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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그린뉴딜과 사회적 경제
- 입력 2020.09.30 15:18 조회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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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인가?
2020년은 코로나19로 시작해서 결국은 겨울 대유행으로 마무리 될 듯하다. 겨우 연말을 앞두고 백신이 나와서 몇 개 나라에서 긴급승인을 앞두고 있지만, 이미 11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진자는 6천만 명을 넘었고, 하루 사망자도 1만명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일일 확진사 수와 사망자수 기준 어느쪽으로 보아도 최초의 대유행시기였던 2020년 3월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대로 전 세계적 2차 대유행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도 11월말부터 하루 확진자가 5백 명을 넘어서 확산일로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 막 개발되어서 최종 시험과 양산, 배포를 앞두고 있는 백신이 일반 시민의 손에 닿으려면 아직 꽤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0년 겨울에서 2021년 봄까지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은 최고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코로나19 재난이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기 이전인, 2020년 1월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은 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한 요소를 따로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에 다보스 포럼(WEF)이 세계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설문을 하여 향후 10년 안에 발생가능성과 파급력/영향력 정도를 1점에서 5점까지 점수를 측정해본 결과, 코로나19같은 전염병은 영향력은 높은 편이었지만 발생가능성은 사실 중간 이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발생했고, 그 영향은 세계경제를 무너뜨리고 세계적으로 2020년 11월 현재 150만 명에 육박하는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하지만 당시 여론조사에서 발생가능성이나 영향력이 모두 최고 수준인 5가지 요인은 모두 기후변화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극단적 기후, 기후대처 실패, 자연재해, 인간이 유발한 환경재앙, 생물다양성 소실 등이 그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2020년 9월에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센터가 세계 각 국가 국민들에게 “여러분들의 나라에서 가장 큰 위협은 무엇입니까?”하고 물었을 때,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예상대로 코로나19가 가장 큰 위협이라고 답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들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서도 가장 큰 위협을 ‘기후위기’로 꼽았던 것이다. 물론 한국도 기후위기를 네 번째로 주요한 위기로 인식해서 81점을 주었고 가장 큰 위협이라고 생각된 코로나19 89점보다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아마도 2020년 54일간 이어진 유래없는 장마가 단순한 자연재난이 아니라 ‘기후위기의 결과’라는 인식이 퍼졌던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단지 우리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북극곰의 생존의 위기아니라 우리 인류의 생존의 위기이고, 미래세대의 위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세대의 위기라는 문제의식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린뉴딜은 미래를 위한 세 번째 선택지
잘 알려진 것처럼, 기후위기는 인류가 땅속에 묻혀있는 석탄, 석유, 가스 등 이른바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채굴해서 에너지나 원료로 사용하려고 태운결과, 주로는 대규모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중으로 투입한 결과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가 온실가스 역할을 하면서 지구 온난화를 촉발시켰고 2020년 현재 지구의 평균온도는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약 1.1도까지 올랐다고 한다. 화석연료가 온실가스 배출에 미친 영향은 약 85퍼센트라고 하니 지구 온난화의 대부분은 화석연료 사용 탓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기후위기를 막는다는 것은 이번 세기 중반 이전에 화석연료 사용을 사실상 종료함으로써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얼마전 한국정부도 2050년 탄소배출 중립(순 배출 제로)을 선언함으로써 약 110여개국들의 탄소중립 선언 대열에 동참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 얼마나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2018년 가을 한국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유엔 국가간 패널(IPCC)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1.5도 특별보고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보고서는 우리 인류가 안전하게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기존에 알려진 추가 온도상승 2도가 아니라 1.5도 이내로 온도상승을 억제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다. 2050년 탄소배출 중립을 달성하려면 앞으로 10년 안에, 즉 2030년까지 현재 배출하는 약 40기가 톤 가까운 탄소배출을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집행책임을 맡았던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는 이렇게 강조했다. “2030년까지 글로벌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이는 목표는 우리가 달성해야 할 절대적인 최소한이다. 왜냐하면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이지 못하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순제로 목표는 거의 달성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술적으로 보면 2020년 올해부터 매년 탄소배출 감축량을 약 7.6퍼센트씩 줄여야 한다는 것이 유엔의 권고다.
이제 인류의 미래는 대체로 세 가지 선택이 놓여있다. 첫째는, 지금까지 해왔던 관성대로 하는 것이다. 탄소배출량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계속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 금세기 안에 지구의 추가적인 온도상승은 적어도 3도 이상, 또는 최대 6도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 산호초의 완전 파괴와 급격한 해양 산성화는 물론이고, 대규모 해수면 상승, 극단적인 기후의 반복적 발생 등 인류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2020년 지금까지의 현실로보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 경로는 탄소배출 목표를 준수하기 위해 인류의 경제활동을 파격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마침 2020년 코로나 19가 중요한 전례를 만들어주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봉쇄(Lock down)와 거리두기 등 전 세계적으로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된 결과 탄소배출이 약 6~8퍼센트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결국 단순 계산을 적용하면, 코로나19로 인해 경제활동이 위축된 정도의 강도만큼 매년 10년동안 탄소배출을 축소시켜
나가면 10년 안에 목표한 절반감축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탄소배출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이 수반될 것이다. 2020년 한 해 동안의 코로나19재난 고통도 감수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를 누적적으로 10년 동안 반복해서 감수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다. 따라서 두 번째 경로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앞의 두 가지 길이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라고 한다면 나머지 세 번째 선택지가 있다. 전 사회적인 역량을 동원해서 탄소기반 경제를 버리고 탈0탄소경제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소비를 통제함으로써, 우리의 삶의 수준을 급격히 추락시키지 않으면서도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경로다. 이 경로로 가는 모든 정책적 수단을 모은 패키지에 이름을 붙인다면 그것을 바로 ‘그린뉴딜(Green New Deal)’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그린뉴딜은 (1) 지구온도 상승을 1.5로 억제하기 위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고, (2) 공공이 책임지고 준전시상태의 비상 자원동원으로 10년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며, (3)화석연료 기반의 산업과 도시, 생활을 탈 탄소 경제로 대전환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해야 한다.
[그림 ] 그린뉴딜 개념도(필자 구성)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그린뉴딜 핵심 전략
최근에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한국정부가 정책으로 수용한 그린뉴딜(Green New Deal)은 바로 2030년 탄소배출 절반 감축과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면서도 불평등을 동시에 줄이자는 야심찬 정책 목표다. 특히 탄소배출의 85퍼센트 이상 책임이 있는 화석연료 사용을 빠른속도로 줄여나가면서 탈-탄소사회로 대전환하는데 국가가 전사회적 역량을 모아내도록 하자는 정책이기도 하다. 전력생산을 완전히 재생에너지로 전환시키고, 내연기관자동차를 전기차로 전환시키며, 산업생산은 물론 빌딩과 주택 등의 에너지 효율을 대거 높임으로써 화석연료에 의지하는 경제와 도시, 우리의 삶을 바꿔나가자는 프로젝트다. 물론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속의 그린뉴딜 정책은 위와 같은 그린뉴딜의 본래적 구도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2030년 탄소배출 절반 감축목표도 없고,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석탄화력 등 탈 탄소 기획도 상당히 허점이 많다.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대규모 그린 리모델링 계획도 부족하고, 이동과 교통의 탈-탄소화 프로젝트도 취약하다. 추진과정에서 공론화를 통해 개선해야 할 여지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중앙정부 그린뉴딜 정책만 바라보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광역과 기초 지방정부들이 어떤 면에서는 더욱 의욕적으로 그린뉴딜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두 가지 점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먼저 기후위기에 대한 진정한 ‘위기의식’을 시민들과 만들어나가는데, 시민 밀착력이 높은 지방정부가 할 일이 많다. 다음으로 에너지 전환, 그린 모빌리티, 그린 리모델링 등 주력 그린뉴딜 프로젝트들이 대체로 거대 기업들의 초대형 프로젝트 성격보다는, 지역 분산형 프로젝트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대규모 재생에너지 투자, 교통 인프라와 이동구조의 전환, 건물 리모델을 추진하자면, 지방정부가 재정동원에도 한계가 명확하고, 다양한 법률적 뒷받침을 받아야 하는데, 지방정부 자력으로 어떻게 그린뉴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을까? 물론 한계가 크다. 하지만 10년 프로젝트다. 중앙정부도 그린뉴딜 명목으로 일단 올해 추경을 포함하여 5년동안 국비 기준 42.7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재난지원금을 지방정부가 먼저 만들어서 중앙정부를 압박한 사례가 있는 것처럼, 적은 규모라도 먼저 시작하여 작은 실제 사례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그림 ] 그린뉴딜을 위한 각 주체의 역할(필자 구성)
그린뉴딜의 지역적 실천과 사회적 경제
어쩌면 재정적 제약이나 법적 제약보다도 더 큰 장벽이 주민의 동의와 참여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에너지 전환등이 이른바 ‘민원’이라는 이름으로 제약되어 왔다는 평가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동전의 양면이다. 지방정부가 탈탄소경제, 탄소없는 도시, 재생에너지 100% 지자체로의 전환을 주민의 힘을 등에 업고 주민과 함께 만들겠다는 계획을 잘 세우면 주민은 오히려 지방정부 그린뉴딜의 강력한 지지자가 될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지역의 공동체나 주민들과 연계된 사회적 경제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현재의 10배, 20배 이상의 태양광, 풍력을 신설하려면, 주민들이 살고 있는 생활권 반경에서 소규모 재생에너지 시설을 곳곳에 설치해야 한다. 그러려면 단순히 주민들의 공감과 동의를 얻는다는 차원을 넘어서, 주민이 적극적인 내부 이해관계자 안으로 들어오도록 노력을 동반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덴마크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는데, “풍력왕국인 덴마크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소동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지역주민이 80%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 판매수익은 지역 주민에게 배분되고 건설계획도 주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한다. 또한 지역에 자치단체, 또는 협동조합 등이 있어 풍차사업 경영을 진행할 수 있다.” (김동운, 2018)
다른 사례로서, 독일의 시골지방 프라이암트(Freiamt)는 12,000MWh전기를 소비하지만, 자체적인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으로 15,000MWh 생산해서 수익을 남긴다. 재생에너지 100%가 넘는다는 소리다. 풍력 터빈을 비롯해서 대부분 시설이 공동체 소유 또는 지역주민소유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독일에서는 850개 지역협동조합이 점차 국가에서 공급을 늘리고 있는 재생에너지 상당부분을 통제한다. 이들 대부분은 독일의 1,000개나 되는 협동조합은행 한 곳으로부터 운영자금을 지원받는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지역이나 농촌의 경우, 지역주민이 사업 주체가 되어 마을회관, 창고 건물의 지붕이나 옥상, 주차장 등 유휴공간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고 전력 판매 수익을 지역주민 복지에 사용하려는 초기적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남도는 2018년부터 재생에너지 사업에 마을주민이 직접 참여,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 판매해 주민 소득을 만들어 내는 ‘마을 공동체 태양광발전소 설치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이처럼 그린뉴딜은 전국적, 전사회적 프로젝트이지만, 그 실행은 매우 지역적이고 공동체적 프로젝트인 것이다.
[그림 ] 독일 프라이암트 지방의 재생에너지 발전(홍보 웹사이트)
2020년은 코로나19로 시작해서 결국은 겨울 대유행으로 마무리 될 듯하다. 겨우 연말을 앞두고 백신이 나와서 몇 개 나라에서 긴급승인을 앞두고 있지만, 이미 11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진자는 6천만 명을 넘었고, 하루 사망자도 1만명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일일 확진사 수와 사망자수 기준 어느쪽으로 보아도 최초의 대유행시기였던 2020년 3월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대로 전 세계적 2차 대유행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도 11월말부터 하루 확진자가 5백 명을 넘어서 확산일로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 막 개발되어서 최종 시험과 양산, 배포를 앞두고 있는 백신이 일반 시민의 손에 닿으려면 아직 꽤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0년 겨울에서 2021년 봄까지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은 최고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코로나19 재난이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기 이전인, 2020년 1월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은 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한 요소를 따로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에 다보스 포럼(WEF)이 세계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설문을 하여 향후 10년 안에 발생가능성과 파급력/영향력 정도를 1점에서 5점까지 점수를 측정해본 결과, 코로나19같은 전염병은 영향력은 높은 편이었지만 발생가능성은 사실 중간 이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발생했고, 그 영향은 세계경제를 무너뜨리고 세계적으로 2020년 11월 현재 150만 명에 육박하는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하지만 당시 여론조사에서 발생가능성이나 영향력이 모두 최고 수준인 5가지 요인은 모두 기후변화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극단적 기후, 기후대처 실패, 자연재해, 인간이 유발한 환경재앙, 생물다양성 소실 등이 그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2020년 9월에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센터가 세계 각 국가 국민들에게 “여러분들의 나라에서 가장 큰 위협은 무엇입니까?”하고 물었을 때,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예상대로 코로나19가 가장 큰 위협이라고 답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들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서도 가장 큰 위협을 ‘기후위기’로 꼽았던 것이다. 물론 한국도 기후위기를 네 번째로 주요한 위기로 인식해서 81점을 주었고 가장 큰 위협이라고 생각된 코로나19 89점보다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아마도 2020년 54일간 이어진 유래없는 장마가 단순한 자연재난이 아니라 ‘기후위기의 결과’라는 인식이 퍼졌던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단지 우리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북극곰의 생존의 위기아니라 우리 인류의 생존의 위기이고, 미래세대의 위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세대의 위기라는 문제의식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린뉴딜은 미래를 위한 세 번째 선택지
잘 알려진 것처럼, 기후위기는 인류가 땅속에 묻혀있는 석탄, 석유, 가스 등 이른바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채굴해서 에너지나 원료로 사용하려고 태운결과, 주로는 대규모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중으로 투입한 결과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가 온실가스 역할을 하면서 지구 온난화를 촉발시켰고 2020년 현재 지구의 평균온도는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약 1.1도까지 올랐다고 한다. 화석연료가 온실가스 배출에 미친 영향은 약 85퍼센트라고 하니 지구 온난화의 대부분은 화석연료 사용 탓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기후위기를 막는다는 것은 이번 세기 중반 이전에 화석연료 사용을 사실상 종료함으로써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얼마전 한국정부도 2050년 탄소배출 중립(순 배출 제로)을 선언함으로써 약 110여개국들의 탄소중립 선언 대열에 동참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 얼마나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2018년 가을 한국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유엔 국가간 패널(IPCC)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1.5도 특별보고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보고서는 우리 인류가 안전하게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기존에 알려진 추가 온도상승 2도가 아니라 1.5도 이내로 온도상승을 억제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다. 2050년 탄소배출 중립을 달성하려면 앞으로 10년 안에, 즉 2030년까지 현재 배출하는 약 40기가 톤 가까운 탄소배출을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집행책임을 맡았던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는 이렇게 강조했다. “2030년까지 글로벌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이는 목표는 우리가 달성해야 할 절대적인 최소한이다. 왜냐하면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이지 못하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순제로 목표는 거의 달성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술적으로 보면 2020년 올해부터 매년 탄소배출 감축량을 약 7.6퍼센트씩 줄여야 한다는 것이 유엔의 권고다.
이제 인류의 미래는 대체로 세 가지 선택이 놓여있다. 첫째는, 지금까지 해왔던 관성대로 하는 것이다. 탄소배출량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계속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 금세기 안에 지구의 추가적인 온도상승은 적어도 3도 이상, 또는 최대 6도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 산호초의 완전 파괴와 급격한 해양 산성화는 물론이고, 대규모 해수면 상승, 극단적인 기후의 반복적 발생 등 인류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2020년 지금까지의 현실로보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 경로는 탄소배출 목표를 준수하기 위해 인류의 경제활동을 파격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마침 2020년 코로나 19가 중요한 전례를 만들어주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봉쇄(Lock down)와 거리두기 등 전 세계적으로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된 결과 탄소배출이 약 6~8퍼센트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결국 단순 계산을 적용하면, 코로나19로 인해 경제활동이 위축된 정도의 강도만큼 매년 10년동안 탄소배출을 축소시켜
나가면 10년 안에 목표한 절반감축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탄소배출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이 수반될 것이다. 2020년 한 해 동안의 코로나19재난 고통도 감수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를 누적적으로 10년 동안 반복해서 감수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다. 따라서 두 번째 경로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앞의 두 가지 길이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라고 한다면 나머지 세 번째 선택지가 있다. 전 사회적인 역량을 동원해서 탄소기반 경제를 버리고 탈0탄소경제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소비를 통제함으로써, 우리의 삶의 수준을 급격히 추락시키지 않으면서도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경로다. 이 경로로 가는 모든 정책적 수단을 모은 패키지에 이름을 붙인다면 그것을 바로 ‘그린뉴딜(Green New Deal)’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그린뉴딜은 (1) 지구온도 상승을 1.5로 억제하기 위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고, (2) 공공이 책임지고 준전시상태의 비상 자원동원으로 10년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며, (3)화석연료 기반의 산업과 도시, 생활을 탈 탄소 경제로 대전환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해야 한다.
[그림 ] 그린뉴딜 개념도(필자 구성)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그린뉴딜 핵심 전략
최근에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한국정부가 정책으로 수용한 그린뉴딜(Green New Deal)은 바로 2030년 탄소배출 절반 감축과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면서도 불평등을 동시에 줄이자는 야심찬 정책 목표다. 특히 탄소배출의 85퍼센트 이상 책임이 있는 화석연료 사용을 빠른속도로 줄여나가면서 탈-탄소사회로 대전환하는데 국가가 전사회적 역량을 모아내도록 하자는 정책이기도 하다. 전력생산을 완전히 재생에너지로 전환시키고, 내연기관자동차를 전기차로 전환시키며, 산업생산은 물론 빌딩과 주택 등의 에너지 효율을 대거 높임으로써 화석연료에 의지하는 경제와 도시, 우리의 삶을 바꿔나가자는 프로젝트다. 물론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속의 그린뉴딜 정책은 위와 같은 그린뉴딜의 본래적 구도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2030년 탄소배출 절반 감축목표도 없고,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석탄화력 등 탈 탄소 기획도 상당히 허점이 많다.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대규모 그린 리모델링 계획도 부족하고, 이동과 교통의 탈-탄소화 프로젝트도 취약하다. 추진과정에서 공론화를 통해 개선해야 할 여지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중앙정부 그린뉴딜 정책만 바라보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광역과 기초 지방정부들이 어떤 면에서는 더욱 의욕적으로 그린뉴딜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두 가지 점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먼저 기후위기에 대한 진정한 ‘위기의식’을 시민들과 만들어나가는데, 시민 밀착력이 높은 지방정부가 할 일이 많다. 다음으로 에너지 전환, 그린 모빌리티, 그린 리모델링 등 주력 그린뉴딜 프로젝트들이 대체로 거대 기업들의 초대형 프로젝트 성격보다는, 지역 분산형 프로젝트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대규모 재생에너지 투자, 교통 인프라와 이동구조의 전환, 건물 리모델을 추진하자면, 지방정부가 재정동원에도 한계가 명확하고, 다양한 법률적 뒷받침을 받아야 하는데, 지방정부 자력으로 어떻게 그린뉴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을까? 물론 한계가 크다. 하지만 10년 프로젝트다. 중앙정부도 그린뉴딜 명목으로 일단 올해 추경을 포함하여 5년동안 국비 기준 42.7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재난지원금을 지방정부가 먼저 만들어서 중앙정부를 압박한 사례가 있는 것처럼, 적은 규모라도 먼저 시작하여 작은 실제 사례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그림 ] 그린뉴딜을 위한 각 주체의 역할(필자 구성)
그린뉴딜의 지역적 실천과 사회적 경제
어쩌면 재정적 제약이나 법적 제약보다도 더 큰 장벽이 주민의 동의와 참여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에너지 전환등이 이른바 ‘민원’이라는 이름으로 제약되어 왔다는 평가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동전의 양면이다. 지방정부가 탈탄소경제, 탄소없는 도시, 재생에너지 100% 지자체로의 전환을 주민의 힘을 등에 업고 주민과 함께 만들겠다는 계획을 잘 세우면 주민은 오히려 지방정부 그린뉴딜의 강력한 지지자가 될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지역의 공동체나 주민들과 연계된 사회적 경제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현재의 10배, 20배 이상의 태양광, 풍력을 신설하려면, 주민들이 살고 있는 생활권 반경에서 소규모 재생에너지 시설을 곳곳에 설치해야 한다. 그러려면 단순히 주민들의 공감과 동의를 얻는다는 차원을 넘어서, 주민이 적극적인 내부 이해관계자 안으로 들어오도록 노력을 동반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덴마크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는데, “풍력왕국인 덴마크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소동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지역주민이 80%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 판매수익은 지역 주민에게 배분되고 건설계획도 주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한다. 또한 지역에 자치단체, 또는 협동조합 등이 있어 풍차사업 경영을 진행할 수 있다.” (김동운, 2018)
다른 사례로서, 독일의 시골지방 프라이암트(Freiamt)는 12,000MWh전기를 소비하지만, 자체적인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으로 15,000MWh 생산해서 수익을 남긴다. 재생에너지 100%가 넘는다는 소리다. 풍력 터빈을 비롯해서 대부분 시설이 공동체 소유 또는 지역주민소유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독일에서는 850개 지역협동조합이 점차 국가에서 공급을 늘리고 있는 재생에너지 상당부분을 통제한다. 이들 대부분은 독일의 1,000개나 되는 협동조합은행 한 곳으로부터 운영자금을 지원받는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지역이나 농촌의 경우, 지역주민이 사업 주체가 되어 마을회관, 창고 건물의 지붕이나 옥상, 주차장 등 유휴공간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고 전력 판매 수익을 지역주민 복지에 사용하려는 초기적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남도는 2018년부터 재생에너지 사업에 마을주민이 직접 참여,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 판매해 주민 소득을 만들어 내는 ‘마을 공동체 태양광발전소 설치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이처럼 그린뉴딜은 전국적, 전사회적 프로젝트이지만, 그 실행은 매우 지역적이고 공동체적 프로젝트인 것이다.
[그림 ] 독일 프라이암트 지방의 재생에너지 발전(홍보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