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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보류'를 넘어 '사이좋은 이웃'이 되기 위한 과제

[정의와 대안] 2020.06.
  • 입력 2020.06.30 10:02      조회 1030
    • 김수현 정의정책연구소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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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30                                                                                                                                  김수현(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에 의한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위기로 치닫던 남북관계가 6월 24일 김정은 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 ‘보류’ 결정에 따라 한숨 돌리게 됨. 그러나 취소도 아니고 보류이기 때문에 위기는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음
- 문재인 대통령은 6·25전쟁 70주년 기념사에서 체제경쟁은 이미 끝났지만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라며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란다”고 촉구함
- 남과 북이 각각 ‘사실상의 종전선언’,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이라고 했던 2018년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합의서 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대결이 잠시 ‘보류’된 2020년 여름의 상황은 ‘종전’ 혹은 ‘사이좋은 이웃’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기는 함. 그러나 왜 사실상의 종전이란 것이 허상이 되었는지 그 원인을 제대로 짚고,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기 위한 과감한 결단과 구체적 실천이 수반되지 않을 때 종전은커녕 보류된 위기가 심화될 수 있음. 그러나 정부와 범여권은 물론 이를 비판하는 북한 등도 진단과 행위, 대책이 문제해결에 합당한지 의문
- 미국 등 외부의 행동과 그 관계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남과 북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실제로 종식시키고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특히 왜 군사분야합의의 전면 이행 등 안보협력이 필요한지 살펴보고자 함


 □ 위기로 치닫던 남북관계와 ‘보류’ 결정

- 북한은 6월 4일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남측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한 후 9일 모든 남북연락채널 차단 조치에 이어,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함. 김여정 부부장은 16일 노동신문에 기고한 담화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거칠고 원색적인 언사를 동원해 신랄하게 공격하기도 함.
- 남한 정부는 북이 강력하게 문제 제기한 대북 전단살포에 대해 엄중 단속, 차단의 법제화 등을 천명하고, 6월 15일 6·15선언 20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등의 합의 이행을 위한 노력을 천명함. 그러나 북이 이에 대해서도 원색적으로 비난하자 17일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무례한 어조’, ‘몰상식한 행위’라며 강력히 비판함. 강 대 강의 대결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옴. 이런 가운데,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17일 남북관계 악화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면서 퇴임사에서 “증오로 증오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을 던짐으로써 북뿐만 아니라 남에도 일정한 메시지를 던짐.
- 북한군 총참모부는 17일 ①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연대급 부대들과 화력구분대 전개, ② 비무장지대 민경초소(GP)에 다시 진출 전개, ③ 서남해상전선을 비롯한 전 전선에 배치된 포병부대들의 전투직일근무를 증강하고, 전반적 전선에서 전선경계근무급수를 1호 전투근무체계로 격상시키며, 접경지역 부근에서 정상적인 각종 군사훈련들을 재개, ④ 전 전선에서 대남삐라살포에 유리한 지역들의 개방과 살포투쟁에 대한 군사적 보장 및 안전대책 수립 등의 대적군사행동계획들을 천명. 그리고 이 계획들을 보다 세부화하여 빠른 시일내에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비준에 제기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힘. 이 계획들이 그대로 실행되면 ②, ③, ④에 의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9.19 남북군사합의뿐만 아니라, ①에 의해 6.15선언의 성과 중 상당 부분이 사실상 파탄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됨.
- 6월 24일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회의 예비회의를 열어 총참모부가 제기한 대남군사행동계획들을 ‘보류’했다고 밝힘. 북한군이 전방지역에 재설치하던 확성기가 다시 해체되고 북한 선전매체에 가득 찼던 대남 비난 기사들도 사라짐. 위기로 마구 치닫는 듯했던 남북관계가 ‘보류’ 결정에 따라 일단 숨을 고르게 됨. 
- 그러나 단지 ‘보류’일뿐 ‘취소’ 등 최종 결정된 것이 아니기에 저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 실행에 옮겨질 수 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의 판단임. 보류된 행동이 실행에 옮겨지지 않고, 나아가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현 위기의 원인을 제대로 짚고 그것을 타개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필요함. 하지만 정부와 그 주변 사람들의 상황 인식과 언행으로 보아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음.
- 북한이 6월 들어 보여준 잇단 강경 행보와 갑작스런 보류 결정에 대해 많은 이들이 당혹스러워하는 한편, 그 원인과 전망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밝힘. 범여권 인사들 중 어떤 이들은 대북 전단살포 자체가 핵심이었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북한의 경제 문제가 핵심이라고 함. 그런 문제들이 하나의 변수이고 해결을 위해 꼭 행하거나 참고할 과제라는 점은 인정할 수 있음. 
- 그러나 결정적이거나 핵심 변수라고 할 경우, 2018년 4.27 판문점선언 이후에도 일부 탈북자들에 의해 실행되었던 대북 전단살포에 대해 올해 들어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것이 단지 민감한 내용 때문인지, 김여정의 4일 담화에 통일부 등이 바로 반응을 했는데도 왜 평가를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전달살포금지법이 통과되면 ‘보류’를 넘어 ‘정상화’가 가능한 것인지 제대로 답하기 어려움. 
- 후자의 경우, 경제발전을 국정 주요과제로 삼고 있는 북한이 대북제재와 코로나19가 겹친 상황으로 인해 경제난에 봉착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정확한 통계가 아닐지라도 개연적으로 동의 가능. 그러나 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남한과의 협력이 아닌 적대감을 부추기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갑작스럽게 그런 행동을 중단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움. 또한, 경제 문제 해결을 북이 갈망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할지라도 전면적 경협이라는 대안이 현실화 가능한지도 의문임.

 □ 문재인 대통령의 6·25전쟁 70주년 기념사,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기 될까?

- 문재인 대통령은 6월 25일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남북 간 체제 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습니다. 우리는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도 없습니다. (중략)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천명함. 그리고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랍니다.”라고 촉구함.
- 문 대통령이 끔찍한 참화와 적대감을 떠올리기 쉬운 한국전쟁의 기념식에서 “모두에게 공통된 하나의 마음은 이 땅에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는 그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전제를 기반으로, 상대체제나 지도부 제거 등 흡수통일정책을 통해 전쟁의 불씨를 제거하겠다거나 군비증강과 한미동맹강화를 통해 감히 전쟁을 일으킬 엄두를 못 내게 하겠다는 식의 강경책을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의미가 있음. 
-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태가 발생하자 5.24조치를 발표하고, 박근혜 정부는 ‘통일대박론’을 말하다가 개성공단 폐쇄 조치 등을 발표한 사례에서 보듯 보수 정권은 상황이 조금만 악화되면 대북 강경책을 구사함. 그 저변에 북한에 대한 체제 우월감에 기초한 흡수통일 의식이 내재했음. 그에 비해 앞에서 인용한 문 대통령의 천명은 흡수통일의 미망과 두려움에서 벗어나자고 남과 북에 각각 확실히 선언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의의가 있음. 
- 그러나 현재 북한의 남한 당국에 대한 불만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며, 현 상황에 대한 타개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북남군사합의서는 북남 사이에 무력에 의한 동족상쟁을 종식시킬 것을 확약한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이라고 평가하고, 우리 정부도 동 선언 및 합의와 작년 6월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정상회동 등에 대해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라는 평가를 한 바 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무력충돌과 확전의 공포가 계속 살아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함으로써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역진 불가하도록 만들 것인지 등의 질문을 던지면 대통령의 기념사는 여러모로 아쉬움. 
- 비록 거칠고 원색적인 비난의 언사로 인해 남한 사람 대부분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청와대의 강한 반발을 낫기는 했지만, 김여정 부부장의 6월 16일 담화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정리 가능. 첫째, 문 대통령이 말은 그럴듯하게 하는데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우리 측이 이행하기로 한 것 중 실행에 옮겨진 것이 거의 없음. 둘째, 미국에 대한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비자주적 사대주의 행태를 보임. 셋째, 그 배경에 남북합의보다 ‘동맹’이 우선이고 ‘동맹’의 힘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맹신이 있다고 보는데, 지금도 국제사회의 협조 운운하며 바꿀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불만임. 
- 물론, 우리 정부도 할 말은 없지 않을 것. 우리 정부의 입장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고 할 수 있음. “많은 사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첫째, 대북 제재라는 조건과 우리의 행동에 대해 살펴보자. 9월 평양공동선언 2조 ②항에서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라고 되어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조건이 마련된다’는 전제가 있다. 전제의 충족, 즉 경협 등 합작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유엔안보리결의안에 입각한 대북 제재가 완화, 혹은 일부 면제되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판문점선언이나 평양공동선언의 또 다른 중요한 약속인 한반도 비핵화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제재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거기에는 미국 등의 경직된 태도도 문제지만, 북한도 비핵화와 관련한 보다 과감한 실천을 안 하고 있는 것 아니냐? 어찌 됐든 우리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그런 정책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여의치 않았다. 우리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북은 사대주의라고 비판하지만, 유엔의 일원으로서 중국, 러시아도 지키고 있는 국제결의를 무시하고 한국이 일방적으로 시행할 수는 없다. 
  둘째,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할지, 할 수 있는가라는 현실적 고민에 입각해 우리 정부는 대북 제안을 했다. 그런데 그 제안을 북이 안 받아들이고 있으니 안타깝다. 하노이 노딜 이후로 북미 간에 비핵화-평화체제에 대한 접점을 못 찾고 있는데 우리도 문제해결의 촉진자로 노력하겠다. 하지만 북미 간에 쉽사리 타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그 전에 국제 제재와 상관없이 남북이 결심하면 할 수 있는 교류협력 사업을 실시하고, 개별 관광사업도 해보자는 것이 우리 뜻이다. 이제라도 수용하라.” 
- 물론 현 정부가 명시적으로 이런 내용으로 입장을 천명하지는 않았지만, 제재와 남북관계에 대한 조명균 전 통일부장관의 2018년 11월 방미 당시 입장 천명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연초 대북 제안 및 6.15 기념사, 김연철 전 장관의 각종 발언 등을 종합하면 이런 기조라고 할 수 있음. 정부 정책을 그냥 사대주의로 치부하는 북한의 언사는 국제정치 현실을 무시하거나 사실과 부합하지 않은 측면도 없지 않음. 그러나 문제는 남북관계 악화의 원인을 경협이 원활히 전개되지 않은 데만 초점을 두고 관련 외적 조건 등의 한계를 여전히 들면서 타개책을 교류협력에 두면서 그것으로부터 안보협력으로 나아가자는 관성적 정책을 되풀이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음.(정부의 경제-안보 교환론적 정책의 관성, 타성에 대한 비판은 조성렬, “최근 남북관계의 악화 배경과 향후 전망”, 정의당 정책토론회 자료집 『위기의 남북관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특히 pp. 11-12. 등 참조 바람.) 그런데 그것을 직시하지 못하고 같은 기조를 되풀이해서는 통일부장관이나 심지어 안보실장, 국정원장 등을 대폭 교체한다고 해서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

 □ 남북관계가 난관에 봉착한 원인
     (졸고,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진단과 개선의 기조”, 『정의당 21대총선 공약기초자료(수정본)』(2020.2.10.), pp. 99-101.을 현 상황을 반영해 수정 보완.)

- 남북관계가 현재처럼 얼어붙은 까닭은 첫째, 북미관계에 남북관계가 종속되었기 때문인데, 이 같은 태도는 남측 정부 당국뿐만 아니라 사대주의라며 남측 당국을 매도하는 북측 당국도 마찬가지임. 문재인 정부가 북미관계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자임했으나 자신이 주도적으로 안을 낸 것으로 보이는 ‘영변핵시설 완전 폐기-대북 제재 해제’ 안이 하노이에서 결렬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동시·병행적이자 단계적인 비핵화-평화체제의 기본 구상에 대해 폼페이오, 볼턴 등 주요 참모를 설득해내지 못했음. 심지어 하노이 회담 결렬을 마음에 걸려 한 트럼프 대통령도 제대로 설득해내지 못한 것은 분명함. 그렇다고 중재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도 남북관계의 자율성을 부여해 줄 것을 요구해 관철시키거나, 미국과는 다른 한국의 국익을 강조하며 대북 제재 완화 혹은 일부 유보 등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것 역시 부인할 수 없음. ‘페리 프로세스’를 사실상 구상하고 설득해 미 정부의 정책으로 현실화시킨 김대중 정부, 부시와 네오콘들을 상대하며 9.19 공동성명과 2.13합의 등을 이끌어낸 노무현 정부와 비교해 이런 결과의 차이가 어디서 발생했는지 특히 내적 요인에 대해 성찰하고, 일대 전기를 마련할 필요.
- 이 정부가 2018년까지와 달리 2019년 이후 결과적으로 성적이 신통치 않은 것은 사실임.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2019년 하노이 노딜 등 북미관계가 악화되자 남북이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일체의 교류협력 사업과 대화를 다 거부한 것도 대승적 태도와 거리가 멂. 북은 남이 사대주의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지만, 고립 국가인 북과 달리 개방 경제국가인 남이 북과의 합작 전면 금지 등 경협을 금지하고 있는 유엔안보리결의안(이승열, 「남북경제교류협력과 대북 제재를 둘러싼 논란 및 시사점」(입법조사처, 이슈와논점 제1516호, 2018), 특히 p.3의 표 등을 참조 바람.) 등을 무시하고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남북 경협 등을 추진하기는 힘들다는 현실도 감안한 역지사지의 자세 필요.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남북협력 증진의 현실적 방안으로 철도·도로 연결, 평화경제 등을 강조한 바 있음. 코로나19 창궐 이후에는 그 방역을 위한 협력을 제안하기도 함. 대북 제재의 벽을 뚫지 못해 타미플루 같은 인도적 물자도 공급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인적·물적 투자가 필요한 철도·도로 연결을 주장하고, 경협을 통한 평화경제 달성 등을 이야기하는 게 북으로서는 의아할 수 있음.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를 언제까지나 지속할 수는 없는 만큼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 협력이나, 북에서도 관심을 표명해 온 산림분야 협력이나 에너지 분야 협력 등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 등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판단됨. 
- 둘째, 2020년 연초부터 현 상황을 타개하겠다고 대통령을 비롯해 남한 정부 당국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 의지를 표하고 있으나 여전히 경제·교류 분야 협력 재개에 치중하고, 군사분야 합의 전면 이행 등 안보협력은 소홀히 하는 과거의 관성 되풀이. 2018년 남북 간 합의가 6.15나 10.4 등 과거 합의와는 다른 점, 혹은 진일보한 점은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 체결과 4.27 판문점선언 3. ②항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 등의 약속임. 
-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남북군사분야합의에 따른 성과를 강조하면서도 단계적 군축은커녕 F-35A 등 북이 날선 반응을 보이는 첨단무기를 계속 도입하는 한편, 보수 정부를 웃도는 국방비 증가율 등 대대적 군비증강을 실시함. 군사분야합의도 북의 단거리미사일 발사나 남의 첨단무기 도입에 대한 서로의 불만과 해법을 논의할 수 있는 동 합의 5항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여 무력증강 등 협의’ 등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은 보이지 않음. 


☞  대응방향

 □ 남북이 할 수 있는 일, 특히 사실상의 종전을 위한 안보협력 필요

- 볼턴 회고록이 전적으로 사실에 입각해 쓰였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일부의 경우 상황을 유추하는데 도움이 됨. 트럼프의 반박에서 알 수 있듯이 하노이 회담이 리비아식 해법을 들고 나온 볼턴에 의해 결정적으로 찬물이 끼얹어지기는 했으나, 영변핵폐기 대 대북제재 주요 부분 해제의 맞교환 안이 볼턴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를 고려한 트럼프에 의해서도 거부된 것은 부정할 수 없음. 싱가포르 회담에서 정상 간에 합의를 본 종전선언도 그렇지만, 대화를 통한 비핵화, 단계적 비핵화라는 기본 구상이 일본은 물론 볼턴, 폼페이오 등 핵심 참모에 의해서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 역시 분명함. 비록 볼턴은 물러났지만, 폼페이오 등이 건재하고 트럼프도 자신이 이미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 하노이에서의 안으로 상황을 타개하기도 어려울 것임. 그렇다고 정면돌파를 선언한 북한이 양보할 것 같지도 않음. 
- 현재의 교착 상황을 타개한답시고 북이 SLBM 등을 잠수함에서 발사한다면, 비핵화-평화체제 협상은 11월 미 대선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한동안 재개되기 어려워지고, 한국 정부 입지는 지금보다 더 좁아질 것.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예방하기 위한 노력 필요.
- 현재 상황에서 개성공단과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에 대한 제재의 미적용 등 제재 완화 혹은 일부 해제 방안에 대해 미국 및 국제사회를 설득하기도 쉽지 않을 것.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저촉되지 않는 금강산, 원산 갈마지역, 백두산 등 북한에 대한 개별 관광의 추진 등은 북한이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 정책을 보다 탄력적으로 적용했을 때 가능한데, 필연적으로 방역협력과 결합되어야 할 것으로 보임. 북한도 코로나19 발생 0명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역을 위해서 남측의 방역협력 제안을 받아들여 방역을 위한 물자뿐만 아니라 치료를 위한 의료 협력까지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 더불어 코로나19 같은 대규모 감염병 창궐의 근본 원인이기도 한 기후위기 시대를 공동으로 극복하고 북의 에너지난 해결에도 도움이 되는 재생에너지 협력 등의 현실화에 공동 노력할 필요.
- 그나마 북이 생각을 바꾸면 호응할 수도 있는 교류협력사업에 대해 위에서 언급함. 하지만, 사실 북이 자신들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보는 대북 제재 해제, 그것과 긴밀히 연계된 경협이 본격적으로 재개되지 않는 한 이 부분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으로 보임. 2020년 연초부터 이어진 대통령이나 통일부 등의 제안에 북한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데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음. 그런데도 현 정부 당국이 이 부분에만 주력하는 것은 과거의 정책을 관성적으로 되풀이하는 것.
- 북이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특히 그 이전에도 남측에 계속 불만을 제기해 온 것은 한미연합훈련, 첨단무기 도입을 비롯한 군비증강임. 그 문제와 2019년 여름 이후 북이 남측에 상당한 위협이 되는 데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등 상호 군사적 관심사에 대해서 남북공동군사위원회 등을 통해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접점을 찾을 필요. 특히 보류에 그치고 있는 대남군사행동이 실행에 옮겨지지 않도록 8월에 예정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전작권 전환 관련 지휘소 훈련을 제외하고 전면 중단할 것을 선제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제안할 필요.
- 미국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남북한 상호 관심 군사 사항으로는 군비통제, 군축 문제가 있음. 인구절벽 시대에 부합해 병력의 총 숫자를 현 계획 50만 명보다 과감하게 감축하는 등 양적 축소에 대해 보다 능동적일 필요. 또한, 국방비의 경우에도 인건비 인상 외 안보딜레마를 초래하는 군비증강을 뒷받침하는 방위력개선비, 특히 3축체계 구축 등 불요불급한 사업은 삭감하는 등 선제적으로 동결. 동결에 따른 예산은 전국민고용보험 실시 등에 과감히 전용할 필요. 
- 그것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세계질서를 선도하자며 대통령이 천명한 ‘인간안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정책이자, 한반도 및 동아시아 차원의 대결을 예방하며 우리의 자율성을 키우는 공동안보 등 적극적 평화정책의 기초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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