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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정치

<자본과 이데올로기 노트>열한번째: 이 책의 결론 - 일시적 소유권(temporary ownership)

  • 입력 2020.06.02 08:46      조회 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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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이 총선공약으로 제안한 '청년기초자산'에 많은 비판이 있는 줄 안다. 여러 부족함이 있는 탓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불평등의 세대적 누적 -> 세습자본주의화 -> 누진적(부유세/상속세/소득세/탄소세) 조세로 부와 소득의 평화롭고 강력한 재분배 -> 청년기초자산(보편자본) -> 일시적 소유권의 확립"이라는 유력한 대안 외에, 사실 '말로만 포용성장'을 주장하지 한번도 제대로 불평등 해소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 아닐까?

개인적 판단이지만, 피케티가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데이터 분석으로 유도한 최고의 결론이, 현대 정당 구조가 브라만 좌파와 상인우파로 재정렬 된 것이라면, 그가 이 책 1천페이지의 분석을 통해 유도한 그의 최종 결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나는 '일시적 소유권(temporary ownership)'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일시적 소유권이란, "각 세대는 막대한 재산을 축적할 수는 있는지만 다음 세대 또는 잠재적 상속인에게 양도시 재산의 상당부분을 공동체에 반환해야 한다는 조건을 가지며, 그리하여 그 다음 세대들은 새로운 발판을 마련해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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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피케티가 일시적 소유권에 관해 힌트를 얻은 것 하나는 바로 토지개혁(또는 농지개혁)이었다.
피케티는 토지개혁이 '사적소유에 대한 특별세'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렇게 한국의 농지개혁을 평가한다.

"일본과 한국에서 1947~1950년에 시행된 대규모 농지개혁은 일반적으로 대성공으로 간주된다. 농지개혁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평등한 농지 재분개바 이루어진데다가, 발전 전략에 관한 정치적 합의와 차후의 경제적 도약을 이룰 사회적 교육투자 전략들과 병행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역사학자 발터 샤이델도 특별히 한국의 토지개혁에 대해 매우 높은 점수를 주었던 바가 있다. “전체 토지의 절반이 조금 넘는 땅은 주인이 바뀌었다. 재분배 효과는 지 대했다. 지주는 소득의 80퍼센트를 잃은 반면, 농촌 가구의 하위 80퍼센 트는 20~30퍼센트를 얻었다. 1956년 가장 부유한 6퍼센트의 지주는 겨우 전체 토지의 18퍼센트만을 갖고 있었고, 소작인 비율은 49퍼센트에서 7퍼 센트로 떨어졌다. 1945년 0.72 또는 0.73으로 높았던 토지 소유 지니계수 는 0.30대까지 하락했다.” “많은 토지를 소유한 엘리트가 완전히 소멸되고, 훗날 교육에 대한 폭넓은 접근 기회로 지속된 고도의 평등한 국가가 탄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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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피케티 질문은 다음으로 이어진다. 왜 토지개혁은 딱 한 번만 해야 하는가? 왜 금융자산을 포 함한 여타 자산은 내버려 둔 채 꼭 토지에 대해서만 해야 하는 가? 그에 대한 피케티 자신의 대답은 토지는 물론 금융자산을 포함한 부와 자산을 주기적으로 재분배하는 부의 영구적 순환(permanent circulation of wealth)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불평등 체제를 무려 1천페이지를 써내려가면서 그 장식한 대미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ㅎ)

물론 이 대목에서 아쉬운점도 있다. 일단 세대를 이은 불평등 해소를 하려면, 자산의 재분배와 연동된 교육개혁이 좀 더 구체화되어야 하는데, 이 대목을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지'가 좀 부족하다. 당연히 그는 불평등 체제의 주요 하위체제로 교육체제를 집어넣고 있으며, 정의로운 교육을 위해서 "엘리트 대학과 가난한 대학 사이의 지원격차가 무제한으로 커지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는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리고 1945년 이후 한국과 일본의 토지개혁/농지개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내외부적 사회압력(농민의 강력한 요구/공산주의위협 등)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런 사회적 압력이 어떻게 조직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도 주어지지 않는다.(어쩌면 이대목을 피케티에게 요구해야 하는게 맞는가 하는 생각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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