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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2. 대안 지표의 방향: 뉴질랜드 '웰빙 예산'으로부터 배운다

  • 입력 2023.03.16 17:06      조회 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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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2. 대안 지표의 방향: 뉴질랜드 ‘웰빙 예산’으로부터 배운다

 
김대환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_ 서강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석사와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한국과 북한의 정치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주제는 반공주의와 반미주의, 갈등의 분극화(polarization), 남북한 관계 등이다. 

 

1. 들어가며 

  “올해 GDP가 000만큼 올라 세계 0위의 경제 대국…”이라는 뉴스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이 뉴스는 우리나라의 경제가 생산하는 총량이 작년보다 늘어났다는 것에 불과하지만, 마치 내가 그만큼 돈을 더 많이 번 것 같이 들리게 한다. 그리고 경제가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 내가 더 나아진 것 같은 자긍심도 크게 오르게 만든다. 
  그런데, GDP가 올랐다고 해서 내 지갑으로 들어오는 월급이 그만큼 많아졌을까? 아니면 GDP가 오르면 나의 삶의 질이 좋아지는 것일까? GDP로 대표되는 경제 지표는 개개인의 삶의 질을 명확하게 나타낼 수 없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GDP가 아닌 지표를 바탕으로 삶의 질을 측정하고자 하였다. 1972년 부탄을 시작으로 2010년 이후 영국, 독일, 스코틀랜드, 캐나다,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등의 국가는 대안 지표로 성장을 측정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방향을 모색하였다. 
  그중 뉴질랜드의 사례는 대안 지표를 이용해 국가의 성장과 국민 삶의 질의 향상을 측정하고자 하는 시도 중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뉴질랜드가 GDP가 아닌 ‘웰빙’을 전면에 내세운 예산을 세계 최초로 편성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뉴질랜드가 최초로 편성한 ‘웰빙 예산’을 살펴보고, 그들의 시도에서 우리가 얻을 시사점을 찾는 데 목적을 둔다.


2. 뉴질랜드의 ‘웰빙 예산’은 무엇인가? 

   1) 뉴질랜드의 ‘웰빙 예산’ 
  뉴질랜드는 2017년 노동당이 재집권하면서 GDP 같은 경제 지표에 집착하는 대신 인간의 안전, 건강, 번영을 포함한 광범위한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의 성공을 평가하자고 주장하였다(조원혁, 2022). 노동당 정부는 2019년부터 ‘웰빙 예산’이라는 이름으로 예산을 편성하면서, ‘웰빙’을 정책 결정의 핵심이라고 규정하였다. 경제가 성장하면 웰빙에 이바지하지만, 경제성장 자체는 목적이 아니고 적절한 척도가 아니라고 보았다. 그래서 뉴질랜드 정부는 GDP가 아닌 더 넓은 범위의 지표를 바탕으로 국가의 성공을 측정하고 정부의 정책을 개발하고자 하였다(New Zealand Government, 2018). 
  노동당 정부는 웰빙을 “사람들이 목적과 균형감을 가지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즉 우리가 복지(welfare)라는 이름으로 시행하였던 정책뿐 아니라 재정, 자원, 인간, 지역사회의 건강함을 만들어내는 국가의 성공으로 정의를 확대하였다. 뉴질랜드의 ‘웰빙 예산’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웰빙에 두면서, 웰빙을 다양한 지표로 측정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결정하였다(New Zealand Government, 2018). 통계지표 상 물가 상승이 예견됨에 따라 뉴질랜드 정부는 저소득 및 중간층의 생활비 불안정과 개선에 중점을 두었다. 그리하여 뉴질랜드 정부는 휘발유 소비세를 내리고, 대중교통 요금을 절반으로 인하하였다. 또한, 2022년 8월부터 10월까지 저소득층과 중간층에게 350달러의 생활비를 보조하였다(New Zealand Government, 2022b). 
  이처럼 뉴질랜드 정부는 웰빙 예산을 시행하여 5가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즉,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의 방식으로 기후변화를 극복하고, 신체와 정신건강을 증진하며, 디지털 기술과 혁신으로 생산성과 임금을 높이고자 한다. 그리고 마오리족과 태평양계 민족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아동 빈곤을 개선하여 웰빙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New Zealand Government, 2022b). 또한, 뉴질랜드 정부는 임금이 삶의 질에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하여, 뉴질랜드인의 시간당 평균임금을 증가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하에서 뉴질랜드의 ‘웰빙 예산’을 2022년도 예산안과 2023년도 예산 정책 성명서를 중심으로 파악해 보겠다.

   2) 뉴질랜드의 2022년도 웰빙 예산
  뉴질랜드 정부는 2022년 5월 19일 “2022년도 웰빙 예산: 안전한 미래(Wellbeing Budget 2022: A Secure Future)”를 발표하였다. 2022년도 예산은 코로나-19로부터 뉴질랜드인을 계속 보호하고, 팬데믹의 영향을 복구하여 재건을 가속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또한, 기후변화와 주택구매 능력, 아동 빈곤과 같은 주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즉 2022년도 예산을 통해 뉴질랜드는 코로나-19의 영향을 극복하기 위한 공중 보건 투자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극복하기 위한 생계 지원을 주요 목표로 하였다(New Zealand Government, 2022a).
  뉴질랜드 정부는 2018년도에 만든 ‘삶의 질 프레임워크’로 측정한 뉴질랜드의 웰빙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잘 유지되었다고 파악했다. 사망률은 다른 나라보다 낮았고, 삶의 만족도도 높았다. 또한 국내총생산(GDP)은 팬데믹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으며, 실업률이 사상 최저 수준에 이르렀고, 가계 소득과 자산이 증가하였다. 하지만 뉴질랜드 정부는 팬데믹 대응의 영향이 완벽하게 나타나지 않았고, 여전히 기후변화와 아동 빈곤, 주거환경과 관련한 과제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공급망 제약과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자율을 올렸고, 생활비가 증가하는 부작용에 직면하게 하였다(조원혁, 2022; New Zealand Government, 2022a). 
  그런데 노동당 정부는 뉴질랜드 경제가 고임금과 저탄소 경제로 전환한다면, 장기적으로 경제가 안정적일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래서 2022년도 예산은 경제구조 변화에 2024년까지 연간 59억 달러의 추가적인 정부지출을 포함하였다. 그 외에도 사전 약속에 따른 새로운 다년 기금의 2023년과 2024년 예산 공제로 자금을 조달하였다. 한편, 2022년도 예산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문제와 유가 압박, 물가 상승에 대한 대책을 세웠다. 뉴질랜드는 2022년 3월 유류세를 리터당 25센트 인하하였으며, 도로 사용료 삭감, 3개월간 대중교통비 반값 할인을 시행하였다. 또한, 2022년도 예산은 생활비 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연간 소득 7만 달러 미만이며, 겨울 난방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 8월부터 10월까지 단기간의 350달러 생활비를 지원하였다. 그 외에도 주요 세제 요율을 인하하였으며, 학생 수당, 가족 세금 공제, 보육 수당 및 퇴직 연금을 인상하였다. 겨울 동안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개인당 400달러, 부부 합산 700달러 수준의 난방비를 지원하였다(New Zealand Government, 2022a). 
  2022년도 예산에서 뉴질랜드 정부는 미래 경제성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투자를 결정하였다. 철도 현대화를 위한 자본 자금 3억 4,900만 달러, 의료 인프라에 투자하는 13억 달러의 자본 자금, 교실 건설과 현대화에 자본금 3억 8,500만 달러와 운영 자금 5,000만 달러를 편성하였다. 의료시스템의 성능 현대화와 개혁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 및 기능 투자에 2억 2천만 달러의 운영비와 1억 달러의 자본금을 확보하는 등 뉴질랜드의 웰빙 향상에 지속적인 투자를 결정하였다(New Zealand Government, 2022a). 
  그 외에도 2022년도 예산은 마오리족 공동체의 웰빙을 위하여 5억 8천만 달러 규모의 사업을 편성하였으며, 정신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예산 2억 2천만 달러와 1차 진료 기관을 위한 총 4억 8천 8백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였다. 또한, 뉴질랜드의 주요 산업 중 하나인 농어업과 임업에 총 4,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미래지향적인 일자리로 바꾸고자 하였다(조원혁, 2022; New Zealand Government, 2022a). 이처럼 뉴질랜드의 2022년 웰빙 예산은 ‘삶의 질 프레임워크’에서 확인한 웰빙 상황과 경제 상황을 반영하여 예산을 편성하였다.

   3) 뉴질랜드의 2023년도 웰빙 예산안
 2023년도 웰빙 예산은 2021년 10월에 업데이트한 ‘삶의 질 프레임워크(Living Standards Framework)’를 적용한 최초의 예산이자, 뉴질랜드의 다섯 번째 웰빙 예산이다. 2023년도 예산안은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문제를 고려하여 작성하였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의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도 반영하였다. 뉴질랜드 정부는 “2023년 예산 정책 성명(Budget Policy Statement)”에서 국제 및 국내 요인을 반영하여 2023년도 웰빙 예산의 정책 목표를 4가지로 설정하였다. 
  첫 번째 목표는 생계 곤란 가구를 지원하는 것이며, 두 번째로 신중하고 균형 잡힌 재정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세 번째 목표는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시민이 건강과 교육, 주택과 관련한 기본 권리를 누리게 하는 것이었다. 마지막 목표는 생산성의 향상과 탄소 배출 감소에 기반을 둔 경제 계획의 이행이었다(New Zealand Government, 2022b). 이상의 네 가지 정책 목표는 2022년도 예산안의 정책 목표였던 공중 보건 시스템 개혁,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두 가지 중점 정책 분야에 비해 증가한 것이었다. 
  노동당 정부는 2022년도 웰빙 예산을 집행하면서 장기적인 흑자 재정으로의 전환을 모색하였다. 그러나 흑자 재정으로 전환하는 것이 뉴질랜드의 웰빙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시적인 적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뉴질랜드 정부는 GDP의 0~2%의 평균 흑자 재정으로 목표로 삼았으며, 경기 침체에 따른 경기부양이 필요하게 되자 일시적인 재정투자를 결정하였다(New Zealand Government, 2022a). 그러나 예산 편성 이후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높았으며, 지속적이었다. 그리고 금리가 기대치보다 높게 상승하였다. 게다가 향후 금리는 성장 둔화와 물가 압력을 극복하기 위해 예상보다 높게 상승할 것으로 보였다(The Treasury of New Zealand Government, 2022). 
  그리하여 뉴질랜드 정부는 2023년도 예산안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재정정책을 신중하게 관리하고, 긴급 팬데믹 대응에 맞추었던 지출을 정상 수준으로 돌리고자 하였다. 그러나 생활비 부담을 겪고 있는 가구 지원에는 초점을 두어, 상당히 절충적으로 예산안을 편성하기로 하였다. 유류세 인하와 대중교통 반값, 350달러의 난방비 지원과 같은 새로운 우선순위 정책은 지속하되, 공공부채는 억제하기로 하였다(New Zealand Government, 2022b). 
  요약하자면, 뉴질랜드 정부는 명칭만 ‘웰빙’인 예산을 편성하여 시행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뉴질랜드 정부는 ‘웰빙 예산’을 통해 기후변화를 극복하고,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산업구조로 뉴질랜드 경제구조를 바꾸고자 하였다. 그리고 개인이 삶에 만족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임금을 주목하여, 임금인상을 꾀하면서도 생산성을 향상하여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예산을 편성하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 아동과 마오리족 등 소외계층의 웰빙에도 주목하여 이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웰빙 예산’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였다. 특히 여러 가지 지표를 활용하여, 뉴질랜드의 삶의 질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자 하였다.


3. 뉴질랜드의 ‘삶의 질 프레임워크(Living Standards Framework)’

  뉴질랜드 정부는 ‘웰빙 예산’을 편성하면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즉 당위성이 아닌 현실성을 강조하면서 예산을 편성하였다. 예산 편성의 근거 자료는 ‘삶의 질 프레임워크’이다. 이 프레임워크는 1999년 개념이 제시되었으며, 2011년에 최초로 발표되었고, 2018년과 2021년에 업데이트되었다. 
     
   1) 2018년 버전의 ‘삶의 질 프레임워크’
  2018년 버전의 ‘삶의 질 프레임워크’는 웰빙의 수준(level)을 현재와 미래의 웰빙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현재 웰빙은 12개 영역과 38개 지표로 나뉘며, 미래 웰빙은 2011년 버전의 4개 자본과 23개 지표로 이루어졌다. 뉴질랜드 정부는 현재 웰빙이 ‘특정 시점’의 웰빙을 반영하며, 일반적으로 중요한 웰빙 요소를 포착하고 있다고 간주하였다(The Treasury of New Zealand Government 2018).
  현재 웰빙 12개 영역은 시민참여와 거버넌스(Civic engagement and governance), 문화적 정체성(Cultural identity), 환경(Environment), 건강(Health), 주거(Housing), 소득과 소비(Income and consumption), 직업과 수입(Jobs and earnings), 지식과 기술(Knowledge and skills), 안전(Safety), 사회적 연결(Social connection), 주관적 웰빙(Subjective wellbeing), 시간 활용(Time use)이다. 미래 웰빙을 구성하는 4개의 자본은 자연 자본(Natural capital), 금융/물적 자본(Financial/physical capital), 인적 자본(Human capital),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다(The Treasury of New Zealand Government, 2018). 
  ‘삶의 질 프레임워크’는 웰빙 예산을 편성할 때, 웰빙 전망 혹은 목표를 확인하는 기본 자료로 사용한다. 예를 들면, 환경 영역의 지표 중 수질(수영 가능) 지표가 나빠진다면, 당해 예산에 수질 개선을 위한 예산을 조금 더 반영한다. 혹은 실업률과 시간당 평균수입, 가처분소득 지표를 확인하여, 뉴질랜드의 경제와 노동조건을 확인하고, 예산의 주안점을 변경하는 것이다. 
  2019년부터 2022년도 웰빙 예산은 2018년에 발표한 ‘삶의 질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조사하여, 웰빙 전망과 목표, 정책 목표 등을 확정하였다. 그리고 확정된 목표와 전망을 바탕으로 부처 간 협의와 회의를 진행하여 예산을 편성하였다.

   2) 2021년 버전의 ‘삶의 질 프레임워크’ 
  뉴질랜드 정부는 2018년에 개발한 ‘삶의 질 프레임워크’를 총 4번의 웰빙 예산을 편성하는 데 사용하였다. 그러나 기존의 프레임은 마오리족과 태평양계 민족이 바라보는 웰빙, 아동 웰빙, 문화가 웰빙에 기여하는 다양한 방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다. 이에 뉴질랜드 정부는 2021년 10월 28일 기존의 ‘삶의 질 프레임워크’를 업데이트한 2021년 버전의 ‘삶의 질 프레임워크’를 발표하였다. 
  가장 큰 변화는 2개 수준으로 구성하였던 ‘삶의 질 프레임워크’를 개인과 집단 웰빙(Individual and Collective Wellbeing), 제도와 거버넌스(Institutions and Governance), 뉴질랜드 전체의 국부(Wealth of Aotearoa(주: 뉴질랜드를 가리키는 마오리어로 길고 흰 구름의 땅이라는 뜻이다.) New Zealand)로 구분한 것이었다. 
  개인과 집단 웰빙은 개인, 가족, 와나우(wh?nau, 대가족을 의미)와 지역사회의 웰빙에 중요하다고 확인된 삶의 자원과 측면을 포함한다. 제도와 거버넌스는 개인과 집단의 웰빙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국부를 보호하고 구축하는 데 있어 공공기관이 하는 역할을 포착한다. 뉴질랜드의 국부는 인간의 능력과 자연환경과 같은 국가회계시스템에서 완벽하게 찾을 수 없는 국부의 원천을 포함하며, 뉴질랜드가 국가로서 얼마나 부유한지를 확인하는 부문이다(The Treasury of New Zealand Government, 2021).
  한편, 2021년 버전의 ‘삶의 질 프레임워크’는 2018년 버전보다 수준도 늘었지만, 영역과 지표도 증가하였다. 2018년 버전의 웰빙 12개 영역과 4개 자본, 61개 지표에서 22개 영역, 103개의 지표로 늘어났다. 먼저, 개인과 집단 웰빙 수준은 건강(Health), 지식과 기술(Knowledge and skills), 문화적 능력과 소속감(Cultural capability and belonging), 직업, 돌봄 및 자원봉사(Work, care, and volunteering), 참여와 발언(Engagement and voice), 소득, 소비와 자산(Income, consumption, and wealth), 주거(Housing), 환경 편의시설(Environmental amenity), 여가와 놀이(Leisure and play), 가족과 친구(Family and friends), 안전(Safety), 주관적 웰빙(Subjective wellbeing)으로 이루어졌다. 
  둘째, 제도와 거버넌스는 가족과 가정(Families and households), 와나우, 하푸와 이위(Wh?nau, hap?, and iwi) (주: iwi and hap?는 보통 뚜렷한 영토를 가진 확장된 친족 집단을 가리킨다. iwi(부족)는 혈연관계로 구성된 hap?(씨족) 여러 개가 모인 집단이다. Wh?nau는 종종 대가족을 의미하며, 현대어로 친척이 아닌 친구나 동료를 포함할 수 있다(The Treasury of New Zealand Government, 2021).), 기업과 시장(Firms and markets), 중앙정부와 지방정부(Central and local government), 시민사회(Civil society), 국제 연계(International connection)의 영역으로 나뉘었다. 
  셋째, 뉴질랜드의 국부는 자연환경(Natural environment), 인간의 능력(Human capability), 사회적 결속력(Social coercion), 금융/물적자본(Financial/physical capital)으로 구분하였다. 그런데, 2018년 버전과 달리 2021년 버전은 자본이라는 용어를 금융/물적 자본에만 사용하면서, 금융/물적 자본을 물적 자본과 금융자본, 지적 재산과 같은 무형의 지식 기반 자본을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The Treasury of New Zealand Government, 2021). 
  2021년도 버전의 ‘삶의 질 프레임워크’는 문화를 중시하였다. 2018년도 버전은 마오리어 사용자 수나 정체성을 표현하는 능력 정도로 문화적 정체성 영역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1년도 버전은 웰빙을 마오리족과 태평양계 민족의 관점에서 확인하는 영역을 구분하여, 문화적으로 다양하고 세밀한 구분을 하였다. 또한, 다양한 정체성으로 구성되는 뉴질랜드 사회의 웰빙을 복합적으로 평가하고자 하였다. 


4. 뉴질랜드의 ‘웰빙 예산’이 주는 교훈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뉴질랜드 ‘웰빙 예산’은 올해로 다섯 번째이며, ‘삶의 질 프레임워크’를 통해 웰빙을 측정하고 있다. 그런데, 뉴질랜드의 ‘웰빙 예산’은 도입 이후 국민의 삶의 질이 나아졌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웰빙 예산’이 목표로 삼았던 불평등의 해소는 오히려 심화하고 있으며, 아동 빈곤율은 높아졌다. 게다가 청소년 자살률은 선진국 중 최상위 수준이다(조원혁, 2022). 
  그러나 뉴질랜드의 ‘웰빙 예산’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그 의미가 퇴색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뉴질랜드 ‘웰빙 예산’에서 배울 점은 다른 것이 아니다. 뉴질랜드는 ‘삶의 질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뉴질랜드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예산을 편성하여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였다. 
  한국은 통계청에서 2014년에 이미 ‘국민 삶의 질 지표’ 체계를 만들어 매년 보고서를 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이 지표를 예산이나 정책으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고 뉴질랜드에서 배울 점이다. 
  우리도 GDP가 아닌 방식으로 웰빙을 측정하는 새로운 대안 지표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예산과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다음 소희>를 봐도 계량화된 숫자로 표현되는 지표의 한계를 알 수 있다. 현장실습에 나간 고등학생이 직장에서 겪는 부조리와 차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하였음에도 다들 취업률 혹은 성과급 핑계를 대며 책임을 모면하려고만 하였다. GDP처럼 숫자로만 표상되는 세계는 사람의 목숨을 단순한 숫자로 취급하고, 인간의 노동을 GDP의 n분의 1로만 여긴다. 그러나 뉴질랜드의 웰빙 예산처럼 GDP가 아닌 대안 지표로 삶의 질을 평가하는 노력이 계속된다면, 지금 당장 확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점차 나아가는 방향으로 사회가 발전할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참고문헌]

조원혁, 2022, “뉴질랜드의 웰빙 예산은 정치적 마케팅에 불과한가?” 『한국정책분석학회 2022년 여름 소식지』, 50~59, 한국정책분석학회.

New Zealand Government, 2018, Budget 2019: Budget Policy Statement 2019,
https://www.treasury.govt.nz/publications/budgets/budget-2019

_________________________, 2022a, Wellbeing Budget 2022: A Secure Future,
https://budget.govt.nz/index.htm

_________________________, 2022b, Budget 2023: Budget Policy Statement 2023,
https://budget.govt.nz/index.htm 

The Treasury of New Zealand Government, 2018, Our People Our Country Our Future - Living Standards Framework: Background and Future Work,
https://www.treasury.govt.nz/information-and-services/nz-economy/higher-living-standards/our-living-standards-framework

_________________________, 2021, The Living Standards Framework 2021,
https://treasury.govt.nz/publications/tp/2021-living-standards-framework

_________________________, 2023년 1월 26일, “History of LSF,” 
https://www.treasury.govt.nz/information-and-services/nz-economy/higher-living-standards/history-l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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