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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녹색전환을 위한 필수목표 : 2030 재생에너지 50%
- 독일의 논의와 한국의 시사점
- 입력 2021.09.01 10:46 조회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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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헌석 녹색정의위원회 위원장, 기후정의일자리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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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녹색전환을 위한 필수목표_2030년 재생에너지 50%.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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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석 (정의당 기후정의·일자리특위 위원장)
2020년 우리나라의 전체 전력 중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6.5%(36,804GWh)이다. 2016년 3.5%(19,144GWh)였던 것을 생각하면, 불과 4년 만에 발전량이 1.9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2020년 영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44.5%, 독일이 45.3%에 이르고, 뒤늦게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뛰어든 중국도 전체 전력생산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29%에 이르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재생에너지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와 핵발전을 대체하는 에너지전환의 핵심적인 축이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중금속 태양광 패널’ 같은 가짜뉴스나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고, 과거 정부에서 무분별하게 허가를 내주었던 산지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으로 지역주민들은 물론이고 환경단체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녹-녹 갈등’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에 녹색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의 의미를 살펴보고, 2050년 탄소중립에 걸맞은 새로운 목표로서 2030년 온실가스 배출 50% 감축, 재생에너지 발전량 50% 목표인 ‘50-50 목표’의 필요성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2021년 4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기후보호법 위헌 판결 이후 새로 개정된 연방기후보호법 주요 내용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진보 싱크탱크들의 ‘2045년 기후중립 시나리오’ 등을 통해 ‘50-50 목표’의 실제 구현 방안을 다뤄보고자 한다.
1. 2050년 탄소중립과 2030년 목표
2020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2019년 2050년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것을 생각하면, 시기적으로나 형식적으로 부족한 것이었다. 선언은 말 그대로 선언이라 법적 강제력이 없고,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지 내용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한 해 내내 유엔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선언에 대한 국제적인 압력이 강하게 이뤄졌고, 같은 해 10월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를 통해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발표되었다는 점에서도 시기적으로 늦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을 대통령이 직접 선언했다는 의미는 작지 않다. 문제는 탄소중립은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실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이다. 파리협정은 이 행동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5년마다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2015년 1차로 목표를 제출했고 2020년 말은 두 번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하는 마감 기한이었다. 같은 기한에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포함한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제출하도록 하였다. 여기에는 ‘진전의 원칙’이 적용된다. 과거 제출했던 목표보다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파리협정은 법적 강제력이나 직접적 규제 수단은 없지만, 이러한 장치들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50년 탄소중립이 새로 포함되기는 했지만, 당장 정책 추진이 필요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15년 제출 내용과 2020년 제출 내용이 동일하게 2017년 대비 24.4%이다. 2015년 감축목표 내용에 대해 국제환경단체 등이 ‘기후악당’이라는 불명예를 안겨줬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내용은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인 것이다.
2021년 8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지만, 2050년 탄소중립 – 온실가스 순배출 ‘0’이 이뤄지는 시나리오는 3개의 안 중 1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2개는 여전히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시나리오’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2030년과 2040년 온실가스 배출(감축) 경로를 전혀 밝히고 있지 않아 이 역시 선언적인 계획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같은 시기 국회에서도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통과되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법제화하기는 했으나, 2030년 목표에 대해서는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이라는 수치를 제시해 정의당과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2. 독일 ‘2045 기후중립 시나리오’와 한국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
국내의 이러한 흐름에 비해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로 독일의 사례가 있다. 독일은 2019년 12월, 연방기후보호법을 제정하여 2050년 탄소중립과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55% 감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각 부문별 연도별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법에 명시하고 있다. 에너지, 교통, 건물, 농업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 부문에서 2025년에는 몇 %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할 수 있다는 식이다. 이와 같은 연방기후보호법에 대해 Friday for future, Bund 등 독일 시민사회단체들은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이 정도의 목표로 파리협정의 1.5℃ 목표를 지킬 수 없으며, 2030년 이후에는 명시적인 온실가스 감축량이 있지 않아 감축 부담을 2030년 이후로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4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기후보호법의 목표가 충분하지 않아 파리협정의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 이후 더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을 해야 한다며, 이는 젊은 세대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일부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단순히 정책이나 정치적 결단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봤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판결 이후 독일 정부는 연방기후보호법 개정 절차에 돌입하여, 탄소중립 시점을 2050년에서 2045년으로 앞당기고, 2030년 목표도 1990년 대비 55%에서 65%, 2040년 목표는 88%로 정하였다. 기존 2030년까지의 부문별, 연도별 배출목표를 강화하고, 2031~2040년까지의 감축 목표도 설정하는 등 한층 강화된 법제화가 이뤄진 것이다.
[그림 1] 독일 기후중립 시나리오 2045의 방법
이러한 정책적 변화에 발맞춰 독일 싱크탱크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생태연구소, 부퍼탈연구소 등은 ‘독일 기후중립 유럽에서는 탄소가 포함되지 않은 온실가스(아산화질소, 육불화황 등)가 있기 때문에 기후중립(cliamte-Neutral)이란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한다. 국내에서는 탄소중립을 온실가스 순배출 ‘0’으로 정의하여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개념적으로 탄소중립과 기후중립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된다.
2045 시나리오(이하 2045 시나리오)’를 통해 실제 탄소중립에 이르는 경로를 제안하고 있다. 이 중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전력 부문을 중심으로 내용을 살펴보면, 2030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멈추고,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을 70%까지 늘리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석탄업계와 노동자,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2019년 석탄위원회의 권고와 독일 정부의 로드맵이 2038년 탈석탄임을 고려할 때, 현재 설정보다 8년 더 빠르게 바뀌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수송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1,400만대의 전기차를 도입하고, 도로 화물(운송)의 30%를 2030년까지 전기화할 것을 2045 시나리오는 제안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린 수소의 도입과 탈탄소화된 지역난방 등 과제도 함께 제안하고 있다.
1992년 기후변화협약이 만들어진 이후 지속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펼쳐온 독일의 입장에서도 이와 같은 정책은 매우 빠른 전환이다. 2020년 45.3%에 이르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쉽게 넘보기 힘든 비율이지만, 추가적인 발전소 설치에 난항을 겪고 있어, 독일 녹색당의 경우 현재 속도대로 재생에너지 확장이 이뤄질 경우, 재생에너지 100%까지 도달하는 데 56년이나 걸린다고 평가하고 있다. 핵발전소는 2022년이면 모두 폐쇄되지만,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아직도 24.9%(2020년 기준)나 되기 때문에 이를 급속히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력 부문 탈탄소화는 전체 온실가스 저감의 기본이 되는 작업이다. 화석연료를 전기로 대체하고, 기존 화석연료 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많은 나라 탄소중립의 근간을 이룬다. 2045 시나리오는 이러한 전환의 근간을 이루기 위한 3개의 지렛대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에너지효율 향상과 수요 감소이다. 에너지효율 향상과 수요 감소는 에너지전환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이다. 하지만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길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기존 에너지 수요를 그대로 유지한 상황에서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만을 생각할 경우, 재생에너지로 모든 에너지를 채울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교통과 수송의 경우,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를 단순히 전기차·수소차로 전환하는 것 이외에도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해 개별 교통 수요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는 산업 전반이나 건물, 난방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2045 시나리오에서 건물 부문 전략으로 2030년까지 매년 1.6%의 건물 수선, 2031~2045년까지 매년 1.75%의 집수리를 통해 2050년까지 전체 건물의 90%를 수선하거나 신축하고, 지역난방과 히트펌프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을 짜는 등의 정책을 포함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이에 따라 2018년 대비 2045년 1차 에너지 소비를 50.8% 줄일 것을 2045 시나리오는 제안하고 있다. 최종에너지 소비 기준으로는 55.4%(2018년 12,900 PJ → 2045년 5,750 PJ) 감소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 탄소중립위원회가 밝힌 에너지 수요 전망과 크게 차이가 난다. 탄소중립위원회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역시 수요관리 등을 통해 최종에너지 수요가 2018년 225.8 백만 TOE에서 2050년 219.3(3안)~225.0(1안) 백만 TOE로 줄어들 것을 예상하나, 에너지 소비 절감 비중은 0.3(3안)~2.9(1안)%에 불과하다.
[그림 2] 2045 시나리오의 1차 에너지 소비
급속한 에너지 수요 감축과 함께 필요한 두 번째 지렛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화이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증대 없이 에너지전환은 이룰 수 없다. 혹자들은 소형모듈형 원자로(SMR)나 핵융합 등 기술을 이용해 에너지전환을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발전과정에서 나오는 핵폐기물 문제나, 안전성 문제 등은 차치하더라도 2030년 혹은 2050년까지 이들 기술이 상용화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1950년대부터 개발을 계속해온 핵융합의 경우, 현재 개발 중인 ITER나 K-Star와 같은 최첨단 핵융합로조차 지속 목표 시간이 수백 초에 불과할 정도로 개발 초기 단계다. 1억도 이상의 초고온 상태에서 핵융합을 지속시키기 위한 실험은 매우 어려운 기술로 현재 개발로드맵을 따르더라도 2050년 이전 개발이 쉽지 않은 상태이다. SMR의 경우에도 2030년 시험로 건설이 목표인 미국의 Nuscale 社의 원자로가 가장 앞선 원자로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개발 중인 SMR의 경우에도 2028년 인허가 획득과 2030년 수출이 목표라고 하지만, 2012년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또 다른 SMR도 지금까지 국내외 어디에도 실제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그림 3] 2045 시나리오의 전체 발전량과 재생에너지 발전량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에너지전환을 위한 전기화(electrification)이다. 화석연료 사용을 대체하는 에너지원으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전기이다. 자동차와 산업용 에너지 수요 중 상당수는 전기로 대체할 수 있다. 이 전력수요를 감안하면 앞서 에너지효율 향상 등을 고려하더라도 전력수요는 앞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2045 시나리오는 향후 독일의 전력수요를 2018년 611 TWh에서 2025년 541 TWh로 11.5% 감소하지만, 이후 전기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계속 늘어나 2045년 992 TWh로 예측하고 있다. 2018년과 비교해보면 62.4% 증가한 값이다. 현재는 석탄과 갈탄, 핵발전, 천연가스 등을 발전 연료로 사용하고 있으나, 이를 점차 줄여 감에 따라 2018년 216 TWh였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45년 899 TWh로 4.2배나 증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는 2018년 117GW에서 2045년 608GW로 5.2배나 증가한다. 이를 재생에너지 전원별로 보면, 2045년 태양광 발전량이 355 TWh로 가장 많고, 다음이 육상 풍력(309 TWh), 해상 풍력(252 TWh) 순서이다. 해상 풍력이 육상 풍력과 비교해 단일 설비당 용량은 크지만, 북쪽만 바다에 접하고 있는 독일 특성상 해상 풍력보다는 육상 풍력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2020년 독일 전체 발전량이 564.5 TWh고 같은 해 우리나라의 전체 발전량이 552 TWh임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계획은 매우 야심 찬 계획임을 알 수 있다.
2045 시나리오가 빠른 전환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정한 3번째 지렛대는 수소이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하루 중 발전량이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변동성 재생에너지(VRE)라고 부른다. 변동성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해주기 위해 전력망을 분산형 위주로 바꾸고 다양한 국가와 연결하는 등 망 차원의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외에도 전력을 저장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중 많이 언급되는 것이 수소이다. 수소는 배터리나 양수발전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전력 보관이 용이한 에너지 전달자로서의 장점뿐만 아니라, 코크스(탄소)를 사용하지 않고 철강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이나 화학제품을 만들기 위한 원료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에 2045 시나리오는 연료(fuel)와 원료(feedstock)로서 수소가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3. ‘50-50’ 전략 : 온실가스 50% 감축, 재생에너지 발전 50%
2018년 IPCC는 ‘1.5℃ 특별보고서’를 통해 2030년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이상 감축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 대한 권고로 우리나라와 같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고, 경제 규모가 큰 나라들의 경우 더 많은 온실가스 감축이 요구된다. 이에 정의당은 21대 총선 공약과 국회 기후위기 결의안과 기후정의법 등을 통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0년 대비 50% 이상 되어야 함을 강조해왔다. 이를 환산하면 2030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은 약 3.29억 톤이다. 우리나라의 사상 최대 온실가스 배출량(2018년) 7.28억 톤 대비 3.98억 톤 이상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또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한 2017년 대비 24.4% 감축량–허용량 계산 시 5.36억 톤 배출보다도 2억 톤 정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 정도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더욱 과감한 온실가스 저감 계획이 도출되어야 한다. 이 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 감축 여력이 있는 부문이 발전 부문이다. 나라마다 에너지 수급과 소비 상황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에너지전환 시나리오를 1:1로 대응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산업계 에너지 소비량이 많고,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소비 구조를 가진 독일의 사례는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계획에 큰 의미가 있다. 특히 2045 시나리오에서 밝힌 3가지 지렛대 △ 에너지효율 향상과 수요감소, △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화, △ 연료와 원료로서의 수소는 탄소중립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밝히는 주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이중 우리가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이다. [그림 4]는 정부가 2020년 12월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바탕으로 2018년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계산한 것이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최대전력을 중심으로 한 목표 수요를 2020년 89.1GW에서 2034년 102.5GW로 계획 기간(2020~2034년) 동안 연평균 1.1% 증가한다고 설정했다. 그러나 2030년까지 전력 효율 향상 등을 통해 전력수요가 역대 최대 전력수요였던 2018년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전제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였다. 핵발전과 가스 발전 등 비중은 제9차 전력 계획에 포함된 건설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 값으로 사용하였다. 이에 따라 핵발전은 노후 핵발전소가 단계적으로 폐쇄되는 형태를 띠지만, 가스 발전의 경우, 석탄화력발전을 대체하는 형태로 증가한다. 반면 석탄화력발전소는 현재 용량 전체가 2030년까지 일률적으로 감소시켜 2030년 완전한 탈석탄을 이루는 시나리오이다.
[그림 4] 2030년 탈석탄 계획에 따른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시나리오(단위 : GW)
이와 같은 단순 계산을 통해 계산된 필요 재생에너지 용량은 2030년 264.2GW로 제9차 전력 계획에서 설정한 용량의 4.9배(정격용량 기준)에 이른다. 2020년 우리나라 전체에 설치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20.5GW이므로 이와 비교하면, 12.9배에 이른다. 현재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용량을 계산할 때, 정격용량 기준 이외에도 실제 전력수요 피크 시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계산한 ‘실효 용량’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계산된 용량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늘리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추진한 바 있다. 2016년 3.5%였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2020년 6.5%까지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같은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2018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발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37.0%(2억 6,960만 톤)에 이르는 것을 고려할 때, 그중 절대다수를 이루는 석탄화력발전을 완전히 멈추지 않고 온실가스 배출 50% 감축을 이룰 수 없다.
이와 같은 시나리오는 전력 수급에서는 다소 한계를 가진다. 여름과 겨울 전력피크 때 계통에 연결된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수요를 맞추게 되면, 너무나 많은 전력 생산량으로 전력망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즉 1년 중 며칠–더 정확하게는 몇 시간 정도에 불과한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만들게 되면, 나머지 시간에는 해당 발전 설비가 할 일이 없어져–출력제한에 걸리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위의 시나리오는 탈석탄을 이뤘을 때, 필요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최대량이다.
출력제한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력망을 중국이나 일본, 북한, 러시아 등 다른 나라와 연결하여 전력을 수출하거나 ‘그린 수소’ 생산을 늘려 재생에너지 전력생산이 부족할 때 사용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이와 같은 것들을 고려한 세부적인 시나리오를 향후 보완하여 2030년 ‘50-50 전략’을 세부화하는 것들이 앞으로 필요할 것이다.
참고로 2021년 총선에서 독일 녹색당은 선거 공약으로 태양광발전을 매년 10~12GW씩 증설, 2020년대 중반부터는 매년 18~20GW 증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풍력의 경우에는 육상 풍력은 매년 5~6GW에서 시작해서 2020년 중반에는 매년 7~8GW 정도씩 늘려 전 국토의 2%에 육상 풍력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2019년까지 우리나라에 설치된 태양광과 풍력발전 설비용량이 각각 11.8GW와 1.5GW임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용량을 매년 설치하자는 것이다.
4. 재생에너지 발전 50%의 의미
정말 이렇게 많은 재생에너지 발전기가 필요할까? 안타깝지만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의 양이 이토록 많다. 우리나라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소비되는 석탄의 양이 22만 8천 톤에 이른다. 25톤 덤프트럭으로 9,120대에 달할 정도로 많은 양이다. 이와 같은 양을 갑자기 사용하지 않고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체하려고 하니, 당연히 많은 양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필요한 것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50% 혹은 그 이상이 된다는 것의 의미는 이제 태양광과 풍력발전기는 우리 주변에 흔한 돌멩이처럼 많아져야 한다는 뜻이다. 농가 주택에 지붕에 흔히 설치되는 태양광 발전기의 용량이 3kW이다. 독일 녹색당이 공약으로 내세운 매년 10GW를 채우려면, 3kW짜리 태양광 발전소 333만 개가 매년 설치되어야 한다. 이렇게 10년이면, 기존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 외에 대략 3천만 개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현재 설치된 콘크리트 전봇대의 개수가 937만 개이니 현재 우리 주변에 보이는 전봇대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전체 건축물 숫자가 719만 동 정도이니, 면적이 작은 주택에는 3kW, 면적이 넓은 곳은 10kW나 그 이상을 설치하여, 사실상 모든 건물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야 한다. 유휴지 상태인 고속도로, 철도 인근 등 햇볕이 잘 들고 값싼 땅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 이런 상황을 불가능하다고 할 수도 있고, 흉물스러운(!) 태양광 패널을 그렇게 많이 설치할 바에는 차라리 눈에 안 보이는 먼 곳에 핵발전소를 설치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
풍력발전 역시 마찬가지이다. 햇볕만 있으면 설치가 가능한 태양광발전과 달리 풍력발전을 설치할 수 있는 장소는 제한적이다. 해상의 경우, 육지에서 멀리 떨어질 때 좋은 장소가 많지만, 육상의 경우는 조금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몇몇 장소(아무리 에너지가 부족하다 한들 경복궁 한복판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를 제외하고 풍력발전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왜 이렇게까지 탄소중립을 해야 하는가?’, ‘이 어려운 작업을 누가 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이를 극복하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사람이라면 전자의 질문은 오히려 간단할 것이다. 그간 우리가 깊게 고민하지 않은 것은 후자의 질문 – 누가 이 어려운 작업을 할 것이냐는 것이다.
현재 설치되는 태양광, 풍력 사업은 거의 대부분 민간기업이 추진하고 있다. 현재 생산 전력의 3/4이 공공부문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석탄이나 핵발전 등 점차 줄어들 에너지원을 이용한 발전이다. 점차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하고 있으나, 그동안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공기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 반면 국내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외국 공기업이나 투자사 등이 적극적으로 국내에 진출하고 있다.
전력산업은 기본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갖는 특성이 있어 앞서 언급한 3kW짜리 태양광발전 3천만 개를 설치하는 것보다 100MW짜리 대규모 태양광발전 100개를 설치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물론 태양광 100MW를 설치할 수 있을 만큼 큰 땅을 찾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그렇다. 이렇게 대규모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수 있으려면, 땅값이 저렴한 농촌으로 태양광 발전소가 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전력 생산지역과 소비지역이 분리되었던 ‘원거리 대량 수송’ 시스템이 재생에너지 시스템에서도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
또 민간기업 위주의 재생에너지 설비는 지역주민들의 이익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방적인 전력생산으로 이어질 것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업자는 해당 지역에서 이익을 보고, 지역주민들은 건설이나 운영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악순환은 현재 에너지 시스템에서도 많이 보이는 모습이다. 이와 같은 방안을 극복하는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단순히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만큼 중요할 것이다.
5. 소결 : 공룡과 개미군단 협력이 필요한 재생에너지 발전 50%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다. 100년 이상 사용해 온 인류의 중요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이 글에서 다룬 내용은 그 중 극히 일부이다. 국가 간 전력망 연결을 통해 망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 기존 대규모 발전 설비와 소규모 분산형 설비인 재생에너지가 연계하는 방안, 재생에너지 촉진을 위한 전력시장 개편 방안, 이 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과 지역사회 연계 방안 등 아직 다루지 못한 주제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길 말고는 없다’라는 절박함이다.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길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미래세대는 물론이고 현세대조차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이 복잡하고 어려운 길에는 결코 왕도가 없다. 몇 가지 핵심적인 요소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면, 이미 누군가 했을 것이다. 매우 지루한 과정이겠지만, 기존의 방법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전력 공기업이 의미 있는 규모로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이다. 국민의 대부분은 전기요금을 전기세라고 부를 정도로 전력의 공공성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또한 확고한 나라이다. 거대 공룡인 공기업이 그동안 변화를 주도해오지 못한 한계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역으로 그 큰 힘을 잘 활용한다면 다른 나라보다 20~30년은 늦은 탄소중립 과제를 더 빠르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민간기업의 적절한 전력시장 참여는 경직된 전력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농번기에는 부지깽이도 춤춘다는 말이 있다. 그 말처럼 바쁠 때는 너도나도 힘을 보태야 한다. 온실가스 50% 감축과 재생에너지 발전 50%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방안을 거대 공룡과 개미군단이 역할 배분하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보았으면 한다.
[참고문헌]
탄소중립위원회 (2021),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
산업통상자원부 (2020),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
IEA (2021), 「Monthly electricity statistics」
Prognos, Öko-Institut, Wuppertal Institut (2021), 「Towards a Climate-Neutral Germany by 2045. How Germany can reach its climate targets before 2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