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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9-5. 한반도 비핵화의 위기, 진보적·평화적 대안을 위해

  • 입력 2023.09.15 14:26      조회 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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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 한반도 비핵화의 위기, 진보적 평화적 대안을 위해-이준규.pdf
 
이준규 한신대 통일평화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박사수료를 했다. 일본 메이지가쿠인대학 연구원을 지냈고, 평화 NGO에서 활동해왔으며 국제평화단체 IPB(International Peace Bureau)의 이사를 역임했다.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핵문제, 동아시아 국제정치, 국제시민연대 등이다.



 

1. 지구종말시계 자정까지 90초 전, 세계와 한반도

   현재 세계는 미·중 전략경쟁, 코로나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들을 겪으면서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일극질서가 다극질서로 이행하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 헤게모니의 일극질서 동요 그 자체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이 있다. 그런 시각은 중국을 미국 헤게모니에 대한 대항세력으로 간주한다든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전쟁을 나토(NATO) 확장에 대한 러시아의 저항과 같은 단순도식으로 연결되곤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정세는 냉전시대의 진영대립 구도가 다시 부상하고, 동시에 자국 우선주의, 우익 포퓰리즘, 힘에 의존하거나 적나라한 이해타산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권력정치가 만연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핵의 국제정치에서는 러시아의 ‘핵 사용 위협’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핵무기 사용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매년 지구종말시계(doomsday clock)를 발표해온 핵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는 올해 지구종말시계를 자정(지구 종말) 90초 전으로 발표했다. 지구종말시계 발표를 한 이래로 종말에 가장 가깝게 다가섰다고 한다. 

   이러한 국제정세는 한반도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한반도는 1992년 남북한 간에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체결된 이후 ‘한반도 비핵화’가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상당 기간 한반도의 핵대결 구조는 더욱 첨예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글은 ‘한반도 비핵화’가 위기에 처한 한반도의 현 상황을 검토하고 그에 대한 평화적·진보적 과제와 실천의 방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북한의 핵무장과 핵능력 고도화, 그리고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가 교착될 때마다 대두하는 핵무장론, 미국 전술핵 재배치 주장, 확장억제 강화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2. 한반도 비핵화의 위기와 첨예화하는 한반도 핵 대결 구조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10월의 북미 실무협의가 결렬된 이후 북한의 대외 행동은 점점 공세적으로 되었다. 대표적으로 2022년 한 해에만 북한은 30회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대규모 포사격 훈련 및 다연장 로켓포 발사,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와 공군 훈련을 실시했다. 물론, 그와 같은 군사행동 대부분은 한미 또는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대응이었다. 2022년 3월과 5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면서 북한은 2018년 4월에 스스로가 선언한 ‘ICBM 발사 모라토리엄’을 파기했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연설과 담화를 통해 억지를 위해서만 아니라 선제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선언했으며, 특히 한국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2년 4월 5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4월 26일 열병식 연설과 4월 30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행사 연설에서 “전쟁 방지 사명” 뿐만 아니라 “근본 이익” 사안이나 “모든 위험한 시도와 위협”에 대해 핵무력을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남한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언설들은 한국의 대선과 정권교체 시기에 나온 ‘대북 선제타격론’과 바이든 행정부의 핵태세검토(NP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주 : 바이든 행정부가 NPR을 공개한 것은 2022년 10월이었지만, 그해 3월에 이미 그 요약본이 공개되었고 NPR의 주요 내용들도 언론 등에 보도된 바 있다.)  핵선제사용 방침을 비롯해 기존의 핵전략을 답습한 바이든 행정부의 핵전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북한이 2021년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강화와 핵무력 증강을 선언하고, 한국 정부의 첨단무기 도입을 비난하면서 ‘전술 핵무기 개발’을 언급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핵능력과 국방력 증강을 위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을 제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탄도미사일 성능 개선, 다탄두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술핵 개발 및 배치 등 보다 구체적인 핵군비 증강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한 전략 방침의 맥락에서 북한의 변화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에 더해, 2022년 9월 8일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핵무력정책 법령’
(주 : 핵무력 정책 법령(「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 전문은 법무부 통일법제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 가능하다.  (https://www.unilaw.go.kr/bbs/selectBoardArticle.do#)(검색일: 2023년 8월 20일))을 채택하면서, ‘핵무력 고도화’라는 핵군비 증강의 진행에 더해 핵선제사용이 포함된 핵교리(nuclear doctrine)가 제도화되었다. 

   이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라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화·협상을 비롯한 전 정부의 정책은 철저히 부정하고 있다. 우선,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전면적으로 재개했다.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고, 특히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미군의 전략자산(strategic assets)이 동원되고 있다. 이 문제는 북한이 북미 협상에서 적대시 정책 철회의 일환으로 민감하게 대응해온 부분이다. 작년부터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미사일 발사로 맞대응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다음으로,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에 기반을 둔 핵우산 및 확장억제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후술하겠지만,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는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레토릭 하에 추진되고 있는 한미일 군사동맹 결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공식화했으며, 최근에는 자국이 적으로 상정한 국가(현실적으로 북한과 중국)의 기지를 선제타격할 수 있는 적기지 공격능력(일본 정부의 공식 용어는 ‘반격능력’) 보유를 천명하고 그에 따른 방위 예산 증액과 군비증강을 추진하고 있다.
(주 : “米と一? 先制攻?, 憲法?守防衛覆す, 『しんぶん赤旗』 2023年 2月 1日.)

   작금의 한반도는 남북 대화가 중단되고 공식, 비공식 대화 채널조차 전무한 상태다. 윤석열 정부는 남북, 북미 대화를 복원할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정책에 있어 오바마 행정부 시기의 ‘전략적 인내’와도 비교할 수 없는 무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사훈련, 미사일 발사, 핵전력을 포함한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같은 도발적 군사행동과 “핵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강”, “핵무기에 의한 반격 태세”, “김정은 정권의 종말”, “일전 불사”, “압도적 전쟁 준비”와 같은 호전적 발언들이 오가고 있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방기한 것으로 보인다.(주 :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4월 25일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전쟁) 종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했다. 최근에 취임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통일부 내의 남북회담, 남북 교류협력 관련 실·국을 통폐합하고 축소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는 북한 대 한국+미국의 초공세적인 핵전략과 핵전력이 맞붙는 대결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3. 핵무기에 의한 공포의 균형 혹은 상호확증파괴 

    1) 핵무장론의 비현실성

   남북관계가 악화된다든지 ‘북한 핵문제’가 부상할 때마다 한국 사회에서 핵무장론은 반복적으로 제기되어왔다. 최근의 한반도 비핵화 위기를 틈타 부상하고 있는 핵무장 언설의 특징은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그리고 시시때때로 “자체 핵보유” 발언을 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이라는 점이다.
(주 : “윤 대통령 ‘핵 보유’ 발언 파장 확산…대통령이 안보 리스크” 『경향신문』 2023년 1월 12일. 그리고 “윤, 미국서 “마음먹으면 1년내 핵무장”…현실 가능성 있나“ 『한겨레』 2023년 5월 2일.)

   한편, 한국 사회의 핵무장론은 단순히 보수우익이나 정치권, 안보이론가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도 있다.(주 : 최근의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정성장,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필요성과 추진 전략”, 『동북아외교안보포럼·한국핵자강전략포럼 토론회 자료집』, 2023. 02. 15.)  여론조사에서는 핵무장 찬성 여론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온다. 국민들의 핵무장 찬성의 이유는 복합적이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위기감과 불안정한 국제안보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 심리에 핵무장론이 침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핵보유국이 되는 것이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제고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심리도 작용한다.(주 : 박주화, “핵무장을 원하는 국민 인식의 세 가지 특징,” 『현안분석 온라인시리즈』 (서울, 통일연구원) 2023. 02. 07.; 진 맥켄지, “한국인들이 ‘핵무장’을 원하는 이유”.『BBC NEWS 코리아』, 2023년 4월 24일.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2v5gl94xgpo (검색일 2023년 8월 17일.))

   그러므로,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핵무기의 비인도성과 반인륜성을 폭로하는 것과 함께 안보의 관점과 현실론에 기반한 비판이 필요하다. 예컨대, 유엔에서 핵무기금지조약(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 TPNW) 성립을 주도했던 국가들인 ‘인도주의 서약’ 그룹도 핵억지론 혹은 안보 현실에 있어서 핵무기의 필요성을 안보의 관점에서 비판하는 문서를 내놓은 바 있다.(주 : 예를 들면, 오스트리아가 핵무기금지조약 협상 과정의 워킹그룹 회의에 제출한 워킹페이퍼 Nuclear weapons and security: A humanitarian perspective, UN General Assembly A/AC.286/WP.4, 22 February 2016. 
https://www.reachingcriticalwill.org/images/documents/Disarmament-fora/OEWG/2016/Documents/WP.04.pdf (검색일 2023년 8월 15일.))


   핵무장론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핵무장으로 가는 과정에서의 난제와 핵무장의 후과(後果) 양 측면에서 이미 여러 비판이 제기되었다. 핵무장을 위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로부터의 이탈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협정(safeguard) 규정 위반, 한미원자력협정 파기와 같은 법적, 제도적 국제규범을 파기함으로 인해 닥칠 후폭풍(국제적 고립, 제재, 경제적 타격 등)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또한, 한국과 같은 좁은 땅덩이에서 핵실험을 할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며, 한국에는 없는 핵무기의 원료, 즉 우라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현실적 난제들도 존재한다. 

   또한, 한반도는 적대적인 행위자들이 좁은 지역에서 치열한 대결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형세다. 이러한 형세 아래에서 어느 일방이 보유한 핵탄두가 (상대방의 선제공격에 의해) 파괴되기 전 선제 핵공격을 감행해야만 한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현재도 한반도는 핵선제공격 독트린이 부딪히고 있는 현실이다. 오히려 안보 불안을 가중할 수 있다. 선제공격이 아니라면, 2차 보복공격 능력(second strike, 즉 반격능력) 확보가 관건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느 수준까지의 핵능력이 ‘신뢰할 만한’ 반격능력일 것인가? 이 난제가 냉전 시기 미?소가 상대방의 핵공격에서 살아남고 반격, 보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무제한 군비경쟁을 전개했던 원인이다.
(주 : 이수형, “전술핵 재배치 찬성 논리의 문제점 분석과 정책 제언”, 『이슈브리핑: 전술핵 재배치 관련 지상토론』 (서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2017).) 결국, 한국의 핵무장은 한반도가 무제한 핵군비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한미동맹 강화를 주장하는 보수우익이 핵무장론을 주도하는 것은 모순이다. 한국의 핵무장이 미국과의 동맹에서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그저 일방적 기대에 불과하다. 2023년 4월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워싱턴 선언’은 미국의 입장을 웅변한다. 그 선언은 “윤 대통령은 국제비확산체제의 초석인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 및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 준수를 재확인하였다”라는 문장을 명기했다. 심지어 (만약의 경우, 미국의 묵인하에) 한국이 핵무장을 하더라도 일본의 핵무장으로 이어지는 핵무장 도미노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한일 양국 중 한국에 대해서만 핵무장을 묵인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 가정일까? 안보 불안이라는 현실을 명분으로 핵무장을 주장하는 이들이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은 너무도 모순적이다. 

   이상에서 열거한 현실적 난관들을 뚫고 핵무장을 감행하는 것에 대해 한국 사회가 ‘합의’, ‘결단’할 수 있는가의 문제도 있다. 통일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그 가능성도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여러 여론조사에서 핵무장 찬성이 반수 이상 혹은 70%를 넘는 때도 있었지만, 핵을 개발할 경우 맞닥뜨리게 될 위험 요소들을 언급하고 그런데도 핵을 보유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은 핵 보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표명한다는 것이다.
(주 : “국민 3분의 2는 핵무장 찬성? 핵 보유로 인한 위기 제시하면 3분의 2 반대,” 『프레시안』 2023년 6월 5일(검색일: 2023년 8월 15일). 그리고, 이상신?민태은?윤광일?구본상, 『KINU 통일의식조사 2023: 한국의 핵개발에 대한 여론』 (서울: 통일연구원, 2023). https://repo.kinu.or.kr/handle/2015.oak/14361 (검색일: 2023년 6월 8일))

   즉, 보수우익 정치인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언행에 의해서든 혹은 남북관계와 대외 안보환경과 같은 외적 요인에 의해서든 국민들의 여론에 침투하고 있는 핵무장론을 넘어서기 위한 정치적, 사회적 실천은 핵무기의 비인도성, 반인륜성에 대한 폭로만이 아니라 그것과 아울러 적확한 현실 인식에 기반한 비판을 전개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2) 확장억제 강화와 한미일 군사동맹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는 미국이 동맹국에 대한 적대국의 핵·미사일 위협, 공격으로부터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과 재래식 전력, 미사일방어 등의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그 중심에는 핵우산이 있다. 

   한국의 집권 여당, 보수우익세력은 확장억제 강화와 함께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와 핵공유(nuclear sharing)를 공론화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 구축하고 있는 핵공유 시스템을 한국과 따로 구축하는 것에 대한 실현가능성(일본에서도 핵공유는 집권 자민당과 우익 정치권에서 빈번하게 제기되고 있다)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또한, 이미 공약하고 제공하고 있는 전략자산과 핵전력에 의한 ‘억제력’으로 대북 억제는 충분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미국이 막대한 인적, 물적 비용을 추가로 투입하고, 게다가 유사시 공격 타겟이 될 군사적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전술핵을 한국에 배치할 리는 없다. 결국, 윤석열 정부의 선택은 확장억제 강화를 말 그대로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것에 대한 집착이다. 그러나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는 전 정권들에서도 지속적으로 재확인, 강화되어 왔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복원한다든지 강화할 구체적인 내용이 있을 리가 없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4월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채택된 ‘워싱턴 선언’을 확장억제 강화의 성과로 내세웠다. 특히 선언에 포함된 핵협의그룹(NCG) 설립과 한반도 인근에 대한 미국 전략자산 전개의 “정례적 가시성”이 대표적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워싱턴 선언’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사실상 핵 공유를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7월 핵 탑재가 가능한 미 전략핵잠수함의 부산 입항을 그 징표로 선전했다.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 및 확장억제 ‘강화’ 정책은 유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한미일 군사동맹화가 추진되고 있으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깊숙이 편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 선언’에서 합의된 핵협의그룹에 일본이 참가를 타진하면서 핵협의그룹이 한미일 3국 핵협의그룹으로 진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한미 양국의 정부 당국자들이 현재 시점에서 일본이 핵협의그룹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지만, 동시에 여지를 남겨두고 있기도 하다. 

   북한에 대응하겠다는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안보협력이 결국 한미일 동맹으로 변신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2023년 8월 개최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캠프 데이비드 정신’, ‘캠프 데이비드 원칙’,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3개의 문서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역내외 공동 위협에 대한 한미일 3국의 즉각적인 협의와 공조를 명시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담긴 공약 문서를 채택했다. 이에 대해서는 ‘한미일 3국 동맹에 버금간다’, ‘준군사동맹’ 등의 수식어가 붙은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사실상 ‘한미일 군사동맹’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적으로 호응, 편입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인도 변수로 인해 그 향방이 불투명한 쿼드(QUAD)에 가입하겠다고 하더니, 2022년 11월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과 G20 회의 참석을 기해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주도하에 일본, 호주, 그리고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NATO 동맹국이 실시하고 있는 다자간 군사 훈련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선봉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주 : 이 글은 ‘한미일 군사동맹화’나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 외교안보전략의 관계’가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각각에 대한 상세한 분석과 전망은 생략하기로 한다.)

   그 개념적 연원이 아베 1기 내각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 봉쇄하기 위한 지정학적 전략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국내정치와 국제정치를 이분법적 이념의 잣대로 접근하는 윤석열 정부와 집권 보수우익세력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사고회로에 기반을 둔 전략적, 정책적 결정일지 모르지만, 그러한 결정이 그들이 말하는 외교·안보의 현실주의에 비추어 봐서도 올바른 판단인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3) 비판적 재론  

   핵무장,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핵우산과 확장억제 강화는 공통적으로 핵억지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핵과 핵의 대치 구조를 형성해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의 공포에 의해 ‘균형’을 이루고 공포 속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일종의 예정조화설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는 이미 핵과 재래식 군비가 과포화 상태다.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 한국의 역대 정부들이 지속적으로 도입, 실전 배치해 온 첨단무기들과 전략무기들, 미국의 핵무기를 중심으로 한 확장억제 전력과 한반도 주변에 전개되는 미국의 전략자산들이 그것이다. 게다가, ‘북한 대 미+일+한’은 각각 (핵)선제공격이라는 공세적인 군사교리를 갖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의 한반도 상황은 공포에 의한 ‘균형’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정조화설의 섭리가 작동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핵, 재래식 군비경쟁이 격화되고 ‘공포의 균형’을 막다른 단계까지 몰아붙여 그 ‘균형’이 임계점을 넘어 폭발, 붕괴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 더 적확한 현실 인식일 것이다. 한반도의 핵대결 터널의 끝에는 공포의 균형이 아니라 상호확증파괴가 기다리는 것이다. 

   영국의 역사가이며 반핵평화운동가인 E. P. 톰슨은 핵무기를 절멸주의(exterminism)의 무기로 단정했다.
(주 : E. P. 톰슨, “문명의 마지막 단계인 절멸주의에 대한 단상”, 이영희·임재경 편 『반핵: 핵위기의 구조와 한반도』 (서울: 창작과비평사, 1988).) 그렇다면, 상호확증파괴는 절멸을 의미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강구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은 스스로 핵대결의 터널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인가이다. 

 

4. 무엇을 할 것인가?

   한반도 비핵화의 위기 속에서 한국 사회에는 이른바 ‘현실주의’와 비관론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은 ‘현실주의’의 가장 극단적인 예인데, 그것이 현재 한국 정부·여당이 내걸고 있는 원칙이다. 그런데, 한국의 시민사회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비관론이 적지 않다. 이런 조건에서 비핵평화의 관점에 근거한 진보적·평화적 대안의 제시와 실천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앞서 확인한 것처럼 한반도 비핵화는 진보·평화세력의 과제일 뿐 아니라 한반도 민중의 ‘평화적 생존권’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 과제 상황에 대해 나름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포함해 남북한과 북미 간에 서로를 자극할 수 있는 군사행동을 자제하는 것이다. 북한에는 그에 상응하는 미사일 발사의 중단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은 2017년의 위기국면이 2018년의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는 주요한 요인 중의 하나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주 : 구갑우, “비핵화와 평화체제, 한미동맹의 공존 가능성”, 김상기 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미관계』 (서울: 통일연구원, 2018), pp. 104-105.) 물론, 지금처럼 남북, 북미 간에 적대의식이 고조되고 대화의 동인이 낮은 상황에서 국면전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만으로 극적인 국면전환을 끌어내지 못할지라도 첨예한 대결국면에서 우발적 무력충돌을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무력충돌 예방과 전쟁 회피, 신뢰 구축 조치, 초기 단계의 군비통제를 합의한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의 의의에 주목하고, 그 합의를 복원하고 실행해 가도록 남북 당국 양측에 촉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9.19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움직임을 저지하는 것이 관건이 될 수 있다.

   둘째, 한반도 비핵평화 이슈를 다루는 다자협의 틀의 복원이라는 방향성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진보·평화세력이 남북, 북미 대화를 재개하는 당사자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한반도의 ‘비핵평화 프로세스’를 지역적 차원으로 확산시켜가는 비전과 전망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는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와 긴밀히 연동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제약조건이 될 수도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수반하는 효과를 지역 질서 변동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촉진 조건이기도 하다. 

   북·중·러 대 한·미·일이 양 진영으로 대립하는 국제정치 구도는 한반도에 대화·협상 국면을 조성하는 데 장애가 되고, 오히려 한반도의 대결 양상을 심화시킬 것이다.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평화회담’을 생각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국제정치적 과정이며 한반도 비핵화 과정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를 통해 동북아시아 다자안보협력을 위한 국제적 틀을 창설하는 전망과 같은 지역적 전략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한 전략, 실천과 함께 수립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주 : 한국의 진보·평화세력과 시민사회가 동북아시아 비핵지대, 동북아시아 공동안보와 다자안보협력체에 대해 그동안 축적해온 내용물과 실천적 성과는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셋째, 핵무기금지조약을 국제규범으로 공고화해 나가는 국제사회 운동과의 연계다.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비핵화가 압도적인 현안인 한국 사회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지만, 2017년 7월 7일 유엔 총회에서 핵무기 자체와 핵무기의 사용 및 사용 위협, 보유, 생산, 실험, 배치, 운송 등을 금지하는 ‘핵무기금지조약’이 성립되었고, 50개국 이상의 비준을 받아 2020년 1월 발효되었다. 

   세계 반핵평화 운동, 비동맹 국가들과 핵군축 요구를 주도해왔던 국가들은 핵무기금지조약을 확고한 국제규범으로 확립해 핵보유국과 핵무장 국가, 그리고 핵우산 하에 있는 국가들을 압박하는 운동으로 결집하고 있다. 핵보유국들의 반대와 거부로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예상들이 많았지만, 조약 서명국, 비준국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조약 조항에 기반을 둔 국제레짐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주 : 대표적인 예는 조약 제6조 ‘핵무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 및 환경 복원’에 기반을 두고 국제기금을 결성하려는 움직임이다. 핵무기금지조약 성립 과정, 조약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의의, 핵무기금지조약 운동의 동향에 대해서는 ?田宏治, 新版 核兵器禁止?約意義課題(東京: かもがわ出版、2021)를 참조 바람.) 이것은 핵군비 경쟁의 지속과 ‘핵무기 사용’까지 운위되는 정세 속에서도 핵군축과 핵무기 철폐를 추구하는 대항적 실천의 흐름이 국제적 차원에서 조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핵무기금지조약 운동’과의 연대는 한반도 비핵화를 밀고 가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문헌]

- 구갑우. “비핵화와 평화체제, 한미동맹의 공존 가능성”. 김상기 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미관계』 서울: 통일연구원, 2018.
- 박주화. “핵무장을 원하는 국민 인식의 세 가지 특징”. 『현안분석 온라인 시리즈』 서울, 통일연구원 (2023. 02. 07). 
- 이상신·민태은·윤광일·구본상. 『KINU 통일의식조사 2023: 한국의 핵개발에 대한 여론』 서울: 통일연구원, 2023.
- 이수형. “전술핵 재배치 찬성논리의 문제점 분석과 정책 제언”. 『이슈브리핑: 전술핵 재배치 관련 지상토론』 서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2017.
- 정성장.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필요성과 추진 전략”. 『동북아외교안보포럼·한국핵자강전략포럼 토론회 자료집』 (2023. 02. 15).
- 진 맥켄지. “한국인들이 ‘핵무장’을 원하는 이유”. 『BBCNEWS코리아』 (2023년 4월 24일).
- E. P. 톰슨. “문명의 마지막 단계인 절멸주의에 대한 단상”. 이영희·임재경 편. 『반핵: 핵위기의 구조와 한반도』 서울: 창작과비평사, 1988. 

- “조선민주주의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 『법무부 통일법제데이터베이스(unilaw.go.kr)』 (검색일: 2023년 8월20일)
- “국민 3분의2는 핵무장 찬성? 핵 보유로 인한 위기 제시하면 3분의2 반대” 『프레시안』 (2023년 6월 5일). (검색일: 2023년 8월15일)
- “윤 대통령 ‘핵 보유’ 발언 파장 확산…대통령이 안보 리스크” 『경향신문』 (2023년 1월 12일).
- “윤, 미국서 “마음먹으면 1년내 핵무장”…현실 가능성 있나“ 『한겨레』 (2023년 5월 2일).

- Nuclear weapons and security: A humanitarian perspective, UN General Assembly A/AC.286/WP.4, (22 February 2016).
https://www.reachingcriticalwill.org/images/documents/Disarmament-fora/OEWG/2016/Documents/WP.04.pdf (검색일: 2023년 8월15일)

- ?田宏治, 新版 核兵器禁止?約意義課題』 東京: かもがわ出版、2021.
- 米と一? 先制攻?に, 憲法と「?守防衛」覆す、『しんぶん赤旗』 (2023年2月1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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