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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물보다정의

『보다 정의』 제5호

3고X윤석열, 위기의 민생과 대책

 


<권두언>


임정기(정의정책연구소 부소장)
 

  문재인 정부의 실권은 어쩌다 대통령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를 바로 잡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은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주요보직에 임명하면서 용산 집무실 이전과 경찰에 대한 정부 통제 강화, 서해 공무원 사건 재심 등 전 정부와 여야 간 갈등에 매몰되어 있다. 국민이 불러냈다는 대통령은 코로나 19 이후의 새로운 삶에 대해 이렇다 할 전망과 대안을 내놓기는커녕 불통과 오기로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 이전 제도에 대한 이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전혀 새롭지 않은 추상적 단어를 나열하고 있는 현 정부가 산적해 있는 사회문제를 풀어낼 의지와 관심이 있는지 국민의 실망과 우려가 매우 크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19와 경제적 위기에 각국은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대응했는데 이에 따른 통화량 확장에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에 따른 공급망 교란등이 겹쳐 인플레이션 등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를 야기시키고 있다. 3고로 인한 민생의 위기는 그간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가치를 높이고자 투자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상의 삶과 경제 영역에서 노동자, 임차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사회·경제적 약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3고의 영향은 당분간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노동정책과 산업정책, 조세정책, 가계부채 및 주거 정책 등에 대해 새로운 대책을 요구하게 된다. 
  이에 <보다 정의> 5호는 3고 등이 초래한 위기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지적과 대안적인 정책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3고 X 윤석열, 위기의 민생과 대책”을 기획하였다. 본 호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연구자들이 국내와 해외사례를 진단하고 이에 기반해 진보적인 대안을 마련해 보고자 하였다. 

  먼저 오종석(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은 위기의 시대에 어떻게 회복력을 갖출 것인지에 대해 논하고 있다. 최근 15년 동안 세계경제는 벌써 세 번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위기의 일상화에 회복력을 갖추기 위해 세계경제와 한국경제가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으며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통상적 인플레이션 대책으로 얘기되는 긴축재정은 현재의 경기침체에 적합하지 않기에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처방한다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현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위기는 경기 호황기에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코로나 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야기된 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미국의 사례를 통해 재정지출의 재원을 다양하게 만들어 통화에서의 긴축과 함께 재정지출을 확장하는 정책결합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거시경제정책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제도에 개입하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것도 필요한데, 미국과 독일의 사례를 비교하면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통한 고용안정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진보정당이 주목할 점은 경기변동에 대한 회복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고용안정화를 위해 교섭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강국(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다양한 위기에 의한 공급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 위기로 진단하였다.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은 우선, 긴축재정을 시도하며 생활필수품의 가격상승 억제와 같은 미시정책이 함께 시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유가 시대에 대한 대응으로 독일과 스페인은 한시적으로 대중교통 이용을 무제한 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영국이나 이탈리아, 헝가리 등 유럽국가들은 정유사들의 과도한 이윤에 대해 횡재세를 매기기도 하였다. 긴축재정은 경기후퇴와 가계부채를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윤석열 정부의 민생안정대책을 통한 간접지원방식이 아니라, 직접적인 지출방식을 확대할 것을 주장한다. 특히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이윤증가가 임금인상보다 더 높으며 이러한 결과가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 연구결과를 소개하면서, 금리를 인상시키기 보다는 글로벌 공급망의 회복을 기다리며 독립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진보적 대안으로는 정유사 가격설정에 대한 규제 등 공공 부문의 가격통제, 농축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지출확대, 납품단가 연동제의 제도화와 함께 공공투자 확대에 기초한 총공급 확대방안이 필요하며, 증세를 통한 취약계층 지원 또한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어떠한 경제정책을 가지고 있는가? 류성재(서울연구원 초빙연구위원)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이 치솟는 물가에 대해서 형식적 대응에 머물러 있으며 실질소득 하락 보조, 저소득층 생활지원, 기업담합에 대한 적극적 대응 등 비상한 대응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비판한다. 고물가에 대한 비상대응이 필요한 시기, 전기요금 통제 등은 경제주체 간 고통 분담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엉뚱하게 한국전력 민영화 논란이나 야기했다고 비판한다. 고금리에 대한 대책은 어떠한가? 한국은 국제금융협회가 발표한 가계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경제성장의 논리로 부채감축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며 단순히 증가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는 저성장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축 일관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세금규제를 낮추는 것은 재정수입 감소를 가져올 것이며, 감소된 수입은 지출을 감소시킬 것이다. 어디서 어떻게 지출을 감소시키겠다는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손종필(나라살림연구소 전문위원) 또한 ‘2022년 세법개정안’과 ‘2023년 정부예산안’을 중심으로 정부의 재정정책의 방향을 가늠해 보았다. 2022년 세법개정안은 대폭 감세가 주요 골자였는데, 특히 대기업과 부동산에 대한 감세가 주를 이룬다. 2023년 정부 예산안에서는 건전재정을 강조하면서 보건복지, 고용분야의 예산과 지출의 증가율이 대폭 감소하였다. 세계 최고의 가계부채 증가율, 1998년 이후 최고의 물가상승률, 고공행진 중인 환율로 인해 고달픈 국민의 삶을 보살펴 줄 수 있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에 필자는 재정정책이 대기업·부자 감세 기조를 철회하고 여전히 확장적 재정 기조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며, 고부담-고복지로 가기 위한 재정전략을 가지고 서민의 삶을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3고 시대에 거시경제정책도 중요하지만, 미시적 노동정책 또한 중요하다. 박주영(민주노총 볍률원 부원장)은 현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분석하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방안은 크게 근로시간 유연화 확대와 성과급 임금체계 개편이다. 이는 불평등 구조에 대한 원인 분석 없이 개인의 능력에 따른 공정보상을 의미한다. 노동수요독점 하에서는 능력에 따른 임금협상이 공정하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며, 차별해소 없는 임금체계개편은 계층화를 가중시키고 노동시장 양극화의 주범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근로시간 제도 설계에 있어 월단위 근로시간 규율,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 연장, 특정 직종 근로시간 규제면제 등은 장시간 과로노동으로 인한 위험사회를 개선하려던 그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다. 필자는 유럽의 근로시간 사례를 소개하면서 한국의 장시간 노동 상황과 1일 단위의 규제 부재, 단체협약에 의한 신뢰와 사업장 전체의 집단적 공동결정을 전제로 하지 않는 점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과로사회라는 결과를 바꾸기 위해서는 사회적 차원의 일자리 나누기 촉진정책과 근로시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적정근로시간 규제가 필요하다. 보편적 노동권으로 적절히 쉬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함께 장시간 노동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노동조합의 참여, 자율권한을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고의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시경제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뿐만 아니라, 고금리와 고유가가 미치는 다양한 국면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다. 특히나 고금리는 현재 한국사회의 집값 변화에 따른 가계부채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김성달(경실련 정책국장)은 고금리일 때도 집값이 상승했던 경험을 보여주며, 단순히 금리인상만으로 집값이 안정화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주택소유 편중과 분양가격 거품, 주택공기업 특권 등이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협하는 원인이라고 본다. 따라서 고금리 시대 주거안전망 확보를 위해서는 LH개혁을 통한 공공주택 공공성 강화, 30년 이상 장기임대와 건물분양 주택 확대, 주거비 지원확대 등 주거권 강화, 소비자 중심의 후분양제 도입 등이 더욱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고유가 대응은 어떠한가? 이헌석(정의당 기후정의행동 추진위원장)은 고유가 시대에 유류세와 전기요금 인하만으로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고 본다. 낮은 유류세와 전기요금은 오히려 대기업과 가진 사람을 위한 정책에 가깝다.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대기업이 세금을 더 많이 낼 수 있어야 하며, 자동차를 소비하는 집단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집단에게 유익할 수 있도록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국의 선례가 보여주듯이 대중교통 무제한 패스 지원, 횡재세 등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사회적 약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에너지 가격정책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야 하며, 기후위기와 불평등은 하나의 문제로 얽혀 있으므로 이를 해결해 가는 과정은 결국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진보적 대안 모색과 사회화 과제를 이동한(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 제안하였다. 필자는 불평등 해소를 위하여 경제적 단계(생산이전, 생산, 생산이후 단계)별로 개입하는 정책과 소득분배 대상(계층)별로 개입하는 정책을 분류하였다. 이 두 차원은 정치와 상호작용하며 불평등의 원인과 정책평가, 우리가 그리는 사회상을 반영하여 결정된다. 필자는 최근 연구결과를 인용해 임금인상이 오히려 생산성 제고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양적완화와 같은 정책에도 임금상승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노동자의 권력약화 때문이었다는 주장을 소개한다. 이러한 노동자 권력약화를 가져온 주요 원인으로는 재벌기업 확대와 플랫폼 기업의 등장을 언급하면서, 노동중심에 기반한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소개한다. 사회보장법의 강화, 노동권보장과 산별교섭을 법제화하는 노동법 개혁, 노동자의 이사회 참여와 노동자 소유의 확대 등 상법 개선, 플랫폼 노동자 협동조합과 같은 대안적 생산 모델로의 전환을 제시하였다. 3고의 시대에 더욱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의당이 그리는 사회여야 할 것이다. 

  코로나 19와 그에 따른 위기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지금, 다시 유례없는 폭우에 따른 재해로 반지하 가족이 참사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재해와 위기가 자본의 이기적 성장과 결합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소용돌이 속에 빠뜨리고 있다. <보다 정의> 5호가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무기를 만드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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