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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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벌개혁으로 플랫폼경제 민주화하겠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플랫폼경제 민주화 공약
“우리가 정치 권력의 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생필품의 생산, 운송, 판매를 지배하는 왕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미 130년 전, 미국의 ‘반독점법’을 최초로 만들었던 존 셔먼 상원의원의 경고입니다.
어제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상생안 발표가 있었습니다. 카카오는 국내에만 118개 법인을 포함해, 자회사가 무려 158개사에 이르는 거대기업입니다. 2017년 대비, 5년 만에 두 배로 팽창했습니다. 90여 건을 인수합병하는 동안 공정위의 규제 한 번 받지 않았습니다. 금융 서비스부터 퀵서비스, 꽃배달, 택시 호출 등은 물론, 미용실과 네일샵, 스크린 골프장까지 골목상권 곳곳으로 문어발 확장, 지네발 확장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의 비난이 고조되니 소나기 피하는 식으로 상생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과거 재벌 대기업이 쓰던 익숙한 방식입니다.
“기술과 사람이 만드는 더 나은 세상”으로 나가겠다고 뒤늦게 깨달은 것은 다행입니다. 그러나 ‘기술과 사람이 공존하는 사회’를 위한 규칙을 플랫폼기업에 맡겨놓을 수는 없습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치가 제도화해야 합니다.
우리는 신재벌을 원치 않습니다.
저 심상정이 플랫폼경제, 민주화하겠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국민의힘과 민주당 정부와 창조경제, 혁신경제라는 이름으로 4차산업혁명이 가져다줄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습니다.
혁신이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줄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IT, 플랫폼 사업에 대한 규제를 풀고, 예외와 특혜를 인정해줬습니다. 이런 정치권의 지원에 힘입어 몇몇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벤처기업의 테두리를 벗어나 거대기업으로 급성장했고, 우리 경제는 빠르게 플랫폼경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재난으로 비대면이 일상이 되며, 플랫폼산업은 더 시민들 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며 배민으로 주문받은 치맥을 먹고, 마켓컬리와 쿠팡에서 상품을 배송받고 있습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자산규모가 10조가 넘는 거대기업이 되었습니다. 시가총액상 현대차, 포스코, 엘지전자 등을 따돌리고 3, 4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그러나 플랫폼산업은 장밋빛 미래 대신 디스토피아의 미래로 나가고 있습니다. 플랫폼을 넘어 문어발 확장으로 독과점을 추구하고, 골목시장을 혁신적으로 잠식하고, 알고리즘 앞세워 노동을 착취하는 신재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삼성공화국이 다시 네이버 공화국, 카카오 공화국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재벌개혁을 방치해서 불평등이 극에 달했는데, 플랫폼 독점마저 방치하면 우리 공동체는 붕괴될 수 있습니다.
이제, 거대 플랫폼기업의 일탈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양해되던 시절은 지나가고 있습니다. 주요 선진국들은 플랫폼기업에게도 공정한 시장규칙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이 플랫폼기업에 대한 규제를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답한 바 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경제가 말하는 혁신이 우리 모두의 미래가 되기 위해서는 분명한 원칙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혁신은 불가합니다.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혁신도 불가합니다. 불공정한 조작을 통한 알고리즘 혁신 역시 불가합니다. 인권침해와 노동 착취에 악용되는 혁신은 모두 불가합니다.
저 심상정은 경제와 산업에서 다양한 혁신 노력을 보장하고 장려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기술혁신의 성과를 일부 플랫폼기업들만 독식하는 ‘독점경제’는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이를 위해 다섯 가지 개혁을 약속합니다.
첫째, <플랫폼 독점방지법>으로 시장질서 교란하는 플랫폼기업의 횡포를 막겠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일부 거대 플랫폼기업은 이미 자산규모 10조가 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이 되었습니다. 혁신이라는 말을 앞세워 온라인 시장거래도 중개하면서, 다른 중소 입점업체들처럼 거기에 올라갈 상품도 만들어 소매까지 하는 식으로 플랫폼 중개자와 소매판매자 역할을 동시에 하는 이중 지위를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거대 플랫폼기업이 막대한 이용자 수를 무기로 인터넷 쇼핑과 금융은 물론 택시와 대리운전, 꽃 배달과 미용실까지 문어발식으로 싹쓸이해서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밀어내는 시장교란 행위는 기업의 선의가 아닌 공정한 시장 제도를 통해 방지해야 합니다.
혁신의 탈을 쓰고 괴물이 되어가는 디지털 플랫폼 공룡들의 독과점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 저는 새로운 <디지털플랫폼기업 독점방지법>을 제정하겠습니다. 혁신은 장려하되, 혁신을 앞세운 시장교란 행위, 독과점 갑질 행위,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엄격히 규제하고 혁신의 성과를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함께 누릴 수 있게 하겠습니다. 구 재벌에 이어 신 플랫폼 재벌이 우리 경제를 좌지우지하게 방치하지 않겠습니다.
오늘날 플랫폼 거대기업들의 일방적인 질주를 멈춰 세우기 위해서 세계 각국이 나서고 있습니다. 아마존 반독점 정책으로 명성을 얻은 리나 칸(Lina Khan) 미국 공정거래위원장은, 아마존이 장터(마켓플레이스)를 주업으로 하면 거기에 올라가는 다른 소매업들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미국 의회는 ‘플랫폼 독점 종식법’을 포함한 5대 입법 추진을 통해 본격적인 규제에 나섰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행정명령으로 대통령 직속 경쟁위원회를 신설했습니다. 유럽도 디지털 플랫폼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디지털 시장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둘째, 인터넷전문은행도 예외 없이 금산분리를 적용하겠습니다.
금산분리 원칙은 산업의 오랜 전통이자 글로벌 규범입니다. 일반 기업이 은행이나 금융을 겸업하게 되면, 그 은행이 소유한 기업에게 신용 특혜를 줄 수 있고, 그 기업의 경쟁 기업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금산분리 예외적용을 받았던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지난 8월 6일 상장 당시 국내 최대은행 KB금융보다 시가총액이 무려 11조가 넘을 만큼 거대해졌습니다. 당초 중저신용자 틈새시장에 맞춘 혁신 핀테크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대출 이자율도 낮지 않고, 대출의 90% 가깝게는 고신용자에게 집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융사를 3개 이상 소유하며 금융공룡이 된 카카오는 금융그룹 감독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비금융기업이 의결권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는 있는 금산분리 예외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더 이상 혁신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금산분리 예외지대에 두는 것이 정당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이 되어버린 인터넷은행도 다른 은행들처럼 공정하게 금산분리 규정을 받도록 제도를 개선하겠습니다.
금산분리 규정에서 예외를 두는 ‘인터넷전문은행법’은 태어날 때부터 대기업 특혜법이었습니다. 애당초부터 잘못 태어난 것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당시, 정부와 거대 양당은 인터넷은행이 중저금리 시장의 틈새를 메울 것이고, 메이저 금융은 되지 않을 거라고 강변했었습니다. 양당은 책임지기 바랍니다.
셋째, 플랫폼기업부터 주4일제 도입을 권고하겠습니다. 노동을 착취하는 혁신이 아니라 노동자 삶의 질을 혁신하는데 앞장서도록 플랫폼노동 특별규정을 마련하겠습니다.
혁신을 말하는 기업이라면 사업모델만 혁신적일 것이 아니라, 노동환경부터 노동자에게 친화적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급성장하는 동안,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IT 노동자들의 삶의 질도 성장했습니까?
오히려 최근 사례를 보면, 혁신을 떠맡고 있는 IT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직장 내 괴롭힘까지 당하면서도 정보통제로 인해 제대로 이의제기조차 할 수 없는 참담한 상황에 있습니다.
이제 장기간 공짜 노동을 강요한 포괄임금제는 없어져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혁신의 성과를 공유하게 해야 합니다. 혁신기업들이라면 제가 공약한 주 4일제 근무를 가장 먼저 적용해야 합니다.
IT 노동자들도 충분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행정명령 1호를 통해 단체교섭 시 모기업의 사용자를 공동사용자로 등록하도록 했습니다.
일부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혁신이라는 명분 아래 일 쪼개기, 노동자 떨궈내기라는 반사회적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보험을 포함해서 노동과정에서 기업들이 마땅히 책임져야 할 부대비용을 노동자 개인이나 사회로 떠넘겨서 비용부담을 털어버리는 식입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혁신을 해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사회 구성원이나 사회 전체에 떠넘기는 식으로 ‘위험을 회피’한다는 것입니다. 언제부터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 자본가의 미덕에서 노동자의 미덕이 되었습니까?
아무리 디지털 플랫폼기업이 전통적인 기업과 다르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주가 있고, 이윤을 추구하는 주식회사입니다. 플랫폼기업에서 일하는 시민들도 플랫폼에서 일감을 얻어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노동자입니다.
플랫폼노동자의 노동권은 온전히 보장되어야 하며, 플랫폼노동자도 사회보장 안에 완전히 들어와야 합니다. 특히, 정보의 투명성을 위해서라도 플랫폼노동자의 경영 참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제가 1호 공약으로 내놓은 ‘신노동법’은 플랫폼노동자의 노동권을 완전히 보장하고, 플랫폼노동자들도 사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며, 최소소득보장을 받게 하기 위한 법안입니다.
넷째, 알고리즘이 사람을 지배하는 일은 없게 하겠습니다.
최근 인공지능이 산업과 일상 곳곳에 스며들면서 인간이 해왔던 많은 활동이 알고리즘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채용 면접도 알고리즘이 하고, 배달 라이더 작업지시도 알고리즘이 합니다. 플랫폼에 올라오는 제품목록 배열 순서도 알고리즘이 결정합니다. 택시 수수료 등 가격도 알고리즘이 수시로 바꿉니다.
노동자들과 골목상인들, 소비자들이 불만과 이의제기를 하면 플랫폼기업이나 사용자는 ‘알고리즘의 결정’이라고 핑계를 댑니다. 또 단순한 상품추천을 넘어, 인사채용이나 작업지시 등 노무관리에도 알고리즘이 개입합니다. 심지어 직원과 시민들의 감시에도 사용됩니다.
기술은 사람을 착취하고 지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공정하게 사람을 도와주고 인권을 지켜주기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그런데 알고리즘이 더 공정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존의 차별과 편향을 더 확대하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사람으로부터 받는 차별도 없애야 하는데, 알고리즘의 차별을 방치해서야 되겠습니까? 유럽은 이미 알고리즘(인공지능)이 시민들에게 미칠 위험등급을 분류해서 대처하는 입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알고리즘에 의한 차별과 부당결정이 방치되지 않도록,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알고리즘투명성위원회’를 신설해서 알고리즘의 위험도를 철저히 평가하겠습니다.
노동자와 이용자가 알고리즘에 의해 부당한 취급을 받는다고 여길 경우, 알고리즘의 결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담은 입법을 하겠습니다. 알고리즘이 더 효율적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더 공정하게 사용되도록 제도화하겠습니다.
다섯째, 플랫폼기업들의 개인정보 남용을 막고, 시민의 ‘정보권’을 지키겠습니다.
유럽은 이미 2018년부터 디지털 시대의 개인의 인권을 더 확실히 보호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제정했습니다. 저는 이에 준하여 ‘개인정보를 보호할 권리’, ‘잊혀질 권리’, ‘설명을 요구할 권리’를 제도화하겠습니다.
지금은 모든 개인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개인의 사생활과 정보 보호는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습니다. 런던 사람들은 아침에 집을 나갔다가 저녁에 귀가할 때까지 보안카메라 CCTV에 약 300회 정도 얼굴이 노출된다고 합니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감시자본주의의 시대가 왔다는 걱정도 큽니다.
지난 2020년 데이터 3법 통과 이후, 개인신용정보와 통신 내역, 포털사이트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기업들이 통합시켜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서비스’가 시작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서비스로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기업들이 주무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인의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거나 오용될 위험이 더욱 커진 것입니다.
확실한 개인정보 보호제도를 마련해 ‘시민의 정보권’을 지키겠습니다.
적절한 환경규제가 있어야 기업들이 환경을 지키면서도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혁신의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혁신을 막기 위한 플랫폼 규제가 아니라,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공정한 시장 규칙을 만들겠습니다.
‘플랫폼경제 민주화’로 혁신과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