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하기

대안지표경제민주주의와 정치

#I-1. 삶의 질을 측정하는 대안 지표들이 한국사회에 주는 의미

  • 입력 2023.03.16 17:05      조회 1013
  • 태그

  • #대안지표#경제#민주주의와 정치
  • 공유하기

  • 보다정의 7호 1-1-전병찬.pdf

Ⅰ-1. 삶의 질을 측정하는 대안 지표들이 한국사회에 주는 의미
 


전병찬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석사과정)

_ 학생운동을 시작으로 민주주의와 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자기 자신을 착취하지 않는 삶의 방식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중앙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불평등과 민주주의에 관해 공부하고 있다. 



1. 서론

  2020년대 들어 기후위기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한국에서는 지방 소멸과 수도권 집중화, 성별 불평등 문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여전히 성장만을 우선시하는 목표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규제 혁신, 기업 투자 활성화, 노동시장 개혁 등의 기업의 이익과 ‘경제성장’에 초점을 둔 공약을 내걸었다. 물론, 지난 대선의 주요 초점은 SNS로 발표한 ‘여가부 폐지’ 공약을 비롯한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이나, ‘대장동 게이트’ 대 ‘김건희 주가조작’ 등의 ‘(비판을 당하는 쪽은 인정하지 않는)비리’ 사건에 맞춰져 있었다. 또한, 복지에 대한 공약들도 있었지만, 공약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승자인 윤석열 정부는 물론 한국사회 주류가 여전히 과거의 성장 중심적 사고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업의 독점은 점점 심화되고 있으며, 코로나 19로 인해 한국사회의 불평등한 부분들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한국사회는 ‘자유시장’과 ‘기업의 성장’, 그리고 ‘GDP’로 대표되는 양적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성장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고 경제적 성장이 국민 개개인의 행복한 삶을 보장할 수 없다. 이제는 선진국이라 평가받는 한국사회의 여러 모습을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출산율이 0명대로 떨어진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이며, 이러한 출산율은 지금 사회의 모습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젊은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한국사회는 이제 ‘GDP 성장률’로 대표되는 경제성장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삶의 질, 사회와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며, 이를 계획하고 평가하기 위한 지표가 필요하다. 
이 글은 기존의 GDP가 갖는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해외의 여러 삶의 질 지표를 소개한다. 이러한 지표들이 공통점으로 갖는 특징과 각 지표의 특징, 그리고 이것들이 한국사회에 갖는 함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GDP의 한계와 대안적 시선

  “GDP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 교육의 질 또는 놀이의 즐거움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시의 아름다움이나 결혼의 힘, 우리의 공개 토론의 지능 또는 공무원의 성실성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중략) 그것은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을 제외하고는 간단히 모든 것을 측정합니다.” (로버트 케네디, 1968)

  GDP는 1930년대 대공황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뉴딜정책을 시행하고 평가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이후 GDP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경제 상황을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되어왔다. GDP는 경제적인 측면만을 고려하며 사회적, 환경적 측면과 개인의 삶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한계점이 있으며, 이는 GDP를 개발한 사이먼 쿠즈네츠도 일찍이 지적한 바 있는 한계점이다. 따라서, 각 국가와 개별 국민의 삶의 질을 GDP를 통해서 평가할 수는 없다.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은 대침체 시기에,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조지프 스티글리츠를 비롯한 전 세계의 스타 학자들을 모아 위원회를 꾸리고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한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요구한다. 이 위원회를 흔히 ‘스티글리츠 위원회’라고 부른다. 이 위원회는 경제, 삶의 질, 환경을 포함하는 사회발전 지표를 개발할 것을 제안하였다. 사회발전은 경제만으로 측정할 수 없으며, 삶의 질과 환경을 함께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GDP에 대해서 평균값은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 상황과는 다를 것이라며, 가처분소득 등 가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지표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전에도 GDP를 대체하는 삶의 질 지표들이 개발되었지만, 특히 이 시점 이후로 많은 삶의 질 지표들이 탄생하였다. 
  2015년 9월 UN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발표하였다.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2000년에 채택된 ‘밀레니엄 개발목표(MDGs)’를 계승하는 새로운 목표이다. MDGs는 2015년까지 빈곤, 전염병 퇴치 등 저개발국가와 개발도상국에서 추진해야 할 목표들을 주로 담고 있었다. 이후 새롭게 발표된 SDGs는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도 함께 달성해야 할 새로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목표이다. 경제, 사회, 환경 등 3가지 측면에서 사람(People), 지구(Planet), 번영(Prosperity), 평화(Peace), 파트너십(Partnership)의 5P를 원칙으로 하고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관련 세부 목표와 232개의 지표를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선언이다. 5P 원칙에 따른 17개 목표는 ‘빈곤 종식’, ‘기아 종식’, ‘건강과 웰빙’, ‘평등한 양질의 교육’, ‘성평등’, ‘깨끗한 물과 위생’, ‘지속가능하고 접근 가능한 에너지’,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산업화’, ‘국내 및 국가 간 불평등 감소’, ‘지속가능한 도시와 커뮤니티’,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 ‘기후위기의 대응’, ‘수자원 보호’, ‘육상생태계 보호’, ‘평화롭고 정의롭고 강한 제도’, ‘글로벌 파트너십’ 등이다. SDGs는 또한 각 국가에서 상황에 맞게 목표를 수정하거나 다른 지표를 도입하는 등 보다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티글리츠 위원회의 권고와 UN의 SDGs는 이후 개발되고 발표되고 있는 여러 지표의 배경이 되었다. 


3. 대안적 삶의 질 지표들

  다음으로는 삶의 질을 측정하는 여러 지표에 대해 살펴본다. 삶의 질 지표는 측정 대상이 하나의 국가인 경우도 있고 여러 국가인 경우도 있다. 측정 대상이 하나의 국가인 경우는 주로 해당 국가의 통계청에서 개발한 경우이며, 여러 국가를 비교하는 지표들은 주로 국제기구에서 만든 경우이다. 지표들을 이러한 구분에 따라 두 종류로 나눠 살펴본다. 여기서는 이 지표들을 개발의 배경과 목적, 지표의 구성 영역, 지표의 방법론을 기준으로 살펴본다. 모든 지표를 소개할 수는 없으므로 자료가 풍부하고 지표 개발 작업을 할 때 참고할 만한 지표들을 몇 가지만 추려서 소개한다. 

   1) Social Progress Index
  사회진보지수(Social Progress Index, 이하 SPI)는 2014년 워싱턴DC에 기반을 둔 사회진보조사기구(Social Progress Imperative)에서 발표하는 지표이다. 사회진보조사기구의 CEO인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은 한 강연에서 “GDP가 높아질수록 사회적 진보를 위해 점점 더 적은 금액을 투자한다”라고 비판하며, “SPI는 국가가 의료에 얼마나 사용하는지를 측정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수명과 삶의 질을 평가한다. 정부가 차별에 대한 법안을 통과시키는지 아닌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차별을 경험했는지를 측정한다”라고 말한다. 
  사회진보지수(SPI)는 사회적 진보를 “시민의 기본적인 요구를 충족시키고, 시민과 지역사회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블록을 확립하고, 모든 개인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하는 사회의 능력이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회적 진보의 정의를 토대로 “국가가 국민의 필수적인 필요를 제공하는지(Basic Human Needs)”, “개인과 지역사회가 웰빙을 향상시키고 유지하기 위한 기초가 마련되어 있는지(Foundations of Wellbeing)”, “모든 개인이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가 있는지(Opportunity)” 세 가지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러한 세 가지의 질문은 또한 각각 영양과 기본 의료, 물과 위생, 안전한 집, 개인적 안전, 교육에 대한 접근, 정보통신에 대한 접근, 건강, 환경, 개인의 권리, 개인의 자유, 포용성, 고등교육이라는 영역으로 나뉘고, 각각 영역의 하위에 놓여있는 총 60개의 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많은 영역에서의 진보를 판단하는 지표이지만, 경제 영역은 이 지표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지표가 경제가 보여줄 수 없는 사회적 진보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이긴 하지만, 가처분소득이나 임금 등 개인의 물질적 수준들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SPI의 지표는 선정 과정에서 몇 가지의 기준을 거쳐서 선정되었다. 이 지표가 사회 혹은 환경과 관련된 지표이고, 투입이 아니라 산출을 기준으로 하며, 거의 모든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최신의 데이터만을 선정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한, 단일 지수로 산출되어, 100점을 만점으로 하여 국가별로 몇 점의 SPI 점수를 지니는지 파악할 수 있다. 2022년 가장 최근의 SPI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86.47점으로 조사대상국 169개 국가 중에서 17위를 기록하고 있다. 

   2) Better Life Index
  Better Life Index(이하 BLI)는 2011년 OECD에서 발표된 지표이다. BLI는 많은 사람에게 웰빙에 대한 논의를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OECD의 38개 회원국과 가입 초청국 등을 포함한 41개 국가를 11가지 영역으로 비교한다. 11가지의 영역은 커뮤니티, 교육, 환경, 시민참여, 건강, 주거, 소득, 직업, 생활만족도, 안전, 일과 생활의 균형이며 이 각 영역을 총 43개의 지표를 통해 점수를 산출한다. 또한, 주택과 환경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은 각 영역별 사회적, 성별 불평등이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주는 점수도 포함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대부분 OECD나 UN, 개별 국가의 통계청, 그리고 갤럽 World Poll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이 지표를 구성하는 영역 대부분은 이미 다른 지표에서 발표하고 있는 내용이다. 
  지표의 산출 방식은 총 점수를 산출하는 단일 지수가 아닌 각각의 영역별로 점수를 따로 표기하는 대시보드 방식이다. 따라서 GDP와는 달리 어느 나라가 어느 나라보다 높은 순위인지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총점이 아닌 영역별로 비교하는 것은 가능하다. OECD의 BLI 웹사이트에서 각각의 주제별, 하위 주제별로 각 국가가 몇 점인지, 몇 등인지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특정 국가의 지표를 검색하면, 이 국가의 BLI 점수 분포와 유사한 분포를 지닌 다른 지역들을 함께 보여주는 특징이 있어 지표를 살펴보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안겨준다. 

   3) Genuine Progress Indicator
  참진보지수(Genuine Progress Indicator, 이하 GPI)는 GDP로 측정되지 않는 환경과 사회적 요인들을 보여주는 경제 지표이다. 다른 지표들은 삶의 조건, 웰빙, 사회적 진보에 초점을 맞추지만 GPI는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GDP와 다른 점은 GDP가 보여줄 수 없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GPI는 1990년대 Redefining Progress라는 연구 조직에서 개발했다. GDP에 대한 주요 비판 지점은 삶의 조건이 파괴될 때 오히려 증가한다는 것이다. GDP는 오염이 생성될 때 두 번 증가하는데, 한 번은 생성될 때, 그리고 오염이 정화될 때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GDP는 증가하지만, GPI는 오염의 생산을 지표에 플러스 요인이 아닌 마이너스 요인으로 본다. 이렇게 오염이나 빈곤 등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부정적 요인으로 고려함으로써 GDP를 다시 보게 한다. 

  GPI의 계산 방식은 간단하며 다음과 같다.

  GPI =Cadj+G+W-D-S-E-N 

  Cadj는 소득분배 조정이 있는 개인 소비, G는 자본 성장, W는 자원봉사와 같은 복지에 대한 기여, D는 방어적인 개인 지출, S는 사회적 자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활동, E는 환경 악화와 관련한 비용, N은 자연 자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의미한다. 
  이러한 부정적 효과를 모두 계산에 반영했을 때야말로 사회가 얼마나 경제적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표는 GDP와 함께 보았을 때 효과가 더욱 두드러진다. GDP는 시간이 흘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GPI는 계속 머물러 있다. 
  GDP처럼 화폐 가치를 기준으로 나타내 직관적인 지표이면서 GDP가 계산에 포함하지 않는 부정적인 효과들을 모두 고려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GPI는 대안적 GDP라는 수식이 가장 잘 어울리는 지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GPI는 특정 기관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지표가 아니며,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만 자체적으로 GDP와 비교할 목적으로 지표를 산출하고 있다. 

   4) Canadian Index of Wellbeing
  Canadian Index of Wellbeing(이하 CIW)은 2000년대 초 캐나다의 자선단체인 앳킨슨 재단의 제안을 기초로 해 캐나다 정책 연구 네트워크(CPRN)과 협력하여 삶의 질 국가 지표의 프로토타입을 개발, 이후 워털루 대학의 연구소에서 개발을 담당하게 되었고 2009년, 2010년 캐나다 전역의 40개 그룹에서의 토론을 거쳐 2011년 완전한 구성을 갖추었다. 2012년과 2016년 국가 지수 보고서를 발표하였고 2022년 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CIW는 웰빙을 8가지 영역(domain)으로 나누어 보고 있으며, 각각 8가지 영역을 8가지의 지표(indicator)로, 총 64개의 지표를 통해서 보고 있다. 8가지 영역은 커뮤니티, 민주적 참여, 교육, 환경, 건강한 인구, 레저 및 문화, 생활 조건, 시간 사용이다. CIW에 쓰이는 데이터들은 1994년부터 축적된 자료를 활용하고 있으며, 각각 다른 단위를 가지고 있으므로 1994년을 기준으로 한 변화율을 기준으로 지수화된다. 이를 통해 1994년부터 2014년의 기간 동안 캐나다의 GDP는 38%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CIW는 9.9%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며, GDP의 성장이 언제나 삶의 조건을 개선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림 1] CIW 2016 보고서에서 보여주는 1994~2014년의 추세


  8개의 영역과 각각의 하위 지표, 그리고 이들을 합산한 단일 지수와 추세를 제공하고 있어서 정책 결정자들에게 어떤 영역에 정책적 지원이 시급한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매우 큰 국토를 가지고 있는 캐나다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지역별 웰빙 보고서도 발표하고 있다. 
 
   5) Measure of National Well-being
  영국의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Measure of National Well-being(이하 MNW)은 2010년 당시 캐머런 정부가 시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 지표는 GDP의 외적 요인도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시작해 삶의 질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측정한다. 

  [그림 2] MNW의 웹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의 예시


  MNW는 웰빙을 10개의 영역(domain)으로 나누며, 객관적 데이터와 주관적 데이터가 모두 포함된다. 이 10개의 영역은 개인적 웰빙, 관계, 건강, 일과 활동, 주거환경, 개인 재정, 경제, 교육과 기술, 거버넌스, 자연환경이며 각각의 영역들은 3~7개, 총 44개의 하위 지표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마지막으로 발표된 보고서는 2021년 5월에 발표되었으며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영국인들의 삶의 질 변화와 경제적 영향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MNW의 웹사이트에서는 MNW의 각각의 하위 지표의 자세한 데이터와 출처, 최근의 추세도 함께 제공하고 있어 정책 결정자들과 정보를 활용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MNW는 CIW와 같이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지수를 산출한다거나, 혹은 GPI나 GDP와 같이 화폐단위를 기준으로 발표하지 않고, 세부적인 구성 지표들이 각각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만을 보여주고 있으며 각 데이터의 수집 연도 또한 다르므로 모든 데이터를 시계열적으로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국제비교지표가 아니라 영국의 사례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직관적이지 않고 이 지표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정치적 목적을 환기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한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4. 삶의 질 지표들의 종합적 평가

  위에서 소개한 지표들은 삶의 질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들이다. 물론 GPI는 삶의 질을 직접 평가하는 지표는 아니지만, 아이디어와 측정 방식이 유의미하다고 생각해 함께 소개하였다. 
  BLI와 MNW, CIW는 다른 지표들에 비해 비교적 넓은 영역에서 웰빙을 측정하고 있다. 이 세 지표는 공통적으로 가족, 건강, 교육, 고용과 임금, 소득과 소비, 여가, 주거, 환경, 안전, 시민참여, 주관적 웰빙 영역을 포함하고 있으며, BLI는 여기에 불평등을 추가로 반영하고 있다. 
  SPI와 GPI는 비교적 특수한 목적이 있는 지표이기 때문에 앞서 세 지표처럼 폭넓은 영역의 웰빙을 계산에 포함하지는 않는다. 다만 환경과 안전 영역을 공통적으로 지표 계산에 포함하고 있다. 각각 살펴보면 SPI는 건강, 교육, 주거, 환경, 안전의 영역을 포함하고 있으며, GPI는 가족, 공동체, 소득과 소비, 여가, 환경, 안전, 불평등의 영역을 포함한다. 
  각각의 지표들이 측정하는 영역을 가족, 건강, 교육, 소비, 환경, 안전 등으로 나누어서 공통으로 보는 영역, 그렇지 않은 영역으로 나누어 보았지만, 지표마다 해당 영역을 구성하고 있는 세부 지표들은 다양하므로 같은 영역을 측정한다 하더라도 이를 완전히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각각의 지표들의 목표와 배경이 다르고 그 목표를 잘 보여주기 위해 특정 영역을 포함하거나 제외한 것이다. 따라서 지표에 이러한 영역들을 얼마나 많이 포함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지표들을 직접 비교하거나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5. 결론 

  여러 사례의 삶의 질 지표들을 살펴보았다. 한국의 통계청도 <국민 삶의 질>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사회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부족한 부분들이 이 지표를 통해 언급된다던가, 이 지표를 사람들이 참고한다는 이야기는 아직 별로 듣지 못한 것 같다. 물론 OECD에서 발표하는 BLI나 GPI, SPI등의 지표들도 마찬가지로 한국사회에서 그다지 많이 언급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한국사회에서 GDP를 제외한 통계가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은 OECD 1위를 달린다는 자살률과 전 세계 최저를 달린다는 출산율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대안 지표는 지표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때로는 자극적인 면도 필요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 필요한 지표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면 어떤 영역을 기준으로 해야 할까? 아마도 지속가능성이라는 기준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현재의 웰빙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삶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요인들이 지표에 포함되었으면 한다. 물론 그러한 조건들이 무엇인지 평가하고 지표에 반영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당장 UN에서 발표한 SDGs 역시 이름부터 ‘지속가능발전목표’이다. 하지만 이 목표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들은 많은 부분 한국사회에서 달성된 목표들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현재 한국사회가 여전히 부족한 부분은 지속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의 탄소 배출, 지방 소멸, 출산율이 알려주는 것은 이 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때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는 아직 오지 않은, 먼 미래의 세대를 위한 배려, 책임에 대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당장 생존과 관련된 피부로 느끼는 문제이다. 이 문제들은 다른 문제의 원인이기도 하고, 또한 다른 문제들의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사회가 처한 문제들을 단순히 돈만 푸는, 예를 들면 지방정착금이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등의 접근 방식은 매우 부적절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사회는 누군가는 돈이 아주 부족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단지 돈이 부족한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사회는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GDP의 탄생 배경으로 돌아가 보자. 대공황 시기의 정책 결정자들은 경제를 회복시킬 정책을 만들기 위해 경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지표가 필요했고. 쿠즈네츠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 사회가 무엇을 얼마나 생산하는지를 정리한 지표를 만들었다. 이것이 GDP의 시작이다.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이를 활용하여 대공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 지표를 만들 때는 특정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야 한다. 한국사회에도 현재 한국사회가 처한 위기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토대가 될 지표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의하고 그것의 해결방안을 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지루하고 힘든 정치적 과정이다.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정의당이 중요한 역할을 해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문헌]

박명호. 2009, “스티글리츠 위원회와 경제사회 발전지표”, 『EU학연구』, 14(2), 95-123.
이승준, 김지원, 조주령, 구교준. 2021, 「대안 GDP 어떻게 만들 것인가?: 도시· 국가· 국제기구의 사례 분석」, LAB2050 보고서.

Anielski, M. 1999, Genuine Progress Indicator: A Principled Approach to Economics, Pembina Institute.
Canadian Index of Wellbeing. 2016, How are Canadians Really Doing?: The 2016 CIW National Report, Waterloo. ON: Canadian Index of Wellbeing and University of Waterloo.
Cobb, C., Halstead, T., & Rowe, J. 1995, Redefining Progress: The Genuine Progress Indicator, Summary of Data and Methodology, San Francisco.
Harmacek, J., Krylova, P., Htitich, M.: 2022, Social Progress Index Data, Social Progress Imperative, Washington, DC.

Measures of National Well-being Dashboard : Quality of Life in the UK. (n.d.). 
https://www.ons.gov.uk/peoplepopulationandcommunity/wellbeing/articles/measuresofnationalwellbeingdashboardqualityoflifeintheuk.
Social Progress Index. (n.d.). 
https://www.socialprogress.org/framework-0.
What's the Better Life Index?. (n.d.). https://www.oecdbetterlifeindex.org/about/better-life-initiative/#question1.
About the Canadian Index of Wellbeing. (n.d.). https://uwaterloo.ca/canadian-index-wellbeing/about-canadian-index-wellbeing.

  • #대안지표#경제#민주주의와 정치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