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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서 플랫폼 독점의 위험성과 해법

  • 입력 2021.12.15 13:23      조회 1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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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플랫폼 독점의 위험성과 해법: 이해충돌(conflicts of interest)의 현실과 해소를 중심으로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


본 연구보고서는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사무소와 정의당 부설 정책연구소인 정의정책연구소의 정책연구비 지원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목차

요약문

1. 디지털 플랫폼 경제 시대 도래

2. 반독점 전통의 부활과 디지털 플랫폼 독점규제 움직임
1) ‘소비자 후생’여부로 좁혀버린 반독점 해석
2) 플랫폼 반독점문제를 새롭게 부상시킨 리나 칸(Lina Khan)
3) 거대 디지털 플랫폼기업 아마존의 반경쟁 행위 예시
4) 리나 칸의 두 가지 반독점 해법
5) 시장 지배력 집중과 독점에 대한 IMF의 진단과 권고
6) ‘신브랜다이즈주의(New Brandeisians)’ 관점의 부상

3. 바이든 정부의 플랫폼독점 규제 동향

4.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경제와 반독점 규제
1) 네이버의 이해충돌행위 
2) 쿠팡의 이해충돌행위 
3) 카카오의 이해충돌행위 

5. 요약 및 결론
 



요약문

   2021년 가을 한국의 정기국회 국정감사에는 예년에 없었던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다. 통상은 혁신기업으로 국정감사에 불려 나갈 일이 없었던 대한민국 대표 플랫폼 기업들이 줄줄이 소환되었기 때문이다.(주: 카카오 김범수 의장, 네이버 한성숙 대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김범준 대표, 쿠팡 박대준 대표, 야놀자 배보찬 대표, NHN 정우진 대표는 물론이고 외국법인들인 구글코리아 김경훈 대표, 애플코리아 윤구 대표, 페이스북코리아 정기현 대표 등 플랫폼업계를 상징하는 기업 대표들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되었다.)
 하지만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갑질과 전횡, 반경쟁 행위를 꼼꼼히 따지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책들을 도출해야 할 모처럼의 자리는, 의원들의 공허한 호통과 기업대표들의 구두 사과라는 립서비스를 주고 받는 선을 넘지 못했다. 핵심 관련부처의 하나인 과기정통부는 아예 지난 9월 27일 발족한 '디지털 플랫폼 정책포럼'을 통해 산·학·연 정책연대로 플랫폼 규제에 맞서고 있을 정도다. 여기에 참여한 일부 학계 인사들은 "반 플랫폼 열기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주: 머니 투데이. 2021.10.10.)

   한편 여당인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카카오가 인수합병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테크 기업의 인수합병은 일반 기업의 인수합병과 다른 양상이고, 인수합병이 없으면 스타트업의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없어진다”고 강변하고, “오히려 인수합병을 더 잘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상황”(주: Znet. 2021.10.5.)이라며 테크기업의 공격적 인수합병 전략을 거들었다. 심지어 윤 의원은 토종 플랫폼 사업자 편들기에 나서면서, “플랫폼 사업자가 해외 거대 플랫폼 사업자와 경쟁을 하는 점을 고려해 우리 나름의 전략적인 관점에서 접근을 해야 하는데 최근 규제 도입 논의는 그렇지 못하다”고 개탄한다. 학계에서는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역시 같은 맥락으로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과 맞붙어야 하는 현실 속에서 국내 기업만 붙잡고 규제하려고 하는 것" (주: 디지털 타임스.2021.10.05.) 이라고 거들었다. 

   일부 언론들도 맥락이 닿지 않는 주장을 하면서 여기에 가세했는데, “규제가 아닌 시장경쟁 활성화로 독과점 폐해를 막아야 한다”든지, “M&A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파이낸셜 뉴스. 2021.10.10.
. 심지어 일부에서는 재화·용역이 노출되는 순서와 형태·기준 등을 공개하도록 한 규제를 두고, 기업의 영업 기밀에 해당한다면서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행위를 조사하는 것 자체를 터부시하기도 했다. 
 
  사실 현재 시점에서 디지털 플랫폼 시장을 어떤 식의 규칙으로 공정경쟁시장으로 만들자고 제대로 얘기된 것이 전혀 없다. 네이버의 이중적 지위로 인한 반경쟁 행위(네이버쇼핑 검색이 자사 네이버 스토어 우대), 쿠팡의 자사브랜드 상품 우대와 납품업체에게 가격전가, 카카오 모빌리티가 자사 가맹택시 우대와 문어발식 사업확장 등 최근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독과점 문제들의 일단에 대해 이제 조금 실체를 들여다 보기 시작한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다못해 조사라도 철저히 하자든지, 어떤 규제의 틀이 필요하다든지 하는건 없고 모두 ‘과도한 규제’에 대해서만 목소리가 크다. 현재 분위기를 그대로 방치하면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는 정치권에서 일회용 이벤트로 그칠 개연성이 아주 높다. 

  지금 우리사회는 경제적 불평등의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경제 민주화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디지털 플랫폼경제가 불평등과 경제적 격차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기업 줄도산이 산업 집중도 증가와 시장지배력 증대로 이어질 것”(IMF 2021)이므로 추세는 가속화된다. 최근의 경기회복이 일부에게는 전례없는 호황으로, 다른 일부에게는 전례없는 고통으로 차별화되는 K-자회복으로 나타나는 것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비대면 장기화로 디지털 플랫폼은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편에 속한다. 그리고 골목상권과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일반 시민들은 그 반대편에 서 있다. 

   소수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지배력이 압도적으로 커지고 이들이 반경쟁적인 독과점 행위를 남용할 경우, 공정한 시장질서는 무너지고 불평등은 더욱 심해질 것이 명확하다. 비록 독과점의 초기단계라고 하지만, 집중화 속도가 무섭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된 시장규칙을 정할 가장 중요한 시점일 수 있다. 문제를 덮는데 급급하지 말고, 이제부터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 보기 시작해야 한다.



1. 디지털 플랫폼 경제 시대 도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등 거대 플랫폼기업들이 기업 역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었다. 이 클럽에 들어가는 전통 기업은 세계적으로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밖에 없다. 중국에서도 최고 시가총액 기업은 역시 플랫폼 거인들인 텐센트와 알리바바다. 한국에서는 시가총액 10위 안에 네이버(시총 60조대), 카카오(50조대)가 들어가는데 이들은 포스코(28조)는 물론이고 현대차(45조)보다도 주식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한국을 포함해서 전 세계 경제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차지하는 위치와 영향력은 막대하며, 경제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명실상부하게 세계경제가 ‘디지털 플랫폼 경제시대’로 진입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문제는 이들 기업들이 단지 덩치가 커졌을 뿐 아니라, 특정 시장영역에서 이미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면서 거대한 독점력을 행사하게 되었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의 전자상거래시장은 아마존이 단독으로 40%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나머지 10개 업체를 모두 더한 것보다 더 큰 규모다. 더 나아가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소매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접 비즈니스를 수직적으로 통합하고 있다. 
 

[그림 1] 미국 e-commerce의 시장 점유율 비교(2021년 2월 기준, statista.com)



특히 아마존이 어디까지 사업을 확장했는지 사례를 보면 기존 전통적인 기업들의 독점화 추이를 압도하는 시장지배에 놀라게 된다. 탐사 저널리스트 데이엔은 아마존 사업 영역을 다음과 같이 길게 열거하고 있다. 

“아마존은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수백만 명의 다른 판매자들을 위해 장터(마켓 플레이스)를 운영한다. 실물 서점도 운영한다. 현금이 필요없는 편의점도, 그리고 웹 사이트를 통해 인기 품목을 판매하는 상점도 있고, 홈푸트 슈퍼마켓도 거느리고 있다.”
“아마존은 또한 상품 제조업체이기도 하다. 알렉사는 디지털 비서 시장의 2/3를 차지하며, 킨들은 전체 전차책 독자의 84%를 거느린다. 또한 클라우드 컴퓨팅의 거물이기도 하다. 아마존 웹서비스는 최근 운영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인터넷과 미국 금융 인프라 가운데 놀라울 정도로 많은 비율의 데이터를 관리한다. 아마존은 대형 텔레비전, 영화 스튜디오이기도 하다. 해마다 프로그램 제작에 70억 달러 남짓 지출하며 오스카상 세 개와 많은 에이미상을 받았다. 수입을 기준으로 3위의 온라인 광고업체로서 페이스북과 구글을 빠르게 따라잡는 중이다. 또한 링이라는 스마트 초인종 회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트위치라는 스트리밍 비디오게임 회사다. 또한 조지 클루니가 어느 영화에 출연했는지를 찾아볼 수 있는 웹사이트인 IMDb도 거느리고 있다.”
“아마존은 대형 해운, 물류 회사가 되는 중이다. 가구 판매사, 매트리스 판매사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 최대 온라인 패션 디자인 회사다. 최근에는 온라인 약국을 사들여서 의료 공급업체로서 확대하고, 대형 은행인 JP모건 체이스, 워런 버핏과 손을 잡고 보건 의료회사를 사들였다. 동시에 JP모건과 경쟁하면서 아마존페이를 디지털 기반 신용카드 대용물로 홍보하고 소규모 장터 파트너들에게 대출을 해준다.” “그리고 아마존 최고 경영자는 ‘워싱턴 포스트’를 소유하고 있다.”(Dayen 2020). 


[그림 2] 모바일 운영체제와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2021년 세계시장)


  한편 모바일 운영체제시장을 보면 안드로이드가 72%, 애플이 27%로 양자가 완전히 시장을 분할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색엔진 시장은 더 처참하다. 세계 검색시장의 92%는 구글검색이 차지하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서의 검색시장은 다소 다르다. 2021년 7월 현재 네이버의 점유율이 53.7%정도로 절반을 넘고 있고, 그 다음으로 구글이 41.5%, 그리고 다음이 2.8% 정도가 된다. 

  또한 디지털 광고시장의 경우에도 전체 광고 가운데 절반 이상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분점하고 있고, 최근에는 아마존이 점유율을 상당히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볼 때 애플과 구글(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등 소수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새로 창출된 디지털 시장에서 거의 압도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국내를 넘어 세계적 차원에서 봐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이렇게 짧은 기간안에 특정 경쟁시장에서 소수 기업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행사한 것은 거의 유래가 없는 것이다. 


[그림 3] 기술 산업의 시장지배력 증가율(IMF 2021) 



 이런 흐름들이 누적된 결과 최근 가장 시장 집중도가 커진 분야가 제약산업에 이어 기술분야의 산업이었고, 기술 기업들의 시장집중도와 마크업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것이 IMF의 분석이다. 이제 미국에서는 ‘FAANG(Facebook, Apple, Amazon, Netflix, Google)’이라는 조합이, 한국에서는 ‘네.카.쿠.배(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이라는 약자가 회자될 만큼, 몇몇 고정된 소수 거대 기업군이 ‘디지털 플랫폼 경제’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그런데 디지털 플랫폼 거인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기업들과 다른 여러 특성들 때문에, 그들의 불공정행위나 반경쟁 행위들이 기존의 반독점규제나 경쟁법으로 잘 포착되지 않는 등 시장지배적 행위에 대한 규제의 예외지대에서 성장했다. 또한 1980년대부터 반독점 규제를 무력화시킨 신자유주의 사조가 최근까지 지배적 경향이 되면서 거대 기술기업들은 큰 사회적 개입 없이 시장을 잠식하고 몸집을 키울 수 있었다.

 이런 경향들이 지금처럼 방치된다면 특히 기술분야에서는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하여 장악한 슈퍼 플랫폼(super-platform)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조나단 테퍼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소수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자신들의 플랫폼에 들어오는 기업들과 소비자, 사용자들을 통제하고 배척하는 사적 정부(private government)가 되었다고 보기도 한다(Tepper 2019).

  많은 비평가들은 플랫폼경제가 아예 18세기 이전의 봉건시대로 경제를 되돌려 놓았다고 비평하기도 한다. 미국 채프먼대학의 도시연구자 조엘 코킨(Joel Kotkin)은 <신봉건시대의 출현(The Coming of Neo-Feudalism:A Warning to the Global Middle Class)>이라는 단행본 전체에 걸쳐서 디지털 거대기업들이 신봉건사회로 회귀한 실태를 다루기도 했다. 코킨에 따르면, 디지털기업의 독과점 과두제(Oligarchy)가 귀족의 권력을 차지하고 디지털 기술엘리트들은 새로운 사제권력을 획득하면서 현대판 봉건제의 지배세력이 되었다고 비판한다. 그 결과 사회 전체적으로는 봉건제에 전형적인 '서열화'되고 '정체된'사회가 만연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봉건제 사회의 특징이었던 '사회적 서열화', '우월한 자에 대한 열등한 자의 복종', '하위계층의 상위 이동 제한'이 지금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현대판 봉건주의를 '하이테크 중세', '하이테크 귀족지배', '온화한 금권주의(benign plutocracy)'라고 부르고 있으며 경제학자 마리아나 맞추카토는 슈퍼 플랫폼에 의해 지배되는 '디지털 봉건주의(digital feudalism)'으로 부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그리스 재무장관 출신 경제학자 야니스 바르파키스(Yanis Varoufakis)도 플랫폼 경제를 일컬어 ‘기술봉건주의(techno feudalism)’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심지어 캘리포니아 법대 교수 비나 듀발(Veena Dubal)은 비민주적이고 ‘봉건적 악몽(feudal nighmair)’이 다가오는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바야흐로 플랫폼 경제가 미래가 아니라 중세를 재현했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김병권 2021).

 이들 기술기업은 ‘혁신’이라는 강력한 레토릭으로 무장했기 때문에, 규제가 아니라 ‘규제완화/규제예외’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한 동안 힘을 얻어 규제 자체를 고려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반경쟁 행위가 일반 시민들의 시야에 잡힐만큼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다. 시민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고 여기에 반응하는 정치권과 정부의 태도가 느리지만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세계경제의 반독점 역사에서 또 다른 분기점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2. 반독점 전통의 부활과 디지털 플랫폼 독점규제 움직임

1) ‘소비자 후생’여부로 좁혀버린 반독점 해석

  1890년 미국 최초의 반독점법인 셔먼법이 만들어졌을 때 존 셔먼(John Sherman) 상원의원이 생각한 것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가 정치 권력의 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생필품의 생산, 운송, 판매를 지배하는 왕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우리가 황제에게 굴복할 수 없다면 경쟁을 막고 어느 상품이든 가격을 고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거래의 독재자에게 굴복해서도 안 된다.” 이런 정신은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반독점 경제 민주화의 상징적인 인물인 루이스 브랜다이즈(Louis Dembitz Brandeis) 대법관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런 정신에 따른 독점규제는 대체로 1960년대까지는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오면서 보수적 법학자 로버트 보크(Robert Bork)가 “시카고학파의 지원군과 함께 작업하면서 반독점법은 사실상 반독점이 아니라 오로지 가격에 대한 것”이라고 지형을 뒤틀어 놓는다(주: 로버트 보크와 함께 반독점 해석을 뒤바꾼 법학자로서 리처드 포스너(Richard Posner)가 있다.)  그는 1978년에 쓴 유명한 저서 <반독점 역설(Antitrust Paradox)>에서 “가격인상과 생산량 제한의 형태로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증명해야만 반독점에 위반되는 것으로 간주했다. 시카고 학파에 따르면 “독점은 (더 이상) 앞선 세대가 두려워하던 위협적인 야수가 아니라, 사람 좋고 소심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독점은 모든 행동에 선의가 깃들어 있고 새로운 경쟁자를 계속 두려워하며 사는 부드러운 거인이다. 이 거인은 이미 실제 경쟁자들을 제거했지만 그저 그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위축”되는 유약한 독점기업으로 묘사된다(Wu 2020).

  보크는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에게 발탁되어 반독점 정책을 무력화시키는데 관여하게 된다. 그 후 미국은 ‘소비자 후생’을 명시적으로 해친다는 증거가 없으면 독점 자체는 문제시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유럽도 1990년대부터 이 분위기에 편승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사건의 해결(1998년)을 위한 잠깐의 시간 이후 부시행정부의 법무부는 반독점법 시행을 완전히 종료했다. 부시의 재임 8년 동안 법무부는 반독점 사건을 단 한 건도 제기하지 않았고 주요 합병 건을 단 하나도 막지 않았다”(Wu 2020). 이런 흐름은 2010년대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21년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이렇게 20세기 후반 독점규제가 무너진 상황을 두고 리나 칸(Lina Khan)은, 시카고학파와 보크가 ‘시장구조’를 중심으로 시장이 경쟁상황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구조주의 접근법을 포기한채, “경쟁 여부를 생산자나 시장 전체의 건전성 측면의 이익이 아닌 소비자의 단기적 이익을 중심으로” 해석하는 역사적 후퇴를 한 것으로 요약한다. 즉, “경제 구조주의자들은 산업구조를 시장의 역학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진입로로 삼는 반면, 시카고 학파는 산업구조를 단지 시장 역학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파악”한다는 것이 칸의 생각이다. 시카고 학파의 관점에 따른다면 특정 기업이 장악한 시장 지배력은 시장역학관계에 따라 일시적으로 형성된 것에 불과하므로 굳이 반독점 규제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칸은 시카고학파가 독점기업의 약탈적 가격전략과 수직적통합전략을 잘못 해석한 결과, 디지털 플랫폼기업의 독점여부를 해석하는데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1) 약탈적 가격(predatory pricing)을 통한 반경쟁 행위

  원래 미국의 반독점 전통에서는 “경쟁을 파괴하거나 경쟁 사업자를 배제할 목적으로 상품을 불합리하게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여 약탈적 가격책정에 직접 대응”했다고 칸은 지적한다. 하지만 시카고학파는 “원가 이하의 가격책정은 비합리적이므로 (현실에서) 거의 발생하지 않고,”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성과가 매우 불확실하므로 독점 기업들이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 세운다고 지적한다. 더 나아가 어떤 기업이 시장을 지배할 목적으로 실제로 약탈적 가격정책을 취했더라도, 그 기업이 차후에 “경쟁시장보다 높은 가격을 통해 손실을 회복”했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독점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을 통한 반경쟁 행위

  동종기업을 인수해서 직접 시장지배력을 확장하는 수평적 통합(두 자동차회사의 통합)과 달리, 상품 제조업과 소매업처럼 인접한 단계에 있는 사업들을 한 기업이 통합하게 되는 수직적 통합(신발 제조업체와 신발 소매업의 통합)은 과거에는 경쟁을 제한할 위험이 있다고 봐서 반독점 규제대상이었다. 예를 들어, 이미 독점지위를 가진 신발생산 기업이 자신의 지배력을 이용해 신발 소매업으로 지배력을 확장하려 하거나(지렛대 효과), 또는 자신이 보유한 신발소매 기업에게만 신발 공급 특혜를 주고 경쟁 소매 기업에게는 불리하게 대우하거나(시장배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시카고 학파는 수직적 통합이 (시장거래를 기업안의 관리적 결정으로 바꿈으로써) 거래비용을 줄이는 ‘효율성’을 달성했다는 이유로 반독점 행위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2) 플랫폼 반독점문제를 새롭게 부상시킨 리나 칸(Lina Khan)

  1980년대 이후 오랫동안 잠자던 반독점 이슈를 디지털 플랫폼기업들을 상대로 다시 꺼낸 것은 사실 미국이 아니라 유럽이었다. 2011년에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구글이 검색엔진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서 다른 사업부문의 경쟁기업을 배제하는 문제를 조사를 하다가 그만두었지만, 유럽연합은 독점금지 위반혐의로 고발하는 등 일찍이 신속한 규제를 추진했던 것이다. (주: 물론 2016년 미국 대선 즈음이면 다시 정치권에서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논란이 불거져 힐러리 클린턴은 물론이고 트럼프마저 아마존의 반독점 문제를 제기할 정도가 되었다.(Baker 2019)).
 
  여기에는 유럽의 경쟁위원회 책임자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Margrethe Vestager)의 역할이 크다. 그는 일찍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독점 파괴자(Trust Buster)’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지난 2018년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반독점법 위반 기업에 대한 사상 최대 과징금 50억달러(약 5조6500억원)를 부과했다. 그는 2018년 초 퀄컴에도 과징금 12억달러를 부과했고 2017년에는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하면서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며 과징금 1억3100만달러를 부과했다. 아마존에 대해서도 같은 해 10월 세금 2억5000만유로를 징수한 바가 있다.(주: “구글, 애플엔 ‘저승사자’…EU 집행위원장 후임 물망” 이코노미조선 2018.9.3.)  그는 리나 칸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되자 그와 화상통화를 한 뒤, “우리의 공통적인 목표는 빅테크가 규칙을 지키게 하는 것”이라며 “같이 일하는 게 기대된다”고 밝히도 했다. (주: “리나 칸 vs 빅테크 기업…막 오른 ‘반독점 전쟁’” 한겨레신문 2021.7.19.)


  한편 리나 칸은 이미 1천회에 가깝게 인용된 2017년 발표한 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에서 반독점에 대한 셔먼의원과 브랜다이즈 대법관의 전통을 다시 살려내면서 이를 아마존이라는 디지털 플랫폼기업을 향해 겨눈다. 칸은 “시카고 학파의 이론 체계에 내재한 가정과 이 이론체계가 경쟁을 평가하는 방식”으로는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을 규제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주: 리나 칸과 함께 현재 연방거래위원회 법률자문을 하며 칸을 지원하고 있는 샤울 서스먼(Shaoul Sussman)도 동일한 관점을 공유한다.)
 
  칸은 우선 독점에 대해 ‘단기적 소비자 후생’이 아니라, “한 기업의 구조와 해당 기업이 시장에서 수행하는 구조적 역할”을 보겠다고 선언한다. 즉 “기업의 구조가 특정한 반경쟁적 이해충돌 상황을 초래하는지 여부, 기업이 시장 우위를 활용해 각기 다른 사업 부문에 걸쳐 지렛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여부, 시장의 구조가 약탈적 행위를 장려하고 허용하는지 여부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반독점 해석이 ‘약탈적 가격정책’과 ‘수직적 통합’, ‘끼워팔기’ 등을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키지 않는 것으로 간주했지만, 여기가 바로 아마존의 반독점 행위의 핵심이라고 칸은 지적한다. 

  첫째, 소비자 후생이라는 입장에서 본다고 양보해도, 단지 가격을 올리거나 생산을 줄이는 것만을 독점피해로 좁게 해석하지 말고, 제품 품질이나 제품의 다양성, 그리고 혁신성 등을 모두 소비자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폭넓게 포함해야 하며, 이 요소들은 “강력한 경쟁 과정과 공개적인 시장을 통해 가장 잘 촉진”된다고 칸은 독점과 소비자 후생을 재해석한다. 

  둘째, 반독점법의 원래 전통은 단지 물질적인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키는 것을 넘어 다양한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강조한다. 특히 소수 민간기업에게 시장지배력이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이들이 산업군주(industrial monarchy)가 되어 경제, 정치, 미디어 지배력을 행사할 것을 우려했던 신브랜다이즈주의 전통을 복원한다. 그래서 반독점법은 “공개시장의 보전, 독점적 지위 남용으로부터 생산자와 소비자 보호, 정치적, 경제적 통제 분산을 비롯한 다양한 목적을 촉진”하는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셋째, 가격이나 생산량으로 나타난 협소한 결과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시장경쟁 과정과 구조를 보자고 한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경우 “진입장벽, 이해충돌, 정보통제와 병목현상, 데이터 사용과 제어, 협상력의 역학관계”를 모두 포함해서 독점여부/ 반경쟁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3) 거대 디지털 플랫폼기업 아마존의 반경쟁 행위 예시

  (1) 아마존의 독특한 약탈적 가격전략


[그림 4] 아마존 매출과 순익의 변화(2017년까지 순이익은 미미, 웹서비스가 절반 담당)




  아마존은 ‘기꺼이 수익을 포기하고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장기적으로 투자를 지속함으로써 온라인 소매시장에서 초기 시장지배력을 확보했고, 이를 지렛대로 연계사업(배송서비스)에 진출하여 ‘수직적 통합’을 이뤘다. 또한 소매시장에서 확보한 막대한 ‘데이터 통제력’을 활용하여 경쟁기업들을 무너뜨리고 확고한 진입장벽을 구축한 전형적인 사례다. 특히 아마존의 이와 같은 모델은 미국에서는 우버가 추종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쿠팡이 추종하는 등 다른 디지털 플랫폼기업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데, 칸은 자신의 논문에서 아마존을 사례로 들어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규제방안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우선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지배력 확립을 위해 ‘기꺼이 손실을 감수하는’ 약탈적 가격정책을 전형적으로 사용해 왔다. “아마존은 몇몇 핵심사업 방식에서 이윤을 희생하여 가격을 대폭 인하하고 사업확장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지금의 지위를 달성”했다고 칸은 평가한다. 실제로 아마존은 1994년 창립 이후 20년이 넘게 거의 이익을 내지 않고 공격적으로 매출을 늘리면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왔고, 그 결과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절반에 가까운 독보적인 지배력을 구축하게 되었다(2016년 이후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있지만 절반은 전자상거래가 아닌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 웹서비스에서 나온다. 코로나19로 최근 영업이익이 다소 늘기도 했다).
  칸은 특히 2005년부터 시작한 ‘아마존 프라임회원제’의 도입을 주목한다. 연회비가 현재 119달러인 프라임회원제는 고객에게 우선 빠른배송을 보장하는 서비스로서 2014년 4천만명에서 2020년 말 현재 약 2억명(미국 1억명) 정도로 급증했다. 처음에는 연회비가 79달러였는데 실제 프라임회원 서비스 비용 90달러보다 적게 회비를 받으면서 적자운영을 하기도 했다.

  아마존의 전형적 약탈적 가격 정책 사례는 베스트셀러 전자책을 원가 이하로 판매했던 전략이다. 시카고학파는 이에 대해 명시적인 손실회복을 위한 아마존의 가격인상이 없다면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힌 것이 아니므로 반경쟁 행위가 아니라고 보았다. 하지만 칸은 온라인에서 손실회복은 다양하게 우회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전자책과 킨들 단말기를 함께 출시했는데, 전자책과 전용 단말기인 킨들 단말기를 동시에 구매한 소비자는 이제 킨들로 읽을 수 있는 아마존 전자책에 고정된다(잠김효과). 이것이 오프라인 출판물과 온라인 출판물의 차이다. 

  또한 아마존은 “손실이 발생한 원래의 시장(베스트셀러 전자책) 밖에서 손실을 회수”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베스트셀러 전자책에서 발생한 손실은 다른 전자책이나 종이책 시장에서 회복했던 것이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기업이 추적할 수 있는 소비자 행동 유형이 훨씬 더 자세하고 미묘하므로” 개인마다 가격을 차별화시킬수 있다. 하지만 이는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또는 출판사에 더 많은 수수료를 부과해서 만회할 수도 있는데, 출판사는 출판사 독점으로 이에 대응하게 되고 그러면 독자는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결국 현재 전자책 시장은 아마존이 81%를 장악하고 있다(Nook 9%, Apple Books 7%, Kobo 3%).

  (2) 수직적 통합을 통한 아마존의 시장지배력 확대

  두 번째로 아마존은 소매업체에서 확립한 지배적 지위를 지렛대로 배송서비스와 클라우드인프라 서비스(아마존 웹서비스)로 수직적 통합을 확장해갔다. 칸에 따르면 “아마존은 온라인 소매산업에서 확립한 지배력을 배송 부문에 대한 강력한 협상력으로 전환했으며” UPS나 FedEx같은 전문 배송업체로부터 70%의 할인 혜택을 받는 등 우대를 받는다. 한편 배송업체는 아마존에서 본 손실을 다른 업체들의 배송비 인상을 통해 만회하려고 시도한다. 

 나아가 아마존은 대형창고와 분류센터, 배송센터, 허브 등을 직접 구축하고 주문처리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 또한 트럭, 컨테이너선, 항공기, 드론 등을 직접 구매하면서 배송서비스에 진출했다. 소매업체에서 주문처리업체, 나아가 배송업체로 수직적인 통합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로부터 각종 경쟁 배제적인 행태가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자사 소매 플랫폼을 사용하는 판매업체에 대한 검색결과를 아마존 배송사업을 이용하는지 여부와 연계”시킨다. 이 대목에서 또 다시 이해충돌이 발생한다. 

  (3) 고객데이터의 배타적 활용을 통한 지배력 확대

  온라인 강자인 아마존은 기존 오프라인 기업들과 달리 자사가 보유한 막대한 제품검색 데이터와 고객데이터를 배타적으로 활용하여 다른 경쟁자들을 배제하거나 우월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오프라인 소매업체는 일반적으로 실제 매출액에 대한 정보만 수집할 수 있는 반면, 아마존은 소비자가 구매하기 위해 검색했으나 찾지 못한 제품에 대한 정보, 반복해서 구매하는 제품에 대한 정보, 장바구니에 보관되어 있는 제품의 정보,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고 마우스를 옮겼던 흔적까지 상세 정보를 추적한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장터)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절반은 아마존 상품, 나머지 절반은 제3자 소매기업의 상품이다. 그런데 아마존은 자사와 제3자가 판매하는 모든 데이터를 독점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그를 활용해서 자사에 유리하게 온라인 노출등을 결정하거나 자체 상품을 출시한다. “아마존은 제3자 업체가 먼저 선보인 제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경쟁상품을 내놓고 심지어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이들 업체와 직접 가격경쟁을 벌였다”고 칸은 예시한다.  
  더욱이 “시장지배적 플랫폼은 데이터에 대한 통제력을 활용해 신규 시장에 더 쉽게 진입할 수”있는데, 아마존은 수년간 전자상거래 사업을 운영하면서 얻은 막대한 쇼핑 데이터를 활용하여 광고사업에서도 자신의 입지를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었다“고 칸은 평가한다.


4) 리나 칸의 두 가지 반독점 해법

  (1) 예방적으로 이해충돌을 금지- 이해충돌사업분리 방안 (주: 한편 약탈적 가격전략을 막기위해서 칸은 원가보다 낮게 판매하는 것에 대해 손실회복행위 증명이 아니라 ‘약탈행위 추정’을 채택하자고 제안한다. 즉, ”시장 지배적 플랫폼이 원가 이하로 제품가격을 책정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약탈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하고 손실회복을 증명하는 단서를 붙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리나 칸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독점규제 가운데 가장 핵심을 이해충돌(conflicts of interest) 방지에 둔다. 그는 이해충돌을 막기위해서 “특정 수준의 지배력을 가진 플랫폼의 수직적 통합에 사전 예방적으로 제한을 두는 방법”을 선호한다. “이해충돌을 만드는 산업구조를 방지하는 것이 이러한 이해충돌을 감시하는 것보다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장 지배적 기업은 자신에게 의존하는 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것에 대해 인수합병을 불승인 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전에 금지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따르면, 아마존은 마켓플레이스를 하면 특정 제품 소매업을 하면 안되고, 아마존 웹서비스도 법인 분리해야 하며 배송서비스도 마찬가지로 법인 분리해야 한다. 

  특히 이해충돌 등을 제대로 예방하기 위해서, 인수합병 심사에서 통상적인 거래금액 기준만 보지말고, “경쟁기업의 사업운영에 대한 심층적이고 직접적인 통찰을 제공하는 데이터를 교환하는” 인수합병 거래를 인수합병 심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약 이렇게 했다면 “데이터 획득이 여러 면에서 경쟁과 밀접히 관련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경쟁당국이 페이스북의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인수합병을 더 철저히 검토했을 것”이라고 칸은 평가하고 있다. 기업이 가치있는 데이터를 획득한 후 각기 다른 사업부문에 걸쳐 지렛대 효과를 이용할 수 있는 인수합병에 대해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디지털 플랫폼기업 독점행위 조사에서 중요한 시사를 준다.

  이해충돌을 예방적으로 방지하자는 칸의 제안은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수직적 통합은 분리하자는 ‘은산분리원칙’의 정신과 연결되어 있다. 칸은 “은행 부문과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필수적인 중개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이 자신에게 의존하는 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잘못된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이를 확인한다. 아마존에 적용한다면 ”소매 사업과 마켓플레이스 운영을 분리하도록 강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아마존의 영향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칸의 생각이다. 리나 칸은 한발 더 나아가서 브랜다이즈 전통에 따라 “아마존이 자사 플랫폼을 지렛대로 활용해 여러 사업 부문에 걸쳐 통합하도록 허용할 경우 아마존이 부당한 경제 권력과 정치 권력을 갖게 될 것인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2) 플랫폼을 공공인프라로 인식하여 사후 규제

  칸은 예방적 사전금지를 선호하지만 차선책으로 사후적인 규제방안도 제시한다. 그는 플랫폼이 네트워크 효과를 추구하는 경향 때문에 자연독점으로 불가피하게 흐르는 경향이 있다면, “시장지배적 온라인 플랫폼을 자연 독점이나 과점으로 인정하고, 그 대신 이들 플랫폼의 지배력을 규제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자연 독점과 관련된 잠재적 지배력 남용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다소 오랜 모델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칸은, “공익사업으로 규제되어 온 생활 필수품목(수도, 전기, 가스), 운송(철도, 여객선), 통신(전보, 전화) 등”과 유사한 수준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인식하고 대처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이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철도나 전력과 같은 필수 네트워크 산업”들처럼 합리적인 요금으로 일반 시민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보편서비스의 일종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칸은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에 대해서 (a) 가격과 서비스에 대한 차별금지 의무 부과, (b) 요금에 대한 한도 설정, (c) 자본화 및 투자 요건 부과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아마존이 자사 상품에 특혜를 주는 것을 금지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차별금지 정책”이 가장 적용 가능한 방안이라고 제시한다. 그렇게 하면 “아마존이 여러 사업 부문에 걸쳐 계속 관여하도록 허용하고 규모의 이점을 누릴 수 있도록 하면서도 아마존이 영향력이나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사업에 부당한 혜택을 주거나 플랫폼 사용자를 부당하게 차별할 수 있다는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5) 시장 지배력 집중과 독점에 대한 IMF의 진단과 권고

  독점 기업들의 시장지배력 행사 등에 대해 거의 침묵으로 일관해왔던 IMF는 최근 이례적인 보고서 “Rising Corporate Market Power: Emerging Policy Issues”를 발표하면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의 경쟁시장 파괴 행위에 대한 문제제기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미국 등에서 경쟁법 집행에서 있어서 ‘효율성’, ‘소비자 후생’, ‘미시적 효과’ 중심의 시카고학파적 경쟁법 집행 패러다임이, ‘공정성’, ‘사회적 후생’, ‘거시적 효과’를 함께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추세에 반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최근 대부분의 경쟁정책 체계의 핵심을 이루는 이 기준이 디지털 시대에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가져오는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지나치게 협소한지에 관해” 논의가 있었다면서 리나 칸의 논문을 인용한다. 

  또한 IMF는 1980년대 이후 선진국 상장기업들의 시장지배력이 특히 기술 및 제약산업에서 두드러졌다는 점을 확인한다. 기술산업 부분에 대해서는 “시장 지배력이 큰 플랫폼이 시장 지배적 위치를 악용하여 시장의 어느 한편에 있는 사용자나 양쪽 모두의 사용자에게 피해를 입히고 혁신적인 신생 기업의 신규시장 진입을 저해할 위험”을 강력히 경고한다. 

  (1) 무분별한 인수합병에 대한 엄격한 심사

  IMF는 리나 칸이 ‘수직적 통합’으로 지적했던 인수합병에 대해 새롭게 접근한다. “인수합병은 역동적인 신생 기업에 출구전략을 제공하고, 소비자에게 이득을 주는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창출할 수 있다”고 일단 그 긍정성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선도기업이 인수합병을 통해 후발 기업에 대한 우위를 강화할 경우 후발 기업의 경쟁 의욕이 감소하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잠재적 시장 진입 기업의 시장 진입 의욕이 감소하고 신규 진입 기업이 줄어들 것이다. 시장 선도기업에 대한 경쟁 압력이 감소한 상황에서는 이들 기업의 혁신 노력이 줄어들 것이고 결국 기업 역동성 감소 추세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적시한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더 많은 인수합병을 수행할 경우 해당 기업의 매출 증가율과 연구개발 지출 증가율이 감소한 사실이 확인”되었고, “경쟁기업이 시장 선도기업인 경우 해당 기업의 매출 증가율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확인한다. 이 대목은 과도하게 인수합병의 긍정성만을 인정하는 우리나라 학계나 경쟁당국이 제대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다.
 
  아울러 리나 칸과 마찬가지로 IMF는 인수합병 심사에서 매출뿐 아니라 데이터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수합병을 심사할 때에 일정한 매출규모 이상인 경우로 제한한다면, “가치가 있는 지식재산권을 확보한 초기 단계의 제약 회사나 아직 소비자 참여나 데이터에 대한 수익이 실현되지 않은 디지털 사업과 같이 미래 가치가 크지만 현재 매출이 적은 기업과 관련된 인수합병 거래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2) 노동시장 수요독점에 대한 적극적 규제

  IMF는 리나 칸이 지적하지 않은 노동시장에서 소수 거대기업의 수요독점 문제를 제기한다. 이는 에릭 포스너(Eric Posner)가 최근 저서 에서 자세히 주장한 것이기도 하다. 원래 반독점법은 “공급독점(monopoly)과, 노동시장 수요독점을 포함한 수요독점(monopsony)을 구분하지 않는다. 반경쟁적 행위를 통해 공급독점이나 수요독점을 달성한 기업들은 모두 반독점법을 위반할 수 있다”(Posner 2021). 그러므로 기업들에게 공급독점에 기초해서 가격을 올려 독점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나, 수요독점에 기초해서 노동비용을 낮춰서 독점이윤을 얻는 것이나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어쨌든 구체적으로 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노동시장에서 수요독점을 일으켜서 노동장에게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약하고, 임금을 억제함으로써 불평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근로자에게 당장 다른 대안이 없는 등의 이유로 기업이 일부 또는 전체 근로자의 근로조건, 특히 임금에 대해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진 경우, 노동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신 연구 문헌에 따르면, 지역 노동 시장에서 많은 근로자를 고용한 대기업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러한 대기업의 영향력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가 확인되었다”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집중이 임금을 낮추는 쪽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연구들도 확인되고 있다(Posner 2021).

  특히 IMF는 “근로자의 선택권과 협상력을 훼손할 수 있는 “스카우트 채용금지” 합의, 즉 기업 간 서로 다른 기업의 직원을 채용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것을 강력히 규제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노동자가 취업할 기업이 소수로 제한되면 노동자는 임금삭감 등 노동자에게 불리한 조치에 대응해서 다른 기업으로 이직할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데이터 수집은 알고리즘 및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해 이러한 역학 관계를 더욱 강화하며 반경쟁적 담합 적발이 어려워진다는 새로운 위험”을 낳고 있다면서, 리나 칸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독점 규제시 데이터의 독점적 점유와 활용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일부 경쟁 당국의 예산이 경제 규모나 인수합병 규모가 커진 만큼 확대되지 않았다는 증거가 확인”되었다면서, 심층적인 시장조사를 하기위한 ‘디지털 전담부서’ 신설등을 제안하기도 한다. (주: 실제로 영국은 2020년 4월 경쟁시장청(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 산하에 새롭게 “디지털 시장에서의 새로운 위험 포착, 디지털 시장의 소비자 반응 조사 등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디지털 시장부서(Digital Markets Unit)를 설치했다”(이순호 2021)).  하지만 IMF는 기업분할 등 독점기업 해체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보수적인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6) ‘신브랜다이즈주의(New Brandeisians)’ 관점의 부상

  한국과 달리 미국과 유럽에서 빅테크에 대한 규제 논의가 전반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는 있지만 모두 동일한 목적이나 방향, 강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보수세력들은 테크기업들이 공화당에 대해서 비우호적인 것에 불만이 있다(Hawley 2021), 통상적으로 온건한 태크노라트들은 독점화로 인한 규모의 이익보다는 경쟁시장의 이익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반독점 규제를 옹호한다. 그리고 딱 그 정도 수준에서 반독점 조사기관의 인원과 예산을 늘리고 인수합병 승인에 관해 규제기관이 보다 엄격한 기준을 두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한다(Klobuchar 2021). 

  그런데 위의 두 경향과 달리 19세기 말 도금시대에 적용되었던 강력한 반독점 전통의 부활을 요구하는 신브랜다이즈주의가 꽤 강력히 부상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당시에 독점이 초래하는 효율성 훼손이나 가격문제 등에만 초점이 있지 않았다. 독점기업가들을 ’강도귀족(robber barons)’라고 부르며 그들이 너무 많은 권력을 가졌다는 사실에 그들은 주목했다. 거대 독점기업의 경제적, 정치적 권력이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신브랜다이즈주의자들은 현재 빅테크의 독점화를 100년 전 도금시대 독점의 부활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구글이 자사상품이 포함된 검색결과를 차별적으로 보여준다든지, 애플이 자사앱이 포함된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등의 행위가 심판과 선수의 이중적 지위 문제를 일으키는 수직적 통합에 해당하고 심각한 경쟁파괴 행위에 해당한다. 더 나아가 앞서 보았던 것처럼 데이터의 독점이나 시장 다양성의 상실까지 문제를 삼고 있다. 심지어 빅테크가 명백히 미국 정치에 본질적인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는 점까지 주목하고 있다. (주: “Biden’s Antitrust Revolutionaries”. Eric Posner 2021.7.18.)

  이런 흐름은 본질적으로 브랜다이스 대법관의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 팀 우는 반독점에 대한 브랜다이스 대법관의 고민을 이렇게 정리한다. “브랜다이스는 기업이 덩치가 커지고 강력해지면서 그 기업의 통제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인류가 원하고 두려워하는 것에 점점 더 둔감해진다는 점을 우려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브랜다이즈의 다음 주장을 인용한다. “첫째, 어떤 기업이 너무 커서 생산과 분배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나가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 있다. 둘째, 그 기업이 최고로 경제적인 효율성을 내는 지점을 지났건 지나지 않았건 간에 자유롭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비대할 수 있다”(Wu 2020). 

  특히 브랜다이즈가 강조한 핵심은 두 번째다. 그래서 그에게 반독점 문제는 경제적 효율성 이상의 무엇인 것이다. 다른 이들이 모두 규모의 경제를 이야기하며 규모를 키우면 생기는 잇점을 이야기 할 때, 브랜다이즈는 ‘규모의 저주(the curse of bigness)’라는 용어를 만들어내면서 독점의 폐해를 설파했다. 100년 만에 이런 관점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 확대와 독점 규제문제 역시 신브랜다이즈주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과거 재벌체제의 뿌리 깊은 경험에 입각해서 볼 때 한국에서 집중된 경제권력이 정치의 경계선이나 사회의 경계선을 넘는 일은 너무나 흔했기 때문이다.


3. 바이든 정부의 플랫폼독점 규제 동향

  서구에서는 플랫폼 독점에 관한 새로운 시각이 논리적으로만 부상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정치와 행정영역에서 구체적으로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미국이 경우 이미 2019년부터 미국의회  법사위원회 산하에 있는 ‘반독점, 상업, 그리고 행정법 소위원회가 주도하고 리나칸이 참여하여 디지털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들(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의 영업행태 및 이들이 경쟁에 미치는 영향등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와 분석이 실시되었다. 그리고 결과로 <디지털 시장의 경쟁조사(Investigation of competition in digital market)>라는 460쪽짜리 방대한 보고서가 제출된 바가 있다. 여기에서는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애플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의 이해충돌 등 반경쟁 행위 사례가 자세히 적시되어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반독점 움직임은 2021년 바이든 정부 출범부터다. 바이든 대통령은 1월 취임직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경쟁부문 특별고문에 팀 우(Tim Wu) 교수를 임명한다. 그리고 리나 칸(Lina Khan)을 의회인준을 거쳐 2021년 6월 연방건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한다. 마지막으로 반독점 소송전문 변호사로서 구글의 저격수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조너던 캔터(Jonathan Kanter)를 7월에 법무부 반독점국장에 임명한다. 이로써 언론의 평가대로 가장 철저한 반독점규제를 하자고 주장해왔던 세사람이 독점규제를 위한 요직에 두루 배치된다. 바이든 정부의 반독점 실행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병행하여 미국 하원에서는 민주당 공화당 양당 공동발의로 온라인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5개 반독점법 제정안이 제안된다. 구체적으로 a) 플랫폼 독점 종식법(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 b) 플랫폼 경쟁 및 기회법(Platform Competition and Opportunity Act), c)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American Innovation and Choice Online Act), d) 서비스 전환 허용에 따른 호환성 및 경쟁 증진법(Augmenting Compatibility and Competition by Enabling Service Switching Act, 줄여서 ACCESS법), e) 합병신청 수수료 현대화법(Merger Filing Fee Modernizing Act) 5개 법안이다. 2021년 10월 현재 이 법안 모두 법제사회법위원회도 통과하면서 법률안 처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이순호 2021).
 

  데이비드 시실린 (David Cicilline) 반독점, 상업, 및 행정법 소위원회의 의장은 입법 취지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기술 독점기업은 우리 경제에 너무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승자와 패자를 가르고, 중소기업을 파괴하며, 소비자 가격을 높이고, 노동자들을 실직시킬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우리의 의제는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기술을 보유한 독점기업이 나머지 기업들과 동일한 규칙을 따르도록 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5개 법안 가운데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플랫폼 독점 종식법(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이다. 이 법은 “지배적 온라인 플랫폼이 온라인 플랫폼과 그 밖의 특정사업을 동시에 소유하거나 지배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이해충돌을 제거하여 디지털시장에서 경쟁과 경제적 기회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이라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물론 이 법이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은 연간 순매출 6천억 달러이상,  미국 기준 사업적 사용자가 10만 사업자 이상, 그리고 미국 기준 월별 사용자가 5천만명 이상으로 대체로 소수 빅테크만을 대상으로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기를 기다리면서도 동시에 2021년 7월 9일, 대통령이 「미국 경제에서의 경쟁 촉진에 관한 행정명령」를 발표하고 ’백악관 경쟁위원회‘를 신설한다. 경쟁위원회는 좀 더 순발력 있게 반경쟁 행위나 독점을 조사하고 필요한 행정조치를 하며 입법개선 사항들을 발굴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한편, 이 와중에 법원에서는 페이스북을 포함한 반독점 소송이 진행된다. 우선 2020년 10월에 정부가 페이스북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2012년에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하고 2014년에 왓츠앱을 19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본 것이다. 지난 6월말 연방거래위원회가 40개 이상의 주정부가 페이스북에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 대해 연방법원이 페이스북의 독점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일단 기각했지만 “Judge Trows Out 2 Antitrust Cases Against Facebook”, The New York Times 2021.6.29.
 소송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학계논의는 물론이고 행정부와 의회, 그리고 법원 등 전방위적으로 반독점 움직임이 치열하게 논쟁이 되고 쟁점이 되고 있는 중이다. 

  한편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중국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의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지난 2020년 12월 15일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 제공 사업자를 규제하는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 초안을 발표한 바가 있다. 게이트키퍼 플랫폼(온라인 중개서비스 등 코어 플랫폼 서비스, EU 단일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 중요한 게이트웨이 역할을 수행하는 플랫폼 등)이라고 규정된 기업들을 상대로 해서, 사전규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유럽은 빅테크 규제와 함께 개인정보 보호(GDPR), 그리고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를 병행해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인공지능에 대한 조화로운 규칙 수립 및 개정 입법안(Proposal for a Regulation laying down harmonised rules on artificial intelligence)’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인공지능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용납할 수 없는(unacceptable risk)', '고위험(high risk)', '제한된 위험(limited risk)', '낮은 위험(minimal risk)' 등 총 4가지로 분류하고 이에 따라 차등적으로 규제를 하자는 제안이 담겨 있다. 한편, 중국도 2021년 2월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행위와 규제를 구체화한 ‘플랫폼 경제 반독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직접적인 규제를 강화하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4.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경제와 반독점 규제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최근 디지털 플랫폼기업들을 직접 대상으로 하여 특히 ‘이해충돌’을 제도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매우 강력한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자국의 빅테크가 없었던 유럽을 넘어 빅테크의 본 고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오히려 더 강한 규제움직임이 행정부와 의회 양쪽에서 거의 초당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존의 전통적인 재벌기업들의 불공정 거래에 더해서, 이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고유의 불공정행위들까지 겹쳐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경쟁시장 복원을 향한 노력을 외면하고 디지털 플랫폼기업들의 반경쟁적 독점 행태에 대해 대단히 초보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우리정부가 디지털 플랫폼시장 규칙에 대응하고 있는 것은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새로 제정하려는 움직임 정도다. 그 주요 내용은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일정규모 이상 플랫폼 사업자에 대하여 (a) 필수 기재사항을 명시한 계약서 작성?교부 의무, (b) 계약내용 변경 및 서비스 제한?중지?종료 시 사전통지 의무를 부과하고 (c) 기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금지조항을 플랫폼 산업의 특성에 맞게 구체화”하는 정도다. 기존의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온라인 버전 정도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지금 고쳐야 할 것은 부수적인 하위법이 아니라 경쟁법인 공정거래법 그 자체다.

  특히 규제책임 기관장인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시장에서의 빅테크 역할이라든가 중요도 측면에서 '미국보다는 우리는, 아직은 이러한 아주 강한 정도의 대응은 이르지 않는가'라는 생각"이라면서 국내에서의 강력한 규제 시점이 아니라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주: 매일경제 2020.10.16.)  하지만 이에 대해서 리나 칸은 “시장에서 경쟁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보다 경쟁이 약해졌을 때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훨씬 더 쉽기 때문”에 독점규제를 이미 독점이 무르익어 그 해악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때가 아니라, “잠재적 경쟁 제한을 초기 단계부터 막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제가 이미 기존 재벌이 너무 커져서 규제를 할 수 없는 상황을 자초한 경험을 감안하면 지금이야말로 온라인 시장의 경쟁 규칙을 세대로 세워야 할 적기일지 모른다. (주: 강경훈 동국대 교수도 “당장에 해롭지 않으니 나중에 해롭게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규제하자는 태도는 현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 2021.10.17.)
 
  우리나라에서도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구재벌들이 했던 갑질 횡포는 물론이고 온라인 기업들 특유의 최신의 반경쟁적 행위 또한 다양하게 자행하고 있지만, 초점을 흐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거대 디지털 플랫폼기업들의 이해충돌 행위에 초점을 맞춰서 한국 상황을 살펴보기로 하자. 

1) 네이버의 이해충돌행위 
  
  아마존을 전자상거래업체라고만 보면 안되는 것처럼, 네이버를 포털업체로 보는 것은 이제는 심각한 오류다. 네이버는 2010년대 후반부터 재벌의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2020년 인수합병 지출 규모 면에서 국내 전체 기업 중 2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한편 카카오는 인수 기업 수로는 국내 상위 500대 기업중 1위, 투입금액으로는 6위에 해당한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고용은 비정규직을 포함해서 4,076명과 2,837명(2021년 기준)에 불과했다.

  네이버는 이제 검색포털 서비스라기 보다는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금융서비스, 웹툰과 같은 컨텐츠와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완전히 변신했다. 네이버는 현재 국내 1위 전자상거래업체가 되었으며, "네이버 웹툰은 그 자체로 초국가 규모의 문화상품 생산 및 유통 생태계로 자리잡았다". 그 결과 "네이버는 콘텐츠에 이어 쇼핑과 금융까지 아우르는 플랫폼 생태계 형성으로 끝없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플랫폼을 연결해 플랫폼의 플랫폼, 즉 메가플랫폼이 되기에 이른다"(원용진.박서연 2021).


[그림 5] 한국에서 e-commerce 시장 점유율 구조(2020년 현재)



  네이버는 이미 자사 쇼핑검색이라는 중개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중개서비스에 포괄된 11번가, G마켓, 옥션, 인터파크 등 다양한 오픈마켓 업체들과 경쟁하는 자사 온라인 오픈마켓 서비스인 ‘네이버 스토어’를 수직통합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 쇼핑검색과 네이버 스토어의 이해충돌 구조에서 네이버가 자사기업을 우대하고 경쟁사를 차별했다는 혐의로 이미 2020년 10월 공정위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소송이 진행 중이다. 

  실제로 공정위의 조사에 따르면 네이버 쇼핑 검색 결과에서 자사의 네이버 오픈 마켓 상품의 노출 비중이 증가해온 반면, 경쟁 오픈 마켓 상품의 노출 비중이 감소했다. 소비자들은 노출 순위가 높은 상품일수록 더 많이 클릭하므로 노출 비중 증가는 곧 해당 오픈 마켓 상품 거래 증가로 이어지고 그 결과 오픈 마켓 시장에서 네이버의 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표3  ] ‘네이버 쇼핑검색’ 플랫폼이 자사 소매점 ‘네이버 스토어’를 우대한 사례(공정위)

행위 사실 주요 내용
경쟁 오픈 마켓 랭킹 가중치 하향 조정(’12년 2월 등)  - 경쟁 오픈마켓 상품에 대해 1 미만의 가중치(0.975 등)를 부여하여 노출 순위 하락 
자사 오픈 마켓 노출 비중 보장 및 확대(’12년7월, 12월) - 쪽당 자사 오픈마켓 상품 노출 비율을 인위적으로 보장하는 방식 도입(15%→20%) 
자사 오픈 마켓 판매 지수 가중치 부여(’13년 1월) - 자사 오픈마켓 상품에 적용되는 판매 지수에 추가 가중치(1.5배)를 부여하여 노출 비중 상승 
동일몰 논리 도입(’13년 9월) - 경쟁 오픈 마켓 상품에 대해서만 불리한 기준을적용하여 자사 오픈마켓 상품을 우대 
자사 오픈 마켓 노출 제한 (cut-off) 완화(’15년 4월) - 네이버페이와 연동되는 자사 오픈마켓 상품 노출 제한 개수를 완화(8→10개)


또한 네이버는 자신의 동영상 검색 서비스라는 중개 플랫폼을 통해 판도라TV, 아프리카TV 등 경쟁사의 동영상들과 함께 자사의 동영사 서비스인 ‘네이버TV’를 소비자에게 직접 서비스하는 이해충돌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도 네이버는 알고리즘 개편 전부터 자사 동영상 부서에게는 데모 버전을 먼저 주고 테스트도 시키고, 계열사(그린 웹 서비스)를 통해 네이버TV 동영상의 키워드를 체계적으로 보완하였다. 반면 경쟁 동영상 사업자에게는 키워드의 중요성은 물론 알고리즘이 전면 개편되었다는 사실조차 알리지 않아서 역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2) 쿠팡의 이해충돌행위 
  
  지난해 온라인 소매시장 1위에 오르고 2021년 뉴욕상장을 추진한 쿠팡은 전형적으로 아마존 모델을 추종하고 있는 국내기업이다. 역시 아마존과 유사하게 쿠팡은 해충돌행위를 일으키는 연계사업을 수직적으로 통합하고 있다. 쿠팡은 이미 오프라인 할인점에서 국지적으로 구사해왔던, 자사 마켓플레이스에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다른 납품업체 상품보다 우선 노출하도록 한 검색 알고리즘 조작 혐의 등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 대상이 되어왔다. 알고리즘을 '자사우대' 방식으로 바꿔 검색 화면 상단에 PB 상품을 올리고 다른 상품은 하단으로 내렸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쿠팡은 파격적인 가격할인 정책을 취하면서 그 비용을 납품업체들에게 떠넘기는 전형적인 약탈적 가격정책까지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 6] 국내 온라인 소매시장 1위를 장악한 쿠팡의 점유율 변화(2019년, 2020년)




3) 카카오의 이해충돌행위 
  
  카카오는 김범수 의장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고, 김 의장의 가족을 중심으로 운영돼 가족회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케이큐브홀딩스’(현재 금융업종으로 업종변경)가 사실상 지주회사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난 2021년 8월 현재 SK그룹 다음으로 많은 12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신재벌 그룹이 되었다. 2021년 기준 자산규모 20조 원으로 재계 18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기도 한다. 엄청난 계열사를 거느린 카카오 역시 중개 플랫폼과 인접사업을 동시에 통합하여 곳곳에서 이해충돌문제를 발생시키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특히 카카오그룹 산하의 카카오 모빌리티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서 갑질횡포를 하는 바람에 업계에서 큰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1) <카카오T> 플랫폼의 시장지배와 약탈적 가격정책

  우선 카카오는 <카카오T>라고 하는 앱기반 택시호출 중개서비스를 이제까지 무료로 운영해왔다. 이 영향으로 과거 전화로 부르는 콜택시 시장은 전멸했고, 지금은 거의 9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 압도적 지배사업자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일단 콜택시 시장 진입 초기 경쟁자를 없애기 위해 ‘수수료 없애기’라는 약탈적 가격정책을 구사하여 경쟁자가 사라게 한 후, 예상했던 대로  다양한 수수료 체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① 우선 이용자가 택시콜을 무료로 할 수 있는 ‘일반콜’과 1~2000원의 추가요금을 내면 더 빠르게 호출을 받을 수 있다는 ‘스마트콜’을 분리하면서 요금을 부과해왔다(지난 8월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최대 5000원까지 올리려다가 여론의 역풍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현재 가맹택시 서비스인 ‘카카오T블루’와 ‘카카오T벤티’ 서비스로 전환되는 추세여서 스마트콜 폐지해도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② 또한 운전자 대상으로 월정액 9만9천원을 내면 우선 배차를 해주는 ‘프로멤버십’을 지난 3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한다(사업자의 경우 지금까지는 할인판매 명목으로 5만 9000원 부과했고 개인택시는 카카오 개인택시의 경우는 월 10만원이었다). 그러다가 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이번 상생방안의 하나로 멤버십 요금을 월 3만9000원으로 인하했지만 택시업계는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을 종합해보면 카카오 모빌리티가 처음에는 무료정책(약탈적 가격정책)으로 전화콜 시장을 붕괴시킨 후, 다시 다양한 형태로 이용자(스마트콜)와 택시기사(프로멤버십)들에게 가격을 부과하는 독과점 행위를 보이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림 7] 카카오 그룹 지배구조(메리츠 증권)




[그림 8] 국토부가 만든 3가지 유형의 모빌리티 플랫폼 유형도(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2) <카카오T>라는 호출 중개 플랫폼과 <카카오T블루>라는 가맹서비스 이해충돌
  
  2019년부터 가맹택시사업이 새롭게 열리면서 카카오는 9개의 택시업체를 인수해 <카카오T블루>라는 가맹사업을 직접 운영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후 자사 가맹택시가 아닌 다른 가맹사업자들(예를 들어 마카롱택시, 타다 라이트 등)에 대해서 <카카오T>라는 호출 중개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배제하거나 자사의 가맹택시에 ‘콜 몰아주기’를 했다는 문제제기를 받고 있다. 이 역시 이해충돌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 플랫폼과 가맹택시 사업을 모두 운영함으로써, 명백히 심판(<카카오T>)와 선수(카카오T 블루)를 동시에 겸업할 때 생기는 이해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또한 카카오T블루는 매출의 20% 수수료라는 매우 높은 수수료를 매기고 있어 업계는 1%대로 낮출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3) 카카오 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시장 잠식

  한편 카카오는 2016년부터 택시호출과는 별도로 대리운전시장에도 진출하여, ‘수수료인하, 현금성 쿠폰 남용’등 약탈적 가격으로 경쟁자 제거해왔고 그 결과 지난 5년 동안 대리운전 호출업체 절반 폐업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또한 카카오 모빌리티는 전화콜 1위 업체인 ‘1577 대리운전’을 지분참여 방식으로 인수하는가 하면 최근 두 곳을 추가로 인수하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카카오의 대리운전 시장 점유율은 15% 남짓이지만 택시업계의 사례를 보면 시장 점유율의 급팽창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카카오는 상생대책을 내놓으면서 대리 운전사들과의 상생을 위해 기존 20%의 고정 수수료 대신 수요 공급에 따라 0~20%의 범위로 할인 적용되는 ‘변동 수수료제’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대리운전자들은 독과점이 형성된 후 다시 수수료를 올릴 것이라면서 카카오가 대리운전 시장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덧붙여 대리운전자의 경우는 우선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최근 쏘카 운전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있었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기사들의 노조법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행정결정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중이다.
 요약해 보면, 카카오는 기존재벌 이상으로 문어발식 확장과 중소상공인 영역 침해를 했을 뿐 아니라, 독과점을 이용한 불공정행위와 경쟁제한 행위를 광범위하게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지금까지 네이버와 쿠팡, 카카오를 중심으로 주로 이들이 특정 플랫폼 시장(온라인 쇼핑검색 플랫폼,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플랫폼, 온라인 택시호출 중개 플랫폼)에서 지배적 지위를 획득한 이후, 수직적 통합이나 수수료 부과 등을 통해 경쟁을 제한하거나 이용자에게 비용부담을 안겨 왔다고 요약할 수 있다. 위에서 사례로 든 이해충돌 외에도 네이버나 카카오는 자사의 별도 페이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자사 장터의 입점업체들의 결제와 연동하고 있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해충돌 소지를 안고 있는 사업을 겸업하고 있다. 쇼핑이나 모빌리티 분야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에서도 비슷한 상황들이 발견된다. 

 이렇게 보면 한국의 주요 온라인 플랫폼 거대 기업들과 미국이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이해충돌’이 곳곳에서 빈발함을 알 수 있다. 물론 이외에도 한국 역시 데이터의 독점적 활용을 지렛대로 한 경쟁제한 행위, 그리고 경제적 영역을 넘어서 정치적 영향력의 확장까지 신브랜다이즈주의 입장에서 볼 때 문제시되는 광범위한 독점문제를 노출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나 언론, 정관계는 여전히 유사한 톤으로 여전히 거대 빅테크에 대한 적절한 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예를 들어 여전히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선험적인 우려를 표명한다. 하지만 수 많은 역사적 선례들은 오히려 적절한 시장 규칙을 잘 세울 때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대로 시장규율이 세워지지 않는 경우 혁신을 하기보다는, 노동자들의 사회보험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해 버리거나, 꽃배달, 네일숍 등 중소기업 분야에 손쉽게 진출하여 이익을 독점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특히 팀 우 교수는 지난 1960년대부터 IBM의 반독점 제소, AT&T의 반독점 제소와 기업분할,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반독점 제소가 혁신을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혁신이 등장하는 토양이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Wu 2020). 

  또한 한국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하는 특수상황이라는 이유를 들어 규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기도 하다. 하지만 오히려 국내 플랫폼이 경쟁 규칙을 잘 준수하고, 노동자나 상인 등 이해관계자들과도 제대로 상생해야 경쟁력도 생기고, 국내에서 더 많은 지지도 받을 것이며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해외업체와 경쟁한다는 것이 상인들과 노동자 핍박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심지어는 인수합병이 없으면 스타트업의 투자금 회수가 안된다면서 너무 인수합병 막지 말라는 충고도 이어진다. 그러나 스타트업 투자회수는 기존 빅테크에 인수되는 것 외에 독립적인 엔젤투자, 벤처투자, 코스닥 시장 활성화 등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대체안이 마련될 수 있다. 오히려 몸집 키우기식 인수합병을 지난 20년간 반복한 끝에 지금 미국에서도 과도한 독점이 발생하고, 신규 스타트업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무문별한 인수합병은 미국의 페이스북, 한국의 카카오의 예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거대 빅테크의 수 많은 이해충돌 문제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IMF조차도 무분별한 인수합병을 엄격히 심사하여 이해충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5. 요약 및 결론

  지금까지 ‘이해충돌’문제를 중심으로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 확대와 약탈적 가격정책, 그리고 수직적 통합이 갖는 독점의 문제에 대해 짚어보았다. 미국에서는 이미 학계는 물론이고 행정부와 의회, 그리고 법원에서 플랫폼 기업들의 반경쟁적 행위는 치열한 논쟁의 주제가 되고 있고, 이미 한발 앞서가던 유럽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까지 진도가 나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한국 역시 대표적인 플랫폼기업인 네이버, 쿠팡, 카카오를 통해서 명백히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구조를 살펴보았다. 이들 반경쟁적 행위는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하고 있거나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되던 상황이다. 문제는 여전히 구체적인 행위가 드러났을 때 과징금을 부과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이를 규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나 칸이 제안한 것처럼, 강력한 인수합병 심사나 사업분리 명령등을 통해 원천적으로 이해충돌 구조를 제거해야 한다. 아니면 사후적 대처라고 하더라도 원천적으로 가격차별 금지 등 부당한 행위를 못하도록 제도적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데이터 독점을 이용한 경쟁배제라는 새로운 요인들에 대한 추가적인 대처까지가 필요하다. 

  물론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거대 온라인 플랫폼기업들이 ‘장터(마켓플레이스)’를 열어서 고객들을 모으고, 중소사업자들에게도 저렴한 입점기회를 줌으로써 오히려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반박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이미 26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아마존 장터에 입점해서 사업해온 중소사업자들의 갖가지 경험을 되돌아보면 쉽게 한방향으로만 생각할 수 없게 만든다. 

“아마존이 자신들이 사업을 도와주고 있다며 번지르르하게 자랑하는 소상공인 수백만 명이 불가능한 과정 앞에서 속수무책의 상태에 빠진다. 가격과 품질을 놓고 경쟁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보타주와 계정 정지라는 징벌을 피해야 한다. 판매자들은 장터가 아니라 교전 지역의 일부인데, 여기서는 누구도 같은 군복을 입지 않는다. 사기업이 변덕스럽게 급조하는, 압도적인 동시에 기묘하게 초연한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Dayen 2021).

  또한 사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교란행위는 ‘이해충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널리 알려진 ‘플랫폼 노동’의 노동자로서의 인정문제, 노동시장에서 수요독점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협상력 약화 문제, 최근 주문앱들의 골목상권 잠식과 과도한 수수료 책정문제, 그리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남용으로 인한 차별과 부당한 노무관리 문제 등 실로 광범위하다. 여기에 플랫폼 기업들이 조세회피경향, 초법적인 데이터 수집과 활용도 포함된다. 한국의 경우 인터넷 전문은행들의 규모가 팽창하면서 금산분리가 무력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심지어 IMF에 따르면 디지털 플랫폼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커질수록 이들이 정부정책에 덜 반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과도한 독점은 심지어 정부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IMF 2021). 이렇게 전체 사회적으로 시야를 넓혀 보면, 규제가 없이 거인이 되어서 얻는 소비자 이익보다, 적절한 시장규칙을 조기에 만들어서 얻는 사회적 이익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리나 칸이 지적한 바대로,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너무 커지고 규제기관들이 이들에게 포획되어서 있는 규제마저 무력화되기 이전에 제대로 된 시장 규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기업가의 선의에 맡기는 것은 독점화를 재촉하는 길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보다 한 발 앞서 플랫폼 독점화로 간 미국의 사례가 생생하게 말해주고 있다.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건(Frances Haugen)은 지난 10월 5일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우리 모두가 노력하면 페이스북을 바꿀 수 있지만, 페이스북이 스스로 바뀌도록 기다려주는 건 소용없는 일입니다. 페이스북은 스스로 변화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지금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페이스북은 갈수록 점점 더 극단적인 메시지만 난무하는 분열과 폭력의 플랫폼이 되고 말 겁니다.” “방법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은 건 페이스북이 사람들의 안전, 안위보다 회사의 성장, 이윤을 늘 우선시했기 때문입니다. 의회와 시민사회의 도움 없이 페이스북은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겁니다.”

기업가의 선의에 기대지 말고, 정부와 규제당국이 필요한 규제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프랜시스 하우건은 이렇게 이어간다. 

“담배회사들이 모두의 건강에 끼치는 해악을 숨기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정부는 나서서 제재를 가했습니다. 안전벨트만 잘 매면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도 정부는 나서서 법을 고쳤습니다. 아편 성분의 진통제(opioid) 중독 문제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데이터가 쌓였을 때도 정부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지금 페이스북의 상황도 정부와 규제 당국, 의회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탐사보도기자 데이비드 데이엔은 규제를 포기하는 것이 갖는 의미를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탈규제를 한다 함은 그저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표자들로부터 대기업 중역실과 투자자들에게로 권한을 이전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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