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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3.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지역 실천과 지표 개발 사례

브리스톨 원 시티 플랜과 좋은 일자리 지표
  • 입력 2023.03.16 17:06      조회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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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다정의 7호 1-3-이동한.pdf

Ⅰ-3.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지역 실천과 지표 개발 사례
- 브리스톨 원 시티 플랜과 좋은 일자리 지표 

 
이동한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_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과 노사관계의 변동, 협력의 진화 메커니즘을 다루는 진화게임이론, 노동자의 권한 강화와 기업 소유에 관한 대안적 기업지배 모델에 관심을 두고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1. 들어가며

  성장의 이면에 불평등, 양극화, 차별이 사회 곳곳에 나타났고, 기후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GDP 성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더는 개인 행복의 증가를 의미하지 않는다. 확연한 저성장 시대에 들어선 상황에서 정의로운 번영을 위한 새로운 전략과 지표가 요구되고 있다. 
  2015년 UN은 인간 개발, 경제 발전, 사회 평등, 환경 보호 등 모든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번영을 실현하기 위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제시했다.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이라는 5개 영역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데, 그 달성을 위해서는 국가와 지역사회, 민간 섹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필요하며, 이행 정도에 대한 평가가 수반되어야 한다. 
  매년 지속가능발전 해법 네트워크(SDSN)는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SDGs의 이행 정도를 파악하고 평가한다. 2022년에도 보고서가 나왔다. 이 보고서의 목표는 일반 시민들도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해 자신들의 삶에 더 큰 영향력을 가지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더 좋은 정책을 개발하는 데 있다. 또한, 신뢰할만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년 글로벌, 국가, 지역 차원에서 이행 실태에 대한 점검과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해 그 실현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시민사회 활동가, 전문가,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국가적 책임을 강제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그에 힘입어 2022년에 「지속가능발전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정부의 각종 정책과 계획이 SDGs에 부응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조정, 검토하는 국가 거버넌스 체계를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국가 및 지자체는 지속가능성 지표를 마련하고, 2년마다 지속가능성을 평가하여 보고서를 공표해야 한다. 유엔이 각 국가의 SDGs 이행 정도를 평가하는 것처럼 각 지역도 동일한 평가 체계 속에서 같은 방식으로 평가를 해야 한다. 불평등, 기후위기, 차별을 극복하려는 정당, 활동가, 시민으로서도 SDGs의 각 지표의 의미와 결과를 검토하고, 참여를 통해 올바른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SDGs는 국제적으로 책임을 지는 목표이지만, 개발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 간의 협업과 협치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최근 여러 도시에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2절에서는 SDGs에 대한 자발적 지역실천의 의미를 살펴보고, 3절에서는 영국 브리스톨시의 사례를 소개한다. 브리스톨시는 SDGs 실현을 위해 2018년에 브리스톨 원 시티 플랜(Bristol One City Plan)을 제시했다. 특히 2050년까지 실현할 구체적인 목표와 시의 발전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목표를 실현하고 발전시킨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SDGs는 인류가 실현해야 할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만, 합의된 구체적 이행방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은 조세정책, 사회보장, 최저임금, 기본소득, 독점규제, 노동자소유경영참여,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으로 다양하다. 불평등 해결의 수준은 국가와 지역이 어떤 정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불평등의 원인에 대한 진단에 따라, 지향하는 정치적 이념에 따라 달라진다. 불평등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에 대한 잘못된 보상체계로부터 발생한다고 이해한다면,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분배되고 노동자가 존중받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고용의 질’과 ‘직장에서의 웰빙’은 OECD 국가에서 점점 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앵거스 디턴이나 대니 로드릭은 좋은 일자리가 부족해지면, 경제적 번영을 뒷받침하는 사회 구조가 훼손되며, 중산층의 일자리가 부족해진 지역사회는 다양한 사회적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고 한다. 지방의 소멸을 막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양질의 일자리는 필수적이다. 좋은 일자리의 경제적 외부효과가 점점 더 크고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4절에서는 좋은 일자리가 갖는 사회적 가치를 소개하고, 5절에서는 좋은 일자리와 관련된 각종 지표의 의미와 개발 방향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이글은 SDGs의 의미와 가능성을 확인하고 SDGs를 보완함과 동시에 정의로운 번영을 위해 공공선으로서의 ‘일의 존엄성’이 주요하게 평가될 수 있는 추가적 지표를 논의하고자 한다. 


2. SDGs와 자발적 지역 검토보고서

  SDGs는 인류의 보편적 문제(빈곤, 질병, 교육, 성평등, 난민, 분쟁 등)와 지구 환경문제(기후변화, 에너지, 환경오염, 물, 생물다양성 등), 경제·사회 문제(기술, 주거, 노사, 고용, 생산 소비, 사회구조, 법, 대내외 경제)를 해결하기 위해 17가지 주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구성된 국제적인 공동목표다. SDGs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적인 틀을 제공하며, 그 기반은 각 국가와 지역, 민간 부문의 협력을 통해서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UN은 2017년 SDGs 이행상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지속가능발전 지표체계를 구축할 것을 제안하고, 이 지표체계에 맞춰 SDGs 이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보고 시스템을 개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증거를 기반으로 비전 및 정책 실현율을 높이는 디딤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SDGs를 이행하려면 국가적 실천과 지역적 실천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환경부의 『국가지속발전수립 보고서』, 『국가지속가능성 보고서』, 통계청의 ‘한국의 SDGs 데이터 플랫폼’, 『국민 삶의 질 지표: 국민 삶의 질 보고서』,  『사회조사보고서』, 『한국의 SDGs 이행보고서』, 『SDGs 지표 톺아보기』, 보건복지부의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등을 제공함으로써 SDGs의 역할과 의미, 목표 이행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데, 사회 변화를 위한 다양한 구성원들의 참여를 위한 활용 용도를 제공해준다. 
  지역적 차원의 실천도 이뤄지고 있다. 세계 주요 도시들은 자발적으로 SDGs를 실천하기 위한 약속을 ‘자발적 지역검토보고서’(VLR)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뒤에서 사례를 제시할 영국의 브리스톨시는 그 한 예이며, 우리나라의 당진, 수원, 서대문구도 VLR을 유엔에 제출하기도 했다.
  VLR은 특정 지역 상황에 맞게 SDGs를 분석하는 것으로, 도시 또는 지역 수준에서 SDGs를 이행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모니터링 도구다. VLR 작성과 함께 시작되는 SDGs 지역화 프로세스를 통해 해당 지자체는 자체 우선순위와 지역적 특수성을 파악할 수 있다. VLR을 수행한 최초의 도시는 2018년 뉴욕으로, 유엔 고위급 정치 포럼에서 뉴욕시는 SDGs의 지역화를 향한 뉴욕시의 모든 진척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제안하는 문서를 발표했다. 이후 이 보고서의 전략적 가치에 관한 관심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2020년 35개에서 2021년 69개로 증가했으며 2021~2022년에는 30개 이상의 VLR이 준비 중이라고 한다.(주: https://www.arcolab.org/en/voluntary-local-review-vlr-sdg-localizzazione-localization/)


3. 브리스톨 원 시티 플랜(주: https://www.bristolonecity.com/sdgs/reports-and-documents/)

  2019년, 브리스톨은 영국 도시 중 최초로 SDGs 이행상황에 대한 VLR를 작성했다. 이는 빈곤을 해결하고 국가 내 및 국가 간 고착화된 불평등을 해결하는 동시에 지구를 위협하는 집단적 영향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주: https://sdgs.un.org/sites/default/files/vlrs/2022-11/bristol_vlr_2022.pdf)
  브리스톨 ‘원 시티 플랜’이란 2050년까지 공정하고, 활기차며, 지속가능한 도시로 전환되고 모든 구성원이 그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희망의 도시를 만들기 위한 장·단기 플랜을 말한다. 이 계획은 SDGs의 17개 주제 및 169개 세부주제를 아동과 청년, 환경, 건강 및 웰빙, 가정 및 지역사회, 교통, 문화, 디지털 및 기술을 등 8개 주제와 연계해 2050년까지 실행토록 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50년까지 매년 “Bristol and the U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보고서를 통해 실행과제를 공약으로 제시하게 된다. 
  브리스톨은 환경 퍼포먼스, 삶의 질, 미래 대비 및 기후변화, 재활용 및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볼 때. 영국에서 지속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친환경주의에 있어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부유한 도시다. 반면에 사회적, 인종적 불평등이 심하고 그 뿌리도 깊다. 브리스톨의 흑인들은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 세 번째로 높은 교육 불평등을 겪고 있다. 2017년 브리스톨은 불평등 지수에서 잉글랜드와 웨일스 348개 지역 중 7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2016년 말, 마빈 리스 시장(Marvin Rees, 노동당)은 ‘원 시티(one city)’ 접근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략적 구조조정 과정을 진행했다. 시장의 강력한 의지로, 시 당국은 교육, 불평등 같은 우선적 해결 과제들을 파악하기 위해 연간 두 차례의 공공, 민간, 제3의 부문이 함께하는 이해관계자 모임과 정기적인 시민 협의회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SDGs를 이행하는 데 있어서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시민이 참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다.

① 이해관계자 및 시민 참여: 브리스톨시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모든 이해관계자와 시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를 결정하고,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계획과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개발한다.
② 지역사회와의 협력: 브리스톨시는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SDGs를 이행하고자 노력한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③ 온라인 참여: 브리스톨시는 인터넷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제시하고, 브리스톨시의 계획 및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④ 교육 및 정보공유: 브리스톨시는 지속가능한 발전목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교육 및 정보공유를 촉진한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SDGs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브리스톨시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 수 있다.
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평가: 브리스톨시는 지속적으로 SDGs를 모니터링하고, 평가한다. 이를 통해 SDGs 이행의 성과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


  이처럼 브리스톨시는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참여 공간으로서 ‘숙의공론화장’을 마련하고 있다. 소통, 참여, 협력에 의한 접근법은 지구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사회적 약자와 소수의 이익을 빠짐없이 대변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4. 자본주의와 인간의 소외, 그리고 좋은 일자리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Leave no one behind)”는 SDGs의 핵심 원칙 중 하나로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발전의 이점을 누리도록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원칙을 핵심에 둔 이유는 한 경제체제 내에서 인간의 소외가 만연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인간의 소외가 구조적으로 발생한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칼 마르크스는 인간이 노동과 생산 활동을 통해 자신의 본성과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사회구조적으로 소외되는 현상을 ‘인간 소외’라고 불렀다. 그는 핵심이 노동이 이뤄지는 양식에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생산 활동을 통해 자신의 노동 능력을 발휘하고 사회적으로 유용한 가치를 창출한다.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과 자연,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형성된다. 그런데 자본주의적 고용계약 속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에 대해서도 생산물 분배에 대해서도 자기 결정권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인간의 소외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의 왜곡을 의미한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 왜곡은 불평등과 차별을, 인간과 자연의 관계 왜곡은 자연에 대한 파괴와 기후위기를 불러왔다. 
  ‘인간의 소외’는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의료서비스, 교육, 각종 돌봄 등의 ‘기본적 필요 서비스’를 받지 못해 존엄성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기본적 필요 서비스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보편적인 기본서비스를 사회가 제공하는 것은 평등, 효율성, 연대, 지속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SDGs를 실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필요 서비스는 국가가 서비스 제공기관을 직접 소유한 모델 외에도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과 공제회, 중소기업, 지역 공동체 조직 등의 형태가 있다. 수요자에게 필요한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되려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 자체가 양질의 일자리여야 한다. 
  과거에는 경제 정책의 초점이 대개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고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데 맞추어졌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삶의 대부분을 일하면서 보내기 때문에 직장에서의 상황이 전체 웰빙에 극히 중요한 결정요인이다. 좋은 일자리를 갖는 것은 단순히 월급을 많이 받거나 역동적 경력을 갖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개인적 성취에 기여하고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근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장에서 사람들의 참여와 높은 웰빙 의식은 자신들의 업무에 자율권이 있는지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고 제대로 규정된 업무 목표를 부여받는지의 여부에 크게 좌우된다. 존중해 주며 지지하는 관리 관행과 동료들로부터의 지지 역시 중요하다. 일자리와 직장에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될 때 사람들은 업무 압박과 감정적으로 힘든 업무를 더 적절히 관리하며 또한 더 건강하고 생산성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유럽에서 업무로 인해 자신의 건강이 악화되었다고 보고한 비율은 열악한 업무구조와 직장 내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50%로 나타났지만, 좋은 근무조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 단지 15%로 나타났다(OECD, How’s Life 2013).
  일반적으로 좋은 일자리는 중산층의 생활 수준, 적절한 혜택, 합리적인 수준의 개인 자율성, 경제적 안정성, 경력사다리를 제공하는 일자리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뭐라 해도 좋은 일자리의 핵심은 높은 노동생산성에 있다. 노동자의 협상력이 기업의 이윤분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적절한 임금과 복지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생산성이기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해지면 경제적 번영을 뒷받침하는 사회구조가 훼손되며 이는 더 큰 문제이다. 중산층의 일자리가 부족해진 지역사회는 다양한 사회적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일자리가 가장 큰 압박을 받은 지역사회는 고용되지 않았거나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년의 증가와 약물 및 알코올 남용, HIV/AIDS, 살인으로 인한 사망률의 증가를 경험했다. 일자리 감소는 또한 미혼모의 비율, 독신 가구의 아이들, 그리고 가난하게 사는 아이들의 증가로 이어졌다.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라는 책에서 앤 케이스와 앵거스 디튼(Case and Deaton, 2020)은 경제적 기회가 지역 공동체에서 사라질 때 질병과 사망률 측면에서 지불해야 할 비용의 충격적인 규모를 설명한다.
  오토 등의 연구진(Autor et al., 2017)에 따르면 좋은 일자리 부족은 정치적 양극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의 교역으로 수입 경쟁이 급격히 증가한 지역은 2010년에 온건파 의원을 선출할 가능성이 작았다. 수입 증가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에서 선출된 새 의원들은 이념적 스펙트럼, 특히 우파에서 더 극단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나쁜 일자리는 열악한 사회적 결과(부실한 건강, 열등한 교육, 높은 범죄)와 사회·정치적 갈등(포퓰리즘 반발, 민주주의 실패)이 있는 낙후된 공동체로 이어지는데, 개인 고용주들은 이러한 비용을 고려하지 못한다. ‘나쁜 일자리’의 부정적 외부성은 상당한 규모여서 우리 경제 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 ‘좋은 일자리’는 반대로 엄청난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가진다.
  노인 돌봄서비스는 인구의 고령화가 지속되고 가정 내 또는 지원 생활방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향후 고용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는 부문이다. 그러나 낮은 임금과 그 밖의 바람직하지 않은 직업 특성으로 인해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다. 생산성 향상은 궁극적으로 더 나은 일자리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원천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리는 산업 정책에 따라 조직된 부문 정책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관한 시험 사례가 될 수 있다.
  돌봄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드는 것은 세밀한 전략을 필요로 하며 성공을 측정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의 중요한 구성요소는 돌봄 노동자가 실시간 정보를 수집하고 돌봄 노동자의 요구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와 같이 돌봄노동자의 기술을 보완하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 기술에 투자하고, 노동자에게 더 큰 목소리, 재량권, 자율성을 제공하며, 서비스 품질에 대한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Rodrik, 2022; Acemoglu and Restrepo, 2018).
  이러한 변화는 R&D에 대한 투자, 새로운 작업 관행과 신기술로 실험하려는 의지와 현지 요구에 대한 적응과 상황에 맞는 현장 채택을 장려해야 한다. 로드릭(Rodrik, 2022)은 앞으로 일자리는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에서 더욱 많이 창출된다고 말한다. 돌봄 일자리가 이런 식으로 발전해서 생산성 향상이 실현되면 ‘좋은 일자리’로 바뀔 것이다.


5. 좋은 일자리 지표

  OECD는 전 세계의 웰빙을 추진하기 위해, 더 나은 삶 지표(Better Life Index, BLI)를 마련하고 How’s Life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2013년 How’s Life 보고서는 일자리의 질을 삶의 질에서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로 지정하며 관련 지표들을 제안하고 있다.
  UN 역시 ‘경제성장과 양질의 일자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SDGs의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이 중 양질의 일자리와 관련된 세부 목표(해당 지표)는 다음과 같다. 
 
8.1 1인당 소득 증가 유지(1인당 실질 GDP 연 성장률)
8.2 산업다변화, 기술발전, 혁신을 통한 경제 생산성 향상(취업자 1인당 실질 GDP 연 성장률)
8.3 개발 지향적 정책 진흥 및 중소기업 성장 장려(총 고용 중 비공식 고용 비율)
8.5 완전하고 생산적인 고용, 양질의 일자리 확보 및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달성(근로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 실업률)
8.8 노동권 보호 및 안정적 근로환경 증진(근로자 10만 명당 치명적 및 비치명적 산업 재해 건수,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과 국내입법에 기초한 노동권(집회 및 단체교섭의 자유)의 국가별 준수 수준)


  통계청 「사회조사」로 파악한 일자리만족도는 2021년 35.0%로 2019년보다 2.7%p 증가하였다. 2009년 26.6%에서 2017년 27.7%로 큰 변화 없이 유지해오다 최근 만족도가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양질의 일자리를 결정하는 주요 지표인 ‘ILO협약과 노동권의 준수 수준’에 관한 데이터는 수집되지 않아 반영되지 않았다. 실질적이고 포괄적인 일자리 질 혹은 만족도를 평가하기에는 지표가 부족하므로 보완이 필요하다.
  좋은 일자리의 개념은 지역 여건과 개인의 선호도를 반영하는 일련의 지표들과 함께 변하고 있다. 대체로 노동자의 인식 조사 또는 객관적인 통계에 기초하여 좋은 일자리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지표가 개발되며, 그러한 측정 지표들은 많이 있다.
  보스턴에 본부를 둔 노동력 개발 기관인 JVS(Jewish Vocational Service)는 2017년부터 임금, 복리후생, 일정 유연성 및 예측 가능성, 경력사다리에 대한 접근성, 작업 환경에 대한 호응도를 측정하는 종합적인 일자리 질 지수를 제시하고 있다(JVS n.d.). 
  좋은일자리연구소(Good Jobs Institute)는 종업원의 기본적인 요구와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고용주를 위한 점수표를 제공하여 기업이 이러한 차원에서 성과를 이해하고 추적할 수 있도록 한다(Good Jobs Institute n.d.).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소득, 노동시장 안정성, 노동환경의 질에 대한 객관적인 통계지표를 하위차원에 두고 일자리 질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유지하고 있다(OECD n.d.). 
  2020년 갤럽 조사는 일자리의 질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조사로서 루미나 재단,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 갤럽, 오미디야르 네트워크에 의해 공동 작업으로 이뤄졌다. 6,600 명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업무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과 가치를 측정하는 ‘일자리 질 지표’를 제시하고 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직장에서 목적의식과 존엄성을 갖는 것', '직장에서 불만족스러운 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갖는 것' 등을 포함해 10개 항목의 업무 만족도를 가중 평균해서 일자리 질을 측정했다. 이들 지표는 각각이 나름의 의미를 갖지만,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즉 자신의 직업에 대한 생각, 자신의 삶을 느끼는 방식에 대해 주요하게 반영하고자 했으며, 그 10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①급여 수준, ②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급여, ③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근무시간, ④근무시간 및/또는 근무 장소 통제력, ⑤고용 안정, ⑥직원 복리후생, ⑦경력 발전 기회, ⑧일상적인 업무의 즐거움, ⑨일에 대한 목적의식과 존엄성 갖기, ⑩만족하지 못하는 업무를 바꿀 수 있는 힘.

  좋은 일자리에 대한 아이디어는 지역 여건과 선호도를 반영하는 일련의 표준들의 발전과 함께 운영될 필요가 있다. 불평등과 기후위기로 인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고, 학계에서도 기업의 존재 의미를 주주의 이익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 실현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 이행 정도, 집회나 단체교섭과 같은 노동권 보장 수준, 기업 내 노동자의 발언권과 참여 정도 등 기업을 구성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 실현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실현할 수 있도록 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6. 결론

  OECD, UN 등 주요 국제기구들은 ‘더 나은 삶’(BLI)과 ‘지속가능한 발전’(SDGs)을 위해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사회가 추구하는 방향이 성장 중심에서 벗어나 삶의 행복과 더불어 사는 삶으로 바뀌고 있음을 반영한다. 
  UN이 제시한 2030년 SDGs 목표치의 달성 기한은 2030년으로 불과 얼마 남지 않았다. 탄소중립, 자원순환경제, 불평등을 해결할 각종 이행정책이 윤석열 정부에서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의 발 빠른 대응과 대조적이다. 
  BLI, SDGs 등의 지표는 우리의 현 상황을 파악하고 다른 나라와 비교하고 평가하면서, 번영을 실현할 도구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제공해준다.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이 제정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웰빙이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을 점검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시민들의 참여와 감시 기능이 잘 작동한다면 주민참여예산제와 같이 시민, 활동가, 이해관계자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정부의 효율을 높이고 이행을 강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BLI나 SDGs가 인류가 실현해야 할 목표 전체를 담고 있지는 않다. 달성할 목표를 제시하고는 있어도, 합의된 구체적 이행방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바람직한지, 정책적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지를 모색하며, 관련 연구들을 근거로 지표를 보완하거나 새로운 지표를 추가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UN은 SDGs을 채택하면서 “어느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Leave No One Behind)”라는 핵심 원칙을 제시했다. 소외됨이 없이 모든 사람이 발전의 이익을 평등하게 누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모두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받고 기본적 필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사회적 노동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그 노동 과정에서의 발언권 역시 소외됨 없이 제공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 원칙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인간 소외의 근본적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노동의 소외로부터 기인한다고 판단한다면 ‘일의 존엄성’이라는 공공선을 사회가 추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지표를 구성할 수 있다. 노동의 소외가 해결된다면, 생산의 목적이 이윤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삶에 맞춰질 수 있다. 이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불평등을 해결하고, 차별을 해소하고, 필요한 돌봄서비스를 제공받는 데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일하는 사람이 성과를 공유하고, 노동조건을 정하는 데 있어서 충분한 권한을 가지며 사회적 책임성이 부여되는 ‘좋은 일자리’는 일의 존엄성을 지키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이루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 자료와 각종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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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생산 위성계정
지속가능발전포털 K-SDGs
통계청 주요 국가지표체계(K-indicator, KIDC)
한국의 SDGs 데이터 플랫폼
KOSIS 국가통계포털
OECD IGI(Inclusive Growth Index) 
OECD How’s Life
OECD BLI(Better Life Index)
OECD IGI(Inclusive Growth In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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