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그린뉴딜발간물보다정의
-
『보다 정의』 창간호
기후위기 시대의 과제와 쟁점
- 입력 2021.09.01 17:00 조회 4165
- #기후위기#그린뉴딜#발간물#보다정의
-
- 보다_정의_창간호-210901.pdf
태그
공유하기
목차
<보다 정의> 창간호 권두언
임정기 (정의정책연구소 부소장)
정의정책연구소가 진보적 사회를 만들어갈 정책적 난제들을 논의하기 위해 이론지를 준비한 지 1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그간 <보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창간준비호를 발간한 지 횟수로 3회, “21세기 한국사회 진보정당이 추구해야 할 복지국가의 기본얼개”, “플랫폼 자본주의의 실태와 정책적 대안 모색”, “제6공화국을 넘어 새로운 공화국으로”의 주제로 지금 여기 우리가 놓인 상황에서 더욱 깊게 들여다보아야 하는 내용을 엮어 보았다. 어려운 첫 발걸음에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었고 <보다 정의>를 통해 더 많은 소통을 하게 되었다고 믿는다. 이제 다시 새롭게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첫 창간호를 발간하게 되었다. 그 첫 주제로 20대 대선을 준비하며 기후위기를 주요 의제로 삼기 위한 노력을 담았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시민의 노력과 진보진영의 선도적 의제는 보수정당의 정치 역학에 의해 왜곡되어왔다. 대표적으로 복지와 기후위기가 그러하다. 좌우 진영 모두 동색으로 보이는 이유도 그러하다. 그래서 이제는 너무나도 피로하고 지친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사람이 빠져 있고, 민주주의가 빠져 있고,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고, 따라서 해결하는 방식이 너무나도 다르다. 촛불민심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는 시민의 일상과 상식을 가장 배반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19 팬데믹은 개인과 자국을 뛰어넘어 전 세계가 함께 대처할 재난에 대해 경고한다. 이제 우리는 기존의 시스템을 벗어나 긴 호흡으로 우리가 만들어내야 할 새로운 세상에 대한 상을 만들어내야 할 시기이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 바른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것을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20대 대선에서 바로 이러한 사회개혁의 비전을 반드시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보다 정의> 창간호는 새로운 공화국의 비전을 만들어 낼 20대 대선의 주요 의제로 기후위기에 대해 논의해 보기로 하였다. 특히 다양한 주체와 관점을 포함하기 위하여 좌담회를 시작으로 활동가들의 입장을 정리해 보았다.
먼저 “어떻게 기후대선을 만들 것인가”라는 주제로 김병권(정의정책연구소 소장, 사회자), 강은빈(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 김선철(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 김현우(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이헌석(정의당 기후정의·일자리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모여 기후대통령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기후위기가 왜 주요 이슈가 되지 못하는지, 구체적 정책목표와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지 등을 논의했다. 또한,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핵발전 주장과 성장 담론에 대한 대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구체적 방법, 기후위기와 지역의 회복, 일자리, 기후위기대응의 주체 등을 논의하면서 기후위기에 있어 이번 대선과 정치의 역할을 생각해 보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그간 기후위기가 정치화되지 못했고, 이러한 배경에는 5년 단임제의 대통령제도 한몫을 하고 있다. 재해와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과 정치개혁도 뒷받침이 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무엇보다도 기후위기가 시대정신이 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 속에 담론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며 특히 청년세대와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세상에 대한 상을 만들어가는 소통이 필요하다. 청년세대는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대해 정치권과 기성세대에게 책임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상, 지역의 회복과 지역공동체의 부활, 지역 내 일자리, 노동의 변화, 일상의 변화 등 모든 삶의 변화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이 이러한 다양한 목소리와 이해를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목표와 수단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본 호에서는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탄소세의 도입과 그린뉴딜에 대한 논의, 녹색전환을 위한 목표 등에 관한 주장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핵발전 이슈, 자동차산업의 변화 과정에서의 정의로운 전환, 기후위기와 지역사회운동의 쟁점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동한은 기후위기 극복에 중심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제도로 탄소세의 의미와 효과, 그리고 바람직한 설계방안을 제시하였다. 탄소세는 탄소배출량에 비례하여 세금을 부과해 가격을 인상시킴으로써 경제적 선택을 제한하는 정책수단으로 전 세계에서 30개의 탄소세가 운영 또는 도입예정으로 있다. 탄소세 부과는 가격의 변화를 이끌고 기업의 참여와 소비자의 행동 변화, 나아가 산업 생산방식의 체계적인 변화를 유도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이 직접적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탄소세는 소득역진적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의로운 전환 방안이 함께 모색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필자는 정부가 추가 세수를 통해 온실가스 저감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활동과 부의 재분배를 위한 배당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
김병권은 기후위기를 위한 정책방안으로서의 그린뉴딜의 수준과 규모를 논하면서 녹생성장과 탈성장에 대한 입장들을 소개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경제시스템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개입이 필요하며 이러한 개입의 수준이 투자와 혁신만으로 가능한지, 아니면 탈성장과 같은 기존경제관 자체를 흔드는 변화가 요구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폴린과 해리슨은 과감한 공공투자와 산업정책을 중심으로 기후위기에 대처하자는 ‘녹색성장 방식의 그린뉴딜’을 주장하며 재생에너지 생산과 에너지 효율화, 노동집약적 산업투자에 초점을 두고 기존 성장률과 일자리 확대를 제안한다. 반면 칼리스와 같은 탈성장 주창자들은 “자본주의적 성장추구와 기후완화가 서로 충돌”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볼딩의 ‘우주인 경제’, 록스트림의 ‘작은지구와 큰 세상’, 그리고 데일리의 ‘정상상태의 경제’는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성장중심에서 탈피한 미래사회의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제대로 기후위기 해법이 되기 위한 그린뉴딜 정책에 어떤 내용이 핵심적으로 담겨야 하는가? 필자는 성장이냐 아니냐는 담론보다는 구체적 실천방안이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에너지, 산업, 도시에 대한 단기간의 획기적인 공공투자와 함께 탄소가격제, 성장주의에 대한 문제제기와 단기수익형 기업모델의 변경, 소비에 대한 규제, 과감한 재분배와 노동시간 축소, 일자리 나누기 등이 함께 논의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탈탄소화 과정이 사회적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정의로운 전환이 되어 시민이 기후위기 운동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헌석은 녹색전환을 위한 필수목표를 ‘2030년 재생에너지 50%’로 삼았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세계 각국은 재생에너지 보급확대에 뛰어들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와 핵발전을 대체하는 핵심적인 자원이다. 그런데도 국내에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논의는 정치적 논란이나 무분별한 정책 시행으로 오히려 ‘녹·녹 갈등’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이 미비하다. 필자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소비형태를 가진 독일의 연방기후보호법을 사례로 강력한 탈탄소 전략과 시나리오를 소개하고 있다. 독일은 기후위기가 젊은 세대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을 전제로 탄소중립 시점과 목표를 강화하였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 50% 감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완전히 멈추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으며, 이러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필요하다. 대체 에너지 중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량의 50%에 달하는 목표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태양광과 풍력발전기가 우리 주변에 돌멩이처럼 많아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재생에너지 50%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공약과 함께 공기업 등 거대 공룡과 개미군단이 적극적으로 역할 배분, 협력해야 한다고 필자는 강조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탈탄소 전략과 함께 대체 에너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대체 에너지로 재생에너지와 핵발전 등에 대한 논의가 뒤따르게 된다. 김현우는 ‘핵으로 기후를 괴롭히지 말라’는 주장처럼 핵발전이 가지는 위험성에 착안하여, 보다 안전하고 민주적으로 서로 돕고 더 오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IPCC 보고서에서도 핵발전은 태양광, 풍력, 배터리기술 등에 비해 기술성, 경제성, 사회적 수용성 모두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플랜 드로다운 보고서에도 핵은 후회막심한 해결책으로 보고하고 있다. 위험하고 더럽고 느리고 비싼 핵발전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이러한 핵발전에 대한 투자는 결국 경제와 기술이 아닌 정치의 문제이다. 필자가 독일의 사례에서 보고하듯이 핵발전에 대해 사회적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회피되어 왔던 기후위기 대응 관련 수많은 이슈가 대선과정에서 보다 정직하게 논의되어야 할 것이며 기업과 시민, 지역과 노동자들은 이 이슈를 어떻게 보고 새로운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후위기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산업, 그 일례로서 자동차 산업의 전환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 이성희는 기후위기와 기술의 변화로 자동차 산업이 소유에서 공유로, 전기차로 전환하는 전동화, 연결과 자율주행 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특히 온실가스 배출규제로 전기차의 급격한 생산 확대, 내연기관차 감소가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산업 관련 일자리의 변화를 경험하게 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은 기후위기에 따른 변화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며 기후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선별적이고 집중된 투자와 산업, 고용의 전환과정이 정의롭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의 자동차 노동전환지원방안은 민간의 자발적인 노력을 지원하는 수준이며 산업전환에 대한 책임성 있는 추진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필자는 일자리 전환지원의 조건으로 고용유지 의무화, 전직 가능 교육시스템, 조직퇴직제도, 공공일자리나 사회적 일자리 제공 등을 보완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자동차 산업의 주체로서 노동자들이 지역협의체와 산업협의체의 구성을 요구하고 적극 참여하여 인간과 기술의 조화를 위한 생산방식의 전환을 쟁취하고 그 과정과 결과가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도록 할 것을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전환을 위한 가장 핵심적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지역 운동은 어떠한가를 살펴보았다. 김소영은 태양광 에너지 전환 지역 운동 사례를 생생하게 소개하였다. 지역 에너지 전환 운동에서 중요한 것은 홍보와 정확한 정보와 안정적인 서비스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지역주민들이 에너지를 전환할 수 있도록 하기까지 의논 파트너 조직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신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역주민의 동의와 인식이 실천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이며 이 과정에서 활동가의 설득과 의지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동작구의 사례는 공공기관의 의지와 부처 간 협의 등도 지역활동에 있어 주요한 부분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힘든 과정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활동가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달하며 향후 지역에서 다양한 기후위기 대응 사례가 만들어지고 공유될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
이상의 논고를 통해서 이번 대선은 우리 모두가 가정에서, 지역에서, 직장에서,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생활양식과 시스템에 대해 꿈을 꿀 수 있는 물결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