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하기

노동

10/11 합본호 3. 노동 불평등과 정책과제

- 임금 불평등의 실태, 원인, 해법을 중심으로
  • 입력 2024.01.25 13:49      조회 248
  • 태그

  • #노동
  • 공유하기

  • 3. 노동 불평등과 정책과제-임금 불평등 실태, 원인, 해법 중심-이창근.pdf

 

이창근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민주노총 정책실장 등을 거쳐 현재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보고서로 『불평등 사회와 노동의 대안』(공저), 『기후위기와 노동』(공저), 『초기업교섭과 단체협약 효력확장제도 재조명』(공저), 『민주노총 전략조직화 20년, 평가와 전망』(공저) 등이 있다.




1. 불평등은 왜 문제인가?

   “20세기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는 빈곤이었지만, 21세기에는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김윤태, 2019 : 5)”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불평등은 왜 문제일까? “불평등은 단지 낮은 수입이나 빈곤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불평등은 우리의 건강, 자존감,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자원, 인간으로서의 역량을 손상”시킨다(예란 테르보른, 2014; 김윤태, 2019 : 5에서 재인용). 불평등이 문제인 것은 불평등이 높은 사회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건강 등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 위험’ 역시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황선재, 2015). “소득불평등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사회적 신뢰 수준과 기대수명은 낮으며, 반면 영아 사망률, 살인율, 수감률, 그리고 사회적 비이동성 수준은 높게 나타났다(황선재, 2015 : 14~15). 

   한국에서 불평등은 소득, 자산, 소비, 문화, 건강, 교육 등 다양한 측면으로 확대되었다. 다차원적 불평등이 체계화되면서, “다양한 불평등 영역이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강화시켜 개별 불평등의 작동 방식과는 다른 독립적인 내적 작동 방식을 갖춘 불평등의 특수한 형태”로까지 심화되었다. 전병유·신진욱(2016)은 이를 “다중격차(multiple disparities)”로 개념화했다. 불평등 중에서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득불평등은 가장 일차적인 불평등이자 다른 유형의 불평등으로 쉽게 전이되는 근본적인 불평등이다. 소득불평등의 유형은 다양하다. 노동시장에서의 임금 불평등(wage inequality), 경제활동을 통해서 얻는 노동소득 불평등(earnings inequality), 노동소득 이외의 소득까지 포함한 소득불평등(income inequality), 자산 또는 부의 불평등(wealth inequality) 등이 있다. 

   이 글에서는 노동시장에서의 임금 불평등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복잡한 불평등의 유형 중 그나마 정책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불평등이며, 가장 우선하여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황선재, 2018). 또한, 노동시장 내 불합리한 임금격차를 지금처럼 그대로 유지하게 되면 미래에는 격차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다수 국민의 생계 불안 및 상대적 박탈감을 가져올 수 있으며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성재민, 2022 : 129). 이하 본문에서는 임금 불평등의 전반적인 추이와 특징을 살펴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과제를 검토하도록 한다. 


2. 한국의 임금 불평등은 어느 정도인가? 

   임금 불평등 추이는 대표적으로 ① 상위집단이 전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 ② 9분위 상한값과 1분위 상한값의 비율(P90/P10) ③ 저임금 노동자 비중 등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그림 1] 상위 10% 집단 임금 비중 추이

 출처: 홍민기(https://sites.google.com/site/hminki00/)

   국세청 자료를 이용한 상위집단 임금 비중을 분석한 홍민기(2015)에 따르면, 상위 10% 집단의 임금 비중은 1995년을 기점으로 증가하기 시작하여, 2007년 33.3%에 이르렀다. 그 이후부터는 32~33%대의 높은 상태를 유지하다가 2022년 현재 35.2%로 증가하였다([그림 1] 참고). 피케티는 상위 10% 집단의 임금 비중이 20% 정도이면 ‘낮은 불평등’, 25% 정도이면 ‘중간 정도의 불평등’, 35% 정도이면 ‘높은 불평등’, 45% 정도이면 ‘매우 높은 불평등’으로 구분하였다(홍민기, 2015 : 200). 이 구분에 따르면, 한국은 2000년대 후반부터 대체로 ‘높은 불평등’ 상태에 속한다.

 [그림 2] 전일제 상용직의 월 임금 기준 P90/P10, P50/P10, P90/P50 비율 추이

 자료: OECD Statistics 자료 바탕으로 필자 작성. 2024.1.2. 데이터 추출.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P90/P10 비율(9분위 상한값과 1분위 상한값의 비율)(주 : 백분위율은 시간당 임금을 오름차순(적은 금액에서 많은 금액 순서)으로 정리하여 이들을 순서에 따라 동일한 규모로 나눠 분위(집단)를 구분한 후, 각 분위의 상한값(P○○) 사이의 비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백분위율 P90/P10은 9분위 상한값(9분위에 속하는 임금 노동자들 중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의 임금)과 1분위 상한값(1분위에 속하는 임금 노동자 중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의 임금)의 비율을 말한다(통계청, http://kostat.go.kr/incomeNcpi/income/index.action). 백분위율은 P90/P10(9분위 상한값과 1분위 상한값 비율), P90/P50(9분위 상한값과 5분위 상한값(중위임금)), P50/P10(5분위 상한값(중위임금)과 1분위 상한값의 비율) 등이 대표적이다. 통상적으로 P90/P50은 중상위 임금 불평등을 측정하는 수단이며, P50/P10은 중하위 임금 불평등을 측정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성재민, 2014 : 19).)은 1990년대 중반까지 하락하다, 1994년을 기점으로 증가하기 시작하여 2006년 5.12배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하락하여 2020년에는 3.6배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2021년 이후 다시 증가하여 2022년 현재 3.65배이다([그림 2] 참고). 요컨대 한국의 P90/P10 비율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추세적으로 하락하기는 했지만, 2022년 현재 OECD 평균(3.39배)보다는 여전히 높다. 

   한편, 가장 높은 분위와 낮은 분위 간 격차만이 아니라, 중상위 및 중하위 분위 간 격차의 추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발견된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는 중상위 임금격차(P90/P50)가 상당한 폭으로 하락했지만, 중하위 분위 간 격차(P50/P10)는 큰 변화가 없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중상위 임금격차(P90/P50)와 중하위 임금격차(P50/P10) 모두 증가하였다. 다만, 중상위 임금격차의 증가 폭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 시기에는 중간 분위 노동자의 임금도 증가했지만, 상위 분위 노동자의 임금상승 폭이 더 커서 전체적인 임금 불평등이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중상위 임금격차(P90/P50)는 거의 개선되지 않은 채 정체된 반면, 중하위 임금격차(P50/P10)는 두드러지게 하락했다. 하위 분위 노동자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증가하여 전반적인 임금 불평등이 상당히 감소했다.

 [그림 3] 전체 노동자(임시?일용직 포함) 및 전일제 상용직 P90/P10 비율

 자료: 김유선,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각년도) 및 OECD 통계 바탕으로 저자 작성.

   한편, OECD에 제공되는 한국 통계는 민간 부문 1인 이상 사업체 전일제 상용직의 월 임금 통계(주 :  Gross monthly earnings of full-time, regular employees in establishments with one or more regular employees.)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임시·일용직과 비정규직까지 포함한 통계에 기초할 때 지표의 추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를 분석한 자료(김유선,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각 년도)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월 임금 기준으로 P90/P10 비율은 5.5배로서, OECD에 보고된 전일제 상용직 임금만을 고려한 3.4배와는 차이가 매우 크게 나타났다. 한편, 전체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을 기준으로 한 P90/P10 비율은 2000년 4.9배에서 2022년 3.4배로 상당히 개선되었는데, 이는 전일제 상용직 월 임금을 기준으로 한 변화 추이와 비슷하다. 즉, 전일제 상용직의 경우 시간당 임금이든 월 임금이든 상관없이 임금 불평등 추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세적으로 하락했는데, 임시·일용직까지 포함한 전체 노동자의 월 임금 기준 임금 불평등 추세는 다소 등락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짧아지면서 월 임금이 줄어들고, 단시간 노동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상대적 노동시간(주 : 주된 직장의 1주 평균 노동시간)은 2003년만 하더라도 90% 수준(정규직 50.2시간, 비정규직 45.0시간)이었는데, 2022년에는 76%(정규직 42.4시간, 비정규직 32.2시간)까지 격차가 벌어졌다(KLI 비정규직 노동통계, 2023). 이와 같은 현상은 임금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노동시간 양극화’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1992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07년 26%를 정점으로 추세적으로 하락하였다. 2022년 현재 17%로 OECD 평균(14%)보다 3%포인트 높다. 다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OECD 통계는 민간 부문 1인 이상 사업체 전일제 상용직의 월 임금을 기준으로 측정한 수치라는 점에서,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림 4] 저임금 노동자 비중 추이(단위 : %) 

 자료: OECD Statistics 자료 바탕으로 필자 작성. 2024.1.8. 데이터 추출.

   요약하면, 한국 노동시장에서의 임금 불평등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는 몇몇 지표의 경우 다소 개선되는 등 대체로 감소하다, 2020년대 들어 다시 심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임금 불평등 정도는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고 할 수 있다. 


3. 왜 임금 불평등이 심화되었는가?

   임금 불평등의 원인은 관점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제시된다. 먼저, 개인적인 요인으로 설명하는 관점이 있다. 노동자 개인의 교육 수준, 능력 등의 차이로 인해 임금 격차와 불평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유사한 교육과 능력을 지닌 노동자라도 차별적인 임금을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점에서, 개인적 요인의 설명력은 충분하지 않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분절적 특징에 주목하는 관점이 있다. 한국 노동시장은 성별, 기업 규모, 고용형태의 측면에서 뚜렷한 분절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임금, 노동환경 등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장지연 외, 2019). 이처럼 구조적으로 분절된 노동시장이 임금 불평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1차 노동시장은 2차 노동시장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고용 안정성, 높은 임금, 우호적인 노동조건을 특징으로 하는데, 2차 노동시장의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고용관계, 차별적인 저임금,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고, 1차 노동시장으로의 이동이 사실상 폐쇄되어 있어 구조적 불평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만, 고용형태와 기업규모 중 어떤 요인이 더 중요한 불평등의 원인이냐에 대해서는 논쟁이 치열하다. 한편, 단일의 요인에 의한 이중노동시장의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정준호?남종석, 2019 : 260). 노동자 지위를 1차적으로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고용형태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사업체 규모 또는 노동조합 효과와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전체 임금 분포 내에서 노동자 지위가 최종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임금 불평등의 원인으로 꼽히는 분절 노동시장을 구조화하는 두드러진 세 가지 측면, 즉 고용형태, 사업체 규모, 성별로 나눠서 각 집단 간 격차의 추세와 특징을 살펴보도록 한다.

 [그림 5] 정규직 임금(=100) 대비 비정규직 상대 임금

 자료: 김유선,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각 년도) 바탕으로 저자 작성.

   먼저, 비정규직의 존재는 노동시장 분절의 중요한 측면이다. 김유선(2023 : 2)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율은 2000년대 초반 50% 중반대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는 40% 초반에 고착되어 있다. 고용형태에 따른 격차는 임금의 격차를 넘어서 비정규직은 고용불안이라는 불리함을 내포하고 있는 차별적 고용형태이며, 직급승진과 호봉 상승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측면에서 비정규 고용은 노동시장 분절의 주요한 차원이 되고 있다(장지연 외, 2019). 2010년을 기점으로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상대임금도 2010년을 기점으로 추세적으로 증가하여 격차가 줄어들고 있지만, 2023년 현재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는 66%, 월 임금 기준으로는 54%에 불과해 아직 갈 길이 멀다. 

   사업체 규모 역시 한국 노동시장 분절의 중요한 요인이다. 500인 이상 사업체와 500인 미만 사업체로 나눠 장기간의 사업체 규모 간 격차 추이를 보면, 노동조합이 활성화된 1980년대 후반 급등한 이후 꾸준히 증가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격차가 높아진 상태에서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모습으로 나타났다(성재민, 2020 : 7-8). 중층적인 하도급 구조는 기업 간 임금격차를 더욱 확대한다. 원하청 거래 정보가 있는 5만여 개 기업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고용노동부) 자료와 결합하여 원청기업과 하청기업의 임금수준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임금총액 기준으로 하청기업의 임금은 원청기업의 51.1%에 불과하고, 하청단계가 내려갈수록 임금격차는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안주엽, 2015; 박수근 외, 2023 : 46에서 재인용). 1차 협력사는 원청기업의 52.0%, 2차 협력사는 49.9%, 3차 협력사는 42.2%에 불과하다. 한편, 사업체 규모 간 임금격차의 추세와 수준을 주도하는 것은 각 사업체의 최고 임금수준 노동자 때문이 아니라 평균적인 노동자 간 격차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성재민, 2021 : 22-23). 이는 전체적인 임금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 평균적인 노동자 간 격차를 축소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그림 6] 장기 사업체 규모 격차 추이(500인 기준)
  
 출처 : 성재민(2021), “사업체 규모 간 임금격차 추이와 몇 가지 원인 분석”, 『월간 노동리뷰』(2021년 7월호), 한국노동연구원, p.11.

   성별에 따른 노동시장의 분절은 기업 규모나 고용형태 분절과는 독립적인 부분이 있으나 한국의 경우는 서구 선진국들보다 성별에 따른 분절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장지연 외, 2019). OECD 통계에 따르면, 중위임금을 받는 한국의 남성 노동자는 여성 노동자보다 31.1%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그림 7] 참조). 한편, 고임금 여성노동자도 저임금 여성노동자에 비해 정도는 낮지만, 여전히 성차(여성)에 의한 임금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정준호?남종석, 2019 : 250). 성별에 따른 노동 불평등은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뿐만 아니라 고용 이후 배치, 승진 기회, 훈련, 퇴직 등의 고용차별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입직 및 경력이동의 불평등은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이명진 외, 2020 : 21).

 [그림 7] OECD 회원국 성별 임금격차(중위임금)

 자료: OECD Statistics 자료 바탕으로 필자 작성. 2024.1.8. 데이터 추출.

   마지막으로 임금 불평등의 원인으로 자본, 노동조합, 정부 등 행위자의 역할에 주목하는 관점이 있다. 자본의 노동시장 유연화 전략,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능력, 정부의 조세정책과 사회정책 방향에 따라 불평등 수준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김윤태, 2019 : 10).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 등은 소득 불평등의 원인으로 금융규제 완화, 감세 정책, 노동조합 약화를 거론했다.(주 : “정부-노조, 누가 경제 성장 발목 잡나?”, 2015.9.15., 경향신문, https://m.khan.co.kr/economy/ economy-general/article/201509150744571) 국제금융기구인 IMF도 2015년 7월 『불평등과 노동시장제도』(Inequality and Labor Market Institutions) 보고서를 발행하여, 노동조합 조직률이 하락할수록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해를 경제정책과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에 반영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소득 불평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주 : 각주 4의 글 상동.)  IMF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81~2010년 1분기 사이 소득 불평등과 노동조합 조직률은 -0.462의 강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국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에 대해서는 논쟁적이다. 이병희(2023 : 43)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고임금 노동자를 대변한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노동조합의 임금 평준화 효과는 크지 않으며, 비정규직 확대에 대응하여 노동조합의 조직 기반을 확대하지 못하였고, 기업 간 임금 격차 확대를 억제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한편, 안정화(2023)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소득 중상층(3, 4, 5, 6분위)의 노조 조직률 증가와 궤를 같이하면서, 임금 불평등을 완화시켰다고 주장한다. 결국, 노동조합의 존재 자체보다 노동조합이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와 구체적인 활동 방향이 무엇인지에 따라 그 효과는 다를 수 있다(성재민, 2022 : 123).


4. 어디에서 출발할 것인가? - ‘연대의 원리’를 다시 묻는다

   임금 불평등의 원인이 다차원적인 만큼, 그 해법도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은 없다. 다차원적 불평등에 조응하는 다양한 정책의 유기적 조합이 필수적이다. 즉, 임금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시장임금의 격차 축소를 위한 직접적인 수단뿐만 아니라, 일자리 중심의 산업정책, 원하청 관계 개선, 사회보장 및 재분배 정책 등 복합적인 정책조합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 모든 분야의 정책을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연대임금정책’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지금까지의 시도를 간략하게 검토하고, 향후 정책과제를 제안하도록 한다. 

   첫째, 지금까지 임금 불평등 해소를 위한 연대임금정책은 대체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저임금 해소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는 중·하위 분위 임금 불평등 완화에 상당히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에는 중·하위 분위 불평등의 축소 추세를 유지하면서도 중·상위 분위 임금 불평등 축소를 위한 정책 수단들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실행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미조직 노동, 대-중소기업 노동자, 정규직-비정규직, 성별, 세대 등 다양한 노동시장 분절 요인에 따른 불합리한 임금 격차 축소를 목표로 한 ‘임금 평준화’ 정책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이병훈 외, 2021: 228~229).

   둘째, 대체로 현재 저임금 부문의 임금 상승에 따른 중하위 분위 격차는 다소 축소되고 있지만, 중상위 계층 간 임금격차는 뚜렷한 개선이 보이지 않고 있다. 임금 불평등의 가장 핵심 요인 중 하나인 사업체 규모 간 불평등 추세를 심화시키는 요인도 각 규모의 상위 분위 노동자가 아니라 평균적인 중간 분위 노동자이다(성재민, 2021). 따라서 임금 불평등 개선을 위해서는 저임금 해소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주요 분절 요인 간 격차를 줄이고 중간 부문의 평균적 노동자 계층을 확대하는 임금평준화 정책이 필수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임금평준화를 위한 효과적인 연대임금정책으로는 초기업 단위 교섭 촉진과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OECD가 2019년 발행한 『Negotiating Our Way Up』이란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극단적으로 분권화된 기업별 단체교섭이 지배적인 국가보다 초기업적 교섭체계를 구축한 국가에서 임금 불평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ILO도 유사한 결론을 제시하고 있는데, 초기업적 교섭체계가 지배적인 국가는 기업별 교섭 또는 혼합형 교섭체계가 지배적인 국가에 비해 단체협약 적용률은 높았고, 임금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P90/P10은 낮게 나타났다.(주 : https://ilostat.ilo.org/beyond-the-numbers-exploring-the-relationship-between-collective-bargaining-coverage-and-inequality/) 단체협약 적용률이 10% 떨어질 때마다 임금 불평등도는 0.34%포인트 증가한다는 실증분석 결과도 제시된 바 있다(Hayter and Visser, 2021). 이처럼 초기업적으로 조정된 단체교섭체계 구축과 단체협약 적용률 확대가 임금 불평등 해소의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주 : “국제적으로 검증된 대책, 윤석열 정부만 외면”, 이창근, 매일노동뉴스. 2023. 5. 15,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5061)

   초기업교섭 촉진과 단체협약 효력 확대를 위해서는 먼저, 사용자 공동이익 증진 목적으로 설립되어 각종 정부위원회에 참여하는 단체(‘사업자단체’)의 사용자단체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권한과 책임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라도 이들에게 산별교섭에 응해야 할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사실상 기업별 교섭을 강제하고 있는 창구단일화제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노동위원회에서 초기업교섭 단위 결정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초기업교섭을 촉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한편,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 개선과 관련하여, 초기업교섭에서 체결된 협약 중 해당 업종, 직종, 산업, 지역에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한 조항은 노동부 장관이 공익적 성격을 고려하여 확장 적용 결정을 할 수 있는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초기업교섭 활성화는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선, 내부노동시장의 발달이 미흡하고 직종노동시장이 폭넓게 형성되어 있는 2차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별 노사관계 및 교섭구조 형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셋째, 중·하위 분위 임금 불평등 축소 추세의 지속을 위해서는 저임금 해소 정책을 중층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저임금 노동자 비중 축소 정책은 지금까지 최저임금 인상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또한, 많은 실증 연구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실제 임금 불평등 해소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인상과 운영이 필요하며, 동시에 최저임금을 보완하는 다양한 저임금 해소 정책이 중층적으로 실행될 필요가 있다. 중층적 저임금 해소 정책으로서 ‘최저임금 +α’는 △ 최저임금의 지속적 인상과 안정적 운영·효과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 적정임금제·안전운임제 등 최저임금 이외의 저임금 개선 정책 확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저임금은 생계비를 반영한 적정임금 수준을 보장하고, 그 이외에 건설업 적정임금제를 확대하여 하청 노동자 중간착취 금지와 적정임금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공기관의 하청·용역관계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를 다시 활성화·상설화하고, ‘공정 수수료 제도’ 등 비슷한 유형의 제도 도입을 배달 등 플랫폼 부문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종사자나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정해 놓은 수수료에 동의해야 일을 하는 방식이라 노동자의 소득이 열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넷째, 하청 노동자의 단체교섭권 보장을 위해 원청 사업주가 사용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하청, 도급, 용역, 위탁 등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원청의 사용자 역할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원청과 하청 노동조합 간 공동교섭 또는 모기업과 자회사 노동조합 간 공동교섭은 고용형태별 임금격차와 기업규모별 임금격차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원청을 상대로 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한 ‘노란봉투법’을 다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저임금 분위 임금 격차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는 해고 제한, 노동시간, 휴업수당 및 연장노동수당 등과 관련된 조항의 적용이 배제된다. 또한,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는 주휴수당, 연차유급휴가 조항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분절 노동시장을 해결하기 위한 개별적 노동관계법상의 첫 번째 과제는 바로 5인 미만 사업장 종사 노동자도 다른 사업장의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인간다운 노동을 위하여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노동조건의 최저 기준을 적용받도록 하는 것이다(박수근 외, 2023 : 10). 증가하고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초단시간 노동자의 근로기준법 적용은 저임금 해소의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불평등 해소를 위한 대안은 ‘연대의 원리를 어떻게 확대하고 실현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설계되고 재정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임금·일자리 등 노동시장 불평등 해소는 기업별 교섭을 통한 조합원 임금 최대화 전략에서 벗어나, 초기업적 수준에서 연대의 원리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와 전략을 정비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초기업교섭·협약 체결을 통해, 고용형태·기업규모·성 등에 상관없이 임금과 노동조건 표준화를 도모하는 연대임금정책이 필요하다. 나아가 조직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 간 격차를 완화하는 정책 수단으로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 개선도 연대의 원리를 실현하는 유력한 방안이다. 

   한편, 불평등 해소는 제도적 대안을 정교하게 설계하여 집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당사자들이 집단적으로 결사하고, 협상·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임금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비정규직 및 불안정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고 초기업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줄 때 유력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며, 플랫폼 노동을 포함한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도 노동자성 인정을 포함한 노동기본권 보장이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이창근 외, 2021:345-346).



[참고 문헌]

- 김유선.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23.8) 결과-”, KLSI 이슈페이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23.
- 김윤태. “왜 불평등이 문제인가? 불평등의 현황과 원인”, 『한국사회의 불평등은 얼마나 심각한가? 포용국가의 방향과 과제』 국회입법조사처 토론회, 2019.
- 박수근·이병희·정흥준·박명준·김종철·정영훈·김홍영.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과 대책 연구보고서』 민주노총·한국노총, 2023.
- 배건이·박은정 외. 『임금격차 완화를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 –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완화 및 성별 임금격차 완화를 중심으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협동연구총서 22-28-01. 2022.
- 성재민. 『규모 간 임금격차 변화 원인과 정책방향』 한국노동연구원, 2020.
- 성재민. 『기술, 시장지배력 변화가 격차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과제』 한국노동연구원, 2022.
- 안정화. “노동조합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가 : 노조에 대한 허구적 프레임과 과제”, 『노동개혁, 어디로 가야 하나? 2023년 대안적 노동개혁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한국산업노동학회, 2023.
- 이명진·안소영·강우창. 『한국의 불평등 연구 : 노동시장 불평등과 자산 불평등을 중심으로』 국회미래연구원, 2020.
- 이창근·이재훈·김정진·김직수·김진석·나원준. 『불평등 사회와 노동의 대안』 민주노총 총서 2021-11, 민주노동연구원.
- 장지연·정이환·전병유·이승렬·조성재·강성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통합적 노동시장정책 패러다임』 한국노동연구원, 2019.
- 전병유·신진욱. 『다중격차 : 한국 사회 불평등을 심문하다』 페이퍼 로드, 2016. p.26
- 정준호·남종석. “근로자의 결합노동시장지위가 임금 분포에 미친 효과”, 『동향과 전망』 106호. 2019.
- 황선재. “불평등과 사회적 위험: 건강·사회문제지수를 중심으로.”, 『보건사회연구』 35(1). 2015. pp. 5-25
- 홍민기. “최상위 임금 비중의 장기 추세 (1958-2013)”, 『산업노동연구』, 2015. [자료 및 결과 (2022년까지 수치 갱신)]   

- OECD. Negotiating our way up: Collective Bargaining in a Changing World of Work. 2019.

  • #노동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