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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

한국판 뉴딜의 주요 내용과 진화방향

  • 입력 2020.11.30 15:18      조회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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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의 회복경로를 탐색하다
 
코로나19 팬데믹 1차 유행의 파고가 글로벌 경제와 고용을 초토화시켰던 20203~4월을 경과하던 즈음, 경제정책을 다루는 담당자들에게는 새로운 숙제가 주어졌다. 전염병이 수습이 된 후에 어떤 방식과 정책수단을 통해서 망가진 경제의 회복을 도모할 것인가? 물론 당시에는 코로나19의 확산 파장이 대체로 상반기 안에 수그러들 것으로 가정했던 탓에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경기회복 프로그램을 가동시키려는 일정표를 염두해 두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10년 넘게 주요 경제 선진국들은 주로 중앙은행 초저금리정책과 양적 완화정책에 의지해서 경기회복을 도모했다. 하지만 그 결과 대체로 실물경기 회복이 미진한 가운데 자산거품만 키웠다는 성찰이 많았던 탓인지, 이번에는 강력한 확장재정 정책을 통한 회복으로 방향을 잡아갔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의 경기회복 프로그램에는 성장률 회복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통상적인 경제적 목표 이외에 다른 요소들까지 개입된다. 코로나19 재난을 통해 더욱 악화된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방식으로 경기회복을 해야 한다는 오래된 숙제와 함께, 최근 수년 동안 전 세계의 관심사로 떠오른 기후위기 대처와 경기회복을 연계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결합된 것이다. 특히 불평등 문제와 관련해서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사회의 취약한 곳을 드러내 주는 역할을 했고, 그 결과 소수인종, 여성, 빈민, 불완전 취업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집중적으로 보건위기와 경제위기에 노출되었던 현실을 고려해야 했다. 또한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 신종 전염병이 산림파괴와 기후 온난화 등 환경악화의 직 간접적인 결과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미래의 안전까지를 감안한 회복전략으로서 녹색회복(green recovery)’OECD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공식 기관들에서 나오는 모범답안처럼 되었다.”(김병권 2020).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0205월 이후 다수의 관련 보고서를 쏟아냈는데, 포스트 코로나 경기회복이 단기적으로는 복지(well-being)에 초점을 맞추면서 포용성을 개선하고 불평등을 줄이는 시민중심의 회복이어야 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장기적인 목표를 함께 배치함으로써 기후변화의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녹색회복전략을 제안하게 된다(OECD 2020b).
 
(그림 ) 코로나 이후의 경기회복의 방향과 과제(OECD 2020b)


한국정부가 수 개월 준비 끝에 2020714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공개했던 한국판 뉴딜정책 역시 이러한 흐름 안에서 만들어진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4.15 총선이 치러진 직후인 422, 코로나19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5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통해 한국판 뉴딜을 처음 제안한다.

정부는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대규모 국가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단지 일자리를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혁신성장을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관계 부처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로서 이른바 한국판 뉴딜을 추진할 기획단을 신속히 준비해 주기 바랍니다.“
 
대통령의 언급이 있은 후 곧바로 기획재정부는 429, ‘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한국판 뉴딜이 디지털경제 전환, 4차산업혁명 대비, 포스트-코로나 등과 연결되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로 볼 수 있으며, 이런 측면에서 우리 강점을 살려 국내 기술과 인력을 활용한 디지털 기반의 대형 IT 프로젝트를 기획 추진하겠다면서 디지털 뉴딜로 초점이 맞춰진 한국판 뉴딜의 최초 구도를 공개한다. 하지만 512일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뉴딜이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조금 크게 보는 설계가 필요하다면서 한국판 뉴딜의 두 번째 구성부분으로 그린뉴딜을 포함시킨다. 이어서 청와대가 이미 화두를 꺼냈던 전국민고용보험의 단계적 실시등 사회안전망 강화가 마지막 요소로 편입되면서 한국판 뉴딜의 모든 퍼즐 조각이 준비된다. 그리고 2019년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전환적 뉴딜이라는 이름아래 이미 제안했던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휴먼 뉴딜이라는 틀을 빌려와 한국판 뉴딜의 종합적 프레임은 완성된다. 714일 대통령은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으로 대전환이라는 캐치 프레이즈 아래,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안을 직접 국민앞에 발표한다. 3개월이 조금 안 되는 기간 사이에 2025년까지 국비만 114조원이 투입되는 종합국가 프로젝트가 확정되었던 것이다.
 
 
한국판 뉴딜의 세 가지 구성부분
 
이처럼 불과 3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에 상황 대응적으로 서둘러 기획된 면이 있지만, 한국판 뉴딜은 코로나19 재난으로 크게 후퇴한 경제활동과 줄어든 일자리를 회복시키면서, 코로나19가 심화시킨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줄여보자는 프로젝트다. 동시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탈-탄소경제, 탄소없는 사회로의 전환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글로벌 비전을 일정하게 공유하고 있다. 그 결과 1990년대 공식적으로 산업정책이 국가정책에서 사라진 이후 실로 오랜만에, 국비만 110조를 투입해서 5년 동안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는 프로젝트가 착수된다. 2020년 하반기부터 곧바로 시작되어 2025년까지 매년 공공지출이 20조씩 배정되는 대형 국책사업 일정이 짜여진다.
 
(그림 ) 한국판 뉴딜의 전체 구조(관계부처합동 2020b)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 ‘그린뉴딜’, 그리고 안전망 강화의 세 구성부분으로 되어 있다. 디지털 뉴딜은 D.N.A 생태계 강화, 교육 인프라 디지털 전환, 비대면 산업육성, SOC 디지털화의 4대 과제로 요약된다. 디지털 산업은 이미 정부의 개입과 무관하게 민간시장이 탄탄하게 정착된 분야지만, 정부는 혁신성장정책의 범주아래 디지털(Digital), 네트워크(Network), 그리고 인공지능(AI)분야에 정책적 지원을 추가로 해 오던 터였다. 디지털 뉴딜은 이와 같은 기존 정책 패턴에 덧붙여 코로나19 충격을 의식해서 비대면을 특별히 강조한다. 따라서 길게 보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문재인 정부 혁신경제 디지털 뉴딜에 이르기까지 한국 경제에서 산업적 주류 흐름을 잇겠다는 기획이 구현된 것으로 보이고, 특히 기존 산업계와 기획재정부의 의지가 함께 반영된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관계부처 합동 2020b).
반면 그린뉴딜은 애초에 기획재정부 원안에 없었던 것인데 대통령의 지시로 서둘러 준비한 탓도 있고, 그 동안 정책적인 축적물도 많지 않아서 그런지 내용이 아직은 충분히 채워지지가 않았다. 예산dl 73.4조로서 최대라고 하지만, 사실 국비 기준으로 보면 42.7조로 연간 10조에 미치지 않는다. 주요 역점분야로는 도시,공간, 생활 인프라의 녹색전환’,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생태계 구축을 잡고 있다. 가장 중요한 에너지 전환 목표는 공식적으로는 크게 변한 것이 없고, 그린 모빌리티 분야는 전기차와 수소차 지원이 정도가 포함되었으며, 공공부문에 국한하여 그린 리모델링이 새롭게 추가된 점이 눈에 띈다. 안전망 강화는 고용보험 확대 적용과 취업을 위한 교육 및 구직지원을 묶어 놓은 것으로서 특별한 대목은 없다. 그러면 특히 비중이 큰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을 좀 더 살펴보도록 하자.
 
 
디지털 뉴딜의 함정은 플랫폼 노동?
 
디지털 뉴딜부터 확인해보자. 초기의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감에 따라 디지털화는 국가와 산업의 혁신을 견인하고 경쟁력을 결정 짓는 핵심요소로 자리매김한다. 디지털 뉴딜은 이런 정책기조의 연장선상에 있다. 다만 코로나19재난으로 인해서 새롭게 비대면화 확산 및 디지털 전환 가속화가 될 것을 전망하면서 포스트-코로나 유망산업인 비대면 산업육성을 하겠다는 의지를 얹은 것이다.(관계부처 합동 2020).
특히 디지털 뉴딜은 그린뉴딜 일자리 약 66만개를 훨씬 뛰어넘는 9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계획하고 있는 대목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데이터 댐을 구축으로 명명된 인공지능을 위한 학습 데이터 구축에 약 30만 개 일자리 창출을 예고하면서 역점사업이 된 것이다. 인공지능은 향후 5G라는 고속 통신 네트워크의 확산을 배경으로 도로나 산업, 도시 등에서 디지털 인프라를 입히고, 이들로부터 들어오는 각종 데이터를 통합하여 산업과 도시의 상당 영역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혁신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기존 강점 영역인 디지털 분야를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는 것이 꼭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코로나 이후에도 과거에 비해 비대면 활동공간의 여지가 넓어질 것도 거의 틀림없다.
정작 아쉬운 대목은 다른 곳에 있다. 코로나19 재난이 확인해준 우리사회의 가장 심각한 취약지대는 고용보험과 같은 사회안전망에도 들어가 있지 않은 플랫폼 노동자 등 불안정 노동자들이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특고·프리랜서·플랫폼 노동 등 비임금 노동자가 213만 명 가량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특정 업종을 제외하면 이들은 연간 대략 천만원 수준의 최저소득을 받고 있는데, 이런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들이 최근 매년 수십만명씩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보험의 사각지에 있어 코로나19 등 외부충격에 아주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림 ) 취업자수 증감 추이(전년동기대비, 천명, 통계청)


그런데 디지털 뉴딜을 통해 만들겠다고 하는 90만개의 일자리 가운데 상당 부분이 플랫폼 노동과 같은 불안정 노동일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다. 과거 독일에서 인더스트리 4.0이라는 4차산업혁명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노동 4.0’이라는 이름으로 노동 불안정성 측면을 고려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독일 연방노동사회부 2017). 이들은 이미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을 개연성이 높은데, 코로나19 기간 동안 가장 심각한 일자리 감소와 소득감소를 경험한 노동자들이 바로 임시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디지털 뉴딜은 관련 산업육성과 양적인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해당 분야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고용 안정성을 개선하는 정책적 과제들이 병행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최근 배달관련 기업들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플랫폼 기업들이 일종의 규제차익을 실현하기 위해서 플랫폼 노동에 대한 근로조건이나 수수료 등을 수시 변경함으로써 열악한 노동환경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제레미아스 아담스-프라슬 2020). 또한 최근 논란이 되는 투명하지 못하고 편향적일 개연성이 있는 알고리즘 통제에 노출되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다(라나 포루하 2020). 요약하면 디지털 뉴딜은 기술과 산업의 측면뿐 아니라, 이처럼 노동의 측면에서도 정책적 보완을 해야 할 여지가 매우 크기 때문에 산업정책 일변도로 기획된 기존 디지털 뉴딜에 대해 노동안정성 측면에서 제도적 보완을 하는 정책수단들이 상당히 결합될 필요가 있다.

 
그린뉴딜의 특징과 한계
 
앞서 확인했던 대로, 그린뉴딜은 디지털 뉴딜에 비해서 보완되어야 할 대목이 훨씬 많다. 우선 디지털 뉴딜이 기후위기에 대처한다고는 되어 있지만, 정확히 탄소배출 감축목표가 명시되지 않은채 단순하게 탄소중립사회의 지향으로 되어있고, 이를 위해 이전에 세워두었던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재생에너지3020 이행계획>을 차질없이 수행하겠다고 재확인했다. 하지만 유엔환경계획(UNEP) 지난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 명시된 것처럼, 지구온도 추가상승 제한 “1.5도 목표를 위해서는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7.6퍼센트씩 탄소배출을 줄여야하며, 그를 통해 2030년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감축하고, 2050년 탄소배출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UNEP 2019). 이것이 통상적으로 글로벌 차원에서 논의되는 그린뉴딜 정책의 일차적 목표로 명시된다(김병권 2020b). 다행스럽게도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202010월 국회연설에서 2050년 탄소배출 중립을 선언했고, 그 후속조치로 202012월 관계부처가 탄소중립을 위한 기초적인 방향을 잡아서 그린뉴딜의 취약점을 보완해 가고 있다(관계부처합동 2020a). 하지만 여전히 2030년 탄소배출 목표의 부재 등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특히 에너지 전환에서 부족한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사실 그린뉴딜에서 그린 모빌리티나 그린 리모델링 전략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전제가 되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우선순위로 보면 가장 큰 과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태양과 풍력만으로 한정하면 전체 전력생산의 5%도 안될 정도로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OECD 2020c). 따라서 무엇보다 더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재생에너지 전환계획을 보완하는 후속작업이 시급해 보이며, 아울러 여전히 40%가 넘는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대단히 빠른 속도로 줄여나가는 것을 추진해야한다. 2030년까지의 기후변화 대응 기여방안(NDC)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담은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2020년 말까지 UN에 제출해야 하는데 여기서 부족한 목표 등을 보완하길 기대한다.

(그림 ) 전체 에너지 공급에서 재생에너지(바이오 연료 제외)가 차지하는 비중


 
결론: 그린 안의 디지털로 진화되어야
 
안토니오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02011월 블룸버그 신경제포럼(Bloomberg New Economy Forum) 연차 미팅에서 "(2021년은 탄소중립을 향한 위대한 도약의 해가 되어야 한다(2021 must be the year of a great leap towards carbon neutrality)"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일찌감치 파리협약 복귀를 확인해놓고 있는 상황이고, 유럽의 각 국가들은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자신들의 목표를 점점 더 상향시키고 있는 중이다. 이웃나라 중국은 2060년 탄소중립을 공언했으며 일본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아시아도 기후위기 대처와 탈-탄소사회로의 전환에 보폭을 함께 맞추고 있다.
한국은 2020년 코로나19재난에 대응하는 역동적인 과정에서 다소 상황 대응적으로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이 통합된 한국판 뉴딜을 발표하고 시행에 돌입했다. 앞으로 5년간의 국가적 프로젝트인 만큼, 추진과정에서 각각 보완하거나 수정해야 할 대목이 많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이 상호 갈등하기보다 서로 보완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 중요할 것이다. “그린에너지로 작동하는 디지털”, “그린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디지털이 될 수 있도록 한국판 뉴딜이 시행과정에서 역동적으로 진화되길 기대한다.


* 이 글은 경남연구원에 기고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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