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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보다정의지방자치·분권

#3. 지역경제의 위기와 지역순환경제

  • 입력 2022.03.15 17:39      조회 2217
    • 박창규 인천대학교 후기산업사회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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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지역경제의 위기와 지역순환경제-박창규.pdf

박창규 (인천대 후기산업사회연구소 책임연구원)

_민주노동당 정책부장을 거쳐 조승수·노회찬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으며, 노회찬재단 사업기획실장을 역임했다. 최근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사회적경제를 중심으로 지역순환경제를 구축하는 방안에 대한 이론과 국내·외 실천사례를 연구하고 있다.



1. 시작하며

지난 20년 동안 정부 주도로 추진되어온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전반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서울·수도권과 비수도권 등 지역 간 경제적 격차는 심해졌고, 인구의 수도권 비중은 더 커졌다. “소멸위험지역(소멸위험진입지역+소멸고위험지역)은 시·군·구 단위에서 2017년 5월 기준 85개에서 2021년 8월 기준으로 108개로 증가하였고, 읍·면·동 단위에서는 2017년 1,483개에서 2021년 1,791개로 증가”(하혜영·김예성, 2021)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기본 틀에 대한 변화는 없다. 즉, 중앙정부 주도로 공공기관을 이전하거나 낙후지역의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데 초점을 맞추거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밖의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유치하는 데 집중하는 정책들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모습은 드물다.

지역(local)의 “불균등발전은 자본주의적 발전의 산물이자 지리적 전제이다. 자본주의 발전의 산물로서 불균등발전의 패턴은 다양한 규모에서, 발전된 공간과 저발전된 공간 간의 차이로 자본주의 경관에 뚜렷하게 나타난다.”(닐 스미스, 2017) 구체적으로 자본주의적 경제성장에서 자본은 자본순환과 경쟁에 의한 이윤축적을 통해 생산의 집적과 집중 과정을 실현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탈 지역화하거나 새로운 지역에 고착화한다. 이 과정은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생산형태의 변화 과정이자 ‘노동의 공간적 분업(spatial divisions of labour)’
 과정이기도 한데, 그 결과 신흥 고성장 거점 지역과 저성장 낙후지역이 생겨나고 이들 지역 간의 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게 된다. 즉, 지역 간 경제적 격차 심화와 특정 지역의 인구감소, 피폐화, 지역소멸은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에 따른 지역 불균등발전의 결과이다. 따라서 대안은 이러한 진단을 토대로 모색되어야 한다. 현실에서 지역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 농촌 지역은 물론이고 최근 15세 이상~49세의 급격한 인구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경북 구미시의 사례는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또한, 자본주의의 불균등발전에 의한 지역의 피폐화, 지역소멸 위기는 지속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의 특정 지역이 지역 밖의 외부 자본이나 대형 공공기관을 유치해 지역소멸을 극복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외생 자원에 한계가 있으므로 모든 지역이 그러한 외생적 발전을 추구할 수는 없다. 또 그러한 외생적 발전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주지도 않는다.

한편,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에 의한 특정 지역의 피폐화는 그 지역을, 모순의 심화에 조응하는 ‘대항력’(countervailing power)
을 갖는 지역, 즉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저항지역, 대안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 “공간은 기존의 사회적 과정이 전개/추동되는 장소이지만, 또한 인간 실천을 통해 새로운 대안적 세계를 꿈꾸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장(또는 유토피아)을 제공한다”(최병두, 2011).

이제 지역경제 위기, 지역 피폐화,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관점과 방법을 전환해야 한다. 외부의, 자본에 의존하는 외생적 발전이 아니라 지역 내의, 지역 시민들이 통제할 수 있는 지역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적인 생산과 고용을 재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내발적(endogenous) 발전과 지역순환경제를 모색해야 한다.

“지역의 내발적 발전은 사회운동적 성격과 정책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회운동적 성격은 지역의 피폐화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경우 나타나는 것이며, 정책적 성격은 앞의 사회운동적 성격의 주민운동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정책 속에 포함시키는 것이다.”(이민정, 2014). 또한, ‘지역순환경제(the local endogenous development)’는 이러한 지역의 내발적 발전론이 담고 있는 주민자치와 지역자원 활용 개념에 덧붙여 지역 내 재투자력
 강화와 지역 내 산업연관 구축을 통한 지역경제의 자원순환을 강조해 발전시킨 개념이다(박창규·양준호, 2022).

이 글은 지역 경제의 현재적 다양성과 그것의 동시적 공존 가능성을 전제로, 지역자원의 사회적 통제와 지역 내 순환, 탈 상품화를 지향하는 지역순환경제의 관점에서 생산과 고용의 조직화 방안을 검토한다. 물론 이러한 방안의 논의가 사회운동적 실천을 넘어서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제도화되도록 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다른 차원의 논의를 필요로 할 것이다. 즉, 이 글에서는 지역경제의 위기를 생산과 소득, 고용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그러한 위기의 극복 대안으로서 지역순환경제의 개념과 그 실천사례를 소개한 뒤 간략하게 제도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지역경제의 위기와 그 결과 : 불균등 발전(uneven development)의 양상들

   1) 지역경제의 위기 실태

     가. 지역경제 생산의 위기

지역경제의 위기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 측면은 지역경제 생산의 위기이다. 한국 경제의 시·도별 지역내총생산은 갈수록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다음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98~2020년 동안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은 1998년 46.9%에서 2020년 52.5%로 증가했다. 수도권 지역내총생산 비중의 증가는 경기도 지역내총생산의 증가가 주도했다. 반면에 비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 비중은 1998년 53.9%에서 2020년 47.4%로 감소했다. 이러한 지역내총생산의 지역적 편중 현상은 같은 기간 도 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지역 내 총생산이 증가했고 수도권에 인접한 충청권을 수도권에 편입시키면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수도권+충청권 지역내총생산 비중은 1998년 54.6%에서 2020년 62.3%로 증가했다. 반면에 비수도권(충청권 제외)의 지역내총생산 비중은 1998년 46.2%에서 2020년 37.6%로 감소했다.

이러한 비수도권(충청권 제외)의 지역내총생산 감소는 광역시와 도 지역의 지역내총생산이 함께 감소한 결과라는 점에서 도시와 농촌의 불균등발전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즉, 한국 경제의 생산 활동은 공간적 차원에서 볼 때 ‘수도권+충청권 vs 비수도권’의 불균등발전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한국 경제의 산업구조 변화가 대도시 지역 간에도 불균등발전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불균등발전에 의한 지역경제의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수도권+충청권을 중심으로 지역내총생산 비중이 증가하는 양상은 산업 구조의 변화 측면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다음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 경제의 산업부문별 지역내총생산은 서비스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다음으로 제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이며, 이들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전체 지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 77%에서 2020년 83.2%로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산업부문별 지역내총생산의 변화양상을 살펴보면, 농업·임업·어업과 건설업의 비중은 1998년과 2020년 사이에 크게 줄었고, 제조업 비중은 1998년 19.7%에서 2020년 26.4%로 크게 증가했다. 또한, 같은 기간 동안 서비스업의 비중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양상으로 변화했다. 즉, 제조업으로의 생산 집중과 대다수 산업의 생산 축소 또는 침체 양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1998년에서 2020년 사이의 이러한 산업구조 변화는 지역의 산업생산 비중의 변화와 함께 전개되었으며, 그 결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생산 비중 격차가 확대되었다. 다음 [표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제조업의 수도권 지역총생산 비중은 1998년 32.9%에서 2020년 42.3%로 크게 증가했으며, 수도권+충청권 비중은 43.8%에서 60%로 더 큰 증가를 나타냈다. 이러한 제조업의 수도권(+충청권) 생산 집중은 ‘전기, 전자 및 정밀기기 제조업’과 ‘섬유, 의복 및 가죽제품 제조업’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의 경우 수도권(+충청권) 생산 집중은 제조업에 비해서 심해지지는 않았지만 ‘도매 및 소매업’, ‘교육 서비스업’,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같은 소득과 인구수 기반 서비스업의 수도권(+충청권) 생산 비중 증가가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약하면, 지역경제 생산의 위기는 산업간 생산 비중의 격차가 심화하는 가운데 제조업의 생산이 수도권(+충청권)에 집중되면서 결과적으로 수도권(+충청권)과 비수도권(충청권 제외) 사이의 생산 불균등이 나타난 결과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에서 나타난 대규모 자본의 국지화((localization)에 의해 진행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지역경제 생산의 위기는 지역경제의 소득과 고용의 위기로 이어진다.
 


     나. 지역경제 소득의 위기

지역경제 위기의 두 번째 측면은 소득의 위기이다. 소득의 위기는 지역 내 생산액이 지역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말한다. 지역총소득(GRNI: gross regional national income)은 지역내총생산에서 지역 외부로부터 수취한 본원소득은 더하고 지역 외로 지급한 본원소득은 공제한 값이다. 따라서 지역총소득은 지역 외부로부터 소득이 순유입되는 경우 지역내총생산보다 크고, 지역 외로 소득이 순유출되는 경우 지역내총생산보다 작다. (정재준, 2018)

다음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0년 기준으로 울산을 제외한 특별시·광역시와 제주도는 1인당 지역총소득이 1인당 지역내총생산보다 크다. 즉, 이들 지역은 지역 외부로부터 소득이 유입되고 있다. 반대로 울산광역시와 나머지 도 지역은 1인당 지역총소득이 1인당 지역내총생산보다 작다. 즉, 이들 지역은 지역 외부로 소득이 유출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소득의 외부 유입/유출은 주로 지역 법인의 영업잉여 유입/유출이나 피용자 보수의 유입/유출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두 가지 경로 모두 지역 외부(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에 본사를 둔 기업이 지역에 지점이나 분공장을 두고 생산활동을 한 결과로 발생한다. 2015년 경남지역의 소득유출 경로를 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19.3조 원의 소득유출은, 순수취재산소득으로 0.7조 원이 유입된 반면, 순수취요소소득에서 20.0조 원이 타 지역으로 유출된 결과이며, 20.0조 원의 소득유출 경로는 피용자보수(13.7조원)가 69%, 영업잉여(6.3조원)가 31%인 것으로 추정되었다(한국은행 경남본부, 2015). 

이러한 지역경제의 소득위기 상황은 지방소득세 징수액의 시도별 비중을 통해서 더욱더 적나라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필자는 실질적인 소득의 지역별 분포와 격차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 229개 시·군·구·특별자치시의 2021년과 2020년 지방소득세 징수실적을 토대로 광역시·도의 각 년도 지방소득세 징수액 비중을 분석했다. 지방소득세의 과세대상은 개인지방소득 및 법인지방소득이며, 거주지(개인) 및 소재지(법인)에 납부하는 특별(광역)시세와 시·군세이기 때문에 지방소득세는 시·군·구 지역별 소득분포와 지역 간 소득격차를 파악할 수 있는 대리변수로서 활용할 수 있다.

분석결과는 다음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서울과 경기도에서 징수된 지방소득세 징수액 비중이 2011년 57%, 2020년 60.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는 2020년 기준으로 전국의 개인 또는 법인 소득의 60.5%가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앞에서 언급한 지역 경제의 생산의 위기에 더해 이러한 소득의 위기로 인해 서울, 경기 등 특정 지역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이 중층적 위기에 오랫동안 내몰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한국 경제의 지역 불균등발전은 대다수 지역이 겪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의 지리적 표현인 것이다. 이러한 지역경제의 중층적 위기는 지역경제 위기의 세 번째 측면인 고용의 양적, 질적 위기이다. 

    다. 지역경제 고용의 위기

지역경제 위기의 세 번째 측면은 고용의 위기이다. 다음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선, 2020년에 비해 2021년에 대부분 시·도에서 비정규직 비율
이 증가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 비정규직 비율과 시·도 1인당 지역총소득을 비교하면 지역의 고용위기 실태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즉, 광역시나 도와 상관없이 2020년 1인당 지역총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도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 17개 시·도 중 1인당 지역총소득 수준이 하위권인 강원, 부산, 대구, 광주, 대전, 강원, 전북, 경남, 제주의 비정규직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으며 대부분의 시도가 2020년에 비해 2021년에 비정규직 비율이 증가했다. 

이러한 노동의 공간적 분업 현상은 시·도별 산업구조 차이, 생산관계의 위계구조 등에 의해 다양하게 설명될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경제활동의 일 주체인 지역주민들이 지역 내에서 자본에 의해 형성된 비정규직 고용 구조에 비자발적, 일방적으로 편입되어 사회적 차별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용의 위기는 지역 내 소득의 지역 외 유출과 함께 지역경제의 소득의 위기를 가중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지역의 고용위기가 지속하면서 지역경제는 ‘누적적 인과의 악순환’에 의해 지역의 노동여건은 물론이고 지역의 주거·의료·보육 등 복지서비스 여건, 교육여건 등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제반 여건을 악화시키면서 지역 간 불균등발전을 심화시키고 지역의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을 가속화시킨다. 

 


  2) 지역경제 세 가지 위기의 결과로서 지역소멸 위기와 대항력

    가. 인구감소 실태와 함의


지역의 인구감소는 앞에서 설명한 지역경제 위기, 즉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지리적 표현이자 결과이다. 모든 노동 이동(labor mobility)은 동일한 기본 요소, 즉 노동자는 자신의 경제 상황을 향상하고 기업은 좀 더 생산적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싶어 한다는 것에서 발생(George J. Borjas: 2017)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분석한 한국사회의 지역인구 감소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며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음 [그림 4]는 2011년과 2020년 사이 광역시·도의 인구변화율을 나타내고 있는데, 그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면 “수도권 확대, 부산 등 대도시 축소, 도(道) 지역인구의 탈 도(道)화”이다. 구체적으로 경기·인천 등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이 심화되었고, 부산·대구·광주·대전 등 대도시권의 인구는 감소했으며, 전북·전남·경북의 도(道) 이외 지역으로의 인구 유출이 나타났다. 

 


이러한 광역시·도 인구변화를 시·군·구별로 살펴보면, 광역시 및 도 지역 내 시·군·구에서 인구 증가와 인구감소가 동시에 나타났는데, 그 양상은 대도시권이나 도내의 중심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나머지 지역의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특히, 2011년과 2020년 사이 인구 증가율이 높은 상위 도시들은 특정 산업 거점 지역, 신도시 지역, 수도권 지역, 기업유치 지역 등의 특성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2011~2020년 9개 도의 시 지역 인구변화율을 보면, 제주 시 지역 17.6%, 경기도 시 지역 15.1%, 충북 시 지역 8.4%, 전남 시 지역 4.5%, 경남 시 지역 3.5%, 충남 시 지역 2.4% 인구가 증가했다. 반면, 2011~2020년 사이 전북 시 지역 -6.5%, 강원도 시 지역 -2.7%, 경북 시 지역 -2.6% 각각 인구가 감소했다. 그리고 2011~2020년 9개 도의 군 지역 인구변화율을 보면, 경기도 군지역 7.6%, 충북 군지역 2.8% 인구가 증가한 반면, 전남 군지역 -8.4%, 경남 군지역 -8.1%, 전북 군지역 -6.6%, 경북 군지역 -5.7%, 충남 군지역 -4.8%, 강원도 군지역 -2.9% 각각 인구가 감소했다. 

특히, 다음 [그림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1년 당시 인구가 10만 명 미만이었던 시·군·구의 2011~2020년 사이 10년간 인구변화율은 대체로 마이너스(-)였다. 2011년 당시 인구가 10만 명 미만이었던 시·군·구의 중에서 10년 뒤 예외적으로 크게 인구가 증가한 지역은 외부적 요인이 인구 증가에 영향을 미친 지역이었다. 113%의 인구 증가율을 기록한 부산 강서구는 부산신항이 들어선 지역이며, 49.3% 인구 증가율을 보인 인천 중구는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선 지역이다. 32.8%의 인구 증가율을 보인 충북 진천군은 대기업 생산공장 등 기업유치 성과를 보인 지역이며, 31%의 인구 증가율을 보인 전남 나주시는 광주전남 혁신도시가 조성된 지역이다. 19.5%의 인구 증가율을 보인 경기도 양평군은 수도권의 주거지 이전 인구 유입이 인구 증가 요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19.4%의 인구 증가율을 보인 경북 예천군은 안동시청 이전에 따른 인구 유입이 인구 증가 요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13.8%의 인구 증가율을 보인 전남 무안군은 전남도청 이전과 도시개발이 인구 증가 요인인 것으로 분석되며, 13.6%의 인구 증가율을 보인 충남 홍성군은 충남도청 이전과 신도시 개발이 인구 증가 요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부 지역의 인구 증가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즉, 외부적 요인 자체가 희소하므로 모든 지역에 그러한 외부적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설적으로 인구 10만 명 이하 소규모 시·군·구는 외부적 요인이 없을 경우, 현재의 경제구조나 정책하에서는 지속적으로 인구감소 현상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이들 소규모 지역의 경우 그동안의 외생적 성장정책이 아닌 지역순환경제 정책을 전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 지역 피폐화와 지역의 대항력

지역경제의 위기와 지역소멸 위기에 의한 지역 피폐화는 그것에 저항하는 지역의 ‘대항력’을 배태할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의해 가속화된 지역의 피폐화에 대항해 지역의 노동자, 자영업자, 농민 등 지역 주민들이 지역이라는 공간에서 펼치는 실천전략이자 대안전략이 그것이다. 

지역은 ‘역사적·사회적 공간’이자 인간활동에 의한 ‘생산물’이다(앙리 르페브르, 2000). 따라서 지역주민들에 의해 지역이 민주주의, 공동체, 노동과 상호 의존하는 자신들의 삶의 공간으로 인식됨으로써 지역은 현실적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저항의 공간’이자 ‘대안의 공간’으로서 발전할 가능성을 갖게 된다. 지역경제의 해체 혹은 쇠퇴상황을 개선하지 않고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재생, 활성화하려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으며 시민참여와 자율(self-governance)에 기초한 민주주의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정건화, 2012).



3. 지역순환경제의 이론과 실천

  1) 대안전략으로서 내발적 발전론과 지역순환경제

     가. 내발적 발전론과 지역 ‘재투자력’

‘지역 내발적 발전론’은 지역의 불균등발전과 지역 피폐화에 맞선 대표적인 대안적 지역발전 전략이다. 지역 내발적 발전론은 기술, 전통을 최대한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가능한 한 치밀한 산업연관을 만들어 사회적 잉여(이윤, 조세, 저축)를 지역에 귀속시켜 지역 내에 재투자하는 것을 강조하고, 지역의 기업, 지자체, 개인, 협동조합, NGO, NPO 등이 (내발적 발전의) 주체를 이룬다는 점에 주목한다. 또 내발적 발전론은 사회복지, 보건 의료, 교육, 환경을 종합한 지역재생 방안을 중시하고 있으며, 지구환경대책의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환경을 지닌 사회의 틀 속에서 내발적 발전을 도모한다(미야모토 켄이치, 2009).

이러한 내발적 발전론은 지역경제의 지속적 발전에 보다 더 착목하며 진화해왔다. 지역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이라는 것은 지역 내 재생산 시스템을 유지하고 또 이를 확대해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서 지역 내 재생산 시스템의 질과 양을 규정하는 것은 바로 그 지역 전체가 가지고 있는 ‘재투자력’이다(양준호, 2016). 
매년 특정한 형태의 자금을 지역 내에 재투자함으로써, 거기에서 고용이나 원재료·부품·서비스의 조달을 반복하고, 지역 내의 노동자와 농가, 상공업자의 생산과 생활을 유지·확대할 수 있는 힘, 즉 지역 내 재투자력이 해당 지역에 구축된다면 주민 한 사람 한 사람 그리고 지역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오카다 도모히로, 2016).

     나. 지역순환경제의 개념
 
'지역순환경제’는 지역의 내발적 발전론을 계승해 지역 내 재투자력 강화와 지역산업 연관에 의한 지역경제의 자원순환을 강조해 발전시킨 개념이다. 

지역순환경제는 지역경제의 동력을 다름 아닌 그 지역 안에서 찾는다. 첫째, 지역 내 소득이 그 지역 안에서 소비될 수 있도록 하고, 둘째, 지역 내 은행 자금이 그 지역의 자금수요자들에게 투·융자될 수 있도록 하며, 셋째, 지역 내 기업 또는 생산자들이 원재료 및 중간재 등을 지역 안의 여타 기업으로부터 조달함과 동시에 지역의 인재를 고용할 수 있게 하고, 넷째, 지역 앵커기관들의 거대한 조달력이 지역 안의 사업체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바로 지역순환경제다(양준호, 2021a).
 
이러한 지역순환경제는 지역 시민들에 의한 경제활동의 통제를 핵심요소로 설정하는 한편, 경제와 사회의 관계를 재인식하고 재규정하는 것에서부터 이론적 접근을 모색한다. 지역순환경제는 지역 시민들의 ‘자본통제 역량’과 ‘지역자치 역량’을 조건으로 지역 안의 자원은 물론이고 지역 밖의 자원도 지역 재투자력 강화에 활용할 수 있다(양준호, 2021b).

   2) 지역순환경제의 실천방향과 실천과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심화시킨 지역 피폐화에 맞서는 지역의 대안전략으로서 지역순환경제는 현시기 다음과 같은 실천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첫째, 이윤추구보다 모두의 인간적 삶과 사회적 가치가 우선한다는 지향을 갖는다. 둘째, 지역순환경제는 경제적 측면에서 생산과 유통의 탈 상품화, 이윤의 지역재투자 및 사회적 투자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경제적 안정과 경제 불평등 해소를 실현한다. 셋째, 지역순환경제는 사회적·환경적 측면에서 지역주민들의 지속 가능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연대와 지구 생태계 보전을 촉진한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방향은 다음 네 가지 우선 실천과제를 갖는다. 첫째, 지역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서 그 지역이 경제적 안정과 풍요를 추구할 수 있게 하는 지역의 자원을 탐구하는 것이다. 둘째, 지역순환경제를 뒷받침하는 제도를 만들고 정비하는 것이다. 셋째, 경제주체로서 지방정부와 공공기관들의 역할을 조직하는 것이다. 넷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사회적경제 조직, 비영리단체 등 민간 주체들의 성장과 태동 그리고 그들의 네트워크(산업연관)를 지원, 조직하는 것이다.

   3) 지역순환경제 실천사례 : 영국 프레스턴 시의회의 실천

     가. 프레스턴시 지역순환경제 실천의 배경과 목적

프레스턴시는 영국의 잉글랜드 북서부에 위치한 랭카셔 카운티(Lancashire County)의 주도(州都)이다. 프레스턴시는 역사의 대부분 시기 동안 작은 도시였지만 항상 경제적 중요성이 컸다. 하지만 1979년 거의 3,000명의 일자리 손실을 준 코톨즈 공장의 폐쇄와 1981년 리블 강 부두 폐쇄 등으로 프레스턴 경제가 쇠퇴했다. 1970년대에 벌어진 산업의 쇠퇴가 빈곤율 상승의 원인이었으며, 2010년대 초까지 이 문제는 복합적이었다(CLES/Preston City Council, 2019.5).

프레스턴 지역경제를 어려움에 빠뜨린 직접적 요인은 첫째, 공공부문 긴축과 포스트 금융위기 사태에 따른 침체, 둘째 7억 파운드에 달하는 티더반(Tithebarn) 재생프로젝트의 포기에 의한 것이었다. 

가디언지는 2017년 4월 “2012년 당시 프레스턴의 기대수명은 66세(타 지역 기대수명 82세), 초등학생 세 명 중 한 명이 빈곤층, 게다가 심각한 예산 삭감, 의회의 커뮤니티 관리팀은 30명에서 10명으로 감축”이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레스턴 시의회 의장인 매튜 브라운은 프레스턴 시의회의 지역순환경제의 목적에 대해 “나의 비전은 지역적으로 또 지역 안에서 생산되고 구축된 부(wealth)가 멀리 떨어져 있는 주주가 아니라 그것을 생산하고 구축했던 지역주민들에 의해 통제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우리 지역경제의 전환을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CLES/Preston City Council, 2019.5).

영국은 법률상 오로지 의회가 수권하거나 위임한 권한만을 지방정부가 집행할 수 있으므로 프레스턴시의 지역순환경제 실천은 프레스턴 시의회의 의지와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프레스턴 시의회는 프레스턴시의 미래 계획, 주택, 레저와 문화, 쓰레기 처리와 재활용 등 중요한 공공 서비스에 관한 의사결정에 책임이 있는 시의원 48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중 노동당 의원이 30석을 차지하고 있다. 

     나. 프레스턴 시의회의 지역순환경제 실천 활동

2013년 당시 영국 공공연구기관인 ‘지역경제전략센터’(The Centre for Local Economic Strategies; CLES)가 상위 300개 앵커기관(anchor institutions)
의 조달 지출과 금융 가치를 분석한 결과, 전체 7억5천만 파운드가 이들 기관의 재화와 서비스 조달을 위해 지출되었는데, 이 중 5%만이 프레스턴 지역에 기반을 둔 사업체에 지출되었고 39%만이 랭카셔 지역(프레스턴 포함)에 기반을 둔 사업체에 지출되었다(CLES/Preston City Council, 2019.5).

이러한 현실을 바꾸고자 프레스턴 시의회는 2012/13년 14%에서 2016/17년 30%까지 조달지출 비율을 증가시켰다. 2016~2017년에 약 1,500만 파운드를 지출했는데 건설업 등의 일자리에 300만 파운드 이상, 정보 분야에 150만 파운드 이상, 금융 서비스에 150만 파운드, 예술 여가 서비스에 100만 파운드 등을 지출했다. 또한, 시의회와의 모든 계약자, 공급자들에게 사회적 가치, 환경과 지속가능성, 건강과 안전, 평등과 다양성을 요구했으며, 30가구 이상 또는 1,000㎡의 상업 용지의 개발에 대해 계획 승인을 받고자 하는 개발업자들이 지역주민들에 대해 훈련/기술과 고용 기회 제공 계획을 첨부하도록 했다.


그 밖에 프레스턴 시의회는 시의회 직원들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생활임금 고용주’로서 역할을 했으며, 지역의 앵커기관에도 그것을 독려했다. 그리고 시의회 직원들이 급여를 저축할 수 있는 신협인 ‘CLEVR Money’를 설립하도록 지원했고, 이들의 저축이 시의 빈곤 지역의 금융 접근을 지원하고 신협의 조합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리볼빙 대출 펀드를 만드는데도 기여했다.

      다. 프레스턴 지역 앵커기관들의 실천들

랭커셔주 의회는 ‘사회적 가치 조달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또한, ‘랭커셔지방 연금 기금’(Government Pension Fund)을 프레스턴과 사우스 리블에 1억 파운드 투자했으며, 그리고 랭커셔 지역에 1억 파운드를 더 할당해 프레스턴시의 학생 기숙사 건립에 직접투자를 했다. 랭커셔 경찰청은 랭커셔 경찰지구대가 생활임금 고용주가 되도록 추동했다. 또한, 사회적 가치 요건을 조달 절차에 포함시켰고, 지역 지출을 2012/13년 52%에서 2017/18년 71%로 증가시켰다. 커뮤니티 게이트웨이(주택협회이자 임차인 주도 협동조합 기업)는 직원들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했다. 또한, 빈집을 사서 개량해 사회주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빈집 프로그램을 시의회와 함께 운영했다. 프레스턴 칼리지는 랭커셔 전역에 걸쳐서 학교 졸업생과 성인들을 위한 다양한 심화과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라. 프레스턴 시의회의 지역순환경제 실천 결과


이러한 프레스턴 시의회의 지역순환경제 실천들은 큰 성과를 내었다. 2016/17년에 프레스턴시 내에 보유된 조달지출이 1억 1,230만 파운드로 2012/13년에 비해 7,400만 파운드 증가했다. 또한, 2016/17년에 프레스턴을 포함한 랭커셔주 내에서의 조달지출 중 4억 8,870만 파운드가 보유되었는데 이것은 2012/13년에 비해 2억 파운드가 증가한 금액이다. 

또한, 2016/17년 분석결과는 2012/13년 이래 5년 동안 지역적으로 보유된 지출이 프레스턴 내에서 5%에서 18.2%로, 랭커셔 내에서 39%에서 79.2%로 증가했다. 

이러한 지역순환경제를 실천한 결과 2018년에 프레스턴시는 ‘영국에서 가장 개혁된 도시’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프레스턴시는 ‘사회적 이동성 위원회 지수’에서 자신의 지위를 143위에서 130위로 개선시켰다. 2014~2017년 사이 프레스턴시의 16세~24세 인구가 10% 증가했으며, 프레스턴시의 실업률은 2014년 6.5%에서 2017년 3.1%로 하락했다(2017년 영국 평균 실업률 4.6%). 그리고 프레스턴시는 영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상위 20%에서 탈피했다. 



4. 마치며

한국사회에서 지역소멸 논의는 오래되었지만, 그 해법은 변하지 않고 있다. 즉, 지역소멸 위기에 대한 처방으로 오래전부터 지역균형발전과 저출산 고령화 대책이 제기되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고 있다. 왜 그런 것인가? 대기업, 공공기관 유치론 등 외생적 지역개발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지역 피폐화와 지역소멸 위기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우선, 현상적 원인 진단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리고 외생적 자원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끝으로 외생적 자원 자체의 본질적, 구조적 문제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단적으로 이윤추구가 목적인 대자본은 지역을 벗어나 집적과 집중을 끊임없이 꾀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존 갤브레이스는 자신의 저서 『풍요한 사회』에서 “통념의 적은 사상이 아니라 세상이 계속 변해간다는 사실이며, 통념에게 가장 치명적인 일격은 틀에 박힌 개념으로는 어떤 사건을 처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념에 일격을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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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국가통계포털(https://kosis.kr)

CLES/Preston City Council, 2019.5, How we built community wealth in Preston.
The Guardian, 2017.4.11., “The Preston model : UK takes lessons in recovery from rust-belt Cleve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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