무를 부담하거나 제약을 수반하는 것으로 변화되었으며, 토지소유권은 신성불가침의 것이 아니고 실정법상의 여러 의무와 제약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으로 되었으니 이것이 이른바, "토지공개념(土地公槪念) 이론"인 것이다.“) 그러나, 근대 자본주의 시기에도 소유권의 상대성은 소멸되지 않았다. 절대적 소유권이 도입되었지만, 기존 제도에 남아 있는 그 흔적들을 다 없앨 수 없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개인에 대한 토지소유권은 국가가 성립한 청동기 시대 이후 발생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에서는 대개 삼국시대 정도가 되면 토지에 대한 개인 소유권이 인정되었다고 본다. 중국 사서인 한서에 남아 있는 고조선에 관한 기사를 보면 물건을 훔친 자는 데려다가 노비로 삼으며 속죄하고자 하는 자는 1인당 50만 전을 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절도의 대상은 토지가 아니라 곡식이나 베와 같은 물건(지금 용어로 하면 동산)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즉, 역사적으로 보아도 토지소유권은 동산소유권보다 늦게 인정된 것이 분명하다.
소유권은 다른 모든 권리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관계와 맥락 속에서 존재한다. 다른 모든 권리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필요성에 따라 권리에 부수하는 의무가 존재한다. 전 근대시대에는 그 의무가 생산의무라고 할 수 있다. 명시적으로 생산의무라고 하지는 않지만, 경국대전에는 토지의 경작자가 경작을 3년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관에 신고를 하고 경작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사적인 부분은 1997년에 제정된 농지법에는 5년간 농지를 경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허가를 받아 농지를 경작할 수 있도록 하는 동일한 의무가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대한민국 법원은 소유자의 동의 없이 빈 땅에 경작을 한 경우에도 그 경작물이 다년생이 아닌 경우에는 소유자가 해당 경작물을 철거하거나 자신의 소유로 할 수 없고 그 소유권을 경작자에게 귀속시키고 있다.(주 : 대법원 1979. 8. 28. 선고 79다784 판결 등) 이러한 법률조항과 판례는 생산의무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1949년 농지개혁법에 의하여 농민들에게 분배된 농지의 소유권은 상환곡(1년 생산량의 150%)을 다 납부하면 농민에게 부여하였다. 상환곡을 다 납부하기 전에도 농민들은 땅을 처분만 못 하였지 해당 땅에서 영구경작이 허용되었는데, 이 권리를 통상적으로 수분배권이라고 칭하였다. 이 수분배권은 법에 정해진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만 농민이 포기하거나 반환할 수 있었고, 상환곡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에도 재판을 거쳐야만 정부가 농지를 반환받을 수 있었을 뿐이다. 즉, 헌법과 농지개혁법에 의하여 인정된 수분배권도 농민들에게 경작의무를 부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사할만한 부분은 일반적인 동산과 달리 토지를 포함한 부동산은 현행법에 의하면 권리포기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문헌들은 부동산의 포기가 가능한 것처럼 기술하고 있으나 실제 법률조항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실무상으로도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자동차에 대한 소유권도 포기할 수 없고 이로 인하여 일부 노숙인들의 명의대여로 인한 대포차량 문제도 법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것이다. 즉, 내가 가진 땅의 권리를 포기할 테니 그 땅을 가져가라는 식의 행동은 불가능하고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문제가 되고 있는 방치된 빈집 문제와 관련해서 2017년에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된 데에는 부동산에 대한 일방적 권리포기가 불가능했다는 사정도 영향을 미쳤다.
즉, 헌법 제23조 제2항에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일반 조항이 있지만, 이것이 없던 시절에도 소유자의 의무는 시대를 불문하고 존재해 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수정자본주의 시대인 현대에는 소유자는 그 권능이나 이익의 일부를 공동체나 단체에 귀속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소유자의 의무를 보다 능동적으로 해석한다면 기후위기에 맞추어 소유자에게 저성장 내지 저탄소배출 의무가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2) 로마식 절대적 소유권 개념의 문제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법에 존재하는 절대적 소유권 개념에 기초해 많은 자본주의 국가의 법률이 정비됨으로 인하여 소유자의 의무 및 관계로서의 소유권 개념은 제대로 이해되지 못했다. 문제는 수정자본주의가 도입되어 이로 인하여 절대적 소유권 개념에 많은 제한이 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이다. 절대적인 권리를 제한한다고 해도 애초에 소유권을 절대적으로 보는 한, 제한이 가능하기는 했지만 용이하지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전세권자를 아무리 보호하려고 하여도 소유자의 절대적인 권리에 막혀 그 관련된 입법이 매우 더디다. 주택의 경우 전세권자가 해당 부동산 가치의 70~80%를 출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소유자라는 이유로 전세권자의 권리는 소유자의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다.
로마법상의 절대적 소유개념이 확대된 배경은 이렇게 추측해 볼 수 있다. 노동에 대한 인신적 지배를 대체할 만큼 강력한 소유제도를 유산계급들이 강력히 원했고 그것이 국가의 법으로 투영된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로마법상의 절대적 소유개념은 부르주아지에는 매우 유용한 도구였다. 프랑스 인권선언 제17조에 규정된 소유권이 신성불가침의 권리라는 것은 그 대표적 예이며, 마르크스가 라인신문 기자 시절 라인 의회의 입법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을 했던 지점 또한 동일하다. 당시 라인 의회는 타인소유 임야에서 살아 있는 나뭇가지가 아닌 땅에 떨어져 있던 나뭇가지를 채취해 가는 행위를 당시 상당히 중형이었던 절도죄로 처벌하는 입법을 통과시켰는데 마르크스는 그 과정을 기사로 쓰면서 정치이론을 형성해 나갔고,(주 : 마르크스는 라인 의회를 “재산권이라는 특정 이익을 위한 의회”라고 지칭하였다. Karl Marx and Frederick Engels(1975), p.262) 그것은 결국 공산당 선언에 나오는 국가는 부르주아 계급의 집행위원회라는 인식까지 확대된 것이다. 즉, 이 절대적 소유권 개념은 부르주아지 국가가 부르주아지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받아들인 것이고 그 국가들이 제국주의화 되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4. 한국의 경우
일본 강점기 초기 일본 학자 중 일부는 조선이 미개한 사회였음을 보이기 위해 조선 시대 모든 토지가 왕의 것으로 국유였다는 주장을 했으나 모든 사료가 가리키는 것은 조선 시대에도 상당한 정도의 개인 소유제도의 성숙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땅이 거래되었을 경우 이를 관에서 확인하는 일종의 등기 절차인 입안제도가 있었고, 토지소유자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다양한 재판제도가 있었으며, 상속권도 보장되었다고 한다. 또한, 땅이 공공용도로 수용될 때 보상도 이루어졌다고 한다.
또한, 소유권에 준하는 다양한 형태의 권리 관계가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개간된 토지 등에 인정되던 도지권은 상속, 처분, 저당의 대상이 되었으며, 토지 가격의 3분의 1 정도에 거래되었으며, 종중 외에도 마을 공동체가 여러 유형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은 자신의 민법을 적용하고 토지조사사업을 하면서 도지권, 사찰을 제외한 단체 소유권, 관습법상의 권리 등을 소멸시켰고, 이로써 한국에서 절대적 소유권이 확립되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수립 후 1958년 민법 개정으로 단체소유권을 인정하는 총유 제도가 명문화되었는데, 이것은 당시 입법자들이 게르만법에 존재하던 단체소유권을 받아들인 것이다. 게르만과 조선은 다른 역사를 가졌지만 단체소유권은 어느 나라에서나 존재하는 보편적인 제도였던 것이고, 한국은 토지조사사업과 일본 민법의 적용으로 단체소유권이 대폭 축소가 된 것에 불과하다. 일본 민법 적용과 토지조사사업은 한국에서 영국의 엔클로저 운동과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단체가 그 대표자 명의로 토지사정을 받고 등기하였고, 이는 이른바 명의신탁법리에 의하여 규정되었으나, 그 대표자들이 횡령할 의사로 매각할 경우 해당 소유권은 적법 하에 타인에게 이전되는 것으로 일제 강점기 판례는 보았고, 정부수립 이후에도 이는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정부수립 후 1958년 민법 제정으로 단체의 소유권은 원칙적으로 인정되었고, 종중, 교회, 사찰 등이 등기번호를 받아 부동산 등 토지를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할 수 있게 되었고, 소멸 일로에 있었던 마을(동계)의 재산도 일부 유지되게 되었다.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산간 소재 마을 가시리는 2012년 현재 469세대 인구 1,100명의 작은 마을인데, 225만 평의 마을 공동목장을 소유하고 있다. 2012년경부터 풍력발전소에 풍력발전기 사용을 위하여 땅을 임대하여 연간 9억 원의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주 : 최현, 정영신, 윤여일(2017), p.68) 이 수익은 마을 경로당 건립, 주민 자녀 학자금 지원, 각 세대에 월 2만 원 전기료 지원 등에 사용되고 있고,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공유재산으로부터 비롯되는 이익이 분배된다는 점에서 잘 작동하는 단체소유제도라고 할 수 있다.
현행 민법상 총유 제도의 가장 큰 특색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원총회에 의하며 각 사원은 정관 기타 규약에 좇아 총유물을 사용할 수 있다(주 : 민법 제276조)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해당 단체가 민주적으로 구성, 운영되어 있다면 1원 1표가 아닌 1인 1표의 원리에 의하여 부동산 등 토지를 처분,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할 것이다. 오스트롬(주 : Ostrom(2010), pp. 90-98)이 성공적 집합행동의 조건으로 열거한 제도 공급, 신뢰할만한 이행 약속, 그리고 상호감시가 존재한다면 한국에서의 단체소유도 발전할 수 있는 제도적 기초가 있는 것이다.
또한, 단체소유제도가 법률에 의하여 도입되어 전국적으로 확산된 예도 존재한다. 1950년대 어업법(현 수산업법) 도입으로 어촌계가 어업권을 공동소유할 수 있는 법률적 지위가 인정됨에 따라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어장이 어촌계나 수협에 의하여 관리, 운영되고 있다. 쉽게 말하면 한반도 인근 바다에서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권리는 어촌계나 수협만이 가지고 있으며 해당 어장에서 누가 어떤 기준으로 물고기를 잡고, 어떤 수산물을 양식할 것인가는 모두 어촌계에서 정한다는 말이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어촌계에 따라 그 운영이 천차만별이기도 하고 어촌계 내부에서 재산의 과다에 따라 구성원들의 영향력에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극히 일부 사람이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와 달리 어촌계 구성원 전부가 일정하게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임은 분명하고 이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규모로 작동되는 공동소유제도라고 할 수 있다.
현행 헌법은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광물 기타 중요한 지하자원 · 수산자원 · 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 그 채취 · 개발 또는 이용을 특허할 수 있다.(주 : 대한민국헌법 제23조 제2항, 제120조 제1항) 즉, 이에 의할 경우 햇빛이나 바람과 같은 자연력의 이용권은 관련 토지 소유자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고 국가가 법률에 따라 그 이용권을 부여할 수 있으며, 그 부여 대상은 당연히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마을 공동체가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법률에 제주도지사는 제주도의 풍력자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근거로 제주도에서는 조례를 제정하여 풍력발전사업자로 하여금 자금을 출연하게 하여 인근 지역주민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주 :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304조, 제주특별자치도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 등에 관한 조례 제3조 제2항) 그 규모가 매출액의 상당 비율에 달하는 예도 있어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5. 대안적 소유제도의 모색
대안적 소유제도는 소유권의 절대적 우위를 부정한다. 소유권도 여러 병존하는 권리 중의 하나이면 사회적 의무와 제약에 귀속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현재에서는 전통적인 생산의무나 공공복리 적합 의무 외에 기후위기에 상응하는 유지보전 의무가 추가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다양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다음과 같은 사항을 모색해볼 수 있겠다.
1) 이용자를 공동소유자로 인정
그동안 우리는 이용권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전세권자나 임차인처럼 소유자보다 하위의 개념을 설정하고 이들의 지위를 보호하도록 입법적 개선을 추구하여 왔다. 그러나, 소유자 권리의 절대성에 막혀 그 개선은 매우 더딘 것이 실정이다.
예를 들면 전세권자는 그 실질은 공동소유자 내지는 소유자에 준하는 권리를 가진 사람이라고 보아야 한다. 해당 부동산 가격의 70~80%를 출연한 사람이 단순한 채권자 또는 이용자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런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1958년도 민법 제정 시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전세권을 도입한 것이다(다만 이 제도는 등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소유자 측의 거부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만약 전세권자를 소유자에 준하는 권리자, 해당 부동산에 대해서 70% 이상의 권리를 가지는 공동소유자로 본다면 현실에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이에 따라 소유제도를 수정하면 부동산 가격하락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큰 문제가 없다. 지금 제도에서는 법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소유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른 재산을 이용하여 전세금을 돌려주어야 하기는 하나 사실상 이를 돌려받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보다 용이하게 해결할 수 있다. 특히, 특정 상권이 상인들의 노력으로 발전하였다면 그에 상응하는 권리가 있다는 전제하에 그곳의 임차상인들은 해당 지역의 사용,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임차료 등 임대조건에 대해서 소유자와 협의권을 가지고, 소유자는 이에 응할 의무가 있도록 하여야 한다.
2) 토지소유권을 토지이용권으로 대체
토지는 간척사업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재산과 달리 인간의 노동이나 창의력에 의하여 창출할 수 없는 재산이다. 토지에 대해서 절대적 소유권을 논리 필연적으로 인정하여야 할 이유는 없고, 현행 제도도 토지거래허가제와 같이 토지소유권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토지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토지소유권을 토지이용권으로 대체할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한다. 토지이용권은 영구적인 권리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필요에 따라 그 범위나 기간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3) 단체 소유권의 확대 강화
현행 총유제도가 단체 소유권에 대한 기본적인 뒷받침이 되고 있으나, 단체 소유권을 확대 강화할 수 있는 제도가 미비한 것은 사실이다. 단체 소유권이 작동 가능한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단체의 민주적 구성과 적정 관리 원칙이 구현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법률이 있어야 한다.
4) 자연력의 공동소유 법정화
현행 헌법은 “중요한 지하자원 · 수산자원 · 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에 대해서는 국가가 특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자연력이 국가 공동체 전부의 것이며 필요할 경우 일정 집단이나 단체에게 그 권리를 부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즉, 풍력, 태양력, 조력 등 자연력에 대해서는 토지소유자의 권리가 그대로 미친다고 볼 수 없으며 이는 원칙적으로 공유자산임을 인정하고, 거주 주민이 그 이익을 공동으로 향유할 권리가 있음을 보장할 수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처럼 구체적인 법률이 필요한 것이다.
6. 결론
공동소유, 단체소유는 인류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고 현행 제도에 다수 그 요소가 남아 있다. 소유권은 개인에게 부여되더라도 사회적 관계 속에서 그 의무가 수반되어 있다. 그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으며 현재의 중장기적 과제는 절대적 소유제도를 대안적 소유제도로 대체하는 것이다.
[참고문헌]
- Karl Marx and Frederick Engels, 1975, Collected Works Volume 1, Moscow : Progress Publishers
- Elinor Ostrom, 2010, Governing the Commons, Cambridge Unversity Press, 1990, 윤홍근, 안도경 역, 『공유의 비극을 넘어』, 알에이치코리아, pp. 90-98
- 김주희, 2020,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 현실문화
- 최현, 정영신, 윤여일 편저, 2017, 『제주의 마을과 공동자원』, 진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