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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돌봄 일자리보장제, 그리고 지역순환경제
- 입력 2022.12.15 13:29 조회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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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돌봄 일자리보장제 그리고 지역순환경제-이동한 박항주.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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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한 (제1필자)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과 노사관계의 변동, 협력의 진화 메커니즘을 다루는 진화게임이론, 노동자의 권한 강화와 기업 소유에 관한 대안적 기업지배 모델에 관심을 두고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박항주 (제2필자) 정의정책연구소 기후위기대응센터장
- 생태주의 여정을 시민들과 함께하고, 다양성·연대·자유·평화·민주주의 등의 녹색가치를 제도화하기 위해서 연구·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생태주의 관점에서 사회경제, 지역순환경제, 돌봄경제 등 대안경제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1. 서문: 3고와 경기침체, 불평등·기후위기, 경제정책 체제의 전환
각종 경제 지표와 전문 기관들은 우리 경제가 소비위축과 기업실적 악화로 인한 심각한 경기침체(주 : 자본주의 경제의 특징 중 하나는 호황과 불황을 지나는 경기변동을 일으킨다는 데 있다. 예외와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경기 불황은 물가상승과 이자율 증가를 시작으로, 기업의 판매 둔화와 이윤 감소, 채권가격의 하락과 자금 압박, 이로 인한 유통화폐량의 부족(상업공황), 그리고 판매 부진과 기업 파산(산업공황)과 실업증가에 의한 개인파산, 최종적으로 금융기관의 위험(은행 공황)을 순서에 따라 겪는다.)를 겪을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우리가 겪게 될 경기침체가 기존과 다른 점은, 물가 상승이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매우 충격적인 경제외적 변수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다.(주 :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로 비대면 산업의 급격한 확대와 대면 산업의 침체라는 디커플링은 산업의 혼란스러운 재편을 가져왔고, 정부의 재정지출,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의 증가를 초래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원료 및 원자재 가격의 급등을 초래했고 이런 공급 측면의 충격은 고물가와 고금리, 그리고 고환율로 이어졌다. 미국의 고금리 정책은 환율의 급등으로 이어졌고, 수입 가격 상승은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겨 국내 금리 인상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공급측면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 억제에 급급했던 각국 정부의 대응은 3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나타났다. 서민들은 대출을 갚는 데 많은 소득을 지출하고, 기업들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개인과 기업의 파산, 대량의 실업 사태는 개인의 삶과 가정의 파괴를 의미한다. 더구나 우리는 경제 체제와 지구생태시스템의 위기를 의미하는 고령화, 지역소멸, 불평등, 기후위기 문제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의 지출 압력은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경기회복과 일상의 회복을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공공 지출이 필요하다.
최근 3년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돌봄의 필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돌봄의 영역이 얼마나 광범위한지 알게 되었다. 코로나19는 감염된 사람(취약계층)에 대한 돌봄뿐만 아니라, 환자의 가족과 지역사회(이웃, 친구, 동료 등) 돌봄의 필요성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리고 가정과 직장, 학교 등 다양한 장소에서의 돌봄이 우리의 삶을 유지하는 데 왜 필요한지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돌봄노동이 유급이든, 무급이든(가족, 공동체 등) 매일 제공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19 위험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내년의 경기침체는 기존 경기침체와 다른 형태로 서민들의 삶을 더 고통스럽게 할 것이며, 돌봄과 일자리에 대한 보장의 필요성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경제가 회복되려면 소비가 늘어나고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높은 실업률과 유효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를 회복으로 이끄는 힘은 새로운 산업 부문의 등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고통받는 시민의 삶을 개선할 새로운 사회보장 확대가 필요하다. 시장 영역 밖에 있던 사람 돌봄과 지구 돌봄(탈탄소화, 종다양성)을 그 안으로 포용함으로써 경제를 회복 국면으로 이끄는 지렛대가 필요하다.
이글은 돌봄이 가정과 지역, 지구 공동체를 회복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경제정책이라는 입장에서 돌봄의 의미를 이해하고, 상호성과 지역성의 특성을 가진 돌봄과 지역순환경제의 관계를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경기침체 국면에서 사회취약계층의 소득과 복지를 증가시킬 수 있는 일자리보장제를 지역소멸·불평등 해소를 위한 지역순환경제와 관련하여 소개한다.
2. 보편적 기본서비스로서의 돌봄, 상호의존성과 지역성
돌봄의 위기를 이해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결성된 ‘더 케어 콜렉티브(The Care Collective)’라는 비영리 단체에 따르면, ‘돌봄’은 사회적 역량이자, 복지와 번영하는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보살피는 사회적 활동이기 때문에, 돌봄을 삶의 중심에 놓으면 우리는 상호의존성을 인지하고 포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결국, 돌봄에 의해 형성되는 공동체의 핵심 특성은 상호지원, 공공공간, 공유자원과 지역민주주의로 나타나게 된다.
‘돌봄경제와 경제 연구네트워크(Carework and the Economy, 2021)’는 돌봄노동을 모든 사람(젊은이와 노인, 신체가 건강한 사람, 장애인, 연약한 사람)의 건강, 복지, 유지 및 보호에 필요한 일과 관계로 광범위하게 정의한다. 이 정의의 핵심은 돌봄이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이며, 비용을 지불하든 하지 않든 돌봄은 일상적인 경제사회적 활동이라는 점이다. 체르네바(2020)는 지역의 곳곳에서 돌봄 일손이 언제나 ‘부족’하다고 단언하고, 지역의 부족한 일손을 ‘돌봄’ 일자리라는 개념으로 통합하는데, 여기에는 사람돌봄, 지역사회(공동체)돌봄, 그리고 환경돌봄까지 포함된다.
안나 쿠트와 앤드루 퍼시(2020)에 따르면,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공공 필요와 집단 책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시장 가치와 개인적 지불에 근거한 그 어떤 복지제도 보다 지속가능한 실천을 하는 데 적합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들에게도 가치가 있다.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의미와 일치한다. 돌봄서비스는 서비스의 지불능력이 아닌 필요에 따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일부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고, 기타 서비스들은 무료제공이 아니라 ‘이용가능한 자격’(저소득층 등)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공공 및 집단적 자금지원이라는 원리가 구성된다.
돌봄정책의 대표적인 모델인 지역사회돌봄(community care)은 기본적으로 보육시설, 학교, 보건소(지소), 병원, 종합재가센터, 주민건강센터, 운동·여가시설 등 지역과 밀착된 생활 기반시설을 통해 제공된다. 돌봄이 지역의 생산과 소비를 연결해 주고, 새로운 직종의 일자리를 만들어,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주 : 국제노동기구(ILO)는 단순히 사회인구학적 변화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돌봄 관련 일자리가 전 세계적으로 2억 600만 명에서 3억 58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가 교육, 건강, 장기 요양 및 성평등에 대한 UN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원을 투자한다면 돌봄 관련 종사자는 4억 7,500만 명으로 훨씬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돌봄 대상자(육아, 아동, 노인, 장애인 등)의 ‘필요’를 적시에, 충분히,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각 대상자들이 요구하는 필요서비스를 구성하고 집행하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제공 주체(병원, 요양기관, 보건소, 협회 등)와 연결기관(행정 등), 대상자 간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전달체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재정과 인력,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주민이 살던 곳에서 아동·성인·장애인 돌봄 등 주민의 필요에 맞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돌봄은 지자체뿐만 아니라 지역의 자활기업, 의료생협, 소비자협동조합, 공제회 등의 사회적경제 조직과 연계하여 제공될 수 있다. 사회적경제는 민간시장부문과 공공부문 사이에 존재하는 경제활동영역이며, 공유·공동소유·노동자소유 등 다양한 소유형태를 가지며 조합원·노동자 등의 1인1표 등의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가진다. OECD는 2022년 ‘사회연대경제 및 사회혁신 권고안’을 발표함으로써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3. 지역순환경제
지역순환경제는 지역경제의 동력을 지역에서 찾는다는 의미에서 주민자치와 지역자원을 활용하는 내발적 발전의 개념이다. 1975년 유엔에서 처음 사용된 내발적 발전의 주요 특징은 ‘필요 지향성’, ‘지역 내생성’, ‘자립성’, ‘생태적 건전성’을 통해, ‘사회적·비경제적·공간적·권력구조를 전환’시킨다는 것이다.(주 : 내발적 발전이라는 용어는, 1975년 UN경제특별총회에 제출된 다그 함마르셸드(Dag Hammarskjöld)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고, 1977년 Dag Hammarskjold Foundation은 『Another Development, Approaches and Strategies』에서 발전에 대한 다섯 가지 특징을 제시하였다. (1) 물질적이고 비물질적인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 지향적이다. (2) 내생적, 즉 주권의 가치와 미래의 비전으로 정의되는 사회의 핵심에서 비롯된다. (3) 자립, 즉 각 사회는 구성원의 에너지와 자연 및 문화 환경 측면에서 주로 자신의 힘과 자원에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4) 생태적으로 건전한, 현재와 미래 세대에 부과된 지구적 및 지역적 외부 한계뿐만 아니라 지역 생태계의 잠재력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생물권의 자원을 합리적으로 활용한다. (5) 사회적 관계, 비경제 활동 및 공간적 분포뿐만 아니라 권력 구조에서 요구되는 구조적 전환에 근거한다. (Do My Hien, 2007))
최근 기후환경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많아지면서, 순환경제의 개념은 원료물질투입과 폐기, 에너지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물질과 에너지 순환에 초점을 맞춘 지속가능한 국가·도시·지역에 사용되기도 한다.(주 : 순환은 지구적 시스템에서의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 자본주의 체계에서의 생산-유통-소비-폐기라는 생산과정에서의 선형적 경제모델에서 원료투입량과 폐기물, 에너지손실을 최소화하는 물질과 에너지순환, 자원배분 측면에서 사회적 생산물의 소유와 이용의 순환, 사회적노동 나눔 측면에서 관계형성순환 등 다양하고 층위적인 순환을 가지고 있다. 개별적인 순환구조가 복합적으로 상호작용되기 때문에 순환개념도 상대적으로 규정된다. 본고에서는 생산과정, 자원배분 측면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김은아·민보경(2022)은 “순환경제는 기존의 Take-Make-Dispose 또는 자원채굴→생산·조립→유통·소비→폐기로 이어지는 선형적 경제모델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원료 투입량과 배출 오염물(폐기물), 에너지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물질과 에너지가 순환하는 시스템”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접근은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순환경제가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 이후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으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2015)는 순환경제를 ‘제품, 소재, 자원의 가치가 최대한 유지되고,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정의했다(김은아 외 2022).
그리고 내발적 발전 개념의 선상에서 지역순환경제에서 순환은 ① 지역 내 은행(지역공공은행) ‘자금’이 그 지역의 자금수요자들에게 투·융자될 수 있도록 하며, ② 지역 안에 기반을 둔 기업들로부터 지역 내 거점기관(관공서, 의료, 보육, 문화예술)의 ‘소비 품목’을 조달함으로써 지역의 생산물 소비를 조정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③ 교육 시스템(지방 국공립/도시립 대학)과의 연계성을 강화해 ‘양질의 인력’을 지역 내에서 양성할 수 있도록 하고, ④ 지역 내 ‘소득’이 그 지역 안에서 소비되도록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자원의 지역 외 유출을 막고 지역 내 순환을 강화하는 것이다(양준호 외, 2022).
특히 지역거점 기관은 기업의 이익이 곧바로 조합원 노동자의 이익이 되는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사회적기업, 생활협동조합, 생산자협동조합 등)에게 선정 과정에서 가산점을 부여함으로써 개인과 공동체가 기업을 통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있다.
지역순환경제는 지역에서 만들어진 자본과 이윤의 외부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재투자를 통해 지역의 생산과 소비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이 과정이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구조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지역 내 생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함으로써 지역순환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는 영국의 프레스턴시를 들 수 있다.(주 : 2016/17년 회계연도에 프레스턴시 내에 보유된 조달지출이 1억 1,230만 파운드로 2012/13년에 비해 7,400만 파운드 증가하였다. 2016/17년에 프레스턴을 포함한 랭커셔주 내에서의 조달지출 중 4억 8,870만 파운드가 보유되었는데 이것은 2012/13년에 비해 2억 파운드가 증가한 금액이다. 이것을 비율로 나타내면 2016/17년 분석결과는 2012/13년 이래 5년 동안 지역적으로 보유된 지출이 프레스턴 내에서 5%에서 18.2%로, 랭커셔 내에서 39%에서 79.2%로 증가한 것이다.) 그리고 사회경제조직 간의 생산물과 소비의 조정을 통해 지역 내 순환구조를 이끈 국내 사례로는 원주생명농업과 두례생협연합회 활동을 들 수 있다(박창규 외 2022).
지역순환경제는 시장을 통한 생산과 소비의 조정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사회적조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경제조직인 협동조합, 공제회 등의 역할이 강조된다. 이러한 특성은 지역순환경제와 돌봄을 연결시켜준다.
4. 일자리보장제와 돌봄 기업: 침체된 경기를 회복으로
실업이 어떻게 불평등과 빈곤을 만들어내는지, 불평등과 빈곤이 어떻게 인간 사회를 파괴하는지 인지하고 이해한다면,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서 정부는 적극적 확대재정정책과 국가 일자리보장제와 같은 고용정책을 펴야 한다.
김정훈 외(2021)에 따르면, 일자리보장제 도입 시 성장률이 평균 0.87% 상승하고, 66.7만~107.9만 명의 신규고용이 창출된다고 한다. GDP 대비 정부 재정수지는 연간 1.3%~1.6%p (평균 1.5%p) 악화되지만, 조세제도 정비 등을 통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체르네바(2020)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일자리보장제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GDP의 1~1.5%로,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큼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여기에 시장과 기업에 의존해 온 기존 실업 대책이 실패했다는 점을 더하면, 정부가 최종 고용자로 모든 실업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제안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일자리보장제는 정부가 일할 의사가 있는 시민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보장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일자리보장제는 거시경제 차원에서 실업의 사회적비용을 감소시키고, 복지제도 측면에서는 고용자 중심으로 설계된 사회복지제도의 사각지대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일자리보장제의 핵심은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임금과 사회보험 혜택, 돌봄 패키지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김정훈 외, 2021).
한편, 일자리보장제는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정책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역사회 ‘필요’라는 관점에서 돌봄 일자리는 사람돌봄, 지역사회(공동체)돌봄, 그리고 환경돌봄 등을 포함하기 때문에 충분히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먼저 사람돌봄 일자리에는, 노인 돌봄, 방과후 학교, 환자나 장애인 등에 음식배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아이들, 위험 청소년, 퇴역군인, 출소자, 장애인 등을 위한 특별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이 해당한다. 지역사회돌봄에는 노후 주택을 에너지 효율적인 주택으로 개량하는 그린 리모델링, 태양광 패널 설치, 공구 도서관, 재활용, 물 재사용, 음식물 쓰레기 프로그램 등이 있다. 환경돌봄의 경우, 홍수 예방, 생태조사, 멸종 위기 생물 모니터링, 나무 심기, 공원 보존과 재생, 침입성 식물 제거, 지역 어장 구축 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환경 프로젝트가 가능하다(체르네바 2020).
중장기적으로 일자리보장제는 지역소멸 대응, 청년고용, 복지체계 정비 등을 할 수 있는 사회혁신 프로그램이며, 지역공공은행을 통한 자금조달 등과 함께 지역순환(돌봄)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일자리보장제는 지역 일자리보장센터와 지역 일자리은행 등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일자리보장센터는 일자리플랫폼을 개발·보급해 서비스 수요자와 서비스 제공자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며, 일자리은행을 통해 일자리 현황을 공개하고 원하는 일자리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한다(양정승, 2021).
2020년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샌더스 상원의원 등이 루스벨트의 완전고용을 일자리보장제로 의제화했고. 오스트레일리아 녹색당 등 정당에서는 일자리보장제를 정책강령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프랑스는 “프랑스 실업 제로 지역 OO 프로젝트”를 통해 돌봄 필요서비스를 통한 일자리보장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5. 민간 돌봄 조직 모델과 지역공공은행
돌봄서비스를 정부가 항상 직접 제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돌봄서비스 제공 기관을 직접 소유하는 모델 이외에도 다양한 조직 모델들이 있다. 여기에는 중소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과 공제회, 이용자 주도 조직, 자선단체, 지역 커뮤니티 그룹 등이 포함된다(Angel, 2014).(주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회경제조직은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돌봄기업 등이 있다. 2022년 사회적 기업의 경우, 2022년 9월, 82차에 걸쳐 총 4,090개 사회적기업을 인증했으며 현재 3,436개가 활동 중에 있다. 이중 영리단체가 총 2,727개(79.4%) 비영리단체 709개 (20.6%)이다. 사회적 목적 실현 유형별로 보면 일자리제공형이 2,284개 (66.4%) 지역사회공헌형 288개(8.45), 사회서비스제공형 263개(7.7%) 등이다. 서비스 분야별로 보면 기타 1,946개(56.5%)이며, 문화예술 342개 (10%), 사회복지 140(4.1%), 간병가사지원 107개(3.1%), 보건 19개 (0.6%), 보육 15개(0.4%)이다.)
대기업 등을 비롯한 영리 기업들의 목표와 동기는 공동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집단 책임을 이행하는 돌봄의 목적과 어울리지 않는다. 민간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관이 공동의 필요와 관련된 재화와 서비스를 대중에게 제공하기 위해 정부와 계약할 때는 공적 자격을 가져야 하며 ‘평등, 참여, 양질의 서비스, 책임성, 투명성, 연대, 공공 정신’과 같은 공익적 목표를 명시적으로 공유할 것을 제안한다(안나 쿠트 & 앤드루 퍼시, 2020).
돌봄 공동체를 조성하는데 네 가지 핵심 특성인 상호지원, 공공공간, 공유자원과 지역민주주의를 잘 반영한 조직형태는 협동조합이다. 그 주요 특징은 조합원과 노동자들이 조직의 실질적인 소유주로서 성과를 온전히 누리며, 민주적으로 기업을 운영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이러한 소유 모델에서 조합원인 노동자들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협력적으로 운영하며 서비스 향상을 위해 혁신할 유인을 갖는다.
이러한 조직 모델이 기존 형태의 기업에 비해 생존 가능성이 높고, 조합의 소득이나 생산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임에도 불구하고 그 수는 매우 드물다. 그 이유는 본질적으로 자금 유치 능력의 한계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모델의 확산을 위해서는 사회경제조직과 기업에 관한 법 제정과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금융기관의 자금지원이 필수적이다.(주 : 사회적경제기본법(김영배, 장혜영, 양경숙)이 발의되었지만,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 협동조합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금융 및 생활공제조합 보장, 감사연합회제도 도입 등 협동조합기본법개정과 함께 협동조합과 관련된 세법, 조직법, 이해관계자 관련 법령과 하위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강민수(2020))
민간 서비스 조직이 공익적 목표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자금 지원이나 보조금이 지급되기도 한다. 또한, 이들 조직이 양질의 서비스 요구에 부합하는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혁신이 필요하다. (주 : 문재인 정부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통합돌봄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2023년부터 전국적으로 확산하려고 했으나, 불투명하다. 시범사업 과정에서 지자체 업무 역량강화와 지역의 1차 의료기관과 돌봄 인력 확충의 필요성을 확인하였다.)
지역 돌봄과 일자리 확충을 위한 지역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지역 외로 유출(주 : 2018년 한국은행이 전국 16개 시도 거주자의 신용카드 지출구조(GRDP) 대비 역외카드 소비 비중)를 분석한 결과, 서울을 뺀 15개 디도 모두 소비의 역외 순유출이 이루어졌다. 대구가 12.5%, 인천 11.6%, 부산 10.7% 등이 순유출되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2018))되는 소득과 자금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단기적으로는 지역재투자법을 재정(주 : 미국은 1977년 “예금주가 있는 곳에 돈이 흐르게 한다”는 목표로 경제적 약자인 금융소외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 기회 제공을 위해 지역재투자법(Community Reinvestment Act : CRA)을 제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재투자평가를 금융위원회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2021년 민형배 의원이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지역재투자기금법”을 발의했다.)하고, 중장기적으로 지역공공은행 설립, 농협 등의 역할을 개선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가 상호 유기적으로 연대하여 공공은행을 설립하는 계획이 손실 위험을 분담하고 중장기적으로 수익성도 확보하면서 지역경제에 더 많이 기여할 것이다. 지역공공은행의 수익은 고스란히 지자체의 금고에 들어가 돌봄과 같은 지역의 공공 프로젝트에 사용되고,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과 지역노동자의 이익 증대로 이어지게 된다. 공공은행의 이런 특성은 그 수익이 모두 중앙 본사로 귀속(역외유출)되는 일반은행 지점과는 대조적이다. 1919년 설립된 미국의 노스다코타주 은행(주 : 미국의 노스다코타주 은행(Bank of North Dakota, BND)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주 정부가 소유한 은행이다. 주법으로 주정부와 시정부의 모든 자금을 ‘노스다코타 계좌’로 예치하도록 법제화시켰다. 법제화로 인해서 ‘지자체 은행’도 다른 은행처럼 주 정부 예금을 바탕으로 스스로가 마치 일반 은행들처럼 대출을 공급함으로써 신용창조를 할 수 있게 되었다.)이 지역공공은행의 대표적 모델이다.
한편 지주회사 체계로 전환되면서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 농협은 자체의 설립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지역의 협동조합의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본래의 목적에 맞게 현행 농협금융지주회사는 상호금융연합회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현행 농협금융지주회사 체제는 조합원의 이익 증진과 조합원의 민주적 참여 보장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 주식회사적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협동조합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6. 결론
불평등·기후위기·고령화심화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내년에 지속될 코로나19와 심화될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확장재정 및 고용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더욱 어려워질 사회적 약자와 저소득층에 대한 지역 기반 돌봄지원은 국가의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본 글에서는 간략하게 돌봄의 상호의존성과 지역성의 의미를 확인하고, 지역 기반의 돌봄과 일자리보장제를 통해서 복지증진과 실업축소 대책을 제안했다. 이 대책은 협동조합, 노동자소유기업 등의 새로운 경제조직 구축과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과 새로운 경제조직이 지역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지역재투자법 제정과 지역공공은행설립 등의 필요성을 지역순환경제 관점에서 제시했다.
지역에서 만들어진 자본과 이윤의 외부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재투자를 통해 지역의 생산과 소비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점에서, 지역순환경제는 지역소멸 해결방안이며 지방자치와 분권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돌봄의 영역이 사회적 약자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사람돌봄, 지역돌봄, 지구돌봄 등에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는 마을·도시·국가 단위의 돌봄체계 구축의 필요성과 기후위기 극복의 방향을 간략히 언급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을과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관계 지향적인 돌봄은 많은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인 동시에 새로운 경제조직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대안체계의 출발점이다. 또한, 돌봄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보건·의료기술 투자뿐만 아니라 관계 지향성을 확대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돌봄과 일자리보장제 확대는 당면한 경제침체에 대한 대응정책과제로, 새로운 소유구조의 경제조직 확산과 지역순환경제 구축은 대안사회를 만드는 중장기정책과제로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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